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112)
마법은 괜히 배워서-113화(113/502)
# 113
수렁에 빠진 그대 2
로또가 마지막으로 덩치 큰 기사를 제압하는 것으로 모든 전투는 마무리가 되었다.
파라솔 남작을 포함해 누구 하나 이곳을 탈출한 자는 없었다. 마지막에서야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는 것을 느낀 몇몇이 도망을 치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다.
레기온 영지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던, 자신들만으로도 얼마든지 점령을 할 수 있다고 믿었던 파라솔 남작의 무지함이 전멸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불러왔다.
특히 용병으로 잔뼈가 굵은 하이모의 역할이 도드라졌다.
정면에서 베이컨이 진두지휘를 했다면, 하이모는 순간적인 판단으로 적들의 후방을 교란, 상황을 단박에 역전시켰다.
미즈셋과 헤일러의 활약도 대단했다.
아니 현재 이곳의 누가 활약하지 않았겠는가? 방심한 면이 없지 않았지만, 이 적은 인원으로 120명에 가까운 기마대와 기사들을 무찔렀다.
거기다 사망자는 전무.
저쪽에는 상당한 사상자가 발생한 것 같긴 하지만…… 그건 지들 잘못이지 뭐.
“얘들 도대체 뭡니까?”
로또가 입에 거품을 물고 쓰러진 사내를 가리키며 물었다.
베이컨이 이자와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보았다. 다른 사람들도 무척 궁금한 모양이다.
모두 모처럼의 전투에 흥분한 상태였다.
본래 그들은 모두 군인으로, 지금은 탈영병이다.
더군다나 수군. 자신들의 실력이 상당히 늘었다고는 생각했지만 어느 정도인지는 감이 오지 않았다.
가장 많이 상대하는 상대는 세피아, 그리고 마몬 사부.
항상 처맞고만 다녔더니, 강해진 것을 실감할 기회가 없었다. 그런데 오늘 보니, 우아, 우리 쫌 짱인 듯. 이런 느낌이다.
백 명도 넘는 기마대와 싸워서 완승이라니!
베이컨이 그를 툭 차며 말했다.
“몰라. 남작이래. 이름이 파라솔이라던데?”
“파라솔 남작이요?”
“누군지 알아?”
“아뇨.”
“비치 자작의 수하라고 자랑스럽게 떠들던데.”
“모르죠 뭐. 그런데 자작이면 좀 높은 사람이긴 하잖습니까?”
“그치? 불안하단 말야. 분위기로 봐서 이 한 번이 끝이 아닌 것 같아.”
“주인님을 노리는 걸까요?”
“아마도.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광산을 노리는 거 아닐까?”
“그렇다면 이거 상당히 큰일이군요.”
“큰일이지.”
“네. 이놈은 그러니까…… 파라솔 남작이란 놈이고. 자기가 비치 자작의 아래에 있다고 했고, 그렇다는 말은 다른 놈들도 이미 알고 있다는 말일 텐데……. 다른 놈들이 또 쳐들어올 수도 있겠군요.”
“음…….”
베이컨은 잠시 생각을 해 보았다.
자신이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로또의 말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말이다.
파라솔 남작과 비치 자작만의 문제로 봐선 안 된다.
“야, 일어나 봐.”
베이컨이 파라솔의 머리를 툭 찼다. 하지만 파라솔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베이컨은 참지 못하고 그의 뺨을 사정없이 날렸다.
“일어나라고 새끼야. 야, 파라솔!”
“으으으으…….”
스무 대쯤 맞은 뒤에야 파라솔이 게슴츠레하게 눈을 떴다.
그리고 사방을 둘러보더니 정신을 차린 듯 깜짝 놀라 소리쳤다.
“너, 너희들 무엄하다! 이놈들이 감히…… 내가 누군 줄 알고!”
빠각!
그때 뒤에서 다가온 하이모가 대머리로 그의 뒤통수를 갈겼다.
“조용히 하시오, 더 이상 입을 놀리면 그 혀를 가만두지 않겠소.”
그의 손엔 도망치던 기마대 셋이 질질 끌려오고 있었다.
“이것으로 도망친 놈들은 하나도 없다.”
“좋아. 로또!”
“네?”
“애들 풀어서 이놈들 전부 마나 봉쇄해서 저택 지하 감옥에다 가둬. 그리고 입 가벼워 보이는 놈 몇 놈 데려오고. 이게 무슨 일인지 좀 알아봐야겠어.”
베이컨은 눈을 부라리며 파라솔을 노려봤다.
“이봐, 남작. 지금이 겨울이면 참 좋을 텐데, 날이 따뜻해서 안타깝군. 그래서 말인데……. 너 아니어도 말할 사람이 많은 거 알지? 우리 쉽게쉽게 가자.”
파라솔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 * *
“젠장. 이건 뭐야.”
레기온은 라일락에게 물었다.
“네? 뭐가요?”
라일락이 새침한 얼굴로 레기온에게 되물었다.
지금 그들이 있는 곳은 사이클롭스의 연구실이었다. 개종 이후 그는 나머지 인생을 이곳에서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래 한 번 틀어진 놈이 끝까지 간다더니…….
대현자라고까지 불렸던 자가 이렇게 잔인해질 수 있는 걸까?
수백 개의 유리관이 연구실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잠들어 있는 엄청난 숫자의 키메라들.
인간의 조각에 수십 종의 이종족, 몬스터들까지 해체, 분해, 조립을 해 놓았다.
듣도 보도 못한 이종족, 몬스터들도 엄청나게 많았다.
유리관을 채우고 있는 액체가 없는 곳도 상당수였다.
대략 유리관의 2/3가 그렇다. 안에 있는 괴생명체들은 모두 말라비틀어져서 죽었다.
“이것들은 다 뭐냐고?”
“키메라요. 키메라 처음 봐요?”
“키메라가 뭐야?”
“한 개체에 유전자형이 다른 조직에 서로 겹쳐 있는 유전현상 또는 서로 다른 종끼리의 결합으로 새로운 종을 만들어 내는 유전학적인 흑마법이에요. 굉장히 고도로 발전된 마법이죠.”
문득 리치 마몬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인류의 의료행위를 발전시킨 자들은 신관이 아니라 흑마법사들이라고. 키메라라는 괴생명체를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키메라의 모습들이 너무 해괴망측해서 더 이상 보고 있기가 불편했다.
“이들은 살아 있는 거야?”
“대체로…….”
“몇 마리나 되는 거지?”
“대략 80마리 정도 되네요.”
“인간 세상에 나오면 살 수 있고?”
“잘 모르겠어요.”
“풀어 줘.”
“풀어 주라고요? 인간들의 입장에서는 몬스터인데?”
“여기는 뒤셀르프 산맥이야. 몬스터 아닌 놈이 어딨어? 모든 생명체가 동등하다고. 저렇게 수백 년을 넘게 유리통 안에 있었을 것 아냐?”
“그야 그렇지만…….”
“언제까지 저 속에 가둬 둘 거야. 양심 좀 있어라.”
양심이란 말을 듣자 욱하는 라일락이었다. 다른 사람이 모두 자신을 비난해도 레기온만큼에게는 욕을 먹고 싶지 않았다.
“싫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이익, 알았어요. 당신의 말대로 하죠.”
“지금 해.”
“지금요? 저놈들은 포악해요. 밖으로 나오면 우리를 습격할 거예요.”
“그건 그때고. 500년이나 갇혀 있었다면서. 생각만 해도 답답하다. 당장 해.”
라일락은 망설였다.
하지만 레기온의 재촉에 어쩔 수 없이 키메라가 들어 있는 유리관에 해체 스위치를 넣었다. 수십 개의 유리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하얀 공기가 밖으로 뿜어져 나왔다.
그러나 키메라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대로 죽은 것 같았다.
“젠장! 정말 생명을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짜증 나게. 여하튼 됐고. 근데 아직 멀었어? 15분도 넘게 걸은 것 같은데. 이 던전 진짜 넓네.”
“다 왔어요.”
라일락은 앞장섰다.
그녀는 드넓은 실험실을 가로질렀다. 그렇게 5분을 더 걷자 거대한 철문이 나타났다. 어둠이 빛을 삼키는 문양이 새겨진 철문이었다.
“무슨 문양이 이렇게 음침하냐.”
“주신에 대한 분노를 사이클롭스 님은 이렇게 표현하셨죠.”
“예전에도 생각했지만 정말 이상한 놈이야. 도대체 던전을 두 개나 만들어서 혼자 뭘 했는지 모르겠네.”
레기온은 혀를 찼다. 그가 보기엔 사이클롭스는 사회성을 잃어버린 은둔형 외톨이다.
남들보다 조금 강하고 머리는 좋지만 끝내 2인자 컴플랙스에서 벗어나지 못한 불쌍한 노인네.
그렇기에 이렇게 극단으로 치닫는 것이다.
만약 그에게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라도 있었더라면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열어.”
“네.”
라일락은 음성 마법으로 자신을 확인시키고 기괴한 문양의 철문을 양쪽으로 열었다.
그리고 레기온의 입에서 절로 웃음이 나왔다.
“오홍홍홍-!”
레기온은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으자자자자! 이거야! 이거라고!”
그의 눈앞에서 수많은 보석이 쫙 깔려 있었다. 시가로 치면 족히 수십만 골드를 넘어갈 듯했다. 마차에 보석이 가득 찰 생각을 하니 절로 웃음이 흘러나온다.
“이 정도면 어마어마한 거 맞죠?”
라일락이 의기양양하게 물었다. 그러니까 날 풀어 줘. 알았어, 조금 기다려. 이런 눈빛이 오갔다.
그리고 또 하나.
다섯 개의 유리관이 레기온의 두 눈을 휘어잡았다.
세 개의 보석과 두 개의 아이템이었다. 그것들은 유리관 안에서 둥둥 떠 있었다. 아무런 받침대도 없이 허공에 떠 있기에 신비로움은 더 했다.
레기온은 가장 먼저 보석들을 향해서 다가갔다.
이제 보석과 광물은 그에게 있어서 생명줄이나 다름이 없다. 희귀한 보석은 하나하나가 레기온도 춤추게 한다.
“이 보석들은 뭐야?”
레기온이 라일락에게 물었다.
“저도 몰라요.”
“몰라?”
“네. 그냥 위험하다고만 들었어요. 나중에 마계의 마수 그라시아를 본체화시킬 때 에너지로 써야 한다고. 지금은 불안정하다고.”
“뭔 소리야?”
레기온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니까, 이게 마계에 있는 놈을 제대로 만드는 데 필요한 놈이라 이거야?”
“네.”
“오호. 그럼 매우 귀중하다는 뜻이겠네.”
“아마도요. 하지만 다시 말하지만…… 불안정하고, 굉장히 위험하다고 했어요.”
“응, 알았어.”
레기온은 시큰둥하게 대답하며 유리관을 열었다.
“홍홍홍! 그러니까 엄청난 에너지를 머금은 보석이라 이건데…….”
빛나지는 않는데, 한없이 빛을 빨아들이는 듯 기이한 보석이었다. 길에 굴러다니면 그냥 돌멩이처럼 보일 것 같기도 한데…….
어쨌건 좋다니까 조금 신기한 기분이 들긴 한다.
레기온은 세 개의 보석을 모두 챙겨서 아공간 안에 넣었다.
어쨌건 함부로 해체를 시켜선 안 되겠다.
또 무슨 험한 꼴을 당하려고.
일단은 시간을 들여 어떤 보석인가 알아낸 뒤에 안전성을 최대한 확보하고 해체를 해야 할 것 같다.
레기온이 기뻐서 보석들을 챙기고 있을 때-
드레이져는 상심에서 벗어났다.
왜냐고?
그는 절대 구할 수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패황의 세트 아이템’ 세 번째 조각을 발견한 것이다.
유리관 안에 들어가 있던 세 번째 아이템은 ‘패황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반지였다.
드레이져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억지로 진정시키면서 유리관 속에 손을 넣었다.
레기온 몰래.
‘패황의 심장’을 잡고 손가락에 껴 본다.
“우오오오오!”
하마터면 만세를 부를 뻔했다.
그는 급히 한 손으로 입을 막고 힐끗 레기온을 보았다. 아직 보석에 눈이 팔려서 자신을 보고 있지 않았다.
천만 다행이다.
-패황의 심장.
-패황의 세트 아이템 3세트 착용 시 물리 방어력이 20퍼센트 상승합니다.
-마법에 대한 내성이 높아집니다.
여기까지는 세트를 착용했을 시에 대한 옵션이다. 보고 있노라니 전 세트를 착용해 보고 싶은 욕구가 미친 듯이 일어났다.
-생명력이 15퍼센트 상승합니다.
-생명력이 30퍼센트 이하로 떨어졌을 때 10퍼센트의 확률로 50퍼센트의 생명력을 보충합니다.
-생명력을 보충하는 시간이 200퍼센트 빨라집니다.
-상처를 회복하는 시간이 300퍼센트 빨라집니다.
-교전 시 1퍼센트의 확률로 ‘섬광’이 터집니다. 섬광에 직격한 상대는 3초간 상태이상에 빠집니다.
드레이져는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것만 있으면 길거리에서 매 맞고 객사할 일은 사라졌다.
이것만 있으면…….
“내놔.”
주인의 목소리만 들리지 않았으면…….
쓰벌…….
* * *
“골치 아프네.”
하이모가 말했다. 태양빛을 받은 그의 머리가 반짝거렸다.
“어차피 방법은 없잖아?”
베이컨이 머릴 긁적였다.
전속 하인들과 신입 회사원들도 전부 모여들었다.
파라솔의 말에 따르면 곧 본대의 공격이 있을 거라고 한다.
“어차피 막아야 하는 거면 막아야지 뭐.”
“애들 하고 여자들은 피신시키고 일단 우린 저택 쪽으로 물러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그치? 저쪽 인원이 너무 많아서 여기서 막긴 역부족이야.”
하이모의 의견에 베이컨도 동참했다.
어느새 성벽 인근은 모두 정리가 되고 있었다.
잡은 포로들은 지하 감옥에 가뒀고, 아이들과 여자들은 뒤셀르프 산맥 쪽으로 보냈다. 남자들은 도망칠 자들과 남을 자들이 선별되고 있었는데…….
그러던 차에 저 멀리에서 커다란 진동이 울리고 있었다.
두두두두두두두-
평범한 사람을 몰라도 전속 하인들은 대번에 느낄 수가 있었다. 그들의 시선이 한꺼번에 숲속 저편으로 돌아갔다.
아직 흙먼지는 보이지 않는다.
“벌써 오는 모양이군.”
하이모가 일어서서 앞으로 나섰다. 베이컨과 로또도 그 뒤를 따랐다. 완성된 망루에 오르자 저 멀리에서 피어오르는 먼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숫자는 정말 오백이 넘는군요.”
눈이 좋은 궁수 헤일러가 한숨을 내뱉었다.
로또와 전속 하인들의 얼굴도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현재 그들의 사기는 상당히 높은 상태였다. 백이 넘는 기마대를 상대로 승리를 했으니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그런 그들도 숫자에 밀리면 답이 없음을 잘 알고 있었다.
저 숫자에 휩쓸린다면, 이번엔 아예 감당도 못하고 순식간에 시체가 될 자들은 자신들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젠장.”
베이컨은 결국 결정을 내렸다.
“전원 저택으로 귀환한다. 우린 그곳에서 농성을 펼친다.”
성벽을 만들던 인부들도 갑작스런 전쟁에 입도 뻥긋하지 못하고 벌벌 떨었다. 지금 자신들이 도망을 치지 못한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어차피 이곳에 있다는 이유로 저쪽 놈들이 살려 둘 가능성은 제로에 수렴한다.
그들은 죽으나 사나 저 무서운 마전사들의 뒤를 쫓아서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아……. 세상 비싼 것엔 다 이유가 있다더니……. 괜히 왔어. 괜히…….”
인부들의 입에서 한탄이 쏟아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