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114)
마법은 괜히 배워서-115화(115/502)
# 115
격전 1
비치 자작은 기마대를 뒤로 물려 전열을 정비했다.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자신만만하게 투입을 했던 파라솔 남작의 선발대가 전멸을 당했다.
아니, 영지 입구에 죽은 놈들이 서른 남짓인 걸 보면, 전멸은 아닌 것 같긴 한데…….
어쨌건 지금은 한 놈도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보이는 자라곤, 레기온 남작 저택 담벼락에 붙어서 꽥꽥거리고 있는 파라솔 남작 한 명뿐이었다.
“자작님! 이놈들은 인간들이 아닙니다!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습니다. 제가 놈들을 막으려고 했지만 백 명의 기마병으로는 어림도 없었습니다. 레기온 남작! 매우 음흉한 인물입니다. 그는 백 명의 마검사를 키워서 저희 영지를 치려고 했음이 분명합니다.”
파라솔 남작의 외침에 비치 자작은 고개를 흔들었다.
백 명의 마검사?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왕국의 최고 실세라 할 수 있는 콘티넌트 공왕도 100명이나 되는 마검사를 키우지는 못했을 것이다.
마검사는 키우기가 무척이나 어렵다.
설사 키운다고 하더라도 효율성이 극도로 떨어진다. 굳이 재능이 있는 자들을 그렇게 쓸모없는 마검사로 키울 사람은 누구도 없다.
그저 문제는 저 오거다.
대체 오거가 왜 인간의 영지를 처막고 지랄이냐 이 말이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앞으로 이 일을 덮기가 더 쉬워질 것 같다.
오거가 지키는 영지.
영지는 이미 마물들로 들끓고 있었고, 레기온이라는 영주는 아이들의 피로 목욕을 하는 마왕의 하수인이었다.
“어때? 훌륭하잖은가?”
“동감입니다, 비치 자작님.”
“어쨌건 저놈…… 재미있는 만큼 좀 곤란하군.”
투입했던 20기의 기마병들이 오거에 의해서 순식간에 전멸했다. 파괴력은 강하지만 임기응변에 약하다는 오거의 움직임이 아니다.
무슨 무예라도 익힌 놈처럼 빠르게 기마병들의 롱 파이크 공격을 모조리 피해 냈다.
그리고 저 육중한 메이스를 휘둘러 전마와 함께 기마병들을 날려 버렸다. 전마와 기마병들이 허공에서 가루가 되어 사라지는 놈들까지 있을 지경이다.
비위가 좋지 못한 몇몇 병사들은 참지 못하고 속을 게워 냈다.
이번 전투의 아들인 론스타를 참여시키지 않기를 잘했다. 저런 광경을 봤다면 분명 졸도부터 했을 테니까.
비치 자작은 전군을 도열시켰다.
오거도 이쪽을 향해서 공격하지 않는다.
정말 대단한 놈이다. 오거가 참을성을 보이다니!
도대체 누가 오거를 길들였을까. 오거를 길들일 수만 있다면 앞으로를 생각할 때도 상당한 도움이 될 텐데. 비치 자작은 잠시 고민을 했다.
“핸들 남작.”
“예, 자작님.”
“아무래도 몰살 계획은 철회해야겠네.”
“네? 그건 자칫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습…….”
“저것 보이지?”
비치 자작은 한쪽 손에는 메이스를 들고 반대편에는 원형 방패를 든 채 이곳을 노려보고 있는 오거를 가리켰다.
“오거요?”
“그래. 엄청나지?”
“무시무시합니다. 저런 것은 난생처음 봤습니다. 스무 명의 기마대가 저렇게 허망하게 당할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야.”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놈들 중에 오거 사육사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거지.”
“오거 사육사요?”
“그래, 오거를 누가 기를 수 있겠는가?”
“아! 그렇지요.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뭐 그렇게 말할 것까진 없고. 하지만 이건 분명한 사실일 걸세. 저놈을 보게. 갑옷을 입고 있지 않은가? 더군다나 우릴 보면서도 덤비지 않는 참을성. 허허허! 정말 놀랍기까지 하군.”
“아하, 그러니까 사육사는 생포하란 말씀이시군요.”
“맞아. 전멸에서 그놈만 빼라는 말일세.”
“알겠습니다. 아, 그들이 도착했습니다.”
“늦었군. 그 자식들.”
“원래 교만한 인간들이니까요. 그들은 자작님이 직접 마중하기를 바랍니다.”
비치 자작이 눈살을 찌푸렸다. 평상시라면 어림도 없는 소리였다. 그딴 소리를 지껄이면 놈들 면상에 소금을 뿌려 줬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전시가 아니던가.
놈들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했다.
비치 자작은 말에서 내린 후, 그들이 도착한 곳으로 걸어갔다.
텅텅 비어 버린 마을의 입구 쪽에는 서른 명의 성기사와 열다섯 명의 사제들이 서 있었다.
주신의 사제들이다.
사제들이지만 돈에 의해서 움직이는 용병들과도 같다.
비치 자작은 비릿하게 입술을 뒤틀며 그들에게 목을 살짝 숙였다.
저들이야말로 비밀병기였다.
사제들의 축복이 있다면 격렬하게 반항을 하는 레기온 영지의 떨거지들 따위 순식간에 끝장을 낼 수 있다.
* * *
라일락은 놓친 것은 너 때문이니, 아니니 티격태격 하면서 걷던 레기온과 드레이져가 자리에서 멈췄다.
-경고! 경고! 다수의 무리가 너님과 드레이져를 노려보고 있음.
레기온도 느꼈다.
확실히 5성에 오른 다음, 레기온의 감각은 차원이 다르게 발전했다. 예전에는 뛰어난 감각으로 인기척을 파악할 정도였다면, 지금은 아예 대기에 흐르는 호흡까지도 감지가 가능한 수준이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이마에서 한 방울의 땀을 흘렸다.
“이건…… 좀 조심해야겠는데?”
“맞수. 보통 놈들이 아니유.”
드레이져도 마찬가지였다. 드레이져도 서서히 마력을 끌어 올리기 시작했다.
둘은 동시에 밤하늘을 바라봤다.
던전에 들어갈 적에는 낮이었는데 지금은 만월이 떠 있는 밤이다. 아마도 던전을 들어가기 전날에는 그믐달이었던 것으로 기억난다. 던전 안에서 며칠이나 던전 수호자들과 사이클롭스에게 발목을 잡혔던 것이다.
만월에 가려져 놈들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다.
전원 날개를 펄럭거리고 있었다.
“날아다니는 놈들은 상대하기 까다로운데.”
“기운도 영 지저분하우.”
“이게 그 마물들이라는 놈들일까?”
“모르겠수.”
-81개 객체. 평균 신장 3.5미터. 평균 종합전투력 1만 2천.
일만 이천?
평균 전투력이?
레기온은 턱이 빠져라 놀랐다.
사이클롭스나 드레이져야 물론 저들보다 훨씬 강력한 전투력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하늘에 떠 있는 저것들은 한 놈이 아니다.
81마리나 된다.
하늘을 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엄청나게 크다. 공격할 방법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저쪽은 이쪽을 공격할 방법이 너무나 많고.
만약 저것들과 전투가 벌어지면 정말이지, 지금까지 중에 가장 악전고투가 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빌어먹을, 사이클롭스인지 뭔지 때문에 간신히 살아남았구만 또 지랄이네. 저것들은 대체 뭐야.”
레기온은 품에서 중철 스태프를 꺼냈다.
오랜만에 사용한다.
90킬로그램이 넘던 비데 스태프를 사용하다가 30킬로그램밖에 안 되는 중철 스태프를 사용하려니 손맛이 확 떨어졌다. 그래도 이게 어디냐. 사용하지 않는다고 버렸다면 큰일이 날 뻔했다.
“옵니다.”
-정신 바짝 차리셈.
레기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쐐애애애액!
하늘에서 크게 한 바퀴를 돈 거대한 그 무엇인가가 레기온과 드레이져를 향해서 빠르게 하강했다. 속도 조절이라는 것이 없었다.
엄청난 속도의 수직낙하!
“흐읍.”
드레이져는 암흑 투기를 발생시켰다.
검은 구름이 뭉개뭉개 피어오르더니 이내 피보다 붉은 광채를 냈다.
드레이져의 암흑 투기와 오러를 보자 레기온은 몸서리를 쳤다. 하늘에서 날아오는 정체 모를 그것보다 드레이져가 더 무서워 보인다.
도대체 저 이상한 마력은 뭐지?
레기온이 알던 마력이 아니었다. 드레이져가 거의 부활했던 사이클롭스의 모든 마력을 흡수해 버린 것을 모르는 레기온이었다.
아차차, 나중에 물어보자.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지.
레기온은 금방이라도 하늘을 향해 전격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주문을 외웠다.
쿠우우웅!
그것은 레기온과 드레이져 앞에 떨어졌다.
속도를 줄이지 않아서 바닥이 움푹 파였다. 충격파가 상당하다. 레기온과 드레이져는 방어막을 펼쳐서 해일처럼 밀려오는 충격파를 막아 냈다.
과연 종합전투력 1만이 넘는 괴물답다.
레기온은 하늘에서 떨어진 상대를 보았다.
독수리의 머리, 오거의 육체, 뱀의 꼬리, 와이번의 날개를 가진 괴물이었다.
그가 어떤 생명체인지 대번에 알아봤다.
“키메라?”
레기온은 그가 왜 자신을 노리고 이곳에 왔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적의는 보이지 않음. 그래도 방심해서는 결코 안 됨.
알고 있어.
저벅저벅.
3미터가 넘는 육중한 몸이 레기온을 향해서 다가왔다.
“더 이상 오지 않는 것이 좋을 거야.”
드레이져가 오러가 뿜어져 나오는 배틀 엑스로 키메라를 가리켰다.
키메라가 드레이져에게 시선을 돌렸다. 놀라울 정도로 감정이 없는 눈빛이었다.
-나는 저분께 할 말이 있습니다.
키메라가 말했다.
“누구? 우리 주인?”
-주인? 그렇소. 주인에게 할 말이 있습니다.
드레이져는 레기온을 바라봤다. 어쩔까요?
레기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적의가 없는 것으로 봐서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지는 않았다. 혼자서 온 것도 그렇다. 만약 자신을 노릴 생각이었다면 전원 공격을 가했겠지.
드레이져가 길을 비켜 줬다.
배틀 엑스에서 뿜어져 나오는 오러를 거두지는 않았다. 일이 잘못되면 곧바로 출수할 모양이다.
이럴 때는 정말 믿음직하다.
내 아이템만 안 가지고 갔으면 좋았을 텐데.
쿵!
깜짝이야.
레기온에게 다가온 키메라는 한쪽 무릎을 꿇었다.
뭐야? 왜 이래!
-저희들을 그 악마들에게서 구해 주신 점, 동료들을 대신하여 1,212호가 감사드립니다.
뭐? 내가? 언제? 이름은 왜 그래? 무슨 여관방이냐.
레기온은 도움을 요청하는 눈빛으로 드레이져를 바라봤다.
드레이져도 1,212호라는 키메라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는 모양이었다.
할 수 없지.
이럴 때는 아는 척을 해서 어떻게 된 일인지 유도를 하는 편이 낫다. 내가 언제 당신에게 도움을 줬어요? 라고 되물으면 정말 값 떨어져 보인다.
“이름이 1,212호인가?”
-저희에게 이름이란 없습니다. 그저 번호로 불릴 뿐이죠.
“전부?”
-그렇습니다.
“안타깝네. 그런데 어쩌다 키메라가 된 거야?”
-저희는…….
1,212호는 자신이 키메라가 된 경위를 짧게 얘기했다.
본래 자신은 사냥꾼이었다고 한다. 호랑이까지 잡을 수 있는 사냥꾼. 능력을 인정받아 간이 배 밖으로 나와서 좀 더 큰 사냥감을 잡기 위해 뒤셀르프 산맥으로 들어왔다가 ‘라일락’에게 홀려 던전에 갇혔다고 한다.
그리고 신체 실험을 당했다.
“자, 잠깐만 그게 무슨 소리야? 사냥꾼인데 아무리 봐도 얼굴은 독수리잖아.”
-저의 육신은 사라지고 없습니다.
레기온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소린지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뇌만 남았습니다.
허걱!
“허어억!”
드레이져도 놀란 모양이다. 숨을 삼키는 소리가 짧게 들렸다.
“뇌, 뇌만? 그럼……. 외형은 몬스터고 뇌만 인간의 것으로 바꿔치기 했다고?”
-그렇습니다.
“아프지 않아?”
-당연히 아프죠. 죽는 줄 알았습니다. 산 채로 뇌를 적출당했으니까요.
으욱, 듣고 있자니 속이 울렁거린다.
“그래도 살았으니 다행이네.”
-성함을 물어도 될까요?
“나? 내 이름은 레기온.”
-레기온 님으로 불러도 되겠습니까.
“음, 좋을 대로 해.”
-먼저 저희가 레기온 님을 기다린 이유는 경고를 하기 위함입니다.
“경고라니?”
-그년이! 저희를 풀어 준 이유는 레기온 님이 무섭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년도 그렇게 만만한 년은 아닙니다. 겉보기보다 훨씬 악독하죠.
“그래? 사이클롭스가 나쁜 것 아니었어?”
-저희 입장에서는 사이클롭스보다 그년이 더 나빴습니다. 사이클롭스는 오직 넘버 원 대현자 프라우드를 넘어서는 것에만 집중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년의 목적은 조금 달랐습니다. 뭐랄까…… 살아남는 것? 그것에 집중을 했달까요? 자신의 수명을 늘리기 위해서 저희에게 온갖 생체실험을 해 댔죠.
자, 잠깐만 이게 무슨 소리냐.
“생체실험을 한 것이 사이클롭스가 아니라 라일락이라고?”
-그렇습니다.
“헐.”
이건 또 무슨 엽기 소설이냐.
-저희가 2/3나 말라서 죽은 것을 보셨죠?
“응, 봤어.”
-수명을 다해서 죽은 것이 아닙니다.
“그럼?”
-그년이 저희의 몸에서 생명력을 뽑아내 먹은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