Mad Demon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61
광마전생 (61)
스걱!
섬광과 함께 잘려져 나가는 모용진의 소매.
도망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철동이 모용진의 목을 베어 버리려 했으나 옷자락만을 스친 것이었다.
심지어 그 옷자락마저 일부러 내준 것이었다.
왜냐하면 철동의 눈앞으로 맹렬하게 날아오는 주먹이 있었으니까.
콰득!
코뼈가 박살 나는 듯한 소리와 함께 엄청난 고통이 철동의 안면을 급습했고, 정신을 차렸을 때 그는 바닥에 누워 있었다.
아니, 누워 있을 줄만 알았다.
[어딜 쓰러지려고?]바닥에 쓰러지기 직전 뭔가에 끌어 올려진 철동은 어느새 다시 복부를 가격당하고 있었다.
“크헉!”
복부 깊이 파고드는 모용진의 주먹.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그 묵직함이 철동의 전신으로 퍼져 나가고 있었기에 그는 확신했다.
이자는 괴물이라고.
자신이 절대로 이길 수 없는 엄청난 괴물.
살아생전 이렇게 아픈 주먹은 처음이었다.
마치 전신을 찢어발기는 듯한 주먹의 위력에 철동은 반격의 의지를 이미 상실한 상태였다.
“자, 잠깐……!”
퍽!
항복을 선언하려는 철동.
하지만 모용진의 주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듯이 철동의 명치를 가격했다.
또 한 번 철동의 몸이 공중으로 튀어 오르려 했으나 엄청난 속도로 움직인 모용진의 손이 그를 다시 원래 자리로 되돌렸다.
퍽!
퍼버버버벅!
“잠깐!”
모용진을 말리려는 목소리가 튀어나온 것은 철동의 입이 아니었다.
옆에서 비무를 바라보고 있던 심판이 모용진을 말리기 위해 소리친 것이었다.
이미 비무는 비무가 아니게 되었고 일방적인 모용진의 구타로 변모해 있었다.
하지만 심판은 물론 제갈서와 제갈중 역시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 이유는 바로 모용진의 모습 때문이었다.
마치 고삐가 풀린 망아지.
아니, 한 마리의 야수와 같이 눈빛이 변한 모용진은 지금 광기(狂氣) 그 자체였다.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듯한 주먹 한 방 한 방엔 엄청난 힘이 실려 있어 철동의 몸에 부딪칠 때마다 연무장이 떨렸고 더욱 놀라운 것은 그 엄청난 주먹질에도 철동의 몸이 쓰러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실제론 모용진의 금나수가 그의 몸을 쓰러지지 못하게 계속해서 잡아당기는 것이었지만 이 자리에 있는 그 누구도 그 속도를 눈으로 쫓지 못하였기에 그들은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여립…….”
모두가 그 압도적인 광기에 굳어 있을 때.
진가은이 나서서 모용진을 말려 보려 했지만 이상하게도 말이 끝까지 나오지가 않았다.
‘광마 천기린…….’
솔직히 아직까지도 반신반의하고 있었던 진가은이지만 이젠 확실히 믿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 모용진이 보여 주는 저 압도적인 광기(狂氣)는 보통의 인간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살기(殺氣)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가볍고 최선(最先)을 다하고 있다기엔 너무나도 잔혹했다.
백호학관에서는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엄청난 광기에 지금 진가은은 모용진의 두 눈이 붉게 빛나고 있는 듯한 착각까지 들 지경이었다.
그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듯한 검은 기운과 붉은색으로 빛나는 눈.
이는 실제로 그렇지는 않았지만 모용진을 쳐다보는 이들은 모두 환각에 빠진 듯 그렇게 보이고 있었다.
마치 붉은 눈의 검은 괴수가 먹잇감을 뜯어 먹는 듯한 광경.
이를 설명할 것은 오직 단 하나, 광기뿐이었다.
하지만 더 이상은 위험하다는 생각이 든 제갈중과 진가은이 검을 빼어 들며 달려들려는 그 순간.
“휴우. 속이 다 시원하네.”
해맑은 모용진의 목소리와 함께 연무장을 가득 채웠던 광기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모용진은 축 늘어진 철동의 멱살을 잡은 채 주변을 둘러보더니 심판을 발견하곤 그를 향해 철동을 집어 던졌다.
“심판, 판정은?”
모용진의 말에 정신을 차린 심판이 화들짝 놀라더니 모용진을 향해 손을 들어 올렸다.
“배, 백호학관 모용진! 승(勝)!”
“음. 몸풀기로 딱 좋았어.”
몸풀기로 좋았다는 말과 함께 몸을 돌린 모용진.
하지만 그의 앞에 다가온 것은 칭찬도 아부도 아닌 날카로운 한 자루의 검이었다.
그 검의 주인은 바로 제갈중이었고 그는 매우 화가 난 듯 모용진을 향해 엄청난 적의를 보이고 있었다.
“자네 지금 제갈세가의 연무장에서 무슨 짓을 한 건지 아는가!”
“예? 보면 모릅니까? 비무를 한 것 아닙니까. 게다가 해 달라고 한 건 제갈세가 쪽이었습니다만.”
“지금 그걸 비무라고 하는 건가? 일방적인 구타였지! 비무는 상대를 존중하며 서로의 무(武)를 나누는 것. 지금 자네가 한 것은 비무가 아니라 일방적인 폭행이 아닌가!”
“뭐, 그러면 지금 제가 일부러 저 철동이란 자의 공격을 받아 줘야 했다, 이런 말씀이십니까? 거참 특이한 비무네요. 상대의 공격을 일부러 받아 줘야 한다니. 아! 제갈세가만의 특이한 비무 방법입니까?”
“이노옴! 감히 제갈세가를 욕보이는 것이냐!”
모용진의 비꼬는 말을 참지 못한 제갈중이 결국 검을 내질렀다.
하지만 그의 검이 가른 것은 허공이었고 가볍게 몸을 트는 것으로 제갈중의 검을 피한 모용진은 순식간에 그의 손목을 낚아챘다.
“이 자식이!”
“지금 제갈세가를 욕보이는 건 당신 아닙니까? 저는 백호학관에서 온 손님이고 비무도 당신들이 해 달라고 해서 했을 뿐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도가 지나친 것 아니냐!”
제갈중은 있는 힘을 다해 잡힌 손목을 빼내려 했으나 모용진의 손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제갈세가 내에서 힘깨나 쓴다는 그였기에 빠져나오지 못하는 자신의 손목을 보며 당황한 그때 모용진이 역으로 손에 힘을 주더니 제갈중의 손에 쥐인 검을 놓게 만들었다.
“도가 지나친 것 역시 제갈세가입니다.”
“크윽, 그게 무슨 말이냐……!”
엄청난 힘에 제갈중이 고통을 느끼며 바닥에 무릎을 꿇자 제갈서를 비롯한 제갈세가의 훈련생도들이 검을 뽑고 연무장 위로 뛰어 올라왔다.
“이여립 관도! 지금 뭐 하는 짓인가! 당장 그 손을 놓지 못하겠느냐!”
손을 놓으라는 제갈서의 위협에도 모용진은 피식 웃더니 오히려 더 손에 힘을 불어넣었고 제갈중의 얼굴은 더한 고통으로 물들어갔다.
“제갈세가분들, 제가 하나만 여쭤도 되겠습니까?”
“뭘 묻는다는 거지? 당장 그 손을…….”
“제갈세가는 정파입니까, 사파입니까?”
모용진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
원래라면 당장 분노하며 검을 휘둘러도 모자랄 말이었다.
정파의 세가. 그것도 오대세가라고 불리는 제갈세가 내에서 그런 말을 내뱉었으니까.
하지만 놀랍게도 제갈서는 그 말에 당황한 듯 잠시 멈칫거렸다.
“그, 그게 무슨 말이냐! 지금 제갈세가를 사파 따위와 엮는 것이냐? 설마 그 말이 지닌 무게를 모른다는 것은 아니겠지?”
“허허…… 그걸 제가 어찌 모르겠습니까. 하지만 어떡합니까? 현실이 그런데.”
제갈서와 제갈중은 속으로 ‘아닐 거야’를 외치고 있었다.
일개 학관의 관도가 눈치챌 만한 것도 아니었고 그런 면모를 아예 드러내지도 않았으니까.
하지만 모용진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런 그들의 기대를 완전히 박살 내 버렸다.
“진가은이 상대한 이중섭이라는 자. 제갈세가의 훈련생도라고 했지요? 요즘 제갈세가는 마교인(魔敎人)들도 훈련생도로 받아 주나 봅니다?”
모용진의 말에 훈련생도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고 제갈서와 제갈중은 크게 당황한 듯해 보였지만 최대한 속내를 감추려 노력하고 있었다.
“그, 그게 무슨 말이지? 마교라니. 우리가 마교를 훈련생도로 들일 리가 없지 않나!”
“아, 그럼 두 분은 전혀 모르셨다는 거군요? 이중섭이라는 자가 마교라는 것을.”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그가 마교라는 증거가 어디에…….”
“그거야 이중섭을 확인해 보면 금세 알 수 있겠죠. 마교는 다른 사파에 비해 티가 잘 나는 편이니까. 그것보다 실망이 큰데요? 오대세가 중 머리라고 불리는 제갈세가가 정작 마교를 눈앞에 두고 알아보질 못한다니. 그럼 당연히 이놈도 알아보지 못했겠네요?”
모용진이 철동을 발로 툭툭 건들며 말하자 이번엔 제갈서가 정말로 모른다는 눈을 했고 모용진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백호학관의 일학년 관도인 나도 알아봤는데 이거 거듭해서 실망이 참으로 큽니다.”
“무슨 헛소리를 하려…….”
“이놈도 사파 출신. 아무래도 명교(明敎)에서 온 것 같은데. 정 못 믿으시겠다면 가까운 무림맹 지부로 가서 확인을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만?”
가까운 무림맹 지부로 가자는 말에 제갈서는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저었다.
“아, 아니…… 그러지 않아도 될 것 같군.”
모용진과 진가은은 지금 제갈세가의 손님.
그런 그들이 자신들과 비무한 두 명이 사파라고 주장하며 확신에 가득 차 무림맹 지부로 가자고 한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철동은 몰라도 이중섭은 확실한 마교였기에 그 정체가 까발려질 것이고 이는 중원에 소문이 되어 퍼져 나갈 것이다.
제갈세가에서 마교를 들였다는 소문이.
아무리 제갈세가에서 통합무림에 들어갔다고 해도 아직 세간에 통합무림은 밝혀지지 않은 상태였고 앞으로도 밝혀질 일은 없었다.
고로 만일 이대로 제갈세가가 마교인을 들였다는 소문이 퍼지면 세가에는 난리가 날 게 분명했다.
게다가 지금은 보는 눈도 많았기에 그의 말을 거절할 수도 없었다.
왜냐하면 훈련생도라 하여도 완전한 제갈세가의 사람은 아니었으니까.
그래서 제갈서는 최악을 피해 차악을 선택한 것이다.
“백호학관에서 온 관도님의 말씀이니 분명 사실임이 틀림없겠지. 이는 우리 세가에서 철저하게 조사하여 알아보도록 하지. 그러니까 우리 사형의 손을 이만 놓아주는 게 어떻겠는가.”
한발 물러선 제갈서는 손을 들어 모두에게 검을 내리라는 명을 내렸고 진가은과 모용진을 둘러쌌던 훈련생도들은 모두 연무장 아래로 다시 내려갔다.
철컥.
제갈서의 검까지 다시 검집 속으로 들어갔고 그녀가 양손을 들어 올리자 그제야 모용진은 제갈중의 손목을 놓아주었다.
“아무래도 승패(勝牌)는 내가 쥐게 된 것 같은데. 똑똑한 제갈세가의 분들이니 제 말이 무슨 뜻인지 아시겠죠?”
* * *
사실 철동을 무자비하게 두들겨 팬 것은 자기만족이었다.
그 골짜기에서 되살아나고 처음 만난 명교 사람이었고 처음으로 마주한 복수의 대상이었으니까.
한두 대 때리고 말자고 생각했었는데 놈의 명전발도술을 보자마자 참을 수가 없었다.
가슴 깊이 오랜 시간 동안 묵힌 감정이 마구 끓어올랐고 그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머리는 걷잡을 수 없이 뜨거워졌다.
내가 간신히 이성을 되찾았을 땐 철동은 이미 종잇장처럼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감정 조절에 실패했고 솔직히 나도 이런 적은 처음이었기에 크게 당황했었다.
그리고 동시에 한 가지를 깨달았다.
전생에 나에게 달려들던 날파리들의 마음을.
나는 솔직히 그들을 이해하지 못했었다.
누구의 복수이며 누구의 명예를 위해 대신 목숨을 걸고 싸우는 놈들을.
하지만 이젠 확실히 그 마음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었다.
복수(復讐)라는 것이 자신의 목숨마저 버릴 수 있는 무시무시한 것이라는 것도.
“그래서 여립, 이제 어쩔 생각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