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 Demon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91
광마전생 (91)
“제가 오늘 이곳 당가에 들른 이유는 가주님께 좋은 제안을 하나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좋은 제안?”
“예.”
“곤륜의 소문주께서 내게 좋은 제안을 한다. 음…… 그럴 것이 있긴 한지 모르겠으나 일단 들어 보기라도 해야겠지요.”
지금 곤륜이 그럴 상황이 되냐라는 말을 빙 둘러 말하는 당철삼을 보며 진유혼은 눈앞에 있는 냉차를 들어 마셨다.
그 모습에 당철삼이 살짝 의외라는 듯 눈썹을 들어 올렸고 진유혼은 진한 차의 향을 음미까지 하며 차를 전부 마시더니 보란 듯이 내려놓았다.
“가주님과 마시는 차라 그런지 차의 향이 참으로 좋습니다.”
평범하게 차를 들어 마신 것이지만 이는 아주 큰 의미가 있는 일이었다.
예부터 무림엔 사천당가와 함께 떠도는 한 가지 속설이 있다.
그것은 바로 ‘사천당가에서 냉차를 내어 준다면 절대 건드리지 말라.’
사천당가는 독을 주로 사용하는 독문이었기에 그 차 안에도 독이 들었을지 모른다는 낭설이었으나 실제로 사천당가를 방문하는 이들은 그 누구도 차에 손을 대지 않는다.
그리고 사천당가도 이 사실을 알고 있으며 그들은 오히려 이것을 기분 나쁘게 여기지 않고 자랑거리로 여겼다.
무림의 고수들도 사천당가의 독을 두려워한다는 증명이 되었으니까.
그런데 진유혼은 그 냉차를 정말 한 치의 거리낌도 없이 들이켰다.
이 경우는 두 가지를 뜻했다.
첫 번째는 사천당가에 대한 도전.
그리고 두 번째는 사천당가에 대한 신뢰.
이제 그 두 가지 중 어느 것인가에 대한 것은 진유혼의 말에 따라 알 수 있는 것이었다.
“말해 보게. 무슨 제안을 할 것인지.”
순간 분위기가 확연하게 바뀐 당철삼의 말에 진유혼이 옅게 미소를 짓더니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가볍게 두들겼다.
톡.
“일단 제안을 하기 전에 미리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그게 뭐지?”
“제가 생각보다 많은 걸 알고 있다는 겁니다. 예를 들면 지금 당가의 상황에 대한 거라든가…….”
“빙빙 둘러 말하는 건 내 취향이 아니군.”
“그렇군요. 그럼.”
진유혼이 고개를 돌려 당철삼의 뒤에 서 있는 시종들을 쳐다보자 당철삼이 그들을 향해 가볍게 손짓했다.
“다들 나가 보게. 중요한 이야기가 있는 것 같으니.”
“위에도 부탁드립니다.”
진유혼이 이미 다 알고 있다는 듯이 머리 위를 가리키자 당철삼이 옅은 한숨을 내쉬더니 목소리에 내공을 싣고 소리쳤다.
“다 물러가거라!”
그러자 하나둘씩 인기척이 사라지게 되었고 결국 접객원에 남게 된 것은 당철삼과 진유혼 둘뿐이었다.
“내게 수고를 들이게 했으니 자네도 그에 합당한 뭔가를 내놔야 할 것이야.”
“아마 후회하시진 않을 겁니다. 저는 통합무림에 관해서도 아주 잘 알고 있으니까요.”
“뭣……!”
챙그랑!
통합무림이라는 말에 찻잔을 들어 올리던 당철삼이 깜짝 놀라 찻잔을 떨어뜨리고 말았고 뜨거운 차가 그의 허벅지를 가득 적셨다.
“괜찮으십니까?”
“방금 뭐라고 했지?”
뜨거운 차를 허벅지에 쏟았음에도 곧바로 질문을 던지는 당철삼의 눈빛은 무척이나 차가웠다.
마치 눈빛으로 자신을 잡아먹으려고 하는 당철삼을 바라보며 진유혼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통합무림이라고 했습니다. 말씀드렸지 않았습니까? 전 아는 것이 많다고.”
아는 것이 많다는 말에 당철삼의 표정은 크게 일그러졌다.
왜냐하면 진유혼은 통합무림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야 했기 때문이다.
그는 곤륜의 사람이었고 곤륜에게 통합무림의 정체가 발각되선 안 되는 일이었으니까.
그런데 지금 진유혼은 말하고 있었다.
자신은 통합무림에 대해 아는 것이 많다고.
당철삼은 계속해 보라는 듯이 진유혼을 향해 턱짓을 했다.
“그럼 일단 제가 알고 있는 것에 대해 몇 가지 나열해 보겠습니다. 우선 지금 현 무림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무림맹주인 공성 대사를 필두로 한 ‘통합무림’이고 그곳에서 저희를 이미 내쳤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마교(魔敎)에 약속한 먹잇감으로 말이죠.”
진유혼의 말에 당철삼은 그가 단순한 허언을 내뱉고 있는 것이 아니란 걸 곧바로 알았다.
그는 진짜로 통합무림에 대해 알고 있었던 것이다.
곤륜에 대한 통합무림의 거래까지도.
“그렇기에 지금 사천당가에 대한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마교가 내준 영물을 잃어버리고 통합무림의 가장 아래인 하문(下門)으로 들어간, 마교에게 희생된 두 번째 정파.”
“어……떻게 그 사실을…….”
“아니, 첫 번째 정파라고 해야겠군요. 저희는 아직 희생당하기 전이니까.”
당철삼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통합무림의 정보 통제는 그야말로 완벽했다.
이미 모든 정보기관은 그들의 손에 있었고 이러한 정보가 곤륜의 소문주 따위에게 들어갈 리가 없었다.
더군다나 곤륜은 지금 통합무림이 절대로 노출되면 안 될 곳이었으니까.
그런데 진유혼은 이 모든 것을 손바닥에 펼쳐 놓은 것처럼 알고 있었다.
“지금 네놈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고는 있는 것이냐?”
“예, 알고 있습니다. 제 입을 막기 위해 통합무림에 속한 가주님께서 절 곧바로 죽일 수 있다는 것도 말입니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십시오. 제가 어떻게 이런 정보를 알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
진유혼은 그렇게 말했지만 당철삼은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고 한참을 침묵에 잠겨 있었다.
“그럼 일단 이것에 대해 먼저 말해 보는 건 어떻습니까.”
“어떤 것 말이냐?”
“방금 제가 말씀드린 것에 관한 겁니다. 마교에게 희생당한 첫 번째 정파. 사천당가에 대해서 말이지요. 설마 가주님께선 사천당가가 통합무림의 하문으로 들어가게 된 것이 모두 본인의 실수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계십니까?”
그의 말에 당철삼의 귀가 쫑긋거리더니 날카로운 눈빛으로 진유혼을 바라보았다.
“계속해 보거라.”
“애초에 그 뱀 몇 마리 가지고 이 유구한 역사를 가진 사천당가를 통합무림의 가장 아래인 하문으로 들인다는 게 말이 되지 않는 겁니다. 게다가 고작 그딴 일로 인해 사천당가가 치졸한 마교의 간섭을 십 년 가까이 받아야 한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지요.”
“…….”
“하지만 그 이상한 것을 가주님께선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그만한 힘을 가지고 있었으니까요. 여기서 중요한 점은 바로 이것입니다. 사천당가가 스스로 하문에 들어가게 하는 것. 그것이 통합무림이 노리고 있던 것이니까요.”
“그게 무슨 말이지?”
“사천당가는 독으로도 유명하지만 약재와 암기술에도 능합니다. 한마디로 동등한 위치에 있으면 상대하기 버겁지만 아래에 두고 있으면 그만큼 써먹기 좋은 곳도 없다는 말입니다. 가주님은 정말로 사천당가가 어쩔 수 없이 하문에 들어간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똑!
그때 진유혼의 손가락이 탁상을 때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은은한 곤륜의 내기가 담겨 청아하게 울려 퍼지는 소리.
그 소리에 당철삼은 머리끝이 살짝 시원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사천당가는 지금 통합무림과 마교의 손에 놀아난 것입니다! 모두 사천당가를 쓰기 좋은 도구로 두기 위한 그들의 사악한 간계였고 곤륜처럼 하나의 제물이 되어 버린 상태란 말입니다!”
그 순간 당철삼은 머리에 둔기를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충격적인 진유혼의 말.
하지만 당철삼의 머릿속엔 그의 말을 반박할 그 어떤 것도 떠오르지 않았고 오히려 그의 말이 진실스럽게 다가왔다.
“어떻게 보면 저희 곤륜은 사천당가를 위해 미리 깔아 둔 멍석일지도 모릅니다.”
“멍석……?”
“예. 곤륜이라는 제물이 바로 옆에 있으니 사천당가는 안심해도 좋다는 멍석을 말입니다. 통합무림은 시선을 저희에게 돌리고 몰래 사천당가를 파먹는 중이었던 겁니다. 그리고 실제로도 어떻습니까? 저흰 아직 마교의 그 어떤 견제도 받고 있지 않고 통합무림 내에서도 언제 곤륜을 어떻게 하겠다는 말이 없습니다. 지금 가장 큰 피해를 본 것은 ‘사천당가’ 하나뿐입니다.”
또 한 번의 거대한 충격.
그리고 이것은 사실이었다.
실제로 통합무림에서 피해를 본 건 오직 사천당가뿐.
진유혼의 말에 틀린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떨리는 손을 간신히 진정시킨 당철삼은 잠시 큰 한숨을 내쉬더니 눈을 감았다.
“자네는 대체 어떻게 그 사실들을 알고 있지? 통합무림에 간자라도 넣어 둔 건가?”
“제가 모시고 있는 분이 있습니다.”
“모시고 있는 분? 곤륜의 장문인을 뜻하는 건가?”
“아닙니다. 그분은 그보다 위에 계신 분입니다. 제게 이 모든 것을 알려 주고 새로운 길을 열어 주신 분이지요.”
곤륜의 소문주가 장문인보다 더 위에 있다고 말하는 존재.
그 말에 당철삼은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그분이 누군가?”
“궁금하십니까?”
당철삼은 당연히 알려 주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왜냐하면 아직 자신이 아군이 될 건지 확실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정보만 내놓으란 말과 똑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천기린 님입니다.”
당철삼의 귓가에 무겁게 떨어지는 세 글자.
천, 기, 린.
순간 그는 정말로 세상이 멈추는 듯한 느낌이었다.
천기린 그가 누구인가.
명실상부한 무림 최강의 남자.
지금까지 누구도 그를 뛰어넘는 자가 없었고 그 순수한 강함에 당철삼이 한때 동경한 인물이었다.
게다가 그는 정말로 신이라도 된 건지 어린아이의 몸을 빌려 다시 살아나기까지 했다.
당철삼 역시 그때 석산우의 부름으로 석가장에 있었다.
그리고 보았다.
천기린의 환생이라며 어떤 아이를 불러들인 것을.
물론 명교의 말이라 당철삼은 크게 신뢰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마지막에 일어난 그 거대한 폭발.
그 폭발이 정말로 그 천기린의 환생이 일으킨 건지 석가장에서 만들어 낸 건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만일 전자가 사실이라면 엄청나게 충격적인 일이었다.
죽은 자가 다시 살아 돌아온 거니까.
하지만 그는 결국 불타 죽었고 딱딱한 잿더미가 되었다.
그 후 다시는 살아나지 못하게 한다며 명교에서 처리한다고 했던 걸로 당철삼은 기억했다.
그런데 그 천기린의 이름이 지금 이곳에서 다시 거론되었다.
이제는 무림의 금기가 되어 후기지수들에게 절대 알려지지 않았을 그 이름이.
그것도 속세와는 가장 멀다고 알려진 곤륜파의 소문주의 입에서 말이다.
“다시 한 번 말해 보거라…… 누구라고?”
혹여나 자신이 잘못 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당철삼은 떨리는 입으로 다시 질문했고 진유혼은 다시 또박또박하게 그 이름을 내뱉었다.
“천기린 님입니다. 한때 광마(狂魔)로 이름을 떨치시다 무림맹주가 되었고 사파와 손을 잡은 정파의 배신으로 죽었다가 다시 돌아오신, 천하제일인(天下第一人) 천기린 님이 바로 제 주인님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