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118)
마법은 괜히 배워서-119화(119/502)
# 119
밤만 되면 강해져 1
이걸 도대체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까.
전투는 끝이 났다. 얼마나 많은 사상자를 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 인정한다.
미스릴 광산을 먹기 위해서 서두른 면이 있다.
병력을 모두 끌어모으지도 못했고, 용병들을 모으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700에 가까운 병력이었다.
고작 이런 곳에서 무너질 병력이 아니었단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허망하게 무너져 버릴 줄이야.
비치 자작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이런 곳에서 자신의 기반이 모두 무너져 내릴 줄이야.
이미 용병들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도 않았고, 몇 남지 않은 병력은 벌써부터 기세가 꺾여 감히 앞으로 나서는 자가 없었다.
이렇게 끝낼 순 없다.
이렇게 끝나선 안 된다.
끝장을 보자. 내가 나서서 끝장을 내야 한다. 그래야만 남은 병력을 추스를 수가 있었다.
“죽어어어!”
비치 자작은 레기온을 향해서 온 힘을 다한 강력한 일격을 휘둘렀다.
최상급 마나 블레이드!
오러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어지간한 성벽도 단번에 자를 날카로움과 파괴력을 가진 공격이다.
그런데-
카카카카캉!
덩치 큰 남자가 자신의 블레이드를 맨손으로 튕겨 냈다.
이걸 믿어야 돼?
세상의 어떤 사람도 맨손으로 칼날을 잡을 수는 없다.
더군다나 마력이 깃든 블레이드를 막아 낼 수는 없었다. 있다면 그건…… 자신보다 훨씬 수준이 높다고밖에 할 수 없는…….
아무리 그 유명한 드레이져라고 하더라도 이건 말이 안 된다.
드레이져는 피식 웃으면서 손바닥을 털었다.
조금 저리지만 버티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암흑 대장군도 됐는데, 뭐 이 정도야.
“도대체…… 귀하 정도 되는 실력자가 왜 이번 일에 끼어든 것이오.”
비치 자작이 물었다.
그는 일이 완전히 뒤틀렸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단 두 명이 참전을 했을 뿐인데 일이 완전히 뒤틀려 버렸다. 아니 어쩌면 이 영지를 침공했을 때부터 문제가 생겼었는지도 모른다.
고작 서른 남짓의 정규 병력과 자경단 백여 명을 상대로 삼백 가까운 피해를 입은 그 순간부터 말이다.
‘애초에 이 영지를 잘못 파악하고 있었어…….’
그런데 거기에 드레이져, 저 망나니까지 끼어들었을 줄이야.
도대체 왜 그가 이곳에 나타났을까. 이런 작은 싸움에 끼기에는 그의 악명이 너무 높다.
“그대 역시…… 미스릴 광산이오?”
드레이져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가 쥐고 있는 ‘패황의 이빨’의 낫에서 붉은 오러가 줄기줄기 뻗어 나왔다.
비치 자작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자신과 남은 병력을 모두 동원해도 저 남자 하나 상대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이제 남은 방법은…….
“그, 그대에게…… 내, 한 가지…… 작은 부탁을 할까 하오.”
“뭐냐?”
“물러나 주시는 대가로, ……도, 돈을 드리겠소.”
돈이라면 얼마든지 줄 수 있다. 미스릴 광산을 원한다면, 절반을 줄 생각도 있다. 크레이지 드레이져라면 그럴 가치가 충분히 있다.
“얼마를 원하시오?”
비치 자작이 다시 물었다.
드레이져는 입술을 뒤틀었다. 제법 강단이 있는 줄 알았더니, 고작 욕심에 뒤틀린 새끼였군.
그는 손바닥을 폈고- 그대로 싸대기를 갈겼다.
막을 사이도 없었다.
“크억!”
비치 자작은 구석에 처박혔다, 머릿속이 하얗게 변한다. 뭐가 뭔지 모르겠다.
“쯧쯧, 멍청하긴.”
허무하다.
이렇게 허망하게 끝나는 거였던가?
비치 자작이 쓰러지자 기사들과 병사들은 검은 바닥에 내던졌다. 그들은 더 이상 싸울 의지가 없었다.
어느새 비명 소리도, 검을 휘두르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레기온이 걷자 그 뒤를 드레이져가 따랐다. 비치 자작의 병사들은 주춤주춤 뒤로 물러났다.
게임은 끝났다.
비치 자작은 서서히 머리의 사고가 멈추는 것을 느꼈다.
“모두 꿇어라.”
레기온이 말했다.
아직 무기를 들고 있던 병사들은 순식간에 검과 방패를 버렸다.
“항복합니다.”
기사 중에 한 명이 말했다.
“알았다.
레기온이 돌아보지도 않은 채 대답했다.
그리고 영지민들을 향해 걸어갔다. 영지민들이 모두 울먹일 듯한 표정으로 레기온을 바라보고 있었다.
레기온은 그들 하나하나와 모두 눈을 맞췄다.
“니들…….”
레기온은 피식 웃었다.
“내 허락 없이 뒈진 놈 있는 거 아니지? 그런 놈 있으면 정말 뒈질 줄 알아!”
와오와오와와아아!
엄청난 환호성이 터졌다.
* * *
레기온의 앞에는 상처를 입은 수십 명의 사내들을 보았다.
앞장서서 적들과 맞서 싸운 전속 하인들과 세피아는 생각보다 멀쩡하다.
다친 사람들은 대부분 자경단의 마을 젊은 청년들이었다. 그들의 팔다리에 붕대를 칭칭 감고 있었다. 이마도 깨져서 흐르는 피를 억지로 지혈시켰다.
레기온은 의기양양하게 서 있는 전속 하인들과 세피아를 노려봤다. 이 새끼들, 자경단이 이렇게 목숨 걸고 싸울 때 너희들은 뭐했어?
전속 하인들과 세피아는 레기온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지 못했다.
레기온은 친히 히타의 얼굴의 묻은 피를 닦아 주었다.
“고생했다.”
“괜찮습니다. 영주님, 영주님이야말로 고생을 하셨죠.”
“사상자는 얼마나 돼?”
“아직 확인해 보지 않았지만……. 거의 없을 겁니다.”
“그래? 그래도 확실히 확인해 봐. 조금이라도 다친 놈들 다 수거해서 저택으로 데려와서 확실히 치료하고.”
“네, 감사합니다.”
히타가 울먹이며 고마워했다.
자식, 정말 고마워해야 할 사람은 난데……. 레기온은 그 말을 굳이 하진 않았다.
“정말 고생했지만, 아직 조금만 더 고생하자. 완전히 일처리가 되지 않았으니까.”
“알겠습니다.”
레기온의 말대로 포로가 200명이 넘는다.
사제들과 용병들은 모두 도망갔지만 비치 자작인지를 따르는 기사들과 중장보병들은 무기를 버리고 항복했다.
즉, 항복한 머릿수가 레기온 영지 전체 전투 병력보다 많다.
상당한 대전투였으며, 알렉산더 영지로서는 모처럼의 역사적인 승리가 아닐 수 없었다. 몇 배나 달하는 적의 기습 공격을 훨씬 적은 숫자로 막아 낸 것이니 말이다.
레기온은 자신감이 생겼다.
자신도 강해졌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자신보다 주변의 사람들은 더 빠른 속도로 발전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누군가 믿을 만하다라는 느낌은 정말로 오랜만인 듯했다.
레기온은 전속 하인들과 세피아에게 다가갔다.
그들은 매우 만족한 얼굴로 싱글싱글 웃고 있었다.
“웃냐?”
“네?”
“뭘 잘한 것이 있다고 웃어.”
“이 자식들, 빠져 가시고. 고작 저딴 놈들한테 다치기나 하고. 세피아!”
-크르릉(형아, 나 정말 열심히 싸웠다).
“너 아까 내가 아껴 마시라고 한 걸, 아주 통째로 들이붓더라?”
-크릉, 크르릉(그, 그건 몸이 아파서……).
“다른 놈들도!”
레기온이 모두가 보는 앞에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
모두 저 수전노 주인이, 앞으로 또 얼마나 오늘 쓴 포션 값을 따지며 훈련을 시키겠다고 난리를 칠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다 내 입에서 나올 말이 뭔지 알지? 오늘부터 아주 죽었다고 복창하고-!”
레기온이 하늘을 향해 소리쳤다.
“사흘 동안 죽어라고 퍼 마셔라!”
우와아아아아!
다시 한 번 영지가 떠나가도록 외침이 울려 퍼졌다.
* * *
“이거 생각보다 짜증나네.”
레기온은 지끈거리는 두통을 참기 위해 관자놀이를 지그시 눌렀다. 이거 포로랍시고 잡아 뒀는데, 보통 곤혹이 아니다.
비치 자작을 비롯해 휘하의 귀족들과 기사들, 그리고 귀족 핏줄 조금이라도 있는 놈들이 아예 대놓고 까불기 시작했다.
“이보게 레기온 남작. 물론 내가 자네 영지를 침략한 일은 내 크게 사과함세. 하지만 나는 자작 아닌가? 이런 모욕적인 꼴로 있을 수가 없네. 차라리 내 목을 치시게.”
“우리들은 귀족이다. 귀족에 맞는 대우를 해 달라!”
“레기온 남작! 당신은 귀족이 아닌가? 같은 귀족이면서 어찌 이리도 우리를 무엄하게 대한단 말인가.”
쓰읍! 이것들 전부 세피아에게 보내 버릴까?
레기온 영지에는 감옥이라고 할 만한 곳이 없다.
사고라 할 만한 일이 고작 술 먹고 시비 붙는 일인데, 조금 심하게 시비가 붙으면 전속 하인들이 기거하는 숙소에서 하루 정도 놔두면 된다.
그러면 잔뜩 겁을 먹고 다음날 집으로 돌아간다.
또 사고 치면…… 세피아와 이틀 정도 함께 보내게 하면 된다. 그러면 두 번 다시 사고를 치지 않는 법니다.
종종 외지인들이 사고를 치곤 하는데, 그럴 땐 정말 떡이 되도록 팬 다음 영지에서 추방을 시켜 버렸다.
지금과 같은 경우가 생길 거라곤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렇게 많은 인원을 가둬 둘 곳이 전혀 존재하지 않았는데, 궁여지책으로 레기온의 저택이 선택되었다.
그의 저택 안에 200명이 넘는 포로들이 득실거렸다.
배고파, 밥 주세요, 밤이 되니깐 춥네요, 이불 한 장만 더 주세요, 화장실은 어딘가요? 등등.
정말 시끄러웠다.
그들은 시끄러웠고 귀족들이 하는 말은 매우 심기를 건드렸다.
포로 주제에?
남의 영지를 찬탈하려고 한 주제에?
왜 저렇게 뻔뻔한 건데! 일단 하나씩 불러서 거꾸로 매달아 놓고 물고문을 한 이후에 잘못했습니다, 다시는 안 그러겠습니다, 서약서를 받아 놓긴 했는데…….
그다음으로의 진행이 영 껄끄럽다.
오크 여전사 부족에게 넘기기에는 보는 눈이 너무 많았다. 딱 서른 명 정도가 적당한데. 아쉽네. 쩝.
“도대체 저것들은 어떻게 하지?”
드레이져가 말했다.
“몸값을 받고 보내 버리는 건 어떻수?”
“몸값?”
“포로들을 풀어 주는 대가로 몸값이나 땅을 넘겨주는 거유.”
“그래? 저들의 몸값이 얼마나 될 것 같은데?”
“목숨 값이유. 승자의 권리 아니겠수? 부르는 게 값이지.”
“오호!”
드레이져의 말을 들은 레기온의 입술이 묘하게 변했다.
자신의 땅을 노리는 싸가지 없는 새끼들에게 한 번쯤은 본때를 보여야 할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