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ness: Top Star of Crazy Talent RAW novel - Chapter 160
길고 거대한 검은 리무진.
내부에는 작은 바와 간단한 간식도 보였다.
이런 차는 성우 역시 처음이라 무척 생소한 모습이었다. 그때 앞에 앉아있던 킬리안이 말을 걸었다.
“미소 씨가 꽤 피곤했나 보네.”
성우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그의 옆에는 미소가 자신의 어깨에 기대어 잠들어 있었다. 최근 바쁜 일정을 보낸 그녀이기에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이번에 올 때도 태국에서 콘서트를 마치고 곧장 날아온 것이었다.
“그럴 만도 하지. 오늘 오전에 도착했잖아.”
“그런데 궁금한 게 있어.”
“뭔데?”
“이런 미인을 연애에는 숙맥인 네가 어떻게 잡은 거야?”
“내 주체 못할 매력 덕분이랄까.”
성우는 되지도 않는 농담을 했다.
하지만 킬리안은 웃기는커녕 야유를 보냈다. 그런 이후에 둘은 미소가 깰까 싶어 소리 낮춰 웃었다.
“그나저나 우리 대련은 언제 할까?”
“아까 맞은 거로는 부족한 거야? 또 대련할 생각이 드는 네가 참 신기하다.”
“이건 일방적인 구타였고 대련은 또 다르지.”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자.”
당장 오늘은 불가능했다.
시상식을 마치고 축하 파티도 있었다.
술을 먹고 대련을 하는 것은 절대 금할 일이었다.
어쨌든 내일이라는 이야기에 킬리안은 표정이 굳었다. 성우는 그런 그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대련을 할 상대.
둘은 이미 그럴 만한 사람이 거의 없었다.
한국에 가면 우현과 다른 사범이 있으니 해결할 수 있는 일이지만, 미국에서는 격투기 챔피언 수준이 아니면 같이 대련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덕분에 녀석은 일종의 욕구불만에 시달리는 것 같았다.
“뭘 그렇게 인상을 찡그려. 내일 해준다니까.”
“오케이!”
그제야 킬리안이 웃었다.
그 모습을 보며 성우는 참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킬리안이 없었다면 그의 미국 생활도 무척 지루했을 것 같았다. 더구나 처음 유니버스 시리즈 촬영 당시 그의 조언도 큰 도움이 되었다. 어찌 보면 지금 이 자리에 오르기까지 참 많은 사람의 도움이 있었다.
자신을 무대에 세워준 작두의 주이호 단장과 단원들.
처음 발굴해 회사로 데려가 준 오만석 실장.
그의 말도 안 되는 제안과 계약을 맺어준 강훈 대표.
첫 영화에서 멘토 역할을 해준 조강철 선배와 추정만 감독과 서윤희 작가. 여러 좋은 극본은 써준 홍근석 작가 그리고 이번 영화를 함께한 서전트 감독와 음악 감독 짐까지 셀 수 없었다.
그 명단에는 킬리안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 생각이 들자 성우는 그에게 선물을 하나 주고 싶었다. 한참 고민하던 그는 적당한 무언가를 떠올려낼 수 있었다.
“위례검을 더 배우고 싶다고 했었지?”
“당연하지. 그런데 그거는 사범으로 도장을 내야 전수해준다면서.”
“우현이처럼 명예 사범이라는 편법도 있지. 배우고 싶으면 말해.”
“설마 100억쯤 기부해야 가르쳐주는 그런 거는 아니겠지?”
“당연하지.”
킬리안은 진심으로 기뻐했다.
그가 배운 위례검은 반 토막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이번 영화를 찍을 때 확실히 달라진 것을 느꼈다. 그러니 나머지를 배운다면 또 어떤 세상이 열릴지 궁금한 눈치였다. 성우는 그에게 뉴욕으로 오라고 했다. 브로드웨이 공연이 열리는 기간 동안 오전에는 조금씩이나마 시간이 날 것 같았다.
그때 속도가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드디어 시상식장 부근에 도착한 것 같았다.
하지만 곧장 내릴 수 있는 그런 상황은 아니었다. 그의 앞에는 상당히 많은 리무진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었다. 차종은 달라도 이런 일은 한국의 시상식에서도 겪어본 것이었다. 그러니 크게 이상하다 여기지는 않았다.
“미소야. 거의 다 왔어.”
“흐음··· 벌써요?”
“레드 카펫 앞에서 딜레이가 있어서 시간은 조금 걸릴 거야.”
그녀는 벌떡 일어나 거울부터 살폈다.
혹시 얼굴이 눌려 벌겋게 변한 것은 아닐까 우려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오는 내내 성우가 자세를 계속 바꿔준 탓에 그런 일은 없었다. 차에서 내렸는데 자국이 남아 있으면 안 될 것 같아 신경을 써준 것이었다.
그로부터 10분 후.
마침내 그들 셋은 차에서 내릴 수 있었다.
리무진의 문이 열리자마자 성우는 눈을 제대로 뜰 수 없었다. 한꺼번에 터진 카메라의 플래시 때문이었다. 섬광탄이라도 터트린 것 같은 느낌이었다.
성우는 먼저 내려 미소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킬리안까지 나와 그녀의 옆에 섰다. 그러자 마치 그녀는 두 명의 거대한 보디가드 사이에 선 여주인공 같아 보였다.
“두 분 사이에 서 있으니 엄청 듬직한데요.”
“우리 둘이 함께 있으면 어지간히 몰려와도 미소 씨 털끝 하나 못 건드릴걸요.”
“그럼 킬리안과 성우 씨만 믿고 있을게요.”
“슬슬 가볼까?”
성우의 말을 신호로 셋은 걷기 시작했다.
그들을 향해 쏟아지는 카메라 셔터 끊이지 않았다. 올해의 남우 주연 후보이자 최근 미국을 강타한 블링의 리더 미소 그리고 흥행 신기록을 세운 킬리안까지 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 소식은 속보로 전 세계에 전달되었고 그 기사에는 수많은 이들이 댓글을 남겼다.
: 아크로와 레오파드의 에스코트를 동시에 받는 기분은 과연 어떨까.
: 미소 짱! 오늘도 미모가 열일 중!
: 역시 킬리안의 떡대는 숨길 수 없구나. 덕분에 미소랑 성우 얼굴이 주먹만 해 보여.
ㄴ : 뜻밖의 이득!
: 페르세우스는 유성우의 남우 주연 수상을 간절히 기원합니다.
: 오늘 수상하면 아시아인이 처음 받는 남우 주연임! 유리 천장 부숴버리러 가즈아~!
시상식 현장의 내부.
그곳에 들어선 성우는 미소와 함께 어딘가로 향했다.
배우들이 착석하는 무대 앞 좌석이 아닌 2층이었다. 물론 그 때문에 킬리안마저 그의 뒤를 따라야 했다.
일반 객석에 둘만 보내기 애매했던 탓이었다.
그들이 한참 걸어서 도착한 곳은 2층의 가장 앞자리였다. 그곳에는 성우의 부모님이 앉아계셨다.
“오시는 데 불편함 없으셨어요?”
“요한이가 데려다 줘서 그런 거 전혀 없었지. 이 아이가 미소구나?”
“안녕하세요. 어머님 아버님.”
“아이고 어쩜 이렇게 예뻐. 우리 아들 잘 부탁해요.”
“크흠. 역시 내 아들답다.”
유철호는 아들의 어깨를 두드리며 그렇게 말했다.
아마 그 말뜻에는 너도 나처럼 미녀를 잡았다는 것이 담겨 있는 것 같았다. 그걸 눈치챘는지 어머니 공윤혜도 멋쩍게 웃었다.
다행히 두 분 모두 미소를 마음에 들어 하시는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아들은 놔두고 그녀와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때 킬리안이 두 분 앞으로 다가와 앞에 섰다. 그는 한국에서 살면서 배운 대로 고개 숙여 인사했다.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저 혹시 기억나시나요.”
“물론이죠. 건강해 보여서 다행이에요.”
“어머. 이런 곳에서 또 보네요.”
“덕분에 건강하게 영화 잘 마무리했어요.”
킬리안에 말에 부모님은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성우는 두 분이 의사로 살면서 가장 보람된 순간이 지금 같을 때가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길게 이야기할 시간은 없었다. 시상식의 시작이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희 이만 내려갈게요. 시상식 끝나면 같이 파티 같이 가셔야 하니 연락주세요.”
“그래. 아들 화이팅!”
“우리는 솔직히 오늘 상 받는 것보다 예쁜 손주가 더 좋다.”
아버지의 말에 미소는 웃음을 지었다.
그것은 그녀 역시 마찬가지였기 때문이었다.
그 사실은 성우만 모르는 것 같아 아쉬울 뿐이었다. 어쨌든 길게 이야기하고 있을 틈이 없기에 그들 세 명은 서둘러 원래의 좌석으로 향했다.
이윽고 시작된 시상식.
그 진행에 있어서 계속 거론되는 것은 ‘버스커’였다.
올해 최고의 화제작이자 가장 많이 노미네이트된 영화이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수상자 발표가 이뤄지는 매 순간 호명되는 이름 역시 바로 ‘버스커’였다.
“축하드립니다. 올해의 미술상은 ‘버스커’입니다.”
“축하드립니다. 올해의 의상상은 ‘버스커’입니다.”
.
.
.
“XX회 아카데미 각본상의 명예는… ‘버스커’의 콜리 홍! 축하드립니다.”
벌써 7개의 상을 휩쓸고 있었다.
이미 예상했던 음향, 음악, 주제가상 모두 버스커의 제작진이 차지했다. 그리고 미술, 의상, 각본상도 마찬가지였다. 덕분에 성우는 박수를 치느라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특히 홍근석 작가가 수상 소감을 말할 때는 눈시울이 불거질 정도였다.
그리고 마침내.
여주 주연 발표 이후.
남우 주연상의 발표가 남아 있었다.
성우는 객석에 앉아 초조한 티를 내지 않으려 애썼다. 이 상을 노리는 후보를 보니 역시 쉽지 않아 보였다. 그들 하나하나가 좋은 작품에서 좋은 연기를 펼친 배우들이었다. 그 사이에는 성우가 좋아하는 배우도 있었다.
어느새 조용해진 객석.
수상 결과가 적힌 봉투를 손에 쥔 전년도 수상자 게리는 짓궂었다. 그는 발표를 앞두고 뜸을 들이며 긴장감을 끌어올리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한국에서처럼 ‘60초 후에 발표하겠습니다.’ 뭐 이런 진행 멘트가 나오지는 않는다는 것이었다.
“올해 남우 주연상은 무척 쟁쟁하네요. 이거 어느 누가 되어도 이상할 것이 없어요.”
그렇게 말하던 그는 마침내 봉투를 개봉했다.
게리는 그것을 잠시 보더니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객석을 향해 결연한 표정으로 입술을 뗐다.
“XX회 아카데미의 남우 주연상은 바로… 버스커의 유성우! 축하합니다.”
성우는 즉각 반응하지 못했다.
정말 자신의 이름이 불릴 줄 몰랐던 그였다.
하지만 이내 옆에서 부둥켜안는 미소의 반응에 겨우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킬리안은 그런 둘의 옆에서 일어나 손뼉을 치며 자신의 일처럼 기뻐해 줬다.
“어서 안 나가고 뭐해.”
“축하해요. 오빠.”
“어··· 고마워.”
그렇게 말하며 성우는 발걸음을 뗐다.
무대 위로 걸어가는 그는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길이 왜 이렇게 길게 느껴지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마침내 마이크 앞에 도달하자 게리는 그에게 축하 인사와 함께 아카데미 특유의 두 손을 모은 황금빛 트로피를 건네주었다.
조명 덕분인지 반짝이는 트로피를 보며 성우는 이게 현실인지 꿈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어쨌든 그의 수상 소감을 기다리는 이들이 있기에 성우는 마이크 앞으로 다가섰다.
“어··· 제가 받을지 예상하지 못해 소감을 준비 못 했네요.”
그 말에 다들 웃음보를 터트렸다.
수상식에 온 모든 이들이 예상했던 남우 주연이 바로 그였다. 그런데 정작 자신만 예상하지 못했다고 하니 재미있을 수밖에 없었다. 성우는 그런 그들을 향해 부끄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제가 알기로 이번 상이 아시아계 배우가 처음 받는 상으로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재능있는 배우가 여러 나라 그리고 여러 인종에서 나타나길 바랍니다. 그리고 오늘 여기 와 있는 부모님과 사랑하는 그녀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사실 제가 무척 오랜만에 연애하는데 버스커가 아니었다면 이뤄지지 않았을 겁니다.”
그 말에 카메라는 미소를 비췄다.
이미 그 에피소드는 다들 알기에 박수를 치며 반겨주었다. 그 환호성이 가라앉기를 기다렸다. 성우는 두부와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를 위해 헌신해주셨던 수많은 이들과 두부에게 감사하단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들은 저의 생명을 지켜주었고 또 앞으로 나갈 명분과 힘을 주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그렇게 소감을 마친 이후.
성우는 원래의 자리로 돌아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카데미의 작품상은 ‘버스커’가 차지하며 9관왕이 되었다. 역대 최대 성적은 아니지만, 싹쓸이를 했다고 봐도 무방했다. 덕분에 모든 이들의 관심은 그들을 향해 쏟아졌다.
*
그날 저녁.
축하 파티를 마친 이후.
성우는 호텔에 들어와 쓰러지듯 누웠다.
미소는 바로 옆 방에 있었다.
부모님도 계시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물론 뭐라 하실 분은 아니지만, 그래도 조심스러운 부분이었다. 요한과 최정 역시 따로 방을 잡아주었다. 덕분에 무려 4개의 방이나 잡아야 했지만, 장점도 분명히 있었다. 그것은 모처럼 가지는 혼자만의 시간이었다.
“어후~ 울렁거려.”
성우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축하 파티는 상당히 오래 이어졌다.
오늘 수상하러 모인 버스커 멤버들은 폭주했다. 미국 최고의 영화상을 싹 쓸어왔으니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 가운데 남우 주연을 탄 성우에게 축하주 건배 제의는 무척 많이 들어왔다.
한잔 두잔 마시다 보니.
술이 머리끝까지 가득 찬 것 같았다.
아마 평소 위례검을 수련하지 않았더라면 벌써 뻗었을 것이 분명했다. 어찌 되었든 성우는 옷도 제대로 벗지 못하고 침대 위에서 해롱거렸다. 마침내 그의 두 눈이 슬며시 잠길 무렵 성우는 꿈을 꾸었다. 아니 꾼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야야! 정신 차려.”
하얀 도포를 입은 한 남자.
그는 성우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살짝 눈뜬 성우는 누군지 확인하려 했지만, 생전 처음 보는 그런 얼굴이었다. 하지만 누군지는 그 목소리를 듣고 알 수 있었다. 그건 바로 두부였다. 하지만 그 궁금증보다 눈꺼풀이 더 무거웠다. 이내 다시 성우가 눈을 감자 두부는 그의 어깨를 흔들며 말했다.
“마지막 인사하려는데 자면 안 되지.”
“으음··· 무슨 인사?”
“어서 눈 좀 떠봐.”
“미안한데. 술 좀 깨고 내일 이야기하면 안 될까?”
“안 돼.”
짜아악!
얼굴에 날아든 손바닥.
그 아찔한 아픔에 성우는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두부가 팔짱을 끼고 노려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잠시 그렇게 바라보던 그는 이내 그 표정을 풀고 미소를 지었다. 성우는 그런 그를 잠시 멍하니 바라봤다. 그러다 그 정체를 새삼스레 깨닫고 말았다.
“두부? 너 맞아?”
“이제 좀 정신 차린 거 같구나. 나 이제 갈 거야.”
“도대체 어딜 간다고 이 난리야?”
“저기.”
두부는 손가락을 뻗어 한 곳을 가리켰다.
그곳을 향해 성우가 고개를 돌리자 환한 빛이 보였다.
호텔방 출입구에 생겨난 그 빛은 성우도 뭔지 잘 알고 있는 것이었다. 한눈에 봐도 평소 무사귀가 성불할 때 보이던 그것이었다. 그제야 성우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지금 성불한다고?”
끝
ⓒ l살별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