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 Demon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99
광마전생 (99)
“뭐야, 무슨 일이야!”
갑작스럽게 일어난 기의 충돌.
깜짝 놀란 당가의 장로들과 무사들 그리고 흑련과 지사대가 일제히 접객원의 주변으로 몰려들었으나 엄청난 기의 흐름에 가까이 가지 못하고 서 있었다.
그러던 와중 접객원에서 갑자기 강한 독기가 흘러나오는가 싶더니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고 접객원의 벽들이 산산조각이 나며 날아갔다.
잠시 후 거친 화염이 사그라들었고 조금씩 접객원 안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곳엔 당철삼이 바닥을 구르고 있었으며 모용진은 당당하게 서서 당철삼을 압박하듯 내려다보고 있었다.
“가주님!”
놀란 당가의 장로들이 일제히 접객원으로 뛰어들려고 했고 이에 지사대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순식간에 그들을 앞지른 지사대는 단도를 꺼내어 접객원의 앞을 막아 버렸다.
“당장 비키지 못할까!”
장로 중 하나가 지사대를 향해 호통을 쳤지만 지사대는 그 자리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마치 지나갈 수 있으면 지나가 보라는 듯이.
그렇게 분위기가 점점 험악해지는 그때.
전혀 예상치도 못한 이의 목소리가 장내를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지금 뭐 하는 짓들이냐! 썩 물러나거라!”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당철삼이었다.
언제 일어났는지 당철삼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으로 장로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가주님, 괜찮으십니까?!”
“괜찮으니 모두 물러나라! 귀중한 손님과 나눠야 할 대화가 있으니!”
“하지만…….”
“썩 물러나지 못할까!”
내기를 담은 당철삼의 호통에 장로들은 하나둘씩 물러나기 시작했고 지사대 역시 모용진의 손짓에 흑련의 뒤를 따라 그곳에서 빠져나갔다.
진유혼과 당철목 역시 슬쩍 눈치를 보더니 조용히 밖으로 나갔고 이제 이곳에 남은 것은 모용진과 당철삼뿐이었다.
모용진은 접객원의 바로 옆에 있던 연못을 바라보며 씁쓸한 듯 웃었다.
“네 오만에 연못의 잉어들이 모두 죽어 버렸군. 이 접객원이라는 곳도 박살이 나 버렸고 말이야. 그러게. 좋은 제안을 한 사람에게 협박을 하면 쓰나, 협박을.”
“그렇게 말하자면 네놈 역시 협박을 한 게 아닌가?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죽는다. 그게 협박이 아니면 무엇인가!”
“나는 기회를 준 것뿐이야. 네가 진정한 정파인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크큭. 우리 사천당가가 정파가 아니면 누가 정파란 말이지? 우리는 뼛속부터…….”
“그럼 지금 통합무림이 하는 짓은? 설마 그게 정파인의 의와 협이라고 하는 것은 아니겠지?”
당철삼의 말을 끊으며 내뱉는 모용진의 날카로운 일침에 당철삼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
그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통합무림이 하고자 하는 일은 절대 정파가 해선 안 될 일이었고 의와 협은 찾아 볼 수도 없는 것들이었으니까.
“애초에 사파와 마교. 그들과 손을 잡은 것부터 의와 협은 없었지. 정파의 무림인으로서 가장 중요한 그 두 가지가 이미 소실되었다는 말이야. 그럼 지금의 통합무림은 정파라고 할 수 있을까? 당철삼, 한번 대답해 봐. 정말로 그들이 정파라고 할 수 있는지 말이야.”
“그, 그건…….”
“쉽게 대답하기 어려운 것 같으니 다른 질문을 해 주지. 방금 질문보다는 훨씬 대답하기 쉬울 거야.”
당철삼의 앞에 성큼성큼 다가간 모용진의 손가락이 그의 가슴을 꾹 눌렀다.
“그런 통합무림에 속한 사천당가는 과연 정파일까, 아니면 사파일까?”
어찌 보면 매우 간단한 질문.
하지만 당철삼은 일말의 양심으로 인해 그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다.
“그래도 영 쓰레기는 아니라서 다행이군.”
그의 가슴에서 손을 뗀 모용진이 바닥에 구르는 의자를 집어 세우더니 먼지를 털고는 앉았다.
“나는 한때 무림에서 광마라고 불릴 정도로 평가가 좋지 않았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정파의 핵심이라고 불리는 무림맹의 무림맹주라는 자리까지 올라갔어. 그 이유가 뭔지 아나? 간단해. 나는 최소한의 의와 협은 지키는 남자였으니까.”
모용진의 말에 당철삼이 잠시 눈살을 찌푸리긴 했지만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것도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천기린은 미친놈이었지만 의와 협은 지켰다.
약자를 돕고 강자에게 맞서며 불의를 참지 않고 은원은 절대 잊지 않았다.
사천당가를 뒤집어 놓긴 했으나 그 사천당가가 사도련의 간계에 휘청거릴 때 도와준 것도 천기린이었다.
“그래서 지금 제안을 받아들이라는 소리인가.”
“아니. 그 제안은 이제 무효가 되었어. 왜냐하면 네가 나를 믿지 않았고 협박을 하였으며 위해를 끼치려 했기 때문이지. 나는 나에게 적의를 드러낸 자에게 그렇게 관대하지는 못하거든.”
“훗. 지금 그 말은 어찌 됐든 우리 사천당가를 없애겠다는 말로 들리는군.”
“그거야. 네가 지금부터 어떻게 하냐에 따라 다르겠지. 의와 협을 지키는 정파로서 새로운 길을 가게 될지, 아니면 통합무림의 개로 남아 몰락의 길을 걷게 될지.”
“통합무림은 네가 생각한 것처럼 쉽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네놈이 강하다고 하여도 그들은 이기지 못해. 게다가 그들은 한 번 너를 죽였으니.”
“걱정해 줘서 고맙지만 그럴 필요는 없어. 이미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으니까.”
모용진의 말에 당철삼은 긴 한숨을 내쉬더니 이내 마음을 다잡은 듯 고개를 들어 모용진을 쳐다봤다.
“그래서 제안은?”
* * *
그날 밤.
당철삼은 오랜만에 선산을 오르고 있었다.
한참을 올라간 그가 멈춰 선 곳은 아버지와 형들이 묻힌 묘지 앞.
먼저 간 그들의 묘를 바라보며 당철삼은 한 잔의 술을 뿌렸다.
“아버지 그리고 형님, 죄송합니다. 약속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그들과 나눈 약속.
그것은 언젠가 당대 최고의 독왕이 되어 천기린에게 복수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사천당가만큼은 제가 꼭 지켜 내겠습니다. 의와 협을 중시하는 정파인으로서.”
당철삼은 결국 모용진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의 제안은 더 이상 달콤하지 않았다.
천기린의 아래로 들어가 수하처럼 부림을 당해야 하는 제안.
하지만 가문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쩔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고작 천기린 하나에 위축되어 넘어간 것은 아니었다.
모용진은 자신의 계획을 세세하게 하나하나 알려 주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천기린이 더 이상 무소불위의 유아독존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그 사실과 천기린의 진심을 알게 된 당철삼은 두려워졌다.
그와 척을 지게 되는 것이.
그리고 산에서 내려온 늦은 새벽.
당철삼은 세가 전체에 집결령을 내렸다.
그리고 선포했다.
자신은 더 이상 통합무림의 패악질에 휘둘리지 않을 것이며 정파의 사천당가로서 떳떳하게 살아가겠노라고.
그 덕에 모용진은 아닌 밤중에 잠에서 깨어나야만 했다.
“결국 성공하셨군요.”
“그러게.”
“어떻게 구워삶았습니까?”
진유혼의 질문에 모용진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크게 하품을 했다.
“별거 아냐. 애초에 저놈은 욕심이 지나치게 많은 겁쟁이일 뿐이니까.”
진유혼에게 모용진은 보면 볼수록 신기한 사람이었다.
어떻게 보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는데 결국 해내고 말았다.
사실 진유혼은 이 작전이 성공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봤다.
그 거대한 사천당가가 이렇게 쉽게 모용진의 아래로 들어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 부족한 제자에게 조금은 알려 주실 수 있지 않습니까, 스승님.”
“그러니까, 말했잖아. 놈은 욕심이 지나치게 많다고.”
“예?”
집결령이 내려진 그날 당가는 엄청나게 바쁘게 움직였고 모용진과 지사대는 때아닌 휴식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
모용진은 조용히 혼자 당철삼을 찾아갔다.
당철삼의 집무실에 아직 불이 켜져 있음을 확인한 모용진은 문틈으로 그가 있는 것을 확인했고 옅은 미소와 함께 문을 열었다.
스으으윽.
“그렇게나 좋더냐. 그러다 입술 찢어질라.”
갑작스러운 모용진의 등장에 당철삼은 들고 있던 책을 가지런히 올려 두더니 황급히 그의 발아래로 뛰어왔다.
“오셨습니까, 스승님!”
그렇다.
놀랍게도 모용진은 당철삼을 제자로 받아들인 것이었다.
“나보다 나이도 훨씬 많아 보이는 제자한테 인사를 받는 게 썩 기분이 좋지만은 않구나.”
“하하. 원래 나이로 하면 제가 훨씬 어리지 않습니까.”
“그래 봤자 몇 살 차이도 나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내어 준 비급은 모두 살펴봤느냐.”
“물론입니다. 이렇게 귀중한 비급들을 저에게 내어 주시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모용진이 당철삼에게 건넨 비급은 이독지법을 포함한 총 다섯 권의 비급이었다.
열화신공과 열악도 그리고 은산신보.
그리고 마지막은 그 옛날 사천당가의 조사가 사용했다던 혈독경(血毒經)이었다.
모용진이 진유혼에게 말했던 것처럼 당철삼은 욕심이 매우 많은 인물이었다.
특히 자신의 강함과 무공에는 광적으로 집착할 정도로.
사천당가를 중원 제일의 세가로 만들려는 이유도 모두 그가 좀 더 강해지기 위함이었다.
모용진은 옛날부터 그런 당철삼을 봐 왔었고 이를 잘 알고 있었기에 그의 욕심을 이용했다.
그 방법은 간단했다.
화경인 그가 아직 닿지 못한 그 너머의 경지를 보여 주는 것.
‘무아(無我)’.
어쩌다 홍련에게 보여 준 그것을 당철삼에게도 보여 준 것이었다.
더 위의 경지로 보이는 무언가를 발견한 당철삼의 눈이 돌아간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그는 모용진이 제안을 말하기도 전에 뭐든지 하겠다며 무릎을 꿇었다.
그 대가는 물론 자신을 제자로 받아 달라는 것이었다.
사실 모용진도 조금 당황스럽긴 했었다.
화경의 고수인 그가 이렇게 행동할 줄은 전혀 몰랐으니까.
“참고로 그 혈독경은 천마비고(天魔秘庫)에 있던 것이다. 마교 놈들이 몰래 훔쳐간 것 같더군. 하지만 지금은 무림맹의 손에 있을 거야.”
“혈독경이…… 무림맹에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래. 내가 거기다가 뒀으니까. 지금 네가 들고 있는 것은 사본이다. 하지만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모두 기록해 뒀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럼 어찌 무림맹이 저희의 비급을…….”
“사실 나는 사천당가에 넘겨주라고 일렀다. 혈독경은 사천당가의 것이니까. 하지만 그러지 않았던 모양이더군.”
“그럼 어떻게 그 비급이 제게 없다는 걸 아셨습니까?”
“뭘 당연한 걸 묻나. 네가 사용하지 않았으니까 그렇지.”
사실 지금 모용진의 말은 모두 거짓이었다.
하지만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생각하며 모용진은 대충 둘러대고 있었다.
왜냐하면 지금 그 혈독경의 진품은 이미 이 세상에 없었으니까.
찻잔을 데운다는 게 실수로 비급에 불이 옮겨붙었고 그렇게 혈독경은 소실되었다.
바로 천기린의 손에.
“그 혈독경을 익히며 나의 가르침을 잘 따라온다면 언젠가 너도 나와 같은 곳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야.”
“아아…….”
같은 곳을 바라볼 수 있다는 말에 당철삼은 순수하게 감탄했고 그의 앞에 머리를 깊게 숙였다.
“이 제자 당철삼, 스승님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 *
모용진이 사천에 도착하고 며칠 뒤.
중원에는 한바탕 거대한 소란이 일어났다.
왜냐하면 사천의 중심이자 무림맹의 오대세가 중 하나인 사천당가가 무림맹에서 탈퇴하겠다는 서신을 보냈다는 소문이 쫙 퍼져 나갔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소문의 발상지인 그 서신은 지금 현 무림맹주인 공성 대사의 손에 쥐어져 있었다.
“건방진! 당철삼, 감히 네놈이 우리 통합무림을 배신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