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 Demon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84
광마전생 (84)
“사…… 살려 주십시오! 학생주임님!”
장선강은 하태벽을 발견하자마자 살려 달라며 크게 소리쳤다.
하지만 그를 붙든 모용진의 손은 풀리지 않았고 하태벽 역시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그 이유는 지금 둘이서 전음을 나누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인가?] [기숙사로 돌아가는데 장선강과 그 패거리에게 습격을 받았습니다. 숫자는 대략 백여 명 정도 되었고요. 이제 이놈이 마지막입니다.]모용진의 마지막이라는 말에 하태벽이 흠칫 놀랐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모용진의 그 엄청난 실력이라면 학관의 관도 정도야 그리 어렵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알겠네. 내 이번에는 모른 척 넘어가지. 허나 죽여선 안 되네. 자칫 잘못하면 무당파와 문제가 생길지도 모르니까.] [예. 감사합니다.]이쯤 되니 장선강 역시 그들이 전음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고 더 크게 소리를 바락바락 내질렀다.
“학생주임님! 전 장선강입니다! 백호군 장선강! 무당파의 후학이자 백호군인 장선강!”
“말은 똑바로 해야지, 장선강 관도. 지금의 백호군은 자네가 아니라 뒤에 있는 이여립 관도일세. 그리고 듣자 하니 자네가 먼저 무리를 이끌고 이여립관도를 습격했다더군. 아닌가?”
“그, 그건 후배가 너무 건방지게 굴어 따끔하게 혼을…….”
“아, 그랬군. 장선강 관도가 지금 따끔하게 혼을 내 주는 중이었던 건가?”
뭔가가 잘못 돌아간다는 것을 깨달은 장선강이 눈을 크게 뜨더니 아니라며 재빠르게 고개를 저었다.
“아, 아닙니다! 아무튼 저 좀 살려 주십시오! 제발 살려 주십시오!”
“무릇 무림인이란 자신이 한 행동에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하는 법. 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도와줄 것은 없을 것 같네. 이여립 관도.”
“예, 학생주임님.”
“너무 늦진 않게 하도록. 내일도 할 게 많지 않은가.”
“알겠습니다.”
“난 왠지 갑자기 따뜻한 차가 한 잔 마시고 싶어지는군. 한동안 여기로 오는 일은 없을 테니 잘 정리하게.”
“옙. 들어가십시오, 학생주임님.”
모용진의 깍듯한 인사에 하태벽이 손을 흔들며 몸을 홱 돌리자 다급해진 장선강이 소리를 질렀다.
“무당파가 두렵지 않으십니까 전! 무당파의…… 읍읍!”
모용진은 기세 좋게 떠드는 장선강의 입을 틀어막았고 하태벽은 조용히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이제 다시 단둘만이 남은 모용진과 장선강.
검을 뽑으며 반항이라도 한번 해 볼 만도 했지만 장선강은 이미 극도의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었다.
모용진을 상대로 도저히 검을 들어 올릴 자신감이 생겨나지 않는 것이었다.
“후, 후배님…… 한 번만 용서해 줘. 내 다시는 이런 일을 벌이지 않을 테니, 다시는…… 컥!”
싹싹 빌기 시작한 장선강에게 모용진이 대답 대신 날린 것은 주먹이었다.
“왜 그러실까? 이미 늦었다는 걸 잘 아시는 분이.”
그 순간 장선강의 눈앞에 도저히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멀리서 뻗어진 모용진의 손에서 검고 붉은 강기가 뿜어져 나오더니 순식간에 자신의 목을 붙잡은 것이었다.
“꺽……!”
순식간에 모용진의 손으로 빨려 들어간 장선강의 목.
엄청난 공포에 휩싸인 장선강이 마구 발버둥 쳤지만 모용진의 팔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발버둥 치는 장선강을 바라보며 모용진은 입꼬리를 올리더니 손으로 장선강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가리켰다.
“딱 여기서 여기까지만 팰게. 딱 이 정도만. 네가 방금 본 그것이 머리에서 지워질 때까지만 말이야.”
* * *
장선강이 무리를 이끌고 모용진을 습격했다는 소문은 삽시간에 퍼졌다.
물론 그 결과도 당연히 같이 퍼져 나갔고 그 후로 모용진을 습격하고자 하는 이는 귀신처럼 사라졌다.
왜냐하면 그 ‘장선강’이 완전 바보가 되어 버렸고 그날 습격했던 자들은 모두 어딘가 한 곳이 부러졌으니까.
그리고 그들 중에는 이제 평생 무공을 사용하지 못하게 된 이들도 있었다.
당연히 학관은 발칵 뒤집혔지만 벌을 받는 것은 모용진이 아니었다.
분노한 관주와 부관주는 그날 습격에 가담했던 이들을 색출하여 모조리 근신형을 내렸고 주모자였던 장선강과 무당파 출신의 관도 그리고 여동을 모조리 유급시키고 졸업할 때까지 매일 화장실을 청소해야 하는 벌을 내렸다.
그 이후 백호학관에서 모용진은 무소불위의 존재가 되었다.
관주와 부관주 그리고 학생주임이 그의 뒤를 지키고 있었고 백호패로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그 덕에 이득을 본 것은 단연 괴인삼방이었던 진가은과 왕세진이었다.
모용진의 부탁으로 진가은과 왕세진은 그와 함께 이학년으로 월반했고 모용진을 대동하는 하에 백호패를 사용하는 것도 허락을 받았다.
그렇게 백호비무제가 끝나고 이 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고.
괴인삼방이라는 별호가 백호삼군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을 무렵.
마침내 두 사람은 폭발하고 말았다.
“아니, 대체 언제 곤륜으로 갈 건데?!”
“은월령 안 가? 언제까지 날 잡아 둘 생각이야!”
그들이 이렇게 화가 난 이유는 무려 두 달이라는 시간이 지났는데도 모용진이 꿈쩍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은월령은 애초부터 그냥 모용진이 찾아가기로 한 곳이었고 곤륜 역시 그의 부탁으로 언제든지 장문인과 만날 수 있도록 준비를 마친 참이었다.
하지만 모용진은 이러한 저러한 핑계를 대며 학관에서 벗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뭐가 그리 급해. 천천히 가면 되지. 천천히 이제 시간도 많은데.”
“시간이 많다니! 꼭 곤륜에 무슨 일이 있는 것처럼 말해 놓고 아무런 이야기도 안 해 주잖아! 요즘 하루하루가 얼마나 조마조마한지 알아? 그리고 장문인에게 말씀드린 지가 벌써 두 달이야, 두 달! 나 같은 일개 소문주 따위가 아닌 문파의 장문인이시라고!”
“너 일부러 그러는 거지! 응?! 나랑 매일 같이 자려고 일부러 그러는 거 아냐! 빨리 은월령으로 가자니깐!”
“우선 곤륜은 아직 때가 되지 않았어. 그리고 왕세진, 내가 언제 같이 자자고 했냐! 니가 올라온 거지! 그리고 너 같은 유아 체형은 내 취향이 아니거든?”
“뭐? 유아 체형?!”
분노한 왕세진이 모용진을 향해 달려들었지만 모용진은 한 치의 거리낌도 없이 왕세진의 안면을 주먹으로 강타하여 날려 버렸다.
“큭…… 난 여자라고! 여자를 이렇게 무자비하게…….”
“그 인피면구나 벗고 말하시지. 아무튼, 둘 다 아직 때가 아니야. 조금만 기다리면…….”
그때 어디선가 후두득 소리가 들려오더니 창문 밖에서 전서구 한 마리가 방 안으로 날아들었다.
그 전서구는 잠시 허공을 한 바퀴 돌더니 모용진의 손 위에 안착했다.
전서구의 발에 매인 작은 쪽지.
모용진이 그 쪽지를 펼치더니 뭔가를 읽고 심각한 표정을 짓자 진가은과 왕세진도 덩달아 침묵했다.
“흐음…….”
“뭐야?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야?”
“아니. 뭐, 별건 아니고…….”
“흥. 또 홍혜아나 가서 진지한 척 이야기 나누다가 죽엽청이나 처마시겠지.”
왕세진의 날카로운 독설에 모용진은 피식 웃더니 들고 있던 쪽지를 왕세진을 향해 던졌다.
“뭐…… 뭐야?”
“아무래도 시험은 끝난 것 같네.”
“시험?”
“어. 그리고 은월령은 굳이 찾아가지 않아도 될 것 같아.”
“뭐야, 갑자기 은월령에 가지 않는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읽어 봐.”
모용진의 말에 왕세진은 조심스럽게 쪽지를 열어 보더니 그 글자를 보자마자 인상을 팍 찌푸렸다.
「사(死)」
아무것도 없이 ‘죽을 사’ 자만 적혀 있는 쪽지.
그런데 이 글씨가 그녀에 눈엔 미묘하게 많이 익어 있었다.
“이건…….”
“아무래도 직접 찾아왔나 봐. 좀 걸리긴 했지만 말이야.”
“갑자기 누가 찾아왔다는 거…….”
그 순간 날카로운 살기가 방 안으로 흘러들어 오더니 새하얀 연기가 순식간에 퍼져 나와 자욱해졌다.
“은월령.”
콰작!
모용진의 말이 끝나기가 나무가 박살 나는 소리와 함께 검은 인영들이 천장과 창문 그리고 방문을 통해 침입했다.
곧바로 모용진을 향해 펼쳐지는 살수.
세 개의 은빛 섬광이 정확하게 모용진이 있던 자리를 번뜩였지만 그들이 벤 것은 허공이었다.
“이야. 오랜만인걸. ‘은자검(隱刺劍)’은.”
그들의 뒤에서 나타난 모용진의 두 팔이 두 인영의 목을 낚아채더니 그대로 문밖을 향해 엎어치기를 하듯 던져 버렸다.
이로 인해서 드러난 커다란 틈.
검은 인영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모용진의 등에 검을 냅다 꽂았지만 놀랍게도 ‘팅’ 하는 소리와 함께 검이 부러졌다.
“왜? 길이가 짧은 만큼 내구성이 강한 소검이 부러져서 그러나? 그런데 너희들 정말로 숨길 생각이 없구나?”
모용진의 말에 검은 인영은 황급히 몸을 뒤로 빼려 했지만 그의 금나수를 피하지는 못했다.
“크윽!”
쾅!
모용진이 그 인영을 바닥에 냅다 꽂자 강한 풍압이 사방으로 퍼지며 방안의 연기를 바깥으로 몰아냈다.
연기가 사라지며 드러난 검은 인영의 정체.
놀랍게도 그 인영은 여성이었다.
아직은 앳돼 보이는 얼굴과 몸.
하지만 그녀의 눈빛이 말해 주고 있었다.
그녀는 그쪽 계열에서 일류 이상이라는 것을.
콱!
“윽…… 아호, 아파라. 그렇게 급하게 깨물면 쓰나.”
여성은 붙잡혀 동료에게 방해가 되기 전에 자결하려고 했지만 모용진의 손이 더 빨랐다.
강하게 깨문 그녀의 이 사이에서 독단을 제거한 모용진은 그녀의 눈앞에서 그것을 흔들어 보였다.
“앞으로 내 귀중한 전력이 될지도 모르는 애들을 죽일 순 없지.”
여성이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한 표정을 짓는 그때.
모용진의 머리 위로 무척이나 차가운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손 놔라.”
모든 걸 얼려 버릴 듯한 차가운 목소리에 모용진이 고개를 들어 올리자 그곳에 있는 것은 그 목소리와 완전 정반대되는 외모를 가진 여성이었다.
곱게 묶어 올린 타오르는 듯한 붉은 머리카락과 진한 피부색.
하관은 붉은 천으로 가려 보이지 않았으나 오뚝한 콧날은 숨기지 못했고 눈매는 마치 매의 것처럼 날카로웠다.
머리카락에 이어 걸치고 있는 피풍의(避風衣)와 무복마저 새빨간 그녀는 마치 하나의 불꽃 같아 보였다.
“세 번 말하지 않는다. 놔라.”
날카로운 눈매에서 뿜어져 나오는 어마어마한 살기.
이런 진득한 살기는 사굴에서 되살아난 이후 처음으로 느껴 보는 모용진이었다.
“이야…… 정말 많이 컸는데. 이런 걸출한 여인을 배출해 낼 정도라니.”
모용진의 말에 그녀는 인상을 살짝 찌푸리더니 정말로 세 번 말하지 않고 곧바로 몸을 움직였다.
그녀의 신형이 거의 사라지다시피 움직이더니 어느새 모용진의 앞에 다가와 그의 멱살을 붙잡았다.
붕 떠오르는 느낌과 함께 모용진은 벽을 향해 내던져졌지만 그는 허공에서 재빠르게 몸을 뒤집으며 벽면에 안착했다.
신기할 정도로 놀라운 재주에 박수가 나올 법도 했지만 아쉽게도 그런 상황은 아니었다.
“대화를 나누기엔 조금 좁은 것 같은데, 우리 밖으로 나가는 게 어때?”
모용진이 밖으로 나가자며 말을 걸었지만 그사이 쓰러진 동료를 밖으로 내보낸 그녀는 대답 대신 품에서 소검을 꺼내 들었고 곧바로 모용진을 향해 뛰어들려 했다.
하지만 모용진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는 어딘가를 향해 손을 뻗었고 당장이라도 달려들 것 같던 그녀는 그 손을 보자마자 곧바로 멈춰 섰다.
“미안하지만 우리에게 인질이 있다는 걸 까먹은 건 아니겠지?”
모용진의 손이 향한 곳.
그것은 바로 왕세진의 목이었다.
“쯧.”
혀를 차는 소리와 함께 그녀는 왕세진과 모용진을 번갈아 쳐다보더니 들고 있던 소검을 품에 다시 집어넣었다.
“좋아. 그럼 지금부터 우리 같이 대화를 나누기 위한 대화를 조금 해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