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101)
마법은 괜히 배워서-102화(102/502)
# 102
최강의 하인 2
“영구적 능력치를 올려 주는 결정이라…….”
먹으라고 해서 먹긴 먹었는데, 벌써 한 시간째 아무런 변화가 없다. 주인님이 거짓말을 했을 리는 없고.
“너는 뭐 달라진 거 없냐?”
“속이 좀 더부룩한데?”
“나도…… 똥 마려워.”
“나도 그래.”
베이컨은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좀 쿰쿰한 냄새 때문에 먹기 싫었던 느낌도 있었는데, 차마 먹지 않을 수 없어서 먹었다.
간신히 먹었는데 딱히 몸이 좋아진 것 같지는 않다.
주인님이 우리에게 장난을 친 것일까?
그런데-
갑작스럽게 전속 하인들의 망막에 글자가 떠올랐다.
-축하드립니다. 베이컨 님.
-축하드립니다. 로또 님.
-축하드립니다. 조낸 님.
-축하드립니다. 피라니아 님.
놀란 전속 하인들이 서로를 바라봤다. 뭔가 싶어 눈을 비비기도 했지만 떠오른 문자는 사라지지 않았다.
-레기온 님의 영광으로 당신들은 새로운 능력을 얻게 되었습니다. ‘레기온 님의 영광을 위하여’ 패시브 스킬입니다. 레기온 님이 주신 보석을 섭취할 때마다 지능 1이 상승합니다.
매우 귀중한 스탯입니다.
지능을 높일수록 매우 빠르게 마법을 익힐 수 있게 됩니다.
“뭐, 뭐야. 이게?”
전속 하인들은 동시다발적으로 떠오른 상태 창을 보면서 서로를 바라봤다. 모두가 아직 적응이 되지 않는 듯한 표정들이었다.
* * *
하이모는 눈앞에서 펼쳐진 흑마법을 간신히 막아 냈다.
다크 라이징이란 흑마법이다. 예전에 하이모였다면 1격도 막아 내지 못하고 뼈까지 몽당 타 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예전의 하이모가 아니었다.
“레기온 님 만세! 레기온 님은 만물의 영장, 레기온 님이시여 영광 있으라!”
-당신의 간절한 소망이 그분께 닿고 있습니다. 신성력이 계속해서 높아집니다. 10퍼센트, 15퍼센트, 18퍼센트에 도달했습니다. 4서클 이하의 흑마법을 전면 봉쇄할 수 있게 됐습니다.
됐다.
하이모는 이빨을 꽉 물고 방패로 밀고 들어갔다.
빠지지직! 빠지지지지직!
신성력이 가득한 방패는 흑마법사의 다크 라이징을 몽땅 튕겨 냈다.
“이, 이럴 수가.”
흑마법사의 얼굴이 점점 창백하게 변했다.
달랑 용병 다섯이서 자신을 잡으러 왔을 때만 해도 그는 콧방귀를 끼었다. 이 정도 수준의 용병 따위 오십 명이 와도 걱정이 없을 판에 겨우 다섯 명이라니.
자신이 얕보였다고 생각한 그는 매우 기분이 나빠졌다.
다섯 용병들은 산 채로 잡아서 박제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몸은 박제지만 머리는 살아 있다. 말도 통한다. 이 얼마나 괜찮은 컬렉션인가.
하지만 용병들과 전투를 벌이면서 그의 희망은 금방 깨지고 말았다. 다른 네 명의 용병들은 실력이 있지만 딱 그 정도다. 자신을 어찌할 수준이 되지 못한다. 강력한 흑마법 두 방 정도면 전멸시킬 수가 있었다.
그러나 저 대머리가 문제다.
그가 레기온을 찾을 때마다 엄청난 신성력이 뿜어져 나와서 자신의 마법을 무력화시키고 있었다.
“도대체 레기온이 누군데!”
궁금증을 참지 못한 흑마법사는 버럭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레기온이란 신은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었다. 만약 새로운 신이라면 어서 본교에 알려야만 한다.
저 정도의 강력한 신성력은 근래 들어서 본 적이 없었다.
“레기온 님을 모르다니! 이 무엄한 놈! 레기온 님은 잘 생겼다. 레기온 님은 멋있다! 레기온 님의 마음은 따스하다! 그런 분을 모르다니!”
다시금 하이모의 신성력이 높아진다.
“이런 제길. 무슨 기도문이 이따위야!”
“기도문이 무슨 소용이냐! 마음이 중요하지!”
하이모가 어금니를 꽉 깨물고 외쳤다. 아무리 신성력으로 무장을 했다고 해도 모든 흑마법을 막아 낼 수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비싸게 준 성수를 뿌렸지만 놈의 흑마력을 막아 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방패를 뺀 나머지 방어구는 이미 부식을 시작했다.
같은 탱커인 버팔로는 신성력이 부족해서 아예 전투에 참가하지도 못했다.
전력이 될 만한 동료들은 마법사인 미즈셋과 궁수인 헤일러뿐이었다.
본래의 전력으로는 흑마법사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들이 흑마법사와의 사투를 택한 이유는 우연찮게 발견한 보석 때문이었다.
용병들은 알렉산더 영지로 향하는 중이었다.
레기온과 그들은 계약 관계였다. 간단히 말해서 용병과 고용주의 관계다.
그들은 레기온에게 이득이 될 만한 정보를 가져다주면 그에 대한 대가를 받기만 하면 된다.
얼마나 심플한 관계인가.
하지만 레기온이 준 ‘결정’을 먹고서 생각이 달라졌다.
아니 이제껏 살아왔던 가치관이 달라졌다. 결정은 100골드 가치가 아니었다. 그들에게 있어서 1만 골드 아니 10만 골드보다 더 가치가 있는 것이었다.
그토록 소중한 결정은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들에게 넘긴 레기온이 너무도 대단해 보였다. 자신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따라가지 못할 넓은 대양과 같은 마음을 가진 분이었다.
특히-
레기온에게 신앙심을 가지게 된 하이모와 다크 엘프 헤일러는 무조건 레기온 님 곁에서 봉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직 ‘결정’을 섭취하지 못한 스틸과 버팔로는 도대체 저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궁금하기만 했다.
자신들도 결정을 먹게 되면 놀라운 업그레이드가 가능하게 되는 것일까. 해서 스틸과 버팔로도 지옥과 같던 알렉산더 영지로 다시 되돌아간다는 것에 반대하지 않았다.
알렉산더 영지에 다다랐을 때였다.
그들은 흑마법사를 발견했다.
혼자가 아니었다. 스무 마리의 스켈레톤이 오십 명 정도의 화전민들을 둘러싸고 있었다. 화전민들은 보기에도 무거워 보이는 물건들을 짊어지고 비틀거리면서 걸었다. 성인남자도 들기 힘든 물건들은 아이들과 여자들이 짊어졌다.
흑마법사가 무엇을 하는지는 모른다.
도굴을 하든, 마왕을 깨우든, 본래의 그들이라면 결코 개입하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하이모와 헤일러는 ‘레기온 교’를 믿는 신앙심이 투철한 성기사였다. 일반 전사와 궁수가 아닌 성기사. 그 막강한 신성력은 그들을 완전히 다른 인물로 탈바꿈을 시켜 놨다.
“네 이놈들! 감히 어디서 흑마법사가 레기온 님 영지 근처에서 설치느냐! 우리가 레기온 님을 대신하여 너희를 용서치 않으리라!”
그렇게 전투가 시작된 것이다.
미즈셋과 버팔로, 스틸이 말릴 새도 없었다.
하이모와 헤일러가 무작정 흑마법사와 스켈레톤에게 달려갔으니까.
하지만 그러기에는 이번 상대가 너무 강했다.
하이모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미즈셋! 헤일러 준비해! 내가 놈의 사정거리를 돌파하겠다!”
미즈셋과 헤일러는 고개를 끄덕였다.
미즈셋은 흑마법사에게 강하다는 화염마법을 헤일러는 화살 끝에는 성력이 가득 맺혔다.
“간다! 우와아아아!”
하이모의 신성력이 최고조에 달했다.
* * *
“헉헉헉.”
하이모와 용병들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근래 들어 가장 전투다운 전투였다. 미즈셋의 파이어 레인과 헤일러의 성력이 가득 담긴 소나기 공격이 아니었다면 용병들은 몽땅 이곳에서 죽었을 것이다.
다행히도 흑마법사는 4서클 수준이었다. 그것도 비전투용 흑마법사였다.
용병들 입장에서는 천만다행이었다. 하이모는 그것도 ‘레기온 님의 축복’ 덕분이라고 말했다.
한동안은 무작정 맞기만 했다.
사장님의 전속 하인들에게 시비를 걸었다가 개처럼 맞고, 세피아라는 오거에게 잡혀서 맞고, 사장님을 노렸다가 맞고.
지금 생각해 보면 목숨이 남아 있는 것이 기적이다. 제3자 입장에서 보면 진작 목숨이 날아가도 할 말이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사장님에 대한 존경심이 더 싹튼다. 사람의 생명을 함부로 해치지 않는 고마운 분이시다.
“크흐흑, 도대체…… 어느 성 기사단이냐.”
흑마법사는 숨을 헐떡이면서 물었다.
눈빛에서는 불신이 가득했다. 그의 품에 이것만은 반드시 본교에 넘겼어야 했는데. 설마 이 비밀이 밖으로 흘러 나갈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2중 3중으로 보호막을 가동했을 것이다.
“우리는 성 기사단이 아니야.”
“뭐라?”
“우리는 ‘킬 더 드래곤’ 용병단이다. 한 번쯤을 들어 봤겠지?”
“…….”
쓰벌, 못 들어 봤나.
“끝까지 정체를 감출 셈인가.”
흑마법사의 목소리가 점점 줄어들었다. 그의 눈동자에서 빛이 점점 사라진다.
“우리는 쥐새끼처럼 어둠 속에 숨어서 사는 네놈들과는 다르다. 결코 거짓을 말하지 않아.”
“……정녕 용병들이란 말인가. 레기온이란 신을 믿는?”
“신이라니 무슨 소리야?”
“그게 무슨 말이냐?”
“그는 알렉산더 가문의 장자 레기온 남작이다. 뒤셀르프 산맥에 인접해 있는 영지의 영주님이시지.”
“아놔…… 이 새끼…… 끝까지 뻥치네…….”
마지막까지 자신을 놀린다고 생각한 흑마법사는 화가 치밀어 올라 치명상을 입었던 상처가 더욱 크게 벌어지고 말았다. 끝내 그는 용병들은 노려보면서 숨을 거두고 말았다.
“흑마법사와 전투는 너무 위험해. 다시는 하고 싶지 않군.”
그제야 하이모는 긴장을 풀었다.
그것은 다른 용병들도 마찬가지였다. 숨을 크게 내쉬었다. 모든 마력을 사용한 미즈셋과 헤일러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스스스스스슥-
흑마법사의 시체가 부식되기 시작했다.
깜짝 놀란 용병들은 한 발씩 뒤로 물러났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흑마법사들은 죽을 때 ‘시체폭발’이라는 무시무시한 마법을 사용한다는 소문이 있었다.
저렇게 휘날리는 죽음!
그동안 흑마법사가 평생을 모았던 마나를 한꺼번에 폭발시키는 극악한 마법이 시전 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놈이 4서클의 마스터라고 본다면, 반경 30미터 안에 있던 어떤 생명체도 살아남지 못하리라!
“피해! 최대한 멀리!”
하이모가 소리쳤다.
하지만 이미 늦었음은 모두가 느끼고 있었다. 망연자실하게 모두가 우뚝 굳어 버린 그때, 흑마법사는 먼지가 되어 사방으로 흩날리기 시작했다.
너무 놀라 죽은 탓에 ‘시체폭발’ 마법을 미처 시전하지 못한 모양이다.
“와! 겨우 살았다.”
“그러게. 이놈이 어리바리해서 다행이지 뭐야.”
남은 것은 흑마법사의 꼬질꼬질한 검은색 후드와 품에 품었던 온갖 아이템들이었다.
하이모는 미즈셋을 바라봤다.
아이템에 관해서는 동료들 중에서 미즈셋을 따라갈 자가 없었다. 고개를 끄덕인 미즈셋이 자리에서 일어나 조심스럽게 흑마법사가 떨군 아이템을 살폈다.
“이건 흑마석이네.”
짙은 회색의 보석을 주운 미즈셋이 중얼거렸다.
“흑마석?”
흑마석은 어둠의 기운을 담을 수 있어 흑마법사들이 즐겨 사용하는 보석이었다. 그럭저럭 값이 나가는 보석이긴 하지만, 고생을 한 보답 정도는 아니다.
“응. 시가로 치면 20골드 정도?”
“겨우? 다른 건?”
“별 것 없어.”
“이상하네. 분명히 뭔가 악착같이 숨기려는 것 같았는데.”
“응, 나도 그건 봤어. 그럼 이건가.”
미즈셋은 가죽 지도를 폈다.
여행자들은 종이로 된 지도를 선호하지 않는다. 비만 와도 금방 찢어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가죽 지도는 상당히 오래간다. 한 번 사면 3년이고 4년이고 써먹을 수가 있다.
가죽 지도를 펼친 미즈셋의 표정이 점점 딱딱하게 굳어졌다.
“왜? 무슨 지돈데 그래?”
“여기서 레 사장님 영지가 가깝지?”
“가깝지. 사나흘이면 갈걸.”
“서두르면?”
“내일이라도 도착하겠지.”
“가자.”
“왜? 말을 해 줘야 알지.”
“어쩌면…….”
“어쩌면 뭐?”
“레 사장님과 전속 계약을 맺을 수도 있겠다.”
“정말?”
“정말이고말고. 이거…… 우리 땡잡았는지도 모르겠는데?”
미즈셋은 가죽 지도를 흔들면서 환하게 웃었다.
조금 전까지 굳어졌던 그녀의 표정이 거짓말 같았다.
용병들 덕분에 살아난 화전민들은 저들이 미친놈처럼 웃고 있자, 늑대를 피해 범을 만난 것은 아닐까 무척이나 두려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