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 Demon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78
광마전생 (78)
이화신공.
모용진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대충 말하고 지나간 것이었지만 사실 이화신공은 엄청난 무공이었다.
이화신공은 옛 화산파에서 갈라져 나온 ‘열화문(烈火門)’이라는 문파의 절기로 극강의 양을 추구하는 무공이었다.
열화존자(烈火尊者)라는 이화신공의 창시자를 마치 신처럼 모시는 열화문은 화산에서 갈라져 나와 순식간에 그 세를 불려 나갔는데 이는 이화신공이 매우 강력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극양(極陽)을 추구하였기에 열화문은 오직 남자만 받아들였고 이에 섬서에서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섬서에는 화산과 종남산을 두고 화산파와 종남파가 그 세를 꽉 잡고 있었는데 화산에서 떨어져 나온 열화문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자리를 잡자 무림에 뛰어들고자 하는 지역의 모든 남자들이 열화문으로 몰리게 된 것이었다.
그로 인해 화산에는 여성들만이 잔뜩 몰려왔고 종남파는 이보다 더 심했다.
종남파는 오랜 옛날부터 여자를 들이지 않았었고 그 때문인지 열화문이 화산에서 빠져나온 그해 종남파에 들어오려고 한 신규 수련 생도가 열 명도 채 되지 않은 것이었다.
한 해는 버틸 만했으나 일 년, 이 년 그리고 오 년이 지나고도 그 상황에 변함이 없자 종남파와 화산파에는 비상이 걸렸다.
결국 화산과 종남은 손을 잡고 열화문을 몰아내고자 했다.
하지만 그새 세가 불어난 열화문은 화산과 종남의 협박에도 꿈쩍도 하지 않았고 결국 문파간의 전쟁이 일어났다.
아무리 이화신공이 강력하고 열화문의 문파원들이 고강하다고 하여도 화산은 화산이었고 종남은 종남이었다.
무구한 역사를 가진 두 문파가 힘을 합쳐 원로까지 대동하여 열화문을 치니 열화문은 손 쓸 새도 없이 순식간 무너져 내렸다.
많은 사상자를 낸 것은 아니었지만 문파의 근간이 무너져 내릴 정도로 열화문은 짓밟혔고 종남과 화산은 섬서에서 떠나면 목숨만은 살려 주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그사이 화산에서 다시 열화문을 흡수하고자 시도했지만 열화문은 이를 거부.
산서로 문파를 옮기고 재건에 힘썼지만 결국 실패했고 이화신공은 아주 적은 전수자를 통해 간간이 명맥을 유지해 왔지만 결국 그 명맥이 끊기고 말았다.
하지만 이것은 모두에게 알려진 이야기일 뿐.
화산과 종남의 치부라고도 알려진 이야기지만 실제론 그 뒷이야기가 더 있었다.
화산은 섬서를 떠나는 열화문을 그대로 둬선 안 된다고 생각했고 스물네 명으로 이루어진 이십사수매화검수와 당대 최고의 화산검수라고 불린 매화검존(梅花劍尊)을 투입시켰다.
이미 한차례 큰 피해를 입었던 열화문은 그들을 도저히 막을 수 없었고 거의 모든 문파원들이 사망하고 비급과 보물도 화산에 모두 빼앗기게 된다.
그래서 우연히 화산을 털었던 천기린의 손에 이화신공의 비급이 들어오게 된 것이었다.
너무나도 강력하여 그 문파마저 소멸하게 만든 무공.
그것이 바로 지금 모용진이 펼치고 있는 이화신공이었다.
“이럴 수가…….”
“정말로 이화신공이라는 말인가.”
오래전 유실된 무공이지만 백두철이나 황보유선들이 한눈에 알아본 것은 이 이야기가 무림에선 꽤나 유명한 이야깃거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화신공의 호흡법인 화룡호염술(火龍呼炎術)과 검신이 붉게 타오르는 특징은 너무나도 인상적이었기에 오히려 못 알아보면 이상할 정도였다.
초열권에 이어 이화신공까지.
모용진의 몸에서 일어나는 엄청난 불꽃에 그를 바라보는 관중들은 이미 모두 매료된 상태였고 너무나도 멋있는 그 모습에 두근거리는 가슴을 주체하지 못하고 부여잡는 이들도 있었다.
물론 그 모습을 편히 보지 못하는 이도 있었으니 바로 그를 상대해야 하는 정인 사태였다.
그녀는 이미 마음 같아선 비무를 포기하고 내려가고픈 심정이었다.
여동과 이여립의 비무를 봤던 그녀는 그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자신의 연검은 변화무쌍하지만 끊임 없이 접근해 오는 권법 같은 무공에 매우 약한 편이었다.
그래서 정인 사태는 백보신권을 사용하는 사대고수인 여동과 붙는 것을 꺼릴 정도였는데 모용진은 그런 백보신권을 가볍게 제압하는 권법을 구가했다.
게다가 그 화려한 불꽃에서 느껴지는 방대한 내기에 격차를 느끼고 그저 한 수 배우자는 생각으로 이 연무장에 오른 것이었는데 ‘이화신공’이라니.
뭔가 의지가 깎여 나가는 듯한 느낌이었지만 정인 사태는 애써 마음을 진정시켰다.
‘그래…… 권법이 아니라 검이니 오히려 상대하기 쉬울지도 몰라. 저 녀석의 검술 실력은 아직 밝혀진 게 없으니.’
애써 검술 실력이 좋지 못할 거라 마음을 위안하던 정인 사태의 귀로 모용진의 목소리가 흘러들어 왔다.
“선배님, 시작해도 되겠습니까?”
“응? 아, 아, 그래…….”
모용진의 말에 정인 사태는 살짝 당황했지만 이내 포권을 하며 머리를 숙였다.
“백호학관의 사학년 아미파 출신의 정인 사태라고 한다.”
“백호학관의 이학년 이여립이라고 합니다.”
그들이 고개를 들자 심판은 연무장 아래로 내려갔고 연무장은 순식간에 터질듯한 함성으로 뒤덮혔다.
“와아아아!”
“이화신공을 내 눈으로 볼 수 있게 될 줄이야!”
“열화존자(烈火尊者)의 재강림이다!”
“열화존자! 열화존자!”
누군가의 선창에 열화존자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울려 퍼지더니 순식간에 연무장을 가득 메웠다.
“하하. 열화존자라니……. 아직 미숙한 저에게 그런 대단한 분의 별호를 붙이면 곤란한데 말입니다.”
모용진의 너스레에 정인 사태는 이상하게도 긴장감이 확 풀리는 것을 느꼈다.
“아직이라고 한다면 후배님은 언젠가는 그런 존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군요.”
“선배님을 앞에 두고 부끄럽습니다만 목표는 높을수록 좋다고 하지 않습니까? 저는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기에 그 정도는 당당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당당한 모용진의 말에 호감을 느낀 정인 사태는 그 순간 안심했다.
적어도 이 남자가 비무 중에 실수라도 자신을 죽이진 않을 거란 확신에.
두려움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해소가 되자 정인 사태의 가슴에서 무림인의 투지가 끓어올랐다.
“한 수 부탁드리겠습니다, 후배님.”
“저야말로 한 수 부탁드립니다, 선배님.”
모용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먼저 자리를 박차고 튀어 나간 것은 정인 사태였다.
자신이 모용진의 아래임을 인지한 그녀는 지금의 비무에서 하나라도 더 얻기 위해 노력하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런 진지한 정인 사태의 모습에 모용진은 속으로 기분 좋게 미소 지었다.
‘아직도 이런 무림인이 남아 있다니. 그나마 다행이군.’
모용진은 통합무림을 증오할 뿐. 무림 전체를 증오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무공을 사랑하고 무림을 즐기는 남자.
그렇기에 모용진은 진심을 다해 정인 사태의 검을 받아 주었다.
“선연검(仙軟劍) 제일초식 선수지언(仙繡地言)!”
연검은 변화무쌍화면서도 빠른 것이 특징.
마치 채찍처럼 휘어지며 내리꽂히는 검은 바닥에 글자를 수놓듯이 마구 흔적을 만들어 냈다.
이 정도의 위력을 가진 검은 모용진이라면 쉽게 날려 버릴 수 있었지만 모용진은 그러지 않았다.
몰아치는 연검을 하나하나 받아 주었고 그 틈이 보일 때마다 매섭게 받아쳤다.
불쑥 들어오는 모용진은 검은 매우 매서웠지만 정인 사태가 피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리고 더 찔러 들어올 수 있음에도 회수되는 검격을 보며 정인 사태는 모용진이 일부러 가르침을 내려 주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기에 정인 사태는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선연검의 일초식부터 십이초식까지 최선을 다해 펼치기 시작했고 모용진은 이를 모두 받아 주며 빈틈을 노려 반격하기도 했다.
비무가 아닌 가르침의 장이 돼 버린 연무장.
하지만 그 사실을 아는 것은 오직 모용진과 정인 사태뿐이었고 관중들이 보기에는 그저 현란함의 극치를 뽐내는 비무의 한 장면이었다.
폭풍처럼 몰아치는 정인 사태의 연검과 그것을 모두 받아 내며 반격하는 모용진의 화려한 불꽃.
그 화려하고 현란한 무의 세계에 관중들의 눈은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선연검의 마지막 십이초식.
‘선접일신(仙蝶一身)’.
마치 나비와 한 몸이 된 듯 나풀거리는 연검이 변화무쌍한 궤도로 모용진의 전신을 노리며 쏟아져 내렸지만 모용진은 오히려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며 검을 내질렀다.
연검과 화염을 휘감은 검이 부딪치며 터져 나오는 화려한 불꽃.
불꽃은 한층 더 거세지기 시작하더니 연검이 흩뿌리는 환검을 모조리 집어삼켰고 이내 정인 사태의 전신을 휘감았다.
화륵!
거친 소리와 함께 모용진과 정인 사태를 휘감은 화염이 순식간에 걷혀 나갔고 잠시 후 그들의 모습이 드러났다.
꺾여 바닥을 향한 정인 사태의 연검과 정확하게 정인 사태의 목을 향하고 있는 모용진의 검.
승패는 누가 봐도 뻔한 상황이었고 정인 사태는 미소와 함께 손을 들었다.
“제가 졌습니다.”
정인 사태가 패배를 시인하는 그 순간 장내는 열화와도 같은 함성 소리가 우렁차게 퍼져 나갔다.
그도 그럴 것이 정인 사태와 모용진의 비무는 평생 잊히지 않을 정도의 명승부로 보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검이 일으키는 환영과 모용진의 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꽃은 너무나도 화려했고 불꽃이 날아가는 강렬한 마지막 장면은 모두의 뇌리에 깊게 새겨졌다.
엄청난 환호성을 들으며 모용진은 검을 거두었고 정인 사태도 자신의 검을 회수했다.
서로를 마주 보고 포권을 취한 둘은 동시에 고개를 숙였다.
“한 수 가르침 감사합니다, 선배님.”
“제가 할 말입니다, 후배님. 오늘의 비무 잊지 않고 가슴에 새기겠습니다.”
마무리까지 완벽한 그들의 모습에 눈물을 훔치고 있는 자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백호학관의 관주 백두철이었다.
“드디어. 우리 백호학관에서도 용이 나오는구나! 아니, 용이 무어냐. 그는 신이야! 하늘님께서 백호학관에 내려 주신 구세주!”
“천지신명이시여 감사하옵니다. 감사하고 또 감사하옵나이다.”
한술 더 떠 천지신명께 감사의 인사를 올리는 황보유선.
둘은 자리에서 일어나 서로를 잠시 바라보더니 팔을 벌려 부둥켜안았다.
“해냈습니다.”
“맞습니다! 우린 해냈습니다! 그동안의 치욕과 설움. 나는 아직 잊지 않았습니다.”
“암, 그렇고말고요. 갚아 줘야 합니다. 갚아 줘야 하고말고요!”
그들은 다른 심사관의 눈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부둥켜안은 채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사신무(四神武) 갑시다! 그 빌어먹을 사신기제에 우리의 영웅을 보여 주는 겁니다!”
“그렇고말고요! 그 빌어먹을 깃발은 이제 우리 겁니다! 우리 거!”
이미 모용진이 사신무의 우승이라도 한 듯 그들은 끊임없이 기뻐했고 또 기뻐했다.
그동안 그들이 백호학관의 관주와 부관주로서 얼마나 서러웠는지 알 수 있는 모습이었다.
연무장에서 내려오며 그들의 모습을 본 모용진은 몰래 입꼬리를 올렸다.
“좋아. 계획대로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