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106)
마법은 괜히 배워서-107화(107/502)
# 107
대주교의 부활 1
최하층에 갇힌 수많은 사람들이 벌벌 떨었다.
적어도 서른 명 이상은 되는 듯했다. 남녀구별은 없지만 전원 옷은 하나도 걸치지 못했다. 그냥 소돼지처럼 철장에 갇혀 있을 뿐이었다.
잡힌 헌터들.
던전 헌터, 트레져 헌터, 주얼리 헌터 등 직업은 다양하다. 그러나 무엇인가를 발굴한다 혹은 도굴한다라는 의미에서는 비슷한 개념을 가진 직종이었다.
모두 ‘고대 던전’을 털기 위해서 잠입을 했다가 각층 수호자들에게 사로잡힌 자들이었다.
전투력이 낮은 자들은 구울이 된다.
혹은 레진 뱀파이어가 된다.
그러나 조금 실력이 있는 자들은 이렇게…….
대주교 사이클롭스 님에게 받쳐질 재물이 된다.
그들의 피에 섞여 있는 마력이 합쳐지면 언젠가 대주교 사이클롭스은 부활하게 된다.
부활시키기 위한 조건은 피의 마력이다.
일반인이라면 1만 명, 마력을 사용할 줄 아는 무인이라면 1천 명은 필요하다.
마스터급의 존재라면 단 3명이면 된다.
그러나 제아무리 각층의 수호자들이 강력하다고 하더라도 마스터급의 무인을 막아 내지는 못한다.
해서 라일락은 그 이하의 무사들을 유인해서 사이클롭스의 재물로 삼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레기온과 같이 던전에 침입한 자는 분명 마스터급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각층 수호자들이 그토록 쉽게 깨져 나가지 않는다.
인간의 기준으로 치면 5성급, 6성급 기사들과 5서클, 6서클 마법사들이 수두룩하니까.
그런 자들이 단 두 명에 무차별적으로 깨졌다.
정확히는 그 덩치 큰 남자에게.
상식을 초월하는 투기였다.
어마어마한 오러였다. 그의 오러에 닿는 모든 적들이 1격을 견디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완전한 괴물이다.
-크르르르르.
대주교 사이클롭스는 아직 잠들어 있었다.
그의 육체는 마계의 마수 그라시아에게 침식을 당했다. 살육 마수라 불리는 그라시아의 신장은 9미터가 넘고 흑마력은 인간의 육체로는 도저히 감당이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사이클롭스는 정신을 봉인한 채 이곳에 머물러 있었다.
그의 정신이 깨어나는 순간-
마수 그라시아의 완벽에 가까운 육체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막대한 양의 피의 마력이 필요했다.
라일락은 철장으로 다가갔다.
그녀가 다가오자 사로잡힌 헌터들이 몸을 움츠렸다. 이지를 제거당했으나 본능적인 두려움은 그대로 남아 있는 상태였다.
-철컹.
라일락은 철장을 열고 헌터들의 목에 걸린 목줄을 당겼다. 헌터들이 힘없이 끌려 나왔다.
그들은 피의 연못으로 끌려갔다.
“싫어……. 싫어…….”
그들은 힘없이 발버둥을 친다. 하지만 피의 마력을 제외하고는 모든 것을 잃은 그들이 라일락의 손에서 벗어날 확률은 제로였다.
라일락은 목줄을 휙 돌려서 피의 연못에 던졌다.
헌터들은 그대로 딸려 가 피의 연못에 풍덩 빠지고 말았다. 헌터들의 피의 연못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허우적거렸다. 이제껏 그들은 그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똑똑히 봤다.
그렇게-
그렇게 죽고 싶지는 않았다.
“으어어억, 사, 살려 줘. 살려 줘.”
몇몇 헌터들의 손이 피의 연못 언저리에 닿았다. 조금은 안도의 눈빛이 그들의 눈동자에서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때를 맞춰 잠을 자고 있던 사이클롭스 아니 마수 그라시아의 육체가 눈을 떴다.
-크르르르르르.
* * *
레기온과 드레이져 그들을 따르는 각층의 수호자들이 최하층 강철문 앞에 섰다.
각층의 수호자들이 표정이 좋지 않았다. 대주교 사이클롭스를 배신했다는 것보다 강철 문 안쪽에서 흘러나오는 상상을 초월한 사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레기온과 드레이져도 느꼈다.
“정말 특이하네. 도대체 이 기운은 뭐지?”
레기온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분석 불가.
마크도 고개를 저었다. 그도 완벽하지는 않았다. 계속된 업데이트를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아직 세상은 너무도 넓다. 1천 년은 지나야 모든 것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강철 문 너머에서 엄청난 기운이 넘실거렸다.
너무 이질적인 기운이다. 마기도 아니고 죽은 자들이 뿌려 대는 사기도 아니다. 그렇다고 인간의 기운도 아니다.
이도 저도 아닌 것이 강하기만 무지막지하게 강하다.
“일단 계획을 짜고 들어가는 것이…….”
드레이져가 제안을 하는 순간-
레기온이 강철 문을 뻥 차 버리고 말았다.
“어?”
“여기서 복잡하게 머리 굴릴 필요가 뭐가 있냐. 일단 눈으로 확인부터 하자. 그리고 대책을 세워야지.”
“아, 뭐. 그렇다면야…….”
드레이져는 혀를 내둘렀다.
몇 시간 전까지만 하더라도 무척이나 의기소침했던 주인이었다.
그러나 그는 금방 회복이 됐다. 하는 말이 ‘까짓거 하면 되지 뭐’였다.
그게 결론이다.
까짓것 하면 되지.
놀랍다면 놀라운 반응이다. 넘을 수 없는 벽을 봤을 때 느끼는 감정은 대체로 대동소이하다. 하지만 그것을 넘는 방법은 천차만별이다.
레기온처럼 단순하게 그래, 한 번 해 보자, 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제껏 한 명도 없었다.
드레이져는 그제야 레기온의 강함을 언뜻 엿볼 수가 있었다.
이건 성격이다.
절망과 낙담에 대한 회복력이 비이성적으로 빨랐다. 남들은 몇 년을 감정소모하며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할 일도 그는 단 며칠 아니 몇 시간 만에 툭툭 털고 일어났다.
드레이져는 피식 웃었다.
그래, 그래야 내 주인이지.
레기온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피의 연못 중심에 서 있는 괴인이었다.
괴인의 눈은 핏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눈동자는 보이지 않았다. 허리까지 늘어지는 치렁치렁한 은발 머릿결(지금은 피에 젖어서 핏빛 머릿결)도 그의 살벌한 눈빛을 막지 못했다.
“야, 너 언제 들어왔어?”
레기온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서 있는 라일락을 가리켰다.
“흥, 여긴 내 집이나 마찬가지인데. 어디로 들어왔건 당신이 뭔 상관이람.”
“그래, 그렇지. 여긴 네 집이지. 그럼 저건 뭐야? 집 주인이야?”
레기온은 점점 살기를 증폭시키고 있는 괴인을 가리켰다.
도저히 인간이라고 보긴 어려운데?
“집 주인이라. 맞는 말이지만 엄청 불쾌하게 들리네요. 저분이야말로 던전의 참주인! 과거 세상을 지배하려다가 불의의 사고로 이렇게 되어 버린 대주교 사이클롭스 님이십니다.”
“헐! 뭐야, 저 괴물이 사이클롭스라고? 근데 그 세상을 지배하려고 했다는 건 뭐냐? 아까 못 들은 것 같은데?”
레기온의 질문을 뒤로하고, 사이클롭스가 입을 열었다.
“불의의 사고…….”
“그렇습니다. 불의의 사고. 사이클롭스 님께서 이런 몸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알고 싶지 않아.”
레기온은 냉정하게 딱 잘라서 말했다.
“…….”
라일락은 매서운 눈으로 레기온을 노려보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사이클롭스 님께서는 저처럼 덩치 큰 남자에게 습격을 당했습니다. 무지막지하게 강했던 남자입니다.”
“알고 싶지 않다니까.”
라일락은 이제 레기온의 성격을 어느 정도 예상한 모양이다. 굳이 레기온에게 사정을 하지 않고 자신의 할 말만 했다.
“당시 대주교 사이클롭스 님께서는 7서클의 흑마법을 사용할 수가 있었습니다. 놀랍지요? 7서클입니다. 광대역 마법 한 방이면 작은 도시쯤은 끝장낼 수 있는 막대한 마력을 보유한 우리 사이클롭스 님께서 겨우 검 한 자루 쥔 사내에게 당했다는 말입니다. 믿기십니까?”
“믿겨지는데.”
“어딜 봐서 믿겨집니까!”
“여기 우리 드레이져도 그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레기온은 드레이져를 가리켰다.
그는 당연하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 정도야 눈감고 헤엄치기지.
“미친놈들! 진정 분수도 모르는 것들 같으니라고! 우리 대주교 사이클롭스 님이 얼마나 대단하신 분인데…….”
라일락의 말을 들으며 레기온은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야! 그러니까, 너 뭐야? 나한테 거짓말 한 거야?”
레기온이 눈을 부라렸다.
“던전을 깨라더니, 이건 알고 보니까, 저 늙은 할아버지의 주구였잖아!”
“흥! 여하튼 넌 여기서 뒈졌어, 이 바이러스야!”
“까고 있네. 그렇게 대단한 분께서 왜 저런 몰골이 됐데.”
“그거야 불의의 사고를 당해서.”
“그래, 불의의 사고. 그런 거나 당하니까 별게 아니란 거야.”
“이이익.”
말빨로는 레기온을 이길 수가 없다고 판단한 라일락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어차피 죽여야 할 놈들, 입으로 떠들어서 뭣하겠는가? 이제 행동으로 옮길 때다.
그때였다.
콰콰콰쾅!
사이클롭스의 양팔을 묶고 있던 사슬이 뚜뚝 끊겨지는 것이 아닌가.
보통 강철로 만들어진 사슬이 아니다.
마계의 힘을 억지로 봉인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흑마석이었다. 흑마석은 인간계에서 마계의 힘을 사용하지 못할 때 대체하는 광물이다.
어중간한 힘을 가진 마계의 존재는 흑마석에 봉인당하면 숨소리도 내지를 못한다.
그런 흑마석으로 만들어진 쇠사슬이 몽땅 끊어진 것이다.
첨벙첨벙.
사이클롭스는 피의 연못을 건너서 밖으로 나온다. 그의 눈빛이 점점 더 흉악하게 변해 갔다.
-크르르르르르, 개잡놈! 알렉산더…….
뭔지는 모르겠지만 마계의 마수 그라시아에게 침식을 당했던 사이클롭스의 영혼이 깨어났다.
* * *
레기온은 라일락과 드레이져를 번갈아 바라봤다.
“저 노인네가 나를 아는데?”
머릿속을 뒤져 봤지만 저런 노인네를 본 기억이 없었다.
“나는 모르는 노인네인데.”
당연히 알 턱이 없다. 더군다나 사이클롭스는 오백 년 전에 인물이 아니던가. 자신과 어떤 접점도 없었다.
아! 있다면 하나.
우리 조상님?
설마……?
“이봐, 라일락. 혹시 저 노인네를 쓰러트린 사람이 알렉산더라는 성을 가졌어?”
레기온이 물었다.
“뿌드드득, 알렉산더. 그 괴물과 같은 자. 도대체 뭘 먹고 자라면 그런 단단한 몸뚱아리로 태어날 수 있는지. 찢어 죽여도 시원찮을 놈이지요.”
맞네. 맞아.
저 노인네는 우리 조상님께 당했네.
-그러고 보니 서고에 이런 책자도 있었음.
무슨 책자?
-너님의 조상들은 무척이나 잘난 척 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았음. 책 제목이 전부 다 이렀음.
-내가 가야 할 길.
-나는 결코 쓰러지거나 후회하지 않아.
-절대자는 고독하지만 그 고독마저 즐기리라.
간지 쩌는데?
-……이게 간지가 쩜? 자애심이 지나쳐서 정신병이 의심되는데? 어쨌든 그 중에 한 명이 자신이 잡은 몬스터들을 상세하게 적어 놨음. 대주교 사이클롭스를 잡는 법.
정말?
레기온의 두 눈이 반짝거렸다.
만약 조상님께서 저 괴물과 같은 사이클롭스의 공략법을 적어 놨다면 손쉽게 쓰러트릴 수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뭔데? 뭔데?
-스톤교의 대주교 사이클롭스. 말은 대주교지만 실력은 최하. 난이도 B. 대충 때려잡으면 쉽게 잡을 수가 있다.
레기온의 미간이 막 일그러졌다. 그리고 그는 엄청난 사기를 내뿜으면서 부활하고 있는 사이클롭스를 보았다.
저게 어딜 봐서 B 난이도야?
“드레이져.”
“말씀하슈.”
“저 사이클롭스라는 자가 B급 난이도밖에 안 돼?”
“누가 그럽디까. 저 괴물이 B급이라고?”
“그냥 누가 그러던데. 그냥 대충 때려잡으면 쉽게 잡을 수 있다고.”
“그렇게 말을 한 인간 한 번 데리고 와 보슈. 지금 저 괴물의 높아지는 사기를 보고도 그런 말을 할 수가 있나. 완전히 부활하면 나도 막지 못하오. 그전에 끝내야 한단 말이오. 난이도는 S급이요.”
“그렇지?”
“그렇수다. 큰일 날 소리 하지 마시우.”
레기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우리 조상님들의 종합전투력은 측정불가다. 열심히 실력만 갈고 닦았으면 여전히 대륙에서 떵떵거리면서 살고 있을 텐데, 왜 왕비를 건드려서…….
미치지 않고서야 왜 그런 일을 저질렀을까.
아, 놔! 덕분에 이게 무슨 개고생이냐.
맨날! 이상한 마법이나 익히고.
“자, 가자. 저 새끼 쓰러트리고……. 던전에 있는 보물을 몽땅 쓸어 담자.”
“나도 주는 거유?”
“9대 1.”
드레이져는 자신이 결코 9를 가질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 인간이 어떤 인간인데. 그래도 이게 어디냐. 1도 안 준다고 생각했는데.
“알겠수다. 나중에 딴말하지 마쇼. 꼭 1줘야 합니다.”
“걱정 마라. 내가 약속 하나는 끝내주게 지킨다.”
레기온의 비데 스태프에서 마력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아주 간만에-
정말 간만에 레기온이 마법을 시전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