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108)
마법은 괜히 배워서-109화(109/502)
# 109
레기온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1
전속 하인들에게 가장 큰 할 일은 외각 성벽을 쌓는 일이다.
지금은 외지에서 100명에 인부가 들어와 성벽과 도로 공사에 투입이 됐지만 아직도 상당한 양이 남았다.
레기온은 1년 정도를 예상했다.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겠냐고.
하지만 전문가의 진단을 받으니 1년 같은 소리 하십니다, 라는 핀잔만 들었다. 목책도 아니고 성벽이다. 더군다나 레기온이 원하는 성벽의 높이는 적어도 5미터 이상이었다. 어지간한 몬스터의 습격에도 끄떡없는 그런 성벽을 원했다.
더해서 혹시 모를 다른 영지의 습격도 방비할 겸.
전문가는 영지 전체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3년, 북쪽과 남쪽의 성벽만 쌓아도 1년 4개월의 시간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레기온은 시원하게 ‘콜’을 외쳤다.
돈은 얼마든지 들어도 좋으니 최대한 빨리.
전문가는 이게 웬 떡이냐 싶었다. 1년 4개월에서 3년 동안은 최소한 안전하게 먹고살 수 있는 길이 생겼으니까. 하지만 그의 생각은 인부들을 데리고 온 바로 다음 날 무너지고 말았다.
오거가 거대한 바위를 아무렇지도 않게 나른다.
근육질의 마법사들이 중력마법으로 바위들을 움직이는 것이 아닌가.
그들은 전문가에게 와서 허리를 굽혔다.
“저희는 전문가님의 명령을 따르라는 명을 받았습니다. 무엇이든 명령만 내려 주십시오. 똥을 푸는 일이라도 마다하지 않고 하겠습니다.”
기가 막힐 일이다.
마법사들과 오거를 수족처럼 부리라고?
그게 말이 되는 소린가.
전문가는 태어나서 가장 부담스러운 공사현장의 장이 되었다.
솔직히 말하면 당장 때려 치고 도망을 치고 싶었다.
세피아라는 오거가 자신을 보면서 입맛을 다실 때마다 오줌이 저절로 흘러나왔다.
요실금에 걸린 줄 알았다.
혹시 해서 그나마 말이 조금 통하는 베이컨이란 자에게 물었다.
“만약 집에 무슨 일이 생겨서 일을 그만두게 되면 어떻게 되오?”
“계약대로 하시면 됩니다.”
“어떤 계약을 말하는 것이오.”
“이곳에 오실 때 모든 실컷 님과 계약을 하지 않았습니까?”
“했소만.”
“거기 적혀 있는 내용 그대로입니다.”
전문가는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미치겠다. 읽어 보지 않았다. 후회가 된다. 보통 월급보다 2배나 준다고 하기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매달 20골드였다. 다른 영지에서는 결코 받을 수 없는 돈이다.
사인을 했지만 계약서에 적힌 내용은 아직도 모르고 있었다.
“그러니까 제가 본의 아니게 그만을 두게 되면…….?”
“받은 돈에 10배를 뱉어 내시면 됩니다.”
“얼…… 얼마요?”
“열 배요.”
“두, 두 배도 아니고……. 열 배요?”
“네, 저도 잘 몰랐는데 왕국 법이 그렇답니다. 군주와 개인 간의 계약은 임의로 작성을 해도 된다. 그러니까 50배든 100배든 해도 된다는 뜻입니다. 얼마나 자비로운 군주입니까. 겨우 열 배라니. 저 같으면 200배쯤 적어 놨을 텐데.”
전문가는 덜덜 떨었다.
이 사기꾼 같은 새끼들.
풀어서 얘기하면 성벽을 완공할 때까지 빼도 박도 못하고 이곳에 있어야 한다는 말이었다.
이 지옥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은 서둘러 성벽을 완공하는 일뿐이었다.
그런데-
베이컨은 멀리서 날리는 흙먼지를 보았다.
꽤 많은 말들이 이곳을 향해서 달려오고 있었다. 주인님이 수십 대의 마차를 끌고 왔을 때보다 더 흙먼지가 심하게 날렸다. 그때는 라이컨슬로프가 조심스럽게 마차를 끌었기에 흙먼지가 최소한으로 날렸었다.
하지만 저 흙먼지는 매우 거친 느낌이 난다.
“뭐지, 저건.”
전속 하인들과 인부들이 한두 명씩 일손을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두두두두두두-
중무장한 기마대였다.
화려한 갑옷을 입은 자가 열. 저들은 기사다.
그들보다 가격이 싼 스케일 아머를 입은 자들이 백 명가량 된다.
전속 하인들이 영지에서 터를 잡은 후, 처음으로 보는 대규모 기마대였다.
“어디서 오셨습니까?”
베이컨이 물었다.
기마대는 대답하지 않았다. 기사들이 기마병들에게 눈짓을 한다. 기마병들은 재빨리 활을 꺼내 활시위를 당겼다. 활을 걸고 베이컨과 인부들을 향해서 곧바로 쏘았다.
쐐애애애액!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인부들은 컥! 헉! 어이쿠! 비명소리를 내면서 질끈 눈을 감았다. 이제 우린 죽었구나! 몇몇은 아예 몸이 굳었는지 덜덜 떨면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했다.
채채채채채채챙!
하지만-
기마대가 날린 화살은 단 한 발도 누군가의 목숨을 앗아 가지 못했다. 베이컨이 뻗은 손을 중심으로 하얀빛이 화살을 막고 있었다.
뿌드득-
베이컨은 날아오던 화살을 잡고 반으로 부러트렸다.
그의 전신에서 강렬한 투기가 생성된다.
“뭐니, 너희들, 간댕이가 부었니?”
* * *
드레이져는 패황의 이빨을 잡고 자신에게 당겼다. 레기온은 손아귀에 힘을 꽉 쥐고 배틀 엑스를 놓지 않았다.
“원래 내 거유.”
“내가 주은 지 한참 됐어.”
“그게 뭔 상관이유. 내 건데.”
“원래 법이란 게 그래. 난 주웠고 넌 찾지 않았어. 3개월이 지나면 주은 자가 임자야.”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슈. 세상에 그런 법이 어딨수. 그럼 훔쳐서 숨겨 놓고 있다고 3개월이 지나면 다 자신의 것이라고 우겨도 되는 것 아니오.”
어라, 듣고 보니 그렇다.
“법이 그래. 법이. 억울하면 수도에 있는 왕국 법정에서 따져.”
에라, 모르겠다. 막 지른다.
드레이져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주인에게 엄청나게 감격을 했었는데. 그런 감정 싹 사라졌다. 뭐, 이런 날도둑 같은 놈이 다 있냐.
“정말 이러기유.”
“음.”
레기온은 얕은 신음을 흘렸다. 자신이 생각해도 이건 좀 막무가내인 듯싶었다. 그렇다고 어렵사리 얻은 고급 아이템을 선심 쓰듯이 넘기고 싶지는 않았다.
“좋아. 그래도 이건 확실히 하자.”
“뭘 말이유.”
“나 아니었으면 이 아이템 잃어버렸을 거야. 맞지?”
“그거야…….”
“대여해. 39년간. 아니 38년인가.”
“그건 무슨 소리유.”
“네 하인 생활 동안은 돈 내고 그거 써. 하인 생활 끝나면 그냥 가져가고.”
“아니, 뭐 그런 경우가…….”
“한 달에……. 1,000골드 받지?”
“뭐, 뭔 천 골드 말이유?”
드레이져는 깜짝 놀라서 말을 더듬었다.
“나를 바보로 아나. 너 이 새끼, 중간에서 쌔볐잖아. 내가 모를 줄 알았어? 너 열심히 하라고 알면서 그냥 내버려 뒀던 거다.”
“으…….”
드레이져의 입에서 자신도 모르게 신음이 흘러나왔다.
정말 귀신같은 주인이다. 처음 봤을 때는 좀 맹해 보였는데 날이 갈수록 머리가 팍팍 돌아가는 것 같다.
“반 내놔.”
“500골드……. 알았수.”
드레이져는 더 이상 반항을 포기했다.
칼자루는 주인이 쥐고 있었다. 여기서 더 버텼다가는 작정하고 절대 안 줘, 라고 패왕의 이빨을 아공간 속에 던져 버릴 수도 있었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주인은 결코 자신의 것을 공짜로 뺏길 사람이 아니었다.
“이번 일 끝나고 계약서 쓰자.”
“하아, 알았수다. 사, 삼십팔…… 년간 임대하겠수.”
눈물이 앞을 가린다.
자신의 검을 사용하기 위해서 매달 500골드의 사용료를 38년간이나 지불을 해야 하다니. 훗날 이보다 더 좋은 아이템을 얻게 되면 미련 없이 패황의 세트 아이템을 포기해야겠다.
주인의 손에 들어간 이상 무슨 수를 써도 나오지 않을 테니까.
레기온과 드레이져가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는 샤론즈는 기가 막혔다.
지금 저럴 때가 아니었다.
둘이 손을 꼭 잡고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말씨름이라니. 더군다나 그 말씨름이라는 것이 유치하기 짝이 없었다.
그녀는 대주교 사이클롭스에게 고개를 돌렸다.
“미치겠다. 다크 스톰이야.”
다크 스톰은 7서클 광역 마법이다.
일정 지역에 바람의 칼날을 날려 초토화시키는 마법이기도 했다. 그 지역 안에 갇히면 아이언 실드 따위는 3초도 견디지 못하고 갈기갈기 찢겨 나간다.
최상위 방어 마법 중에 하나인 다이아몬드 실드도 1분 이상 견디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대주교 사이클롭스라면 최소 3분간은 다크 스톰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다 죽는다.
“이봐요! 지금 제정신이에요? 도대체 뭐하고 있는 거예요! 으아악! 저 자식이 마법을 실현시켰어. 망했어! 망했다고!”
샤론즈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저들의 마법 전투는 자신의 영역을 떠났다.
5서클의 방벽을 세울 수 있는 자신의 마법으로는 결코 다크 스톰을 막을 수가 없었다.
차라리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이 고통이 적을지도 모르겠다.
순간!
드레이져의 배틀 엑스에서 하얀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 힘은 줄기줄기 뻗어 나온다. 하나의 오러가 아니었다. 적어도 수십 개가 넘는 오러를 동시에 발동되고 있었다.
샤론즈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떡 하나 벌리고 말았다.
드레이져는 배틀 엑스를 위에서 아래로 강하게 내리쳤다.
콰콰콰콰콰콰쾅!
귀청이 떨어져 나갈 것 같은 엄청난 폭음이 터지고!
놀랍게도-
대주교 사이클롭스가 만들어 낸 다크 스톰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라일락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드레이져를 멍하니 쳐다봤다.
“저, 저자는 도대체 누구야? 어떻게 대주교 사이클롭스 님의 흑마법을 막아 낼 수가 있는 거냐고!”
드레이져는 비릿하게 입술을 뒤틀었다.
그는 거대한 배틀 엑스를 한 손으로 들고 사이클롭스를 가리켰다.
“너희 때문에 매달 500골드씩 생돈이 나가게 생겼다. 던전에 많은 보석이 숨겨져 있어야 할 거야. 그렇지 않으면 너희들의 영혼까지도 탈탈 털어 버릴 테니까.”
* * *
레기온은 드레이져와 사이클롭스의 전투를 지켜봤다.
언뜻 보기에는 드레이져가 유리하다. 사이클롭스는 부활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 그는 피의 연못을 나오지 못한다. 즉, 움직임의 제한이 있었다.
반면 드레이져는 물을 만난 물고기처럼 설치고 다녔다.
처음 봤다.
실력을 드러낸 드레이져의 공격력이…… 자그마치 2만 5천을 훌쩍 넘어선다.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나니…….
졸라게 빡친다.
저 자식이 든 배틀 엑스를 내가 사용했더라면 비슷한 공격력이 나오지 않았을까?
-꿈도 꾸지 마셔. 드레이져는 7성급 전사. 소위 말하는 마스터임. 너님은 뭐? 3서클 마스터. 종합전투력도 천지 차이. 운용력도 천지 차이. 공격력은 말할 것도 없고.
그래서 뭐, 어쩌라고. 이제 내가 할 게 없으니 이렇게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라고?
-무슨 소리임. 드레이져가 유리하다고 너님도 유리한 줄 앎? 이대로 있으면 드레이져만 살고, 나머진 다 죽을 거임. 그러면 드레이져도 곧 죽겠지.
왜?
-드레이져의 방어력이 약하기 때문임.
드레이져의 방어력이 약해? 저 미친 근육 덩어리가?
-일반인에 비해서 월등히 강하지만 사이클롭스가 내뿜는 흑마법을 견딜 정도는 아님. 방어구가 없는 것이 치명적임. 그거 주지 그러삼.
패황의 갑주를 말하는 것이다.
으응, 싫은데.
-싫으면 지금 빨리 업그레이드를 해서 드레이져를 돕든지.
내가 무슨 도움이 돼? 겨우 3서클 마법사인데. 저기서 우왕좌왕하고 있는 뱀파이어보다도 약한데. 더군다나 비데 스태프도 망가졌고.
-비데 스테프는 꼭 챙기셈. 어쩐지 그냥 버리기에는 아까움.
이미 손잡이는 아공간 속에 넣어 놨어.
-잘했삼. 님이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는 방법은 딱 하나. 아까 청동 골램을 해치우고 얻은 보석 세 개를 해체시키삼.
무슨 스킬이 생길 줄 알고?
-그럼 갑주 꺼내서 드레이져에게 서둘러 주든지.
그래, 준다. 줄 때 주더라도 그냥은 못 주지.
레기온은 아공간에 손을 집어넣어 청동 골램에게서 뽑아낸 세 개의 보석을 쥐었다.
“에라, 모르겠다.”
그는 눈을 꾹 감고 첫 번째 보석을 입안에 넣었다.
그 순간!
“주인 위험해! 그렇게 넋 놓고 있으면 어떡해!”
드레이져의 다급한 목소리와 함께 레기온의 코앞에서 커다란 폭발이 일어났다.
콰콰콰콰콰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