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109)
마법은 괜히 배워서-110화(110/502)
# 110
레기온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2
“아아아…… 마크야. 나 살아 있는 거 맞냐?”
레기온은 구석에 처박힌 채 중얼거렸다.
-육체 상태를 묻는 것이면 살아 있는 것은 맞음. 하지만 곧 죽을지도 모름.
“그치? 젠장…… 진짜 아파.”
레기온은 사기적인 육체 능력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기본 바탕은 마법사다.
그것도 현재 상태는 고작 3서클 마스터.
그런 그가 7서클과 7성 괴물들이 싸우는 틈에서 버틸 수는 없었다.
드레이져가 날린 도끼의 도풍에 휘말려 흐느적, 사이클롭스가 날린 마법에 휘말려 저쪽 벽에 꽝. 둘이 크게 부딪치며 마나의 폭발에 휘말려 이쪽 벽에 꽝.
마크의 도움으로 오러와 마법의 충돌 중심에서 최대한 피하고는 있었으나, 그래 봐야 이 좁은 공간에서 3서클 마법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죽지 않고 있는 것만도 충분히 대단하다.
지금 레기온은 그런 상황이었다.
그는 지금 상당한 내상을 입었다. 몇 번이나 기침을 하고 검은 피를 쏟아 냈다.
-경고! 경고! 너님 체력 30퍼센트 다운, 마력 50퍼센트 손실, 치명적인 일격을 당했음. 반격 공격을 2회 이상 받을 시 너님의 생명은 장담하지 못함.
으으으, 그럴 것 같았어. 졸라게 아프더라.
-그런 말 할 때가 아님. 그냥 여긴 드레이져에게 맡기고 도망치셈.
도망치면? 여기서 나갈 수는 있고?
-최선을 다해서 스캔 해 보겠음.
그 말은 탈출할 확률이 높지 않다는 거지?
-할 수 있음.
4서클에 도달하면 힐링 능력부터 배워야겠다. 힐링 마법을 사용할 수만 있었다면 최소한의 체력은 회복할 수가 있었을 텐데.
“으윽, 일단 알았어. 젠장. 손가락 하나 꼼짝도 못하겠다.”
레기온은 등을 대고 바닥에 벌렁 누웠다.
어차피 삭신이 쑤셔서 일어나지도 못할 판이다.
그는 눈동자만 돌려서 드레이져와 대주교 사이클롭스를 바라봤다.
사람을 이 꼴로 만들고 잘들 싸운다.
강력한 투기와 오러, 흑마법이 난무를 한다. 피의 연못 반경 수십 미터는 쑥대밭이 돼서 형체를 알아볼 수가 없었다.
뱀파이어 샤론즈가 저기 구석에서 벌벌 떨고 있었다. 무슨 마왕성에 마왕처럼 행동하더니 저게 뭔 꼴이냐.
“어이, 뱀파이어.”
레기온은 샤론즈를 불렀다.
샤론즈가 레기온을 바라봤다. 깜짝 놀란 표정이었다.
왜?
“헐! 살아 있었어요?”
젠장, 당연히 살아 있지!
레기온은 그녀에게 손짓을 했다.
이리 와.
“저요?”
샤론즈가 검지로 자신을 가리켰다.
“그래, 너.”
샤론즈가 불안한 눈빛으로 슬금슬금 다가왔다.
“왜요?”
“저것 좀 주워 줘.”
레기온은 폭발로 인해서 멀찌감치 날아가 버린 보석들을 가리켰다. 젠장, 결국 도박에 운명을 맡겨야 하다니. 역시 믿을 건 행운력밖에 없는 건가?
스톤 헤드교의 신이든 주신이든 아무나 나에게 굉장히 좋은 스킬 하나만 주세요!
샤론즈는 찬란하게 빛나는 보석 3개를 주웠다.
“그래, 이리 줘. 어서. 으윽.”
레기온은 손을 내밀었다. 샤론즈는 레기온의 손에 보석을 놓으려다가 멈칫했다.
“왜?”
레기온은 의뭉스러운 눈빛으로 샤론즈를 바라봤다.
“계약서…….”
“뭐?”
“계약서 하고 바꿔요.”
“젠장, 지금 어떤 상황인지 몰라서 그래? 지금 계약서 타령할 때야?”
“무슨 상황인지 아니까 하는 소리예요. 당신에게 배웠잖아요. 이 보석 중요하죠?”
“젠장! 안 중요해!”
“그래요? 그럼 말죠 뭐.”
샤론즈가 휙 돌아섰다. 이 망할 뱀파이어가 제법 세게 나오네. 너 그런데 이거 알고 있냐?
레기온은 계약서 하나를 내밀었다.
-나는 레기온 님이 시키는 대로 시집을 가겠습니다.
“너 시집가고 싶냐?”
“헐! 저봐! 이 나쁜 놈! 어떻게 사람이 저런 계약서를 쓰라고 할 수가 있어! 안 줘! 못 줘! 차라리 내가 혀를 깨물고 죽어 버리고 만다!”
“야! 너 정말 오크한테 시집가고 싶어? 빨리 안 내놔! 으으윽. 아파라.”
괜히 소리 질렀다.
내장이 꼬인다. 아아! 갑자기 ‘헬리코 박터 균은 가라’ 패시브 스킬이 시전 되는 것 같다. 배가 무지하게 아프다.
이걸 어떡하나.
여기에서 누운 채 똥 쌌다가는 여기서 살아 나가도 평생 놀림감이다.
“내가 속았지. 저 멍청하고 뚱뚱하게 생겨서 사람 딱 얕잡아 보기 좋게 생겨 가지고. 하는 짓은 완전히 개 쓰레기 삼류 양아치 스켈레톤만도 못하다니까!”
뭐라는 거야? 나 상처 입히는 거임?
“그렇게 외모로 사람을 안심시켜 놓고 아주 그냥 날로 잡아먹는다니까.”
“내가 무슨 식인종이냐. 잡아먹게.”
“비유적인 말이에요. 제가 쓰러져 있는 동안 당신이 살금살금 다가와 ‘살려 주겠다. 살려 주는 대신 여기에 도장을 찍어라. 싫으면 싫다고 말해라.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주지. 결코 네 의지대로 죽지 못하게. 크하하하’라고 웃었던 사람이 누구더라!”
“난 그런 적 없음.”
“네가 그랬거든!”
“기억 안 나는데.”
“이 나쁜…… 새끼.”
샤론즈는 뾰족한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살다 살다 이런 인간 처음 본다.
“그래서…… 거래할 거예요, 말 거예요?”
“지금 이럴 때가 아니라고! 일단 그 보석을 줘.”
“계약서부터.”
“보석 주면!”
“그럼 말아요.”
“그거 안 주면 너 여기서 죽는다.”
“저는 어둠의 귀족이에요. 죽음 따위는 이미 초월했어요.”
“정말?”
“정말이죠.”
“살려 달라면서 계약서에 사인을 했던 게 누구더라.”
“…….”
정말 상종 못할 인간이다. 계약서고 나발이고 보석을 부숴 버리고 싶다.
“젠장, 시간 없어 죽겠는데.”
레기온은 간신히 손만 움직여서 아공간을 열었다. 수십 장의 계약서를 꺼내 일일이 이름을 확인한 뒤, 이미 소멸해 버린 다크 나이트나 듀라한의 계약서는 불태웠다.
성불해라.
“네 건…… 이거군.”
다섯 장의 계약서.
-나는 레기온 님께 20년간 충성을 맹세합니다.
-그 기간 동안 내 모든 습득물은 레기온 님의 것입니다.
-나는 레기온이 때리면 맞고, 죽으라고 하면 죽는 시늉이라도 하겠습니다.
-나는 레기온 님이 시키는 대로 시집을 가겠습니다.
-나는 레기온 님이 죽으면 따라 죽겠습니다.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계약서란 말인가.
첫 번째부터 세 번째 계약은 그런대로 참을 만하다. 하지만 네 번째와 다섯 번째는 지나친 인권유린, 아니, 마권유린 아닌가?
“젠장! 이봐. 어차피 당신 죽으면 난 죽는 거네. 빨리 결정해. 어차피 20년 막 구르다가, 이상한 놈팽이에게 시집갔다가 너 뒈질 때 죽느니 그냥 지금 죽어야겠어. 너랑 같이!”
“좋아, 알았어 알았어! 교환해.”
“좋아요. 주세요.”
“보석 먼저.”
“동시에.”
“사람 진짜 못 믿네.”
“하나 보면 열을 아네요.”
“쩝.”
레기온과 샤론즈는 동시에 보석과 계약서를 교환했다.
샤론즈는 보기에도 불편하다는 듯이 계약서를 곧바로 불태웠다. 그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던전을 뛰쳐나갔다.
레기온은 그런 샤론즈의 뒷모습을 보면서 뭔지 모를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우리 또 보게 될 거야.”
아차차, 이럴 때가 아니지.
레기온은 샤론즈가 건넨 보석을 셋 다 삼켰다.
-이봐! 이봐! 뭐하는 짓임? 미친 거임?
왜?
-보석 세 개를 한꺼번에 삼키면 어쩌려는 거임?
안 돼?
-당연히 안 되지. 어서 뱉으삼.
깜짝 놀란 마크의 말에 레기온도 불안감을 느껴 입안에 보석을 뱉었다.
아니 뱉으려고 했다.
-해체를 시작합니다.
쓰벌…….
늦었다.
* * *
파라솔 남작은 눈을 비볐다.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어이가 없는 상황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는 비치 자작 군의 선발대 역할을 맡았다.
기사 열두 명과 백 명의 기마대. 이 병력이라면 이런 허름한 남작 영지쯤이야 반나절이면 날려 버리고도 남을 충분한 병력이다.
설사 놈들에게 어느 정도의 대비책이 있다고 해도, 후미에 준비된 본대는 20명의 기사와 100명의 기마대, 500명의 중장보병으로 구성되어 있다.
용병들이 300명쯤 포함되어 있어 산만한 경향이 있긴 하지만, 이 규모의 남작가를 치기에는 넘치는 무력이었다.
왜 이렇게 막대한 돈을 쓰면서 무리를 했느냐?
다른 귀족들도 레기온 남작의 ‘미스릴 광산’을 노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건 시간 싸움이다.
먼저 남작의 목을 날리고 깃발을 꼽는 사람이 임자.
고작해야 촌구석 지방 남작의 죽음 따위, 얼마든지 얼버무릴 수 있다는 것이 대부분 사람들의 판단이었다.
하지만-
“호오! 이거 예상 못했던 상황이군.”
파라솔 남작이 재미있다는 듯이 말했다.
“그렇습니다. 마법사가 있었군요.”
호위 기사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 낙후된 영지, 생각보다도 훨씬 외진 영지가, 예상보다 더 발전되어 있다는 사실에 조금 놀라긴 했었다.
수로나 도로도 잘 정비되어 있고, 논과 밭도 예상했던 것에 비해 너무 훌륭했다.
거기다 성벽을 쌓는 인력들.
돈이 많다더니 꽤나 대단한 축성기술자와 많은 인력을 동원되어 성벽을 쌓고 있었다.
“역시 자작님의 혜안은 대단해.”
삼 개월만 늦게 왔다면 저 성벽이 모두 완성이 되었을 테고, 그러면 꽤 피해를 감수했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비치 자작은 그런 기다림을 원치 않았다.
“이대로 출격해 가축 한 마리 남기지 말고 몰살시키시게. 몬스터의 습격으로 위장하는 것이 좋겠어. 어차피 몬스터의 습격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곳 아닌가.”
파라솔 남작은 주군의 명령을 실행해 옮겼다.
성벽 작업을 하고 있던 인부들을 향해서 화살을 날렸다. 단 한 명도 도망치지 못하리라.
그런데-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인부들을 중심으로 방어막이 펼쳐지는 것 아닌가?
저 정도로 광범위한 방어막을 펼칠 수 있는 마법사가 있었단 말인가?
‘저 정도 마법이라면 최소한 4서클 이상…….’
그런데 그 순간 인부들이 갑자기 이쪽을 향해 돌아섰다.
“고작 마법사 하나 믿고, 지금 저들이 우리와 싸우겠다는 건가?”
파라솔 남작은 어이가 없어 실소가 나올 것만 같았다.
“저기 돌파하는 데 얼마나 걸리겠는가?”
“마법사의 목을 자르는 것까지 5분 안에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좋아! 전군, 진군하라!”
파라솔 남작의 말에 기사단과 기마대가 빠르게 말고삐를 낚아챘다. 그들은 각각 랜스와 창을 집었다.
그리고 달려 나가려는 그때.
“어? 어어어어어!”
기마대는 박차를 가하지 못했다.
그들의 머리 위로 수백 발의 화염구가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