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104)
마법은 괜히 배워서-105화(105/502)
# 105
암흑 교단의 유물 1
심장이 간만에 두근거린다.
상상을 초월하는 보석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물론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큰 법이다.
하지만 그 약간 특이한 대현자 사이클롭스라면 그런 일을 벌이고도 남았을 것 같았다.
“어떤 보물이 있는지 물어봐도 돼?”
“제가 말을 하면 그게 던전인가요. 직접 찾아봐야죠.”
“젠장! 아주 없기만 해 봐라. 난이도는?”
“지난번보다야 날로 먹기죠.”
어쩐지 저렇게 말을 하니까……. 불안해진다.
“수치로 말해 주면 안 돼?”
마크의 말에 따르면 인공지능은 인간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했긴 한데…… 그러면 얼쑤! 라일락의 말은 참말일 가능성이 높은 건가?
하지만 레기온이 모르는 것이 있었다.
미래의 인공지능은 확실하게 법률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인간에게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
그러나 라일락은 과거의 유물이다.
그런 법률 따위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시대다.
“자꾸 말 끊지 말아요. 제가 끝까지 말을 한 다음에 질문하세요.”
라일락은 매서운 눈초리로 레기온을 노려봤다.
얘는 또 왜 이리 사납게 말하고 난리람. 그러고 보니 저번과 옷차림이 좀 다른 것 같다. 저번에는 환한 분위기였다면 오늘은 검고 어두운 계열이다.
개종해서 주인을 따라간 건가.
“아, 미안. 계속해.”
“제가 어디까지 했죠?”
좀 지능이 떨어지나. 왜 자꾸 물어?
“이곳에서 대현자 사이클롭스 님께서 교리를 깨달았다고.”
“맞아요. 그리고 이곳에서 사이클롭스 님은 대현자가 아닌 대주교가 되었죠.”
“대주교?”
“네.”
“종교라는게 그렇게 막 갈아타도 주교가 되고, 높은 자리 올라가고 그래?
“실력이 있으면 스카우트도 하고 그러죠.”
“그럼 주신도 개종하면, 이쪽 신 되는 거야?”
“그건 나도 모르죠. 여하튼 여기선 주신 믿는다고 하면 모두 돌 돼서 죽어요.”
“흐메. 그게 함정이야?”
“맞아요.”
“그런데 주신을 믿는지 안 믿는지 어떻게 판별해?”
“물어보면 되죠.”
“물어봐?”
“네, 당신은 주신을 믿습니까? 라고. 대부분 사실대로 얘기해요. 아니면 아니다. 믿으면 믿는다.”
“그래서 믿는다, 라고 말하면 돌로 만들어 버린다고?”
“맞아요.”
“그럼 나는 그걸 묻지 않고 들여보내 준다는 거네.”
“그것도 맞아요.”
“난 주신을 안 믿으니까 함정이 있으나 마나 한 거네.”
“음. 안 믿어요?”
“안 믿어. 난 무신론자야.”
“알았어요. 그럼 던전에서 한 가지 다른 어드밴티지를 드리죠.”
“뭔데?”
“1회 흑마법에 대한 완전 내성 사용권을 드릴게요.”
대현자 사이클롭스가 대주교가 되었다고 한다. 스톤 헤드교의 대주교의 악명은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다.
그들의 무력은 측정불가였다.
측정이 불가한 이유는 그들이 모든 무력이 철저하게 베일 속에 감춰져 있기 때문이었다. 간혹 나타나는 대주교는 대륙을 발칵 뒤집어 놓는다. 그들을 잡기 위해서는 서로 적대국이었던 왕국조차 손을 잡게 만든다.
사이클롭스에게 그런 비화가 있었다니.
그런 그가 사용하는 흑마법이란 얼마나 대단할지 알 수가 없었다.
듣고 보니 라일락이 거짓말을 하는 것 같다.
대주교 사이클롭스의 던전을 어렵지 않게 클리어 할 것 같다고? 슬쩍 드레이져를 바라봤다. 그는 팔짱을 낀 채 입술을 다물고 있었다.
생각이 별로 없어 보인다.
“흑마법 완전 내성 사용권 3회권으로 주면 안 돼?”
“안 돼요.”
“왜?”
“제가 왜 그쪽한테 그런 어드밴티지를 줘야 하는지 모르겠군요. 저는 고대 던전을 지키는 수호령인데.”
“그렇지? 알았어. 네 얘기 끝났지?”
“네.”
“그럼 던전 입구 개봉해.”
“알겠어요. 그럼 만나서 반가웠어요.”
“응, 나도 반가웠어.”
라일락은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레기온과 드레이져의 눈앞에 검은색 포탈이 생겨났다. 안쪽에서부터 피부가 저릿저릿한 흑마력이 흘러나왔다.
“와! 짜릿짜릿한데.”
“들어가세요.”
“그럼 나중에 보자고.”
레기온은 라일락에게 손을 흔들고는 검은색 포탈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드레이져까지 포탈 안으로 들어서자 문이 닫힌다.
라일락은 사라진 레기온과 드레이져를 떠올리면서 입술을 뒤틀었다.
“미친놈들. 나중에 보긴. 무슨 나중에 봐. 너희들은 사이클롭스 님의 부활을 위한 재물일 뿐인데.”
* * *
던전만 들어오면 리치 마몬과의 정신감응이 끊긴다.
뭐, 지금이야 그가 있던 없건 상관없을 것 같고.
레기온과 드레이져는 신이 나 있었다.
이곳은 그들에게 꼭 맞는 맞춤형 정장과 같았다. 그렇지 않아도 실전경험이 부족했던 레기온이다. 패시브 스킬로 인해서 기본 능력은 끝도 없이 올라갔지만, 제대로 된 적들과 목숨을 걸고 싸워 본 것은 손으로 꼽는다.
백작령에서 갑자기 나타난 녹색 기운을 가진 암살자들과 벌인 사투가 마지막이라고도 할 수가 있었다.
사실 그것도 제대로 된 싸움이 아니었다. 고대 마법 한 방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으니까.
하지만 이곳은 엄청나게 강한 놈들이 우글우글 거렸다.
던전에 들어서자 첫 번째 관문이 보였다. 번쩍이는 간판이 보였다. 무척이나 음흉한 글자가 적혀 있었다.
-헬 게이트에 온 것을 환영한다.
그리고 무작위로 쏟아져 나오는 구울들.
기사로 치면 2성급 전투력을 가진 놈들이었다. 공격력보다는 무지막지한 생명력이 위협적이었다. 즉, 놈들을 죽이기 위해서는 엄청나게 강력한 공격력이 필요하다.
레기온은 곧바로 비데 스태프를 꺼내 들었다.
‘다구리’ 스킬이 발동한다.
뒤에서 지켜보던 드레이져의 두 눈이 반짝였다. 드디어 주군께서 마법으로 적들을 물리치려는 것일까?
아쉽게도 잘못 생각했다.
“크하하하! 잘 됐다. 이번 기회에 마법사로서 격투전 경험치를 최대한 올려야겠다.”
레기온은 비데 스테프를 들고 구울들 사이로 뛰어들었다.
구울의 손톱에는 독 중에 독이라는 시독이 자연스럽게 생성이 된다. 인간에게는 치명적인 독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구울의 독은 레기온에게 통하지 않는다.
레기온은 머리를 들이밀었다. 구울들의 손톱이 그의 머리에 부딪혀서 모조리 부러졌다. 그러자 레기온은 비데 스태프를 휘둘렀다.
엄청난 무게를 가진 스태프.
전사들이 사용하는 해머보다 무거웠다. 90킬로그램이 넘는다. 전사들이 봤다면 미친놈, 뻥 치지 마, 90킬로그램이 넘는 스태프가 어디 있어? 라면서 콧방귀를 끼었을 것이다.
그런 마법사-
여기 있다.
해머보다 훨씬 무거운 스태프를 자유자재로 휘두르는 레기온이었다.
-쿠아아아아악!
-크아아아아악!
-도망쳐! 우리 상대가 아니다!
100마리 가까이 나타났던 구울들은 이미 반도 남지 않았다. 전부 머리가 박살이 나서 바닥에 흩어졌다.
두 방을 견디지 못했다. 전부 한 방에 머리통이 날아갔다.
무시무시한 일격이 아닐 수 없었다.
도망치던 구울들은 멈칫거렸다. 어느새 그들의 앞을 드레이져가 가로막고 있었다. 드레이져의 무시무시한 투기가 발산한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오러가 뿜어져 나올 지경이다.
드레이져 특유의 오러인 ‘광기’였다.
그의 광기에 휩쓸리면 모든 생명체는 극심한 공포에 휩싸여 시름시름 앓다가 죽게 된다.
그것은 언데드라고 해도 마찬가지였다.
직접적인 타격이 아니었다. 그가 오러를 슬쩍 보인 것만으로도 구울들은 싸울 의지를 잃어버렸다.
앞에는 광기의 전사, 뒤에는 미친 사이코 새끼.
레기온은 피로 물든 비데 스태프를 어깨에 얹고서는 희죽희죽 웃었다.
“뒈지고 싶지 않으면 다들 꿇어.”
* * *
헬 게이트 지하 2층의 수호신, 진 뱀파이어 샤론즈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져 있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 광경이었다.
샤론즈는 종으로 부리는 레진 뱀파이어들을 바라봤다.
“저것들은 뭔지?”
레진 뱀파이어들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제껏 이런 경험이 한 번도 없었기에 어떤 식으로 대응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헬 게이트 지하 1층은 구울들의 소굴이다.
대부분의 던전 헌터, 트레져 헌터들은 이곳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죽은 그들은 같은 구울이 돼서 다른 헌터들을 사냥한다.
하지만 간혹 구울들의 소굴을 가까스로 뚫는 헌터들이 있었다. 뚫기보다는 머리를 잘 써서 구울들과 최소한의 접전으로 지하 2층까지 내려왔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그런 그들이 샤론즈의 서식지를 통과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헌터들은 모두 레진 뱀파이어가 되어 오랜 시간 동안 샤론즈의 노예로서 살아가게 될 것이다.
한데!
도대체 왜 구울들이 이곳에 있느냐는 말이다.
지능이 떨어져서 간단한 의사소통만 가능한 놈들인데.
“너희같이 더러운 곳들이 있을 곳이 아니다. 돌아가라.”
레진 뱀파이어 중에 한 명이 구울들을 향해서 말했다. 하지만 구울들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죽고 싶은 게냐! 쓰레기 같은 것들이!”
“시, 시끄러.”
구울 중에 한 마리가 악에 받친 듯이 입을 열었다. 굉장히 흥분해 있는 말투였다.
“뭐시라?”
레진 뱀파이어의 눈빛이 사납게 빛났다.
백 년을 넘게 살아오면서 구울 따위에게 반말을 듣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어서, 어서 덤벼.”
레진 뱀파이어는 동료들을 보았다.
내가 들은 소리가 맞는 것일까? 지금 저 미친 구울이 자신에게 덤비라고 말을 한 것일까?
“구울들이 미쳤군. 완전히 미쳤어.”
레진 뱀파이어들은 콧방귀를 끼었다.
샤론즈 역시 기분이 상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해하지 못할 상황에 두통이 밀려온다. 그녀는 엄지로 관자놀이를 주물렀다. 실제로 두통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인간일 적의 습관일 뿐이었다.
“쓰레기들을 치워!”
샤론즈의 명령이 떨어졌다. 그녀의 명령을 받은 열두 마리의 레진 뱀파이어가 앞으로 나섰다. 그들의 흑마력이 빠르게 상승했다.
구울들과는 비교 자체가 되지 않는다.
놀란 구울들이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애초에 어른과 애들의 싸움처럼 상대가 되지 않을 테니까.
“한 발만 뒤로 물러나기만 해 봐. 죽지도 못하게 고통스러운 것이 어떤지 보여 줄 테니까.”
구울들의 등 뒤에서 약간 높은 하이톤의 목소리가 낭랑하게 울려 퍼졌다.
* * *
던전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라일락의 얼굴이 심각하게 굳어졌다.
설마설마 했다.
솔직히 말하면 저 잡것들이 오래오래 살아남아서 커다란 희망 속에 죽어 가기를 바랐다.
그래야 첫 번째 던전이 무너진 것에 대한 복수를 할 수가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두 던전은 음과 양이다.
한쪽이 태양이면 다른 한쪽은 달이다.
하지만 태양이 있는 던전이 무너지고 나서, 어둠이 있는 던전은 흑마력이 엄청나게 불어나고 있었다.
언뜻 보면 흑마력이 불어나서 어둠의 던전에게 유익한 것 같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밸런스가 붕괴된 것이다.
이런 식으로 시간이 지나면 어둠의 고대 던전은 저절로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그전에 ‘대주교 사이클롭스’를 부활시켜야 한다. 그것이 라일락, 최후의 소망이었다.
저것들이 던전에 찾아왔을 때는 운명이라고 여겼다.
특히 레기온!
저자를 재물로 바치면 대주교 사이클롭스께서 부활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도대체 이걸 어떻게 설명을 하란 말인가.
헬 게이트 지하 1층 구울들의 소굴.
헬 게이트 지하 2층 진 뱀파이어 샤론즈의 서식지.
헬 게이트 지하 3층 듀라한의 감옥.
헬 게이트 지하 4층 다크 나이트의 무덤.
인간의 능력으로는 결단코 저곳을 뚫지 못할 줄 알았는데, 분명히 대주교 사이클롭스께서도 그렇게 설계했다고 했는데…….
그분께서도 이런 사태는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레기온! 이 개자식!”
레기온은 각층의 수호자들을 이끌고 5층 공략에 나서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