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11)
마법은 괜히 배워서-11화(11/502)
# 11
무식하면 용감하다 2
레기온은 닥치는 대로 머리를 휘둘렀다.
머리가 싸움에서 가장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이제 깨달았다. 머리는 주먹보다 강하다. 머리 한 방에 나가떨어지지 않는 것이 없었다.
목이 좀 아파.
-종합 전투력이 37으로 상승했습니다.
이상한 스킬은 금방 금방 레벨 업이 되더니 종합 전투력은 다섯 명이나 쓰러트렸는데도 겨우 2가 오른다. 정말 야박하다.
이래서 언제 100을 넘나.
레기온은 주위를 돌아봤다. 이름은 거창하게 어쌔신 길드지만 정작 길드원들은 스무 명이 넘지 않는 듯했다. 이미 다섯 명은 그의 의해서 불귀의 객이 되었다. 술집에서도 두 명이 당했다.
지금 이곳에 쓰러져 있는 자들은 모두 다섯 명이다.
남은 사람은 길드장 깁스와 벽 속에 몸을 감추고 있는 한 명의 어쌔신.
등신, 다 보여.
-마스터의 몸놀림이 배 이상 빨라졌음. 큰일임. 배운 마법은 사용 못하고 무투가보다 박치기를 더 잘함.
마크의 말에 레기온은 허탈한 웃음을 터트렸다.
그의 말이 맞다. 여기까지 오면서 마법은 한 번도 쓰지 않았다. 아이언 헤드 패시브 스킬만 사용해서 온통 박치기 중이다.
사실 혼자서 한 건 아니다.
마크가 주변을 감시하고, 달려들거나 밀려나거나 기습을 하는 것들을 일일이 가르쳐 주고 있는 덕분이다.
-어쌔신 한 명이 뒤에서 옴.
뒤?
-아 놔. 묻지 말고 뒤를 신경 쓰라고. 야! 야! 마스터. 뒤에서 칼 들어오잖아.
야, 는 반발이잖아.
-그럼 내 말에 재깍재깍 반응을 하든지. 느려 터져서는.
안 느리거든.
레기온은 날아오는 칼을 피하지 않았다. 그냥 머리를 갖다 댔다.
방패도 아니고 칼로 찌르려던 어쌔신이 오히려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는 더 놀란다.
깡!
칼이 두개골에 튕겨져 나왔다.
어쌔신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칼과 레기온의 번갈아 쳐다봤다. 한 손으로 자신의 칼날을 만져 본다. 혹시 칼이 바뀐 것은 아닌가 하는 표정으로.
“씨발.”
그의 입에서 욕설이 흘러나왔다.
칼날을 만졌던 손가락이 덜렁 베였다. 꽤 많이 베였는지 피가 뚝뚝뚝 흘러내렸다. 역시 칼날은 항상 잘 갈아 두는 편인데…….
등신, 욕 나올 만하네.
레기온은 어쌔신에게 빠르게 다가갔다. 어쌔신은 무작정 칼을 찔렀다. 레기온은 가볍게 칼날을 물고 으적으적 씹어서 목구멍에 넘겨 버렸다.
-아이언 헤드 경험치가 9 상승했습니다. 레벨 업까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망막의 문자가 떴다.
-야 이, 닭대가리 마스터야! 내가 강철류의 금속 해체시키지 말라고 그랬지!
쏘리, 자꾸 까먹네. 그런데 닭대가리? 지금 감히 주인한테 닭대가리라고 그랬냐.
-그래, YOU! YOU! 내가 비록 전원이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너처럼 머리 나쁜 인간은 처음 보겠음. 도대체 몇 번이나 말을 해야 알아먹삼!
아, 진짜 기분 나쁘네. 너 자꾸 말 함부로 하다가 혼난다.
-헛소리 말고 내가 허락할 때까지 강철류의 금속 절대 먹지 마.
그건 그거고, 너 진짜 안 되겠다.
-안 되면 어쩔 건데. 머리가 나쁘면 내 말이라도 잘 들으삼. 그럼 3대의 팔자가 필 거임.
일단 너부터 혼 좀 나야겠어.
-얼씨구.
레기온은 자신의 목을 졸랐다. 양 엄지손가락으로 동맥과 정맥을 꽉 누른다. 레기온의 얼굴이 금방 시뻘겋게 변했다. 눈동자의 혈관이 금방이라도 터져서 밖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겁나 고통스럽지?
-으윽, 그러는 너는?
씨발, 왜 나도 고통스러운 거지?
-진짜 못 살겠삼. 반드시 이 자식 지능을 높여 놓고 말겠삼. 이러다가 내가 죽겠음. 이거 빨리 풀어! 자살이라고 이건!
동감이다. 이건 자살 행위다.
레기온은 자신의 목을 조르던 손을 풀었다.
“헉헉헉헉.”
그는 거칠게 숨을 쉬었다.
어쌔신 길드를 쑥대밭으로 만들 때까지 이마에서 땀 한 방울 흘리지 않던 그가 혼자 쇼를 하고서 쓰러질 뻔한 것이다.
조금 전에 일을 지켜보던 어쌔신은 어이가 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뭔가가 생각이 났다는 듯이 레기온을 향해서 말했다.
“미쳤다는 그 영주?”
“헉헉, 안 미쳤거든.”
어쌔신은 눈살을 찌푸렸다.
아무리 봐도 미친놈 맞는데. 문제는 미친 영주가 보통이 아니란 것이다. 어떻게 저렇게 단단한 머리를 가질 수가 있지? 도저히 저걸 막을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완전히 미쳤군.”
“안 미쳤다니깐. 썅!”
레기온은 훌쩍 뛰어올랐다.
마크가 꾸준히 종합 전투력을 올려 준 덕분에 체력과 근력이 꽤 좋아졌다. 예전이라면 닿을 수 없는 거리가 한 걸음에 다다랐다.
기겁한 어쌔신이 뒤로 물러나려고 했지만 건물 안은 너무 좁았다. 그의 등이 벽에 닿았다. 어쌔신은 얼굴은 심하게 찡그렸다.
“씨발.”
레기온의 박치기가 어쌔신의 안면에 작렬했다.
꽈직!
엄청난 충격이었다.
어쌔신은 벽면을 뚫고 밖으로 튕겨졌다. 저만치 튕겨져서 쓰러진 어쌔신은 벌레처럼 꿈틀거릴 뿐 일어서지 못했다.
이제 남은 것은-
“너뿐이네.”
레기온은 집무실에 앉아서 경악한 표정을 짓고 있는 길드장 깁스를 보았다.
깁스는 마른침을 삼켰다.
처음에 누군가 길드에 쳐들어왔다고 했을 때 콧방귀를 끼었다. 그는 줄리안 준남작의 비호를 받고 있다.
누가 이 영지에서 자신을 공격한단 말인가?
하지만 상대를 자세히 보니 어디서 봤던 꼬맹이다.
“영주?”
살다 살다 이렇게 어이가 없기는 처음이었다.
영주가 호위기사도 없이 혼자서 어쌔신 길드를 소위 ‘까러’ 왔다. 그리고 부하들은 그 영주에게 개박살이 났다.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러지 않아도 이틀 전, 영주를 암살하러 갔던 부하들이 실종됐다. 암살을 실패했다고 패링에게 얼마나 욕을 먹었던가?
“한 번 더 실패하면 그땐 네 목을 가져가겠다.”
개새끼가 겁네 협박질이다.
그래서 직접 나서려고 마음을 먹고 있던 차였다. 자신이 나서면 좀 미쳤다는 어린 영주 따위야 한순간에 끝날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그 영주가 직접 찾아올 줄이야.
무엇보다-
왜 저렇게 강한 거지?
딱히 뭐 대단한 몸놀림이 있는 건 아니다. 도리어 좀 평범한데…… 저 대가리, 정말이지 졸라게 단단했다.
칼도 막는 대가리라니.
저런 건 처음 봤다. 저쪽 북쪽의 어떤 수도승들이 철두공인지 뭔지를 익힌다던데, 그건가? 그런데 철두공을 익히면 철도 씹어 먹을 수가 있는 건가. 모르겠다.
깁스는 책상 속에 들어 있던 단검을 잡았다.
이미 검은 영주의 머리를 뚫지 못한다는 것은 확인했다. 하지만 이 단검은 부하들의 허접한 칼과는 차원이 다르다.
마법 상인에게 무려 100골드나 되는 거금을 주고 마련한 마법 단검이었다. 윈드 마법이 걸려 있다. 마법 상인은 마법 단검을 깁스의 손에 쥐어 주며 말했다.
-바람은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다.
이 얼마나 멋진 말인가.
이후 깁스는 마법 단검을 단 한 번도 품에서 떼어 놓은 적이 없었다. 마누라와 은밀한 밤을 보낼 때도 마법 단검은 꼭 옆에 둔다.
그렇게 애지중지 아껴 온 마법 단검이다.
좋아, 오늘 이 단검을 개시하자!
“이 개새끼!”
깁스는 다가오던 레기온을 향해서 재빨리 마법 단검을 휘둘렀다.
보이지 않는 바람의 칼날이 허공을 가르고 레기온을 향해서 날아갔다.
위화감을 느낀 레기온은 머리를 가져다 댔다.
빠직!
바람의 칼날이 레기온의 가운데 머리카락을 잘라 내고서 두개골과 부딪쳤다.
그리고 그대로 소멸했다.
“뭐, 뭐야?”
깁스는 믿을 수가 없었다. 바람의 마법으로도 저 대가리를 뚫지 못한단 말인가? 무슨 절대 방어 마법도 아니고!
그는 이를 악물며 몇 번이나 마법 단검을 더 휘둘렀다.
바람의 칼날이 레기온의 머리에 부딪쳐서 힘없이 사라졌다.
“마, 말도 안 돼.”
깁스는 덜덜 떨면서 뒤로 물러났다.
휙휙, 마법 단검을 휘둘렀다. 충전된 마나를 모두 사용했는지 바람의 칼날이 더 이상 튀어 나가지 않는다.
경악한 것은 레기온도 마찬가지였다.
“내, 내, 내 머리카락.”
그는 손을 뻗어서 머리를 만졌다. 저 자식이 사용한 마법에 의해서 머리카락이 뭉텅이로 잘려 나갔다.
힐끗 사무실에 걸려 있던 거울을 바라보았다.
대머리 영주라니.
이리저리 파이고 깎인 머리카락. 이건 답이 없다. 머리를 박박 미는 수밖에.
이런 쓰벌 새끼가.
레기온은 깁스에게 몸을 날렸다. 깁스가 마법 단검을 휘두르면서 반항을 했지만 레기온의 머리를 당할 수는 없었다. 마법 단검은 빼앗기고 안면에는 박치기를 당했다.
“크아아악!”
딱 한 방에 코가 뭉개졌다.
태어나서 이렇게 큰 충격은 처음 받아 봤다. 거대한 마차가 달려와서 얼굴과 정면으로 충돌을 한 것 같은 엄청난 충격이었다.
그는 안면을 부여잡고 엉덩방아를 찧었다.
레기온은 깁스의 목을 발로 밟았다. 금방이라도 부러트릴 것처럼 강하게 꽉!
“크흐흐흐흑. 왜, 왜 이러십니까?”
깁스는 간신히 입을 열었다. 숨을 쉬기가 어려워서 동공이 확장되고 핏발이 가득 찼다.
“왜 이러십니까?”
레기온은 입술을 뒤틀었다. 그걸 몰라서 물어?
“저, 저희는……. 어쌔신 길드입니다. 의뢰인이…… 원하면……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지랄 맞은 소리 하지 마. 너희가 줄리안 준남작의 똥을 치워 주는 것 다 알고 있으니까. 내가 누군지 알지?”
레기온의 말에 깁스는 희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바보로 보여?”
미친놈으로 보이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곧이곧대로 말을 할 만큼 깁스는 멍청하지 않았다.
“아, 아닙니다.”
“이제부터 나랑 딜을 하지.”
“디, 딜이라니요.”
“너희 모두 내 밑으로 들어와.”
“영, 영주님 밑으로요?”
“그래, 반항은 안 돼. 만약 여기서 싫다고 말을 하면 모두 죽여 버릴 거야.”
레기온은 싸늘하게 웃었다.
“하, 하지만 그랬다가는 저희는……. 내일 모두 몰살을 당합니다.”
깁스의 얼굴이 사색으로 변했다.
“내일이 아니라 오늘일 수도 있지.”
“여, 영주님…….”
“왜? 싫어?”
“아, 아니…… 싫다는 게 아니라.”
“그럼?”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는 거 아닙니까? 그럼 영주님…… 뭔가 살 방도를 주셔야죠.”
레기온은 가만히 생각했다. 하긴 저 말도 틀린 건 아니다. 오늘 죽으나 내일 죽으나 이놈 입장에서 달라질 건 없다는 말. 그건 분명하다.
그럼 어떻게 하지?
그렇다고 계속 작은아버지에게 붙어 있으라고 할 수도 없고.
-너님, 진짜 바보임? 그냥 붙어 있으라고 하고, 시키는 일을 보고하라고 하면 되잖슴.
아!
“잘 들어.”
“네네, 말씀하십시오.”
깁스가 고개를 조아리며 말했다.
“앞으로 날 어떻게 할 생각은 하지 마. 그리고 줄리안 준남작이 뭘 시키면 먼저 내게 보고해. 조금이라도 장난치면 그땐 정말 곱게 못 죽을 줄 알아.”
깁스의 머리가 맹렬하게 돌아갔다.
태어나서 이렇게 빨리 머리가 돌아간 적은 없었을 것이다. 자신이 생사에 기로에 놓여 있다는 것쯤은 이미 충분히 알고 있다.
다만 미쳤다고 소문난 영주는 사실 미친 것이 아닌 듯하다. 지금껏 발톱을 감추고 있었다. 어차피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는다. 그러면 일단 이 자리는 모면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어디에 붙든 붙을 수 있잖은가?
그런 점에서 영주가 제안한 방법이 가장 안전하다.
저쪽에 티를 내지 않으면서 이쪽에 도움을 준다. 영주가 바보도 아니고 자신과 손잡은 사실을 준남작에게 알릴 리가 없잖은가? 이렇게 양쪽에 선을 대놓으면 떡고물이라도 떨어질지 혹시 아는가?
좋아.
깁스는 결정을 내렸다.
“영주님의 말에 따르겠습니다.”
레기온은 피식 웃으면서 발을 풀었다.
깁스가 목을 잡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목이 아픈지 손바닥으로 연신 쓰다듬는다.
“좋아. 그러면 네가 원하는 걸 내가 이뤄 주지.”
“저, 정말이십니까? 사실 전 욕심이 그리 많은…….”
깁스의 말을 들으려는 순간이었다.
-오후 여섯 시. 정각 여섯 시입니다. 배변활동을 시작합니다.
망막에서 글자가 떠올랐다.
레기온의 얼굴이 하얗게 들떴다. 이런 닝기미!
갑작스럽게 변한 레기온의 표정을 보면서 깁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안색이 갑자기 나빠지셨습니다.”
“아, 아니야. 내가 어디까지 말했지?”
“제가 원하는 것은…….”
꾸르륵, 꾸르르륵.
이런 쓰벌.
뱃속이 풍랑이 만났다. 심하게 요동을 친다. 똥꼬에 힘을 꽉 줬다. 좀 참아라. 조금만 참으라고. 지금 계약 중이잖아!
-배변활동을 참으면 몸에 해롭습니다.
이게 무슨 개소리야!
꾸르륵, 꾸르륵.
“안색이 점점 나빠지십니다.”
깁스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화, 화장실 어디야?”
레기온은 다급하게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