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 Demon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80
광마전생 (80)
화산파 출신의 이대고수 백문.
그는 화산의 삼대제자인 백자배 중에서도 꽤나 실력이 좋은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백호학관에 들어온 이유는 일대고수가 되어 보기 위해서.
왠지 백호학관에서라면 자신이 일대고수가 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실은 생각보다 녹록지 않았다.
무당파 출신의 장선강.
그와 같이 입학한 지금의 백호군은 항상 조금씩 자신을 앞서 나갔다.
그런 그에게 백문은 재능이라는 벽을 느꼈지만 단 한 번도 포기한 적은 없었다.
그런데 지금 그는 검을 떨구고 비무를 포기하고 있었다.
거대한 벽.
아니, 감히 오르지 못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산을 대면했기에.
챙그랑!
“제…… 제가 졌습니다.”
무릎을 꿇는 백문의 모습에 여기저기서 사람들의 함성이 터져 나왔고 모용진은 그 함성을 들으며 검을 회수했다.
“감사합니다, 선배님”
최종 결선에 올라가는 마지막 비무.
그 경기에서 모용진이 내민 것은 딱 한 수였다.
화산의 정수라고도 불리는 이십사수매화검법(二十四手梅花劍法)을 화려하게 휘둘러 오는 백문의 검을 가볍게 흘려 버리면서 목에 검을 가져다 댄 것이었다.
단 한 수만의 패배.
그 충격에 백문은 주저앉았다.
그리고 약 한 시진 뒤 치러진 백호비무제 최종 결선.
모용진의 상대는 그가 예상했던 대로 장선강이었다.
단정한 용모와 부드러운 느낌.
무당파의 특징을 그대로 담은 듯한 장선강은 여유로운 미소와 함께 연무장을 올라오더니 모용진을 향해 다가갔다.
“대단한 후배님이시더군. 백문을 단 일검에 굴복시키다니 말이야.”
“처음 뵙겠습니다, 선배님. 백호학관의 이학년 이여립이라고 합니다.”
“무당파 출신의 ‘백호군’, 장선강이다.”
포권을 취한 채 서로 인사를 나누자 심판은 자연스럽게 연무장을 내려갔고 그 순간부터 연무장 위의 긴장감이 확 올라갔다.
장선강은 포권을 풀자마자 곧바로 자세를 잡았고 모용진 역시 검을 꺼내 들었다.
“하지만 불행히도 장선강이 초식을 펼칠 수 있는 기회는 없었다.”
“응?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더냐?”
“이런 말입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장선강은 갑자기 눈앞의 세상이 핑그르 도는 느낌이었다.
아니, 사실 그는 정말로 허공을 한 바퀴 돌고 있었다.
털썩!
회전력이 약해지자마자 바닥에 쓰러진 장선강.
그런 그의 얼굴 앞에 모용진의 검이 드리워졌다.
“제가 이겼습니다.”
“…….”
모용진의 말에 쓰러진 장선강이 할 수 있었던 것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것이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선배님. ‘백호군’의 호칭은 제가 가져가겠습니다.”
백문은 일검이라도 내지를 수 있었으나 장선강은 검도 휘둘러 보지 못한 채 패배했다.
이는 모두 모용진의 계획이었다.
어제는 모두의 이목을 끌고 ‘이여립’이라는 이름을 세상에 선보이기 위해 최대한 화려한 것들을 보여 준 것이라면 오늘 모용진이 보여 주고 싶은 것은 바로 ‘강함’이었다.
백호학관의 일대고수와 이대고수를 단 일검에 제압하는 ‘강함’.
그걸 보여 줘야 했던 이유는 간단했다.
더 이상 그 누구도 자신에게 도전할 생각을 갖지 못하게 하는 것.
확실하고도 압도적인 강함으로 백호학관의 모두가 인정하는 일인자가 되기 위해서였다.
“엄청나군요.”
“저희의 상상을 아득하니 뛰어넘는 아이인 듯합니다.”
단 일검 만에 장선강을 쓰러뜨린 모용진을 바라보며 백두철과 황보유선은 거침없이 감탄사를 내뱉었다.
방금 전에 모용진이 펼친 엄청난 무위.
그것을 제대로 본 것은 아마 몇 되지 않을 것이다.
모용진의 검이 눈에 잘 보이지도 않을 속도로 장선강의 발을 검 등으로 쳤고 다시 원래의 자세로 돌아왔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깔끔하면서도 재빠른 그 일검은 백두철과 황보유선에게 하나의 질문을 던질 정도였다.
‘과연 나였다면 저 검을 막아 낼 수 있을까?’
모용진을 바라보는 백두철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준수한 외모에 탄탄한 몸 그리고 큰 포부와 자신감을 가진 남자.
그 뛰어난 실력으로 세상을 빛낼 무림의 새로운 피가 눈앞에 있는 것이었다.
백두철은 생각했다.
이여립이라면 반드시 더 높은 곳에 오를 것이며 그의 행보 하나하나에 무림의 판도가 바뀌게 될 것이라고.
그런 그가 백호학관을 토대로 삼겠다는 것은 백두철에게 있어서 크나큰 행운이었고 기회였다.
‘토대는 개뿔. 내 간이건 심장이건 모두 내주마!’
“흐흐흐.”
“흐흐흐흐…….”
기쁨을 주체하지 못한 백두철의 입에서는 웃음소리가 흘러나왔고 이는 황보유선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그때 백두철의 눈앞에서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벌어졌다.
쓰러진 장선강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연무장을 내려가는 모용진을 향해 검을 휘두른 것이었다.
“네 이놈! 무슨 사술을 부린 게냐!”
장선강은 자신이 패배했다는 것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고 그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여 검을 휘두른 것이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것마저 모용진에게는 준비된 계획 중의 하나일 뿐이었다.
장선강은 약관이 조금 지난 팔팔한 청년.
게다가 실력도 있고 백호학관에서 백호군으로 군림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정신을 차려 보니 자신이 비무에 패해 바닥에 누워 있다면 납득하지 못하는 것도 당연했기 때문이다.
무당파의 상징인 태극검(太極劍)이 한지에 먹을 뿌린 듯 내공을 퍼뜨리며 모용진의 목 뒤를 노렸고 이는 모든 이로 하여금 경악을 금치 못하게 했다.
도가 중의 도가인 무당파의 제자가 내지른 살초.
문제는 그 살초를 펼친 대상이 마귀도 아닌 평범한 백호학관의 후배였고 비무를 패배한 직후 벌어진 상황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충격에 빠진 것이었다.
하지만 모두의 앞에서 끔찍한 일이 벌어지는 일은 없었다.
앞서 말했다시피 모용진은 이 모든 사실을 알고 있었으니까.
키이잉!
장선강은 눈앞에 펼쳐진 상황에 혼이 쏙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
분명 혼신의 힘을 담아 내지른 검이었는데 모용진의 목을 꿰뚫지 못하고 그대로 휘어 버린 것이었다.
‘설마…… 호신강기(護身罡氣)?!’
카앙!
검이 부러지며 튕겨 나갈 때 장선강은 생각했다.
자신은 이제 완전히 끝나 버렸다고.
* * *
흑천(黑天).
흑제(黑帝)인 도원영을 주체로 현 흑도들의 위에 군림하고 있는 그들은 옛 무림맹이 있던 절강 항주 근처에 본거지를 두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엔 평범해 보이는 객잔.
하지만 그 지하에는 땅굴로 이어지는 거대한 계단이 있었고 그곳을 따라 쭉 내려가면 흑천의 본거지 ‘흑마루(黑魔樓)’가 존재했다.
지하에 있지만 수십 수백 개의 야명주가 밝혀 주고 있는 이곳은 한때 무림맹의 중요 인사들의 도피처로 만들어진 곳이었다.
하지만 무림맹이 하남으로 이동하게 되고 그로 인해 당연히 이곳도 버려졌었기에 지금 그곳을 흑천이 차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주모적. 넌 돼지 다리가 그렇게 좋냐? 거참 너무 먹어 대는 거 아냐?”
“닥쳐라, 양조양. 식사하는 데 방해다.”
주모적.
흑천의 삼장로인 그는 엄청난 덩치와 뱃살을 가진 남자였다.
그에 비해 이장로인 양조양은 무척이나 왜소하며 뼈가 앙상하게 드러날 정도로 몸이 얇았다.
“주모적 지금 우린 식사하러 모인 게 아냐, 인마. 처맞고 싶어?”
주모적을 도발하는 대머리의 남성.
그는 흑천의 제사장로 진철포였다.
“뭐? 죽고 싶은 거냐, 진철포?”
“네가? 날?”
한바탕 싸움이 일어날 것만 같은 분위기.
팽팽한 살기가 그들 사이로 흘러가는 그 순간 문이 열렸고, 그 소리에 흑천의 장로들은 일순 굳어 버렸다.
“지금 뭐 하는 거지? 내가 싸움이나 하라고 모이게 한 건 아닌데 말이야.”
날카롭고도 차가운 목소리.
그 목소리의 주인은 바로 흑제 도원영이었다.
도원영이 나타나자마자 양조양들은 재빠르게 자신의 자리를 찾아 앉았고 서로 눈치를 보며 도원영을 주시했다.
“대답은?”
“죄송합니다!”
“그래. 회의를 시작하기 전에 오늘 운호는 하남에 갈 일이 있기에 참석하지 못했다. 참고하고. 자, 그럼 회의를 시작해 볼까.”
회의를 시작하자는 말과 함께 양조양부터 보고를 시작했다.
그들이 보고하는 것은 바로 자신이 맡은 흑도들에 대한 것.
특이 사항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보고가 주를 이뤘고 각 흑도들의 내부 분위기와 재정 상태까지 꼼꼼히 나열하고 있었다.
“그렇군. 전체적으로 문제가 없다, 이렇게 받아들이면 되는 건가?”
“예, 그렇습니다.”
“그럼 밀객에 관한 건은 어떻게 됐지? 다들 아무런 저항 없이 정착에 성공했나?”
“예. 모두 별다른 저항 없이 정착한 것 같습니다.”
“장강 쪽은? 장강왕이 상당히 불쾌해했다고 들은 것 같은데.”
“그렇긴 했지만 결론적으로는 별다른 거부 없이 받아들였습니다.”
“그렇군.”
모두의 보고를 들으며 손으로 탁상을 두들기던 도원영은 어느 순간 갑자기 손가락을 멈추더니 고개를 돌렸다.
“양조양.”
“예.”
“위에서 공문이 내려왔다. 그분이 그러시더군. 요즘 흑도들이 너무 조용하다면서 말이야.”
흑도가 조용하단 도원영의 말에 양조양이 살짝 어깨를 떨더니 그를 바라봤다.
“그럼…… 시끄럽게 만들란 말씀이십니까?”
“이제부터 천천히 시작하라는 말씀이신 듯하다. 그쪽에 관한 것은 준비되어 가고 있나?”
“이미 준비는 모두 끝났습니다. 흑제께서 명령만 내리신다면 당장이라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양조양의 말에 도원영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옅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좋아. 그럼 흑룡파(黑龍派)부터 조용히 시작하도록 하지. 지금부터 차근차근히 잘 밟아 놔야 나중에 꿈틀거리지도 못할 것이다. 모든 것은 흑천 그리고 통합무림을 위해서!”
“위해서!”
“위해서!”
도원영의 선창에 장로들이 뒤따라 소리치더니 이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뿔뿔이 흩어졌다.
마지막에 내뱉은 도원영의 말이 일종의 축객령이었기 때문이다.
혼자남은 도원영이 탁상 위의 장서를 들어 읽기 시작하자 그의 곁으로 검은 그림자 하나가 허공에서 떨어졌다.
“흑제 님.”
“무슨 일이냐.”
“하오문에서 정보 하나가 들어왔습니다.”
“정보?”
“은월령과 은월신보에 관한 정보입니다. 섬서의 옆에 있는 감숙의 한 마을에서 그 흔적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그림자의 말에 도원영이 깜짝 놀란 듯 두 눈을 크게 뜨더니 들고 있던 장서를 내팽개치며 그를 노려봤다.
“그게 사실이더냐!”
“아직 확실하게 확인하지는 못했으나 하오문의 정보에 따르면 정확하다고 합니다.”
“당장. 감숙으로 사람을 보내어 확인하라. 그리고 그 정보가 확실하다면 나에게 곧바로 알리도록.”
“예. 명을 받들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그림자는 연기처럼 그 자리에서 사라졌고 다시 혼자 남게 된 도원영은 한숨을 내쉬며 의자에 걸터앉았다.
“은월령…… 그 가증스러운 종자들이 아직도 살아 있다니. 다 처리한 줄 알았는데 말이야.”
쿵!
도원영의 주먹이 탁상을 내려찍자 탁상 전체가 들썩이며 나뭇결이 박살이 나며 쪼개졌다.
“만일 이번 정보가 사실이라면 내 이번엔 기필코 그 씨앗의 뿌리까지 뽑아 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