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 Demon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71
광마전생 (71)
콰아아아앙!
갑작스럽게 터져 나온 엄청난 폭발.
엄청난 폭발로 인해 발생한 진동은 몸을 가누기도 힘들 정도였다.
“풍하운!”
부러진 나무들이 마구 날아다니고 옆에 있던 동료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자욱한 먼지가 피어오르자 악비는 황급히 검을 뽑아 들며 호신강기를 몸에 휘둘렀다.
어떻게든 살아야 했으니까.
다행히도 호신강기를 두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진동은 저절로 멈췄고 더 이상 나뭇가지도 비산하지 않았다.
“쿨럭. 천재지변이라도 일어난 것인가?”
쿵.
전각을 내디디며 악비가 주변의 먼지를 날려 버리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한 줄기 빛이었다.
머리 위로 쏟아져 내려오는 환한 빛.
“이건…….”
그리고 곧이어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눈앞에 펼쳐졌다.
휘이잉!
불어오는 바람에 먼지가 날아가며 서서히 드러난 기루의 모습은 그야말로 참혹 그 자체였다.
원래는 사 층으로 된 전각이었으나 이젠 악비가 서 있는 일 층만이 존재하였고 그마저도 천장이 사라진 상태였다.
“풍하운! 창월단! 모두 무사한가!”
“저는 괜찮습니다, 단주! 다른 이들은…… 쿨럭.”
악비의 외침에 어디선가 들려오는 풍하운의 목소리.
그곳으로 악비가 고개를 돌리자 부러진 나무판자에 옆구리가 뚫린 풍하운이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그는 아무래도 폭발에 직격을 맞아 날아간 듯했다.
“부단주! 몸은 괜찮은가!”
“저는 괜찮습니다. 이미 지혈도 했고. 다른 단원들부터 빨리…….”
“알겠네. 잠시만 기다리게 내가 곧…….”
악비가 몸을 일으키며 다른 단원들을 챙기려는 그 순간.
쾅!
또 한 번의 굉음과 함께 폭발이 일어나더니 안쪽을 굳건하게 지키고 있던 두터운 문이 산산조각 나며 터져 나갔다.
콰지지직!
검막을 펼쳐 간신히 잔해물을 막아 낸 악비.
그의 두 눈에는 아까 전 부서진 전각보다도 더 충격적인 장면이 들어오고 있었다.
공성 대사에게 멱살을 잡힌 천마.
그리고 그들과 조금 떨어진 채 미소를 짓고 있는 혈마.
바닥에 낭자한 시체들과 피.
그리고 그 피를 밟으며 호신강기를 두르고 있는 태허 진인과 무림맹의 간부들.
시체에서 흘러나온 핏물은 서서히 움직여 어딘가로 고이는 중이었는데, 그 핏물이 모여 완성되고 있는 것은 바닥에 깊게 파인 거대한 손바닥 모양 웅덩이였다.
엄지를 접고 있는 거대한 손바닥 그림.
그것은 공성 대사의 절기 중 하나인 불체신장(佛體神掌)이 남긴 흔적이었다.
‘그럼 방금 그 지진과 폭발은 모두 공성 대사가 만들어 낸 것인가!’
악비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눈을 크게 뜨며 그 상황을 멍하니 바라봤다.
높다.
너무나도 높다.
언젠가 저놈들을 모조리 베겠다고 다짐했는데 그 다짐이 무너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공성 대사의 무공은 이미 신의 경지에 도달한 듯한 느낌이었다.
화경을 넘어선 그 무언가의 경지.
그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막연한 공포가 마구 밀려오는 듯한 느낌이 드는 악비였다.
“천마여, 다시 한 번 묻겠다. 과하다고 생각하지 않나?”
“아니.”
다시 돌아온 천마의 칼답에 공성 대사의 손에 금빛 내기가 마구 몰려들었고 그 모습을 보던 혈마의 몸에도 핏빛 호신강기가 둘러졌다.
하지만 모두의 예상과는 다르게 또 한 번의 폭발은 일어나지 않았다.
천마의 손이 공성 대사의 손을 먼저 막아 냈기 때문이었다.
“그분의 뜻이다.”
그리고 천마의 입에서 흘러나온 한마디.
그 한마디에 공성 대사의 손에 몰렸던 내기는 빠르게 사라지기 시작했고 잔뜩 일그러졌던 표정도 원래대로 돌아왔다.
“정말입니까?”
그렇게 말하며 공성 대사는 혈마를 쳐다보았고 혈마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합니다. 사천당가 전체라니 아무리 그분의 말씀이라고 해도 불가합니다.”
“그분도 그러셨다. 허락해 주지 않을 것이라고. 그래서 이렇게 제안을 하라고 하더군.”
천마는 다른 이들이 들을 수 없게 공성 대사를 향해 전음을 날렸고 그 전음에 공성 대사의 표정이 시시각각으로 바뀌더니 이내 밝은 미소로 바뀌었다.
“그런 거라면 좋습니다. 그렇게 하기로 하죠.”
공성 대사는 환한 미소로 천마의 멱살을 놓아주었고 천마는 별거 아니라는 듯 손으로 옷깃을 정리하더니 그대로 돌아섰다.
“그럼 이만. 가 보도록 하지.”
“아직 술이 남았는데 한잔이라도 하시는 건 어떻습니까?”
공성 대사가 자신의 발밑에 놓인 술병을 들며 흔들었지만 그 술병은 간신히 버티고 있었다는 듯 이내 가루가 되며 터져 나갔다.
“이제 없는 것 같군. 다음번엔 이야기를 끝까지 듣는 게 좋을 거다.”
“그러게 말입니다. 아까운 기루가 날아가 버리다니 조금 아쉽군요.”
“기루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오늘은 그분을 봐서 참았을 뿐. 다음번에도 이런다면 이리 좋게 대화가 오가진 않을 거야.”
짙은 살기가 담긴 천마의 말에 공성 대사의 입꼬리는 잠시 꿈틀거리더니 이내 다시 치솟아 올랐다.
“예. 그럼 그때를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천마와 혈마가 떠나간 자리.
공성 대사는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그들이 떠나간 자리를 바라보더니 이내 고개를 돌려 주변을 둘러봤다.
“태허 진인.”
“예, 맹주님.”
“맹에 알려 사천당가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하게. 당철삼은 물론 죽었다는 당하경까지 모조리 말이야. 만약 조사를 거부한다면 처리해도 좋아. 어차피 독왕을 대신할 자는 널렸으니까 말이야.”
“알겠습니다.”
공성 대사의 명령에 태허 진인이 주변을 둘러보며 손짓했고 그 손짓을 본 일부의 사람들이 빠르게 밖으로 빠져나갔다.
“당철삼……. 믿고 맡겼더니 네가 감히 부처이자 무림의 중심인 나에게 수치를 줘? 그 대가는 내가 톡톡히 치르게 만들어 주마.”
* * *
모용진이 관주와 만남을 가진 그날.
그는 오후에 바로 이학년으로 월반이 되었다.
월반을 하게 되면서 모용진은 이학년의 수업을 들어야만 했지만, 그는 그 어떤 수업도 신청하지 않았다.
아무거나 들어도 상관은 없었지만 이미 모용진은 백호학관 관주와 부관주에게 이곳을 토대로 삼을 것이라 선언했고 가르침도 무용하다고 당당히 선포했기에 수업을 들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물론 이렇게 되면 진학에 문제가 생기게 되지만 백호학관에는 모든 수업을 듣지 않아도 그걸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백호학관 오십대고수의 반열에 들어가는 것.
백호학관은 철저한 실력주의의 학관이었고 만일 오십대고수의 반열에 들어간다면 학업을 이수하지 않아도 졸업이 가능했다.
한마디로 누군가의 가르침 없이 개인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도 만들어 둔 것이었다.
꼭 누구에게 배워서만 성장이 가능한 것이 아니었으니까.
백호학관의 관주인 백두철은 이런 것까지 세세하게 생각하여 백호학관을 이끌어 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것치곤 약하단 말이지. 다른 학관에 비해.”
“응? 뭐라고?”
“아니, 백호학관 말이야. 이렇게 교육에 진심이고 실력주의를 표방하고 있는데 정작 사신무의 성적을 보면 최하위잖아?”
“그거야 지원 수준이 달라서 그런 거 아닐까? 듣자 하니 청룡학관에서는 식사때마다 단약을 지원해 준다는 말도 있던데.”
“하…… 거긴 아주 돈이 썩어 나나 보네? 참 나…….”
모용진과 진가은이 평범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 같았지만 사실 그렇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지금 진가은은 모용진의 아래에 깔려 있었으니까.
지금 진가은은 바닥에 엎드린 채 팔굽혀펴기를 하고 있었고 모용진은 그 위에 편안하게 앉아 있었다.
기숙사 내에서 이러고 있는 이유는 바로 모용진이 하루에 한 번 진가은의 수련을 도와주는 시간이기 때문이었다.
“그것보다 볼 때마다 신기하네.”
“뭐가?”
“아, 네 가슴 말이야.”
“응? 내 가슴이 어때서?”
“아니, 네 얼굴을 보면 왠지 뭔가 달려 있어야만 할 것 같은데 아무것도 없잖아. 그래서 신기하단 거지.”
“그럼 남잔데 당연히 없지! 대체 뭘 바라는 거야?”
상의를 탈의하고 있는 진가은은 모용진이 기대하고 있던 것과는 다르게 탄탄한 근육질 몸을 가지고 있었다.
뭐, 당연한 거였다.
진가은 그는 진짜 남자였으니까.
하지만 이상하게도 모용진은 뭔가가 아쉬운 듯한 느낌이었다.
“아니, 얼굴은 웬만한 여자들보다 곱게 생겼는데 상체가 엄청난 근육질이니 괴리감이 너무 크잖아.”
“그럼 어쩌라고. 내가 이 얼굴로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났게?”
“부러워서 그런다. 내 얼굴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지. 아, 괜히 친해졌나?”
모용진은 시시콜콜한 농담을 던지며 진가은의 뒤통수를 한 대 때렸다.
“어허. 느려진다, 느려져. 잡담한다고 집중력이 떨어지면 쓰나?”
“우씨…… 지가 말 걸어 놓고!”
툴툴거리기는 하지만 진가은은 모용진의 말에 곧바로 자세를 고쳐 잡으며 다시 집중하기 시작했다.
“내공도 중요하지만 그걸 받치는 그릇인 신체도 중요하지. 그러니까 백 개 추가.”
“그래서 제갈영 군사님은 어때? 네가 생각한 만큼 기대에 부응하는 사람이야?”
“그건 갑자기 왜?”
“그거야 나도 이젠 흑천파의 일원이니까. 네가 갑자기 구출해 온 사람을 떡하니 총군사라는 큰 자리에 올려 뒀으니 궁금해서.”
“호오…… 이젠 네가 내 걱정을 다 하는구나?”
“그건 모르겠고 대답이나 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지금은 너보다 백 배…… 아니, 천만 배는 더 귀중한 인력이니까.”
“무슨 근거로?”
“내가 그녀를 시험해 볼 겸 일 년 치 과제를 네 개 정도 내 줬었거든? 근데 한 달도 안 돼서 벌써 두 개를 해결하더니 이번엔 나도 어찌해야 할지 모를 문제 두 개를 쉽게 해결해 버리더라고. 아직 확실한 건 아니긴 하지만 그녀의 말대로 되면 문제없이 해결되겠지.”
“뭐야. 생각보다 더 대단한 사람이라는 거야?”
진가은의 놀라는 말투에 모용진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어쩌면 우리는 지하동굴에 갇혀 있던 용을 구출해 낸 건지도 몰라. 친우의 딸이라 못 본 척할 수 없었던 건데 이런 행운이 찾아올 줄이야. 옛날엔 그냥 코흘리개 여자애였는데 말이지. 말도 제대로 못 하는 그런 애가 어느새 숙녀가 다 되었다니, 참…….”
곧바로 감성에 빠져 버린 모용진의 목소리를 듣던 진가은은 갑자기 멈춰섰다.
“여운, 그…… 설마 지금 친우의 딸을 노리고 있는 건 아니지?”
“아쉽게도 전혀 내 취향이 아니네요. 빨리 움직이지 못해? 너 힘들어서 그러지?”
“쳇.”
들켰다는 듯이 혀를 찬 진가은은 다시 움직이면서도 슬쩍 모용진의 얼굴을 살폈다.
이제 막 약관이 넘은 젋은 이십 대의 청년.
하지만 그 안에 한때 광마이자 무림맹주였던 천기린이 있었다.
평소엔 전혀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으나 가끔 이렇게 세월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땐 그의 내면에 있다는 천기린이 떠올랐다.
‘이게 흔히 말하는 기연(奇緣)이라는 거겠지.’
기연이라는 것은 흔히 주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어쩌다 보니 친구라는 상태로 맺어진 정말로 기이한 인연.
진가은은 곤륜을 위해서도 그리고 자신을 위해서라도 이 기회를 놓칠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그는 아직 모르고 있었다.
모용진이라는 사내가 걸어가는 그 길에 얼마나 많은 자들의 피가 흐를지 그리고 자신이 그 길에 이미 올라타고 있다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