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113)
마법은 괜히 배워서-114화(114/502)
# 114
수렁에 빠진 그대 3
보석을 감정을 모두 마친 레기온은 아이템으로 눈을 돌렸다.
그도 아이템이 절실히 필요하다.
하지만 몸에 맞는 갑주가 단 하나도 없었다.
세상이 너무 불공평하다. 세상 모든 기사가 모두 큰 것은 아니지 않은가. 160센티 이하의 남성이 입을 수 있는 갑옷은 왜 없느냐는 것이다.
거기다 대충 맞겠다 싶은 갑옷들은 죄다 여성 기사용이다. 허리가 잘록해서 레기온이 입기는 무리가 있다.
키 160이하, 몸무게 100킬로그램 이상의 기사가 입을 수 있는 갑옷! 왜 그런 건 없느냐 이 말이다.
레기온은 어쩔 수 없이 대장간에 직접 의뢰했다.
“신장 156센티 정도, 몸무게 150킬로그램쯤 나가는 기사가 입을 갑옷이 필요하다.”
진지하게 말했는데…….
대장장이는 바쁘니까 장난치지 말고 꺼지란다. 마크가 말리지 않았다면 그 대장장이 내 손에 죽었다.
그런데!
눈앞에 이 갑옷은 너무도 형편없이 생겼다.
철로 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돈 없는 여행자나 입을 법한 가죽 갑옷이다. 예전이었다면 모를까.
지금은 결코 돈 주고 사서 입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갑옷이 고이 모셔져 있었다.
고작 가죽 쪼가리를 이토록 고이 모셔 두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는 라일락은 힐끗 보았다.
이것도 몰라?
“그건 타란튤라 최상급 여행자 갑옷이에요. 유니크 세트 아이템이죠.”
“타란튤라? 거미?”
“네. 거미의 왕, 거미 몬스터라 불리는 타란튤라 중 강력한 킹 오브 다크니스급의 타란튤라를 골라, 그 실을 뽑아 만든 갑옷이에요. 엄청난 탄력과 방어력, 무엇보다 ‘어떤 체형의 인간’도 꼭 맞아요.”
라일락은 ‘어떤 체형의 인간’이라는 단어에 힘을 주어 말했다. 레기온을 위아래로 훑어본다.
그렇지 보지 마. 찔리니까.
레기온은 타란튤라의 최상급 여행자 갑옷을 유리관에서 꺼냈다. 이름이 기니깐 그냥 타란튤라의 갑옷으로 줄이기로 하겠다.
목부터 집어넣어 입어 본다.
“우와!”
탄성이 절로 나왔다.
얇은 천을 입은 것처럼 굉장히 가벼웠다.
마크가 스캔을 시작했다.
-타란튤란의 최상급 여행자 갑옷(유니크 세트 아이템).
-2종 착용 시 옵션 확인불가.
-3종 착용 시 옵션 확인불가.
-4종 착용 시 옵션 확인불가.
-5종 착용 시 옵션 확인불가.
뭐여! 보통 세트 아이템은 4종 아닌가?
좀 적으면 3종. 5종은 처음 본다. 패황의 갑주 세트 아이템조차도 4종이지 않던가.
-무게 3킬로그램.
-민첩성 10퍼센트 상승.
-물리적 방어력 20퍼센트 상승.
-마법적 방어력 10퍼세트 상승.
-거미류의 독에 대한 절대 내성 생성.
-불에 대한 내성이 약함. 화염 공격에 주의.
오오옷! 좋다. 좋아.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신체능력을 비약적으로 상승시켜 준다. 특히 자신과 같은 마법사에게 꼭 맞는 갑옷이라고 할 수 있었다.
마법사들은 접근전에 취약하다.
물론 자신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마법사들이 접근전에 약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물리적 방어력이 20퍼센트나 상승한다.
레기온은 이미 5성 기사보다 높은 방어력을 보유하고 있긴 하다. 아이언 헤드라는 사기적인 패시브 스킬도 있으니 방어력만큼은 가히 동급 최강이다.
이것까지 입으면 이젠 아예 대놓고 쌈질해도 되겠다.
아차!
갑자기 눈물이 앞을 가린다.
이제 친해진 나의 전속 무기 ‘비데 스태프’가 운명하셨다. 이것만큼 손맛 좋은 무기가 없었는데. 아무래도 비데 스태프를 만들었다는 비데라는 장인을 찾아가 봐야 할 듯하다.
그런데-
레기온은 드레이져를 힐끗 보았다.
저 새끼가 주변 눈치를 슬쩍 슬쩍 보더니 반지 아이템 하나를 슬쩍한다.
와, 정말 담대한 새끼다. 내가 두 눈을 버젓이 뜨고 있는데.
야이, 씹새야!
“그거 내놔.”
드레이져가 화들짝 놀란다.
새끼가 놀라긴.
* * *
던전을 나온 드레이져는 어금니를 뿌득뿌득 갈았다. 입안에서 ‘레기온 개새끼’라는 말이 계속해서 맴돌았다.
놀브라는 귀족이 있다.
성이 뭐였더라?
에드워드 놀브? 제임스 놀브?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사실 그게 중요한 것도 아니다.
그에게는 동생이 있었다.
매우 가난했던 동생의 이름은 흥브.
그는 마음을 곱게 쓰는 것으로 유명했는데, 하루는 사우스 리버에서 날아온 제비의 다리를 고쳐 줬는데, 그 제비가 은혜를 갚아서 부자가 되었다.
동생이 부자가 된 사실을 알게 된 놀브는 동생을 찾아간다. 동생은 놀브에게 구렁이에게 다친 제비를 구해 줘서 얻은 박씨로 부자가 되었다고 이야기해 준다. 이야기를 들은 놀브는 일부러 제비 다리를 부러뜨린 뒤, 다시 고쳐 준다.
그리고 떠나간 제비를 애타게 기다린다.
놀브 집에도 제비가 돌아와 빨간 박씨를 건넨다.
놀브의 지붕에도 박꽃이 피고 드디어 박이 열린다. 부푼 기대를 안고 박을 켜기 시작한 놀브 앞에 나타난 것은 금은보화가 아니라 호랑이 한 마리였다.
호랑이는 놀브에게 만 골드를 가져오지 않을 경우 죽여 버리겠다고 위협한다.
만 골드를 잃게 된 놀브는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다음 박을 켜지만 이번에는 드래곤이 나타나 나머지 재산을 모두 빼앗는다.
망연자실한 놀브 앞에 박이 저절로 열리며 마지막으로 관에서 유령이 나와 놀브 내외를 혼비백산하게 만든다.
드래곤은 브레스를 뿜어 성을 모두 불태워 버리고 놀브는 집과 재산을 모두 잃는다.
놀브는 거지가 됐지만 너무 억울했다.
해서 재산을 찾기 위해 도박에 빠진다. 남은 재산도 모두 잃는다.
그래도 정신 차리지 못하고 사채에 손을 댄다.
어느 날 그는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는 전설이다.
그 놀브의 성격과!
레기온의 다른 점이 무엇일까.
아무리 봐도 닮았다.
저 얼굴을 봐라.
욕심이 뒤룩뒤룩.
도대체 왜 저런 욕심 많은 남자에게 수많은 사람들이 호감을 느끼는지 모르겠다. 꽤 강하다고 여겨지는 전속 하인들과 용병 신입사원들은 아예 ‘레기온교’를 만들고 추앙하기에 이르렀다. 에라, 이 정신병자들.
“야, 그거 내놓지.”
레기온이 다시 한 번 말했다.
그는 아직 드레이져가 품에 품고 보여 주지 않은 반지 아이템이 무엇인지 확인하지 못했다. 죽어도 보여 주지 않을 기세였다.
“모든 보물 다 가지슈. 나한테도 1할의 권리는 있잖수. 나는 딱 이거 하나만 가지겠수.”
“그러니까 그게 뭐냐고?”
“아이템이유.”
“뭔 아이템?”
“그냥 세트 아이템!”
“아, 그랬나.”
그랬나는 무슨. 계속 이 아이템을 노리고 있다.
주인의 품에 넘어가면 다시는 내 손에 들어오지 않는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패황의 심장’ 유니크 아이템만큼은 지켜야 한다.
“한 번만 보자.”
드레이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본의 아니게 전직하여 훗날 우는 아기도 뚝 그치게 만든다는 암흑 대장군의 행색 치고는 무척이나 초라한 모습이었다.
“딱 한 번만 보자. 궁금해서 그래.”
드레이져는 패황의 이빨을 들고 오러를 주입했다.
특유의 광포한 오러가 거침없이 뿜어져 나온다. 아니 예전보다 더욱 험악하다. 그렇지 않아도 사납던 놈이 암흑 투기까지 사용할 수 있게 됐으니 얼마나 무시무시하겠는가.
“왜 그래? 너 그거 주기 싫어서 나 때리려고?”
“궁금하다고 했잖수. 하압!”
드레이져는 오러를 사용해서 허공에 글씨를 썼다.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불꽃놀이를 하는 것처럼 하늘이 번쩍번쩍 거렸다. 천둥소리가 우르릉 쾅쾅 울린다.
그리고 이런 글자가 하늘에 떴다.
생명력이 15퍼센트 상승!
생명력을 보충!
생명력 보충 시간 증속!
상처 회복 시간 증속!
상태이상 마법 섬광 보유!
지금 상황을 누가 봤다면 기가 찼을 것이다.
얼마나 레기온 손에 아이템을 쥐어 주기 싫었으면 오러를 사용해서 허공에 글자를 그릴까.
기사들이 봤다면 황홀해하면서도 어이가 없었을 것이다. 더군다나 어지간해서는 사용할 수도 없는 기술이다.
그 옛날, 제자한테 최종 가르침을 주기 위해서 사용했다는 ‘허공에 글자 쓰기’는 이렇듯 아이템을 뺏기지 않기 위해서 시전이 됐다.
“후우, 이제 됐수?”
레기온도 어이가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아무래도 ‘패황의 심장’ 아이템은 자신이 가지지 못할 것 같다. 그래, 까짓것 주자. 줘. 저렇게 가지고 싶어 하는데.
“그런데…….”
레기온은 주위를 둘러봤다. 뭔가 있어야 할 것이 하나 빠져 있었다.
라일락?
“라일락 어디 갔어?”
“어라, 그러고 보니.”
드레이져도 몰랐다.
레기온과 드레이져 둘 모두 그녀의 존재에 대해서 까맣게 잊고 있었다. 머릿속에서 어느 시점, 어느 순간부터 지워졌다. 아마도 아이템을 발견하고 나서부터인 것 같다.
“바보같이…….”
레기온은 눈살을 찌푸렸다.
진짜 바보 같은 짓이었다. 라일락을 너무 얕봤다.
설마 자신들의 눈앞에서 쥐도 새도 모르게 빠져나갈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미안하우…….”
드레이져도 인정했다. ‘패황의 심장’을 레기온에게 뺏기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꽉 차 있어서 그녀에 대해서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하고 있었다.
“왠지 불안한데…….”
레기온은 자신들이 빠져나온 던전을 바라봤다.
들어갔을 때는 포탈이었지만 나올 때는 입구가 생겼다. 들어갈 때와 나오는 곳이 다르다. 더군다나 안에는 아직도 엄청난 양의 보물이 잠들어 있다.
하지만 지금은 어쩐지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9서클의 대마법 사건, 그랜드 마스터건 최하층에 내려가서 던전이 무너지면 죽는다. 드래곤이면 모를까 빠져나올 가능성이 아예 없다.
쿠르르릉-
퍽 소리와 함께 연기가 뿜어져 나오더니 던전이 무너졌다.
레기온과 드레이져는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젠장, 그럼 그렇지.”
남은 보물 몽땅 챙기겠다고 던전에 다시 들어갔으면 정말 큰일이 날 뻔했다.
라일락!
만약 사이클롭스의 세 번째 던전이 있어서 다시 만난다면…… 너는 정말 뒈졌어!
“아! 지긋지긋해!”
그나마 다행인 것은 레기온이 발 빠르게 상당한 양의 보석을 아공간에 챙겼다는 사실이다. 하마터면 달랑 마계 보석 3개와 입고 있는 타란튤라의 갑주를 빼고는 홀라당 다 날릴 뻔했다.
“휴우.”
무너지는 던전을 빠져나오며 레기온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 * *
-크아아아아(씨부럴 놈들아)!
세피아의 오거 피어가 터졌다.
정면에서 달려오던 십여 기의 전마가 놀라서 고꾸라졌다. 타고 있던 기마병들이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앞으로 굴렀다.
세피아는 쓰러진 기마병들은 발로 찼다.
뻑!
거대한 소리와 함께 그들은 십수 미터 상공으로 날아갔다.
“으아아아악!”
날아간 기마병과 달려오던 기마병들이 뒤섞여 박살이 났다. 신체가 뒤엉켜 기마병들이 흙바닥에 나뒹굴었다.
-쿠오오오오!
오거 피어가 다시 터졌다.
언제나 장난스럽던 세피아의 눈빛이 평상시와 매우 다르다. 오거 특유의 살기가 엄청나게 솟구치고 있었다.
-크르렁, 크렁크렁(이놈들이 감히 우리 형아네 집을 쳐들어와? 다 뒈졌어)!
메이스에서는 피가 뚝뚝 흘러내렸다.
형아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난 후 처음으로 누군가를 죽이고 싶은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지능이 높아진 이후, 더욱 인간들과 친해져 그런 생각을 안 하게 되었는데…….
다시는 야생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냥 이렇게 형아와 함께 사는 것이 즐거웠다. 이 마을이 이제 내 고향이다!
그런데-
저것들은 뭐냔 말이다.
나의 새로운 고향을 파괴하려고 한다.
우르르르르르-!
마을 사람들이 다급하게 세피아의 곁을 지나쳤다.
그리고는 영주의 저택 안으로 급히 들어갔다. 저택의 입구를 지키고 있던 전속 하인들이 철문을 닫았다.
“무기를 들어라!”
“싸울 수 있는 사람들은 모두 담벼락으로 가!”
“활이 필요해!”
세피아의 뒤편에서 자경단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너무 급하게 피하느라 적을 막을 무기가 별로 없었다.
“으아아앙!”
“아빠, 아빠, 무서워.”
“엄마, 어디 있어!”
아이들이 울음을 터트렸다.
영지의 남자들은 몬스터들과 꽤 오랜 시간 동안 전투를 치렀던 경험이 있다. 하지만 같은 인간들과의 싸움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다.
몬스터와 싸우는 것은 내 땅을 지키기 위함이다.
인간들과 싸운다는 것은…….
대체 누구로부터 무엇을 지켜야 하는가?
그들의 머릿속에 ‘전쟁’이라는 개념은 잡히지 않았다. 어떤 식으로 싸워야 하는지 계산도 서지 않았다. 그렇기에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들이 정신을 차릴 동안-
세피아는 시간을 벌 생각이었다.
-크르르르르.
놈들의 숫자가 보인다. 대략 600명 정도 된다. 영지민의 숫자가 상당히 늘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천 명이 넘지 않는다. 그중에서 노인, 여자, 어린아이들이 750명 가까이 된다. 사내는 250명 정도였다.
250명으로 중무장한 600명의 기마대를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 저 숫자를 막는 건 지금 실력이 한껏 오른 세피아라고 해도 무리다.
전방에서 몇몇 기사가 말 등 위로 솟구쳤다.
-크르르릉(망할! 저 새끼들 제법 센 놈들이네).
최소 4성급의 기사들이 상당수 저쪽에 섞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