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 Demon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98
광마전생 (98)
21장
“가주님, 손님분들이 찾아오셨습니다.”
“들라 하라.”
위엄 있는 목소리로 대답한 당철삼은 살짝 긴장한 채 문 쪽을 바라보았다.
정말로 천기린이 맞는 것인지.
지금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 건지.
궁금한 것도 많았고 살짝 두려움도 있었다.
스으윽.
그때 천천히 문이 열리며 황금색 자수가 놓인 검은 무복을 입은 남성이 들어왔고 그 뒤를 따라 진유혼이 모습을 드러냈다.
‘저 젊은 아이가 천기린이라는 건가?’
모용진을 처음 본 당철삼은 정말로 깜짝 놀랐다.
날카로운 눈썹에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신비한 눈.
호쾌하면서도 잘생긴 인상을 가진 그는 천기린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준수한 미남이었으니까.
그 한 마리의 야수 같았던 천기린이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외모였다.
그런데 그때 모용진이 갑자기 뒤를 돌더니 진유혼과 당철목을 손으로 밀어냈다.
“둘만 이야기를 나누고 싶군. 그대들은 잠시 물러나 있게.”
물론 당철목은 그의 손길을 거부하며 버티려고 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는 엄청난 힘에 뒷걸음치고 말았고 고개를 들었을 땐 이미 문이 닫혀 있었다.
“이런……!”
당철목이 목소리를 높이려는 그 순간 진유혼이 그의 앞을 막으며 입에 손을 얹었다.
“괜히 소란을 벌이시진 마시죠. 방금 느끼셨을 것 아닙니까.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그의 말에 당철목이 할 수 있는 것은 화를 삭이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지켜본 당철삼은 조금 놀란 듯 입을 벌리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 역시도 당철목이 그렇게 쉽게 밀려날 줄은 몰랐으니까.
당철목은 그 사천당가의 장로였다.
독왕인 자신에 비하여 조금 부족할지는 몰라도 중원 어딜 가도 꿀리지 않는 실력자였다.
그런데 이렇게 어려 보이는 모용진에게 쉽게 밀려나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뭘 그렇게 놀라지? 진유혼이 말하지 않았나? 내가 천기린이라는 걸.”
당당하게 천기린임을 밝히며 뒤돌아본 모용진은 입가에 가득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그리고 그 미소에서 당철삼은 천기린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진짜였군. 그 미소를 내가 또 보게 될 줄이야…….”
“다행이라고 생각해. 옛날과 지금은 다른 상황에서 만나는 거니까. 아, 참. 그때 맞았던 데는 이제 괜찮아?”
모용진의 말에 당철삼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허벅지를 쓸어내렸다.
처음 천기린을 만났을 때.
그는 사천당가의 삼공자였다.
당시 당철삼은 아버지와 형들과 함께 사냥을 즐기고 있었는데 그때 하필이면 지나가던 행인이 화살에 맞았고 그 행인은 바로 천기린의 짐꾼이었다.
당연히 짐꾼 따위가 다쳤다고 사과할 일이 없었던 사천당가였기에 그날 사천당가는 한바탕 뒤집혔다.
가주인 아버지는 어깨를 크게 다쳐 팔을 제대로 쓰지 못하게 되었고 일공자와 이공자였던 형들은 그 광경에 분노하여 짐꾼을 죽이려다가 단전이 박살 나며 내공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몸이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은 당철삼.
하지만 그는 운 좋게 허벅지를 걷어차이는 것으로 끝났다.
아직은 어리다는 이유로.
그 사건으로 당철삼은 단숨에 독왕의 후계로 우뚝 올라섰고 어찌 보면 그 덕에 지금의 당철삼이 있는 건지도 모른다.
“하하. 이제 팔은 멀쩡하지. 시간이 얼마나…….”
“시험해 보려는 거면 그만두는 게 좋지 않을까? 내가 때렸던 곳은 분명 허벅지였을 텐데.”
모용진의 말에 당철삼은 식은땀을 흘렸다.
뭔가 이상했다.
그는 아무런 살기도 내뿜고 있지 않았는데 이렇게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몸이 짓눌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그의 목소리 하나하나에는 털끝이 저절로 반응했다.
하지만 그는 이제 사천당가를 이끄는 가주였기에 간신히 마음을 진정시키며 입을 열었다.
“그랬군. 우선 앉지. 오랜만에 만났는데 차 한잔이라도 어떤가?”
“뭐, 나쁘진 않지.”
당철삼의 권유에 그의 맞은편에 앉은 모용진은 앞에 놓인 냉차를 집어 들었다.
“예로부터 사천당가의 냉차는 마시지 말라고 하던데.”
“하하. 설마 내가 독이라도 탔겠나. 이제 내 사위가 될지도 모르는 자네에게 말이야.”
“아아, 사위. 그랬었지.”
모용진은 그 냉차를 한입에 들이켰고 보란 듯이 그의 앞에 빈 잔을 내려놨다.
“그런데 말이야.”
“음?”
“다 좋아. 다 괜찮은데…… 솔직히 한 가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있어.”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인가?”
“석가장. 내가 불타 죽을 때 말이야. 넌 왜 웃고 있었지?”
석가장이라는 말에 화들짝 놀란 당철삼은 눈을 크게 뜨며 질문했다.
“그때의 그 아이가 정말…… 너란 말이냐?”
“맞아. 모용진. 내가 환생한 몸의 이름이지. 그래서 왜 웃고 있었는지에 대해서 말해 줬으면 하는데.”
“난, 난 웃고 있지 않았어. 설령 웃고 있었다고 해도 그건 그 아이의 죽음…… 아니, 네 죽음 때문이 아니었을 거다.”
“그래? 맹세할 수 있나?”
“맹세하지.”
모용진의 말에 답하던 당철삼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자신이 지금 천기린에게 말려 취조를 당하듯이 움츠려 있는 건지.
지금 절대적으로 유리한 것은 자신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며 당철삼은 헛기침을 했다.
“큼큼. 그나저나 지금 자네가 날 그렇게 몰아붙일 상황이 아닐 것 같은데.”
“응? 왜?”
“내가 가진 정보. 이것만 통합무림에 전달해도 큰 문제가 일어나지 않나? 게다가 자네는 지금 나의 도움을 받으려 여기에 온 것 아닌가.”
“오호, 협박이라. 지금 제안을 하러 온 사람에게 협박을 하는 건가?”
“나는 그렇게 해도 상관없다만?”
조금 세게 나가기 시작하자 당철삼은 묘한 자신감이 붙었다.
왜냐하면 지금 모용진에게선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철삼도 화경의 고수였기에 기의 흐름을 이용해 상대를 파악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
그런데 모용진에게서는 정말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평범한 사람처럼.
“혹시 진유혼이 말하지 않았어? 제안을 거부하면 어떻게 되는지.”
“흥. 거부하면 이 당가를 제거라도 할 생각인가? 자네의 눈엔 우리 당가가 그렇게 우습게 보이는가?”
“그럼 한번 해 봐. 통합무림에 정보를 알려 주든지, 명교에 내가 여기 있다고 말을 하든지. 그런데 말이야, 너 그거 알아?”
모용진의 말에 당철삼이 눈살을 찌푸리며 그를 쳐다보자 모용진의 입가에 머물던 미소가 확 사라졌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는 거.”
그 순간 강렬한 내기의 폭풍이 모용진의 몸에서 터질 듯이 뿜어져 나왔고 그에 반응하듯 당철삼의 몸에서도 독기가 뿜어져 나왔다.
중간에서 맞부딪치는 기와 기의 충돌에 주변의 물건들이 날아가더니 의자와 탁자를 모조리 박살 냈다.
“그때의 나완 다를 것이다!”
주먹에 힘을 주며 당철삼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그의 몸에서 엄청난 독기가 사방을 녹이며 뻗어 나갔고 모용진의 내기를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이윽고 그 내기는 모용진의 모든 내기를 집어삼켰고 순식간에 그를 독기로 휘감았다.
“천기린의 환생이라더니! 아직 완성조차 되지 않은 그 치졸한 내기로 나, 독왕 당철삼을 우습게 본 대가를 맛보거라!”
당철삼의 손짓에 모용진을 향해 쏟아진 독기는 그의 모습을 가릴 지경이 되었다.
“크흐흐흐. 역시 입만 살았구나! 그 정도의 독기도 밀어내지 못하다니.”
이겼다는 생각에 당철삼의 얼굴이 환하게 피는 그 순간.
당철삼의 눈앞에서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쓰으으읍.”
뭔가를 빨아들이는 소리와 함께 어딘가로 맹렬하게 빨려 들어가는 독기들.
놀랍게도 모용진은 그 독기들을 모조리 흡수하고 있었던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당황한 당철삼이 황급히 독기를 갈무리하려 했지만 이미 절반 이상의 독기가 모용진의 입으로 빨려 들어간 뒤였다.
“흡성공(吸成功)?! 하지만 만독불침(萬毒不侵)이 아닌 이상…… 설마?”
“맞아. 그 설마지. 내공 싸움을 걸면 독기로 반응해 올 줄 알았거든. 덕분에 잘 먹었다.”
흡성공은 상대가 내공을 직접 내어 주지 않는다면 성립할 수 없는 무공.
그렇기에 모용진은 당철삼의 독기를 흡수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독기는 내기와는 다르게 상대방에게 흡수되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니까.
다만 이 경우 모용진처럼 만독불침이 아니라면 보통은 죽게 된다.
왜냐하면 그 독기를 몸 전체로 받아들이는 것과 마찬가지였으니까.
해독하기 이전에 이미 중독되어 사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용진의 육체는 독각사와 여러 독사들로 이미 만독불침을 이룬 상태였다.
그렇기에 당철삼의 독기는 그에게 있어 좋은 먹잇감이었던 것이다.
“감히 네놈이 내 독기를!”
분노한 당철삼이 자리를 박차며 모용진을 향해 돌진하더니 보랏빛의 강기를 손에 휘둘렀다.
독수(毒手).
살아 있는 모든 것을 녹여 버리는 사천당가의 절기 중 하나.
거기에 강기를 휘두른 그의 무공은 가히 위력적이었고 보통 사람이라면 스치기 전에 그 독기로 사망할 수준이었다.
하지만 그런 당철삼의 공격에 모용진은 몸을 빼지 않고 오히려 앞으로 나아갔다.
모용진이 당철삼의 손을 붙잡으며 독수를 막아 내자 당철삼은 환하게 웃었다.
아무리 그가 만독불침이라고 하여도 이 강기로 둘러싸인 강력한 독수의 ‘산’에 피륙이 타오르는 것은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순간 당철삼은 깨달았다.
자신뿐만이 아닌 모용진도 웃고 있다는 것을.
“그때보단 확실히 다르네. 나보다 내공도 많고 실력도 좋고. 하지만 한 가지가 아쉽네.”
타닥!
어디선가 들려오는 이상한 소리. 그 이상한 소리에 당철삼이 고개를 돌리는 그 순간.
“상성이 너무 나빴어.”
화륵!
모용진의 손에서 엄청난 불길이 터져 나왔다.
불꽃은 엄청난 속도로 독기를 태웠고 그 기운을 이어받아 더 큰 불꽃으로 변했다.
순식간에 불꽃에 휩싸인 둘의 손.
당철삼은 황급히 손을 빼려 했지만 모용진의 강한 악력이 그의 손을 놓아주지 않았다.
“크으윽!”
당철삼의 어깨까지 불이 옮겨붙게 되자 모용진은 그제야 손을 놔주었고 그 뜨거운 열기에 바닥을 구른 당철삼은 황급히 불을 끄기 시작했다.
“쉽게 꺼지진 않을 거야. 극양초월권(極陽超熱拳)이라고 들어 봤지?”
극양초월권이라는 말에 꼴사납게 입고 있던 옷을 내던지던 당철삼이 우뚝 멈춰 섰다.
“그때는 불꽃이 없었긴 했지. 죽일 생각까진 없었으니까 말이야.”
극양초월권.
그것은 당철삼의 아버지와 형들을 더 이상 무림인이 아니게 만들었던 바로 그 권법이었다.
갑자기 떠오른 옛 기억에 당철삼이 굳어 버리자 모용진이 천천히 그에게 다가가더니 아직 손에 있던 잔불을 털어 주었다.
“이게 당가의 문제점이라니깐. 사용하는 독이 너무나도 강한 나머지 육체의 수련을 게을리하지. 아직 완성도 되지 않은 내 손을 뿌리치지 못할 정도로 말이야.”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왜냐하면 화경에 오른 당철삼의 육체가 그렇게 나약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저 모용진이 더 강했을 뿐.
“계속하고 싶으면 계속해도 좋아. 어차피 이제 여기서 우리 둘 다 살아 나가는 방법은 한 가지밖에 없을 것 같으니까 말이야. 과연 누가 살아서 여길 빠져나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