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132)
마법은 괜히 배워서-133화(133/502)
# 133
밤이 오면 2
끼이이이익-
마약 길드원들이 잡혀 있던 방의 문이 열렸다.
왜 하필 저 방문에서만 귀를 긁는 철소리가 나는지 모르겠다.
미즈셋을 비롯한 사원들은 안에서 누가 나올지 알면서도 깜짝 놀랐다.
스르르륵-
리치 마몬이 둥둥 뜬 채 문안 쪽에서 소리 없이 나타났다. 그는 아무런 말없이 미즈셋과 사원들 옆으로 스치듯이 지나갔다.
“수, 수고하셨습니다.”
그나마 가장 친한 하이모가 리치 마몬에게 말을 건넸다. 리치 마몬이 잠깐 서더니 안광을 빛냈다. 그리고 하이모의 어깨를 툭툭 치더니 복도 끝으로 사라졌다.
“아오, 심장이야. 심장이 쪼글쪼글해지네. 조금 전에 마몬님이 하신 말씀은 뭐야? 그 무시무시한 안광을 살짝 빛내던데.”
스틸이 물었다.
“수고했다고.”
“헐~ 그게 수고했다는 눈빛이야?”
“응. 무척 따뜻한 눈빛이지.”
“난 도저히 마몬 님과 둘이서는 못 있겠다. 심장이 오그라들어서 살아 있지를 못할 것 같아. 갑자기 배고파, 하면서 갑자기 내 생기를 흡수하시면 어떻게 해.”
“그런 분 아니야.”
“너야 마몬 님과 친하니까. 그런 소리를 하는 거지. 그나저나 마몬 님에게 정신교육을 받은 우리 길드원들이 어떻게 됐는지 한 번 볼까?”
스틸은 슬쩍 방문 안으로 바라봤다.
그는 흠칫 놀라서 뒤로 한 발 물러났다.
“왜?”
미즈셋이 물었다. 이제 저들의 뒤처리를 자신들이 해야 한다. 그런데 왜 안 들어가?
“흐메, 보면 알아.”
스틸은 코를 막고 여관방으로 들어섰다. 전원의 얼이 빠져 있었다. 몇 놈은 오줌을 지렸고, 몇 놈은 거품을 물고 있는 놈들도 있었다.
도대체 얼마나 당하면 이런 꼴이 될까.
그 순간이었다.
“으아아아악!”
사장님이 있는 방에서 비명이 터졌다. 이 하이톤의 목소리. 한 번만 들어도 딱 알아들을 수가 있었다.
사장님의 비명이었다.
놀란 사원들이 각자의 무기를 빼 들고 사장님의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들이 그곳에서 본 것은-
맞고 있는 리치 마몬 님이었다.
“내가 너 인기척 내면서 다니라고 했지? 깜짝 놀랐잖아! 왜? 목에 방울이라도 달아 줄까?”
* * *
저벅저벅.
레기온은 밤의 뒷골목을 걸었다.
오는 동안 벌써 세 차례나 싸움을 봤고, 두 번의 칼부림을 봤으며, 다섯 명의 술인지 마약인지 찌들어 해롱거리는 놈을 봤다.
조금 전에는 제법 껄렁해 보이는 두 놈이 다가왔다.
찍-!
“어이, 꼬마 돼지. 돈 좀 있냐?”
덩치가 큰 쪽이 바닥에 침을 찍 뱉으며 말했다. 그 옆에 조금 호리호리한 놈은 지 혓바닥을 잘근잘근 씹으며 위협적으로 웃고 있었다.
“마크야, 네가 볼 때도 내가 이렇게 만만하냐?”
-그걸 말이라고 하삼?
하긴, 라일락도 그런 말을 했던 것 같기도 하고, 다른 놈들도 그런 말을 했던 것 같기도 하다.
-너님이 좀 긴장감이 떨어지는 외모이긴 함.
“흐응-! 아까 내가 거울 볼 때는 분명히 위엄이 있어 보였는데?”
-착각이삼. 말 같지도 않은 말 하지 마삼.
“야, 돼지! 너 우리 무시하냐?”
덩치 큰 놈이 한 걸음 다가오는데, 냄새가 지독하다. 레기온은 중철 스태프를 꺼내 그대로 아구창을 돌려 버리고, 그 힘 그대로 빼빼 마른 놈의 턱을 올려쳤다.
“꾸엑!”
둘이 피를 철철 흘리며 쓰러졌다.
앞으로는 사람을 외모로 대하지 않는 교훈이 됐길 진심으로 바란다.
여하튼 이 시그널의 유흥거리.
정말 독하다 싶다. 다른 곳보다 분위기가 훨씬 세다. 마치 더러운 진흙이 크게 꿀렁거리는 듯한 분위기다.
길거리 모퉁이마다 마약상이 보이고, 골목마다 구더기가 들끓고 있으며, 구더기들이 먹고산다는 미명 아래 사람들을 공격하려 기다리고 있다.
“아, 저쪽 놈들도 날 노려본다.”
-딱 맞췄삼. 그게 너님의 현재 위치임.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너님은 되게 만만한, 그냥 때려 주고 싶어 하는 면상임.
…….
와, 이 새끼 간만에 사람 마음에 상처 준다.
레기온은 황소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이 영지 마약 길드는 서로 싸우지 않습니다. 다 서로 알고 있읍죠. 정확히 구획도 정해 놓았고, 절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습니다요.”
“그래? 정리하는 놈은 누군데?”
“그, 그건 모릅니다.”
다시 마몬과 30분 정도 함께 있으라고 보냈는데…… 정말 모르는 모양이다.
두목을 모르는 조직이라.
이게 말이 되나?
-점조직이라 그런 거임.
좀조직이 뭔데.
-점조직.
그게 그 말이지. 어쨌든 점조직이 뭔데.
-그냥 떼어 내기 쉬운 조직이라고 생각하면 됨. 서로 연결고리가 없으니, 밑에 놈들 쳐서는 윗놈이 누구인지 알아낼 수가 없음.
레기온은 이마를 긁적거렸다.
스태프 고치러 왔다가 일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
그가 바란 것은 결코 이런 것이 아니었다. 마약 파는 놈 몇 놈 잡아서 조지고 기사단에 넘겨준다. 그럼 알아서 마약 길드를 때려잡겠지,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렇게 해결될 문제가 아닌 모양이다.
일단 저 뒤에 세뇌된 놈들도 자신들이 누구 밑에서 일을 하는지 모르고 있었다.
어이가 없는 일이다.
“그냥 나 몰라라 할까?”
-너님 알아서 하삼. 사실 뭐 마약이라는 게 이렇게 나선다고 없어지는 것도 아니긴 함. 그리고 어차피 너님이 해결할 문제도 아니잖삼?
“그치? 여기가 내 영지도 아니고.”
-맞삼. 이건 페르시몬 백작의 일임.
“맞아. 그러니까 그냥 갈까…… 라고 하기엔 좀 미안하단 말이야.”
하인츠의 말에 따르면 마약은 백작령 전체로 독버섯처럼 퍼지고 있는 상황이란다.
문제는 페르시몬 백작의 지능이 확 떨어져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다는 점인데…… 안타깝게도 그 역할의 일부가-사실은 전부지만- 자신에게 있다는 것이다.
죄책감은 없지만 그래도 사람인데, 일말의 빼먹을 것을 생각하다 보니 자꾸 신경이 쓰인다.
-백작의 지능을 높이는 게 제일 좋긴 함.
“나도 그렇게 생각해. 지능 찾으면…… 흐흐흐! 보석이나 돈도 많이 준다고 했으니까.”
그럼에도 페르시몬 백작의 지능을 높이지 못하는 이유가 있었다. 그가 쥐고 있는 칼날이 어디로 향할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만약 그가 지능을 되찾고 자신에게 앙심이 살아난다면 굉장히 곤란해진다. 그럴 바엔 차라리 지금이 낫다는 게 레기온의 생각이었다.
해서 시간을 두고 천천히 관계 개선을 하면서 고치자, 라고 레기온은 마음먹고 있었다.
무엇보다 치료기간이 길어지면 매달 공짜로 생기는 3,000골드……. 아니, 드레이져의 것까지 3,500골드의 기간도 길어지게 된다. 이거야 말로 화수분이 아니고 뭐냔 말이다!
백작령은 그의 아들과 하인츠가 아주 잘 다스리면 된다.
그럼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망할 놈의 하인츠!
잘 좀 관리할 것이지!
이 도시에 와서 보니 심각성이 보통이 아님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분위기가 자신의 영지까지 퍼진다면, 이건 보통 곤란한 일이 아니다.
레기온은 저 앞에서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사내 넷을 보며 중철 스태프를 꺼냈다.
“편하고 쉽게 해결하는 방법이 없을까?”
* * *
보름…….
뒤셀르프 산맥에 들어온 지 벌써 보름이 지났다.
드레이져는 조용히 자신을 갈고닦았다. 이미 모든 준비가 끝났다. 이제 드래곤만 나오면 된다. 암흑마력에도 익숙해졌으니, 아주 제대로 지난번의 복수를 해 주마!
지금의 자신은 예전의 자신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강해졌다.
당시엔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는 줄 알았다.
참, 지금 생각하면 코웃음이 나온다.
자만이 지나쳤다. 겨우 그 실력으로 자만했다니! 그래, 프리티아, 지난번 일은 내가 사과하마.
대신 이번엔 네 목을 가져가야겠다.
드레이져는 반지를 쓰다듬었다.
이젠 패황의 세트 아이템 중에서 세 가지나 손에 넣었다. 실력도 엄청나게 늘었고, 새로운 기술도 생겼으며, 비록 암흑 마력이지만 정순함에서도 비교가 안 된다.
템빨로도 확실히 강해졌고-
지금은 7성급 최고의 수준이다.
아주 간혹 ‘광기’ 모드에 들어갔을 때 8성급의 기술도 일부분 시전 할 수 있다.
지금은 가히 독보적으로 강하다고, 라고 드레이져는 자화자찬을 했다.
이번엔 이긴다!
드레이져는 그렇게 믿고 있었다.
그런데 레드 드래곤을 찾을 수가 없다. 살기를 잔뜩 뿌리고, 부수고, 미친 레드 드래곤 프리티아 한판 붙자, 라고 아무리 외쳐도 그녀는 나타나지 않았다.
예전에는 소리 한 번에 나타나더니…….
“뚱뚱하고 못생긴 빨강 도마뱀이 이곳에 산다고 들었다. 나와라! 너를 먹기 좋게 다져 주마.”
레드 드래곤 프리티아는 곧장 나타나서 길길이 날뛰었었다. 그런데 이번엔 이렇게 난리를 치는데도 왜 안 나타나는 것일까?
“도대체 어디로 간 거지.”
드레이져는 바위에 걸쳐 앉아서 수통을 꺼내 물을 마셨다.
베이컨을 갈궈서 만든 수통이었다. 자동으로 수통의 물을 차갑게 냉각시켜 준다. 이제 봄은 다 지나고 여름이 왔는지 낮이 되면 굉장히 더웠다.
정오가 되면 땡볕이다.
아무래도 미지근한 물보다는 시원한 물이 좋았다.
그렇기에 예전부터 생각했던 ‘수통이 물이 시원하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아이디어를 현실로 옮긴 것이다.
마을에 마법사가 다수 존재한다는 것이 이렇게 편할 줄이야.
뭐라더라. 반영구적으로 마력석에 마력을 채워 넣기 위해서는 엄청난 마력이 필요하다, 라고 했던가.
그래서 조용히 말했다.
“알았어, 해.”
베이컨과 남은 전속 하인들이 모든 마력을 짜내서 마력석에 마법을 부여했다.
스물다섯 명이 한꺼번에 마력석에 냉기 마법을 쏟아붓는 모습은 엄청난 장관이었다.
정말 대단했다.
하인들은 그 뒤 사흘간 쓰러진 채 잠에 빠져 있어야 했다.
정말이지 그 주인의 그 하인이다.
“그런데…… 여기는…….”
어디서 눈에 익숙했던 곳이라 생각했다. 그땐 밤에 와서 잘 몰랐는데 지금 보니 그곳이었다.
자신을 암흑 대장군으로 만들어 준 곳.
사이클롭스의 무너진 던전 근처였다.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아득한 추억이 생긴 기분이었다.
잠시 주위를 둘러보려는 순간이었다. 드레이져의 신경이 곤두섰다.
엄청난 마력이 무너진 사이클롭스 던전 위에서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 힘이 점점 강해진다.
붉고 푸른빛이 넘실거렸다.
누군가를 공격하기 위해 만들어진 마력이 아닌, 에너지 집합체였다.
화아아아악!
드레이져의 시선을 순간적으로 뺏을 정도로 엄청난 빛이 뿜어져 나왔다.
드레이져는 한 손을 들어서 빛을 막았다.
찡그렸던 두 눈을 천천히 뜬다.
“포, 포탈!”
어지간해서 놀라는 법이 없는 드레이져지만 이번에는 조금 놀랐다.
포탈이 열린 것은 처음 본다.
포탈이란 7서클의 마법사들이나 시전 할 수 있는 대단위 마법이다. 전쟁의 승패까지 좌지우지 할 정도로 강력한 힘을 가진, 전략적 마법!
7서클의 마법사들조차 한 번 포탈을 열면 열흘은 마나 고갈을 느낀다고 할 정도로 엄청난 수준의 마법이다 보니, 드레이져조차 처음 보는 것이다.
“도대체 누가…….”
포탈을 열었을까. 더군다나 아무것도 없는 이런 오지에.
드레이져는 포탈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리고-
포탈에서 스톤 헤드교의 주교 프라이와 열 명의 흑기사, 열 명의 흑마법사들이 걸어 나왔다.
그들의 눈이 드레이져와 딱 마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