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134)
마법은 괜히 배워서-135화(135/502)
# 135
다크 엘프의 성 2
레기온은 친근하게 다크 엘프들의 어깨에 손을 두르고 근처의 술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나탈리는 너무 큰 충격을 받았기 때문인지 아직도 제정신이 아니었다.
‘3만 골드?’
그게 대체 얼마나 되는 금액인지 도통 감도 잡히지 않는다. 아니, 생각도 해 본 적이 없는 엄청난 금액이다.
본래 엘프들은 물욕이 적은 편이다.
물론 다크 엘프들은 우드 엘프에 비해서야 조금 더 소유욕이 있다지만, 그래도 소유욕이 있다고 할 정도는 아니다.
레기온은 아공간에서 계약서를 꺼냈다.
“자, 이거 읽어 봐.”
평상시 마몬의 주 임무는 계약서 작성이다.
계약서를 만들고 그곳에 저주를 건다. 7서클 리치가 건 저주가 담긴 계약서. 한 번 체결되면 목숨을 걸지 않고선 해제하기 어렵다.
나탈리는 계약서를 잡는 순간 마법을 느꼈다.
엄청나게 불길한 기운을 내포한 마법이었다.
-변제 액수 : 3만 골드.
변제기간 : 없음. 완전 변제 시까지.
이자 : 이 시각부터 하루에 30골드.
성명 : 나탈리.
“하, 하루에 30골드요?”
“응, 나 되게 양심적이지? 3만 골드나 훔쳐 갔는데 하루에 이자가 겨우 30골드야. 만약 사채 길드 같았으면 하루에 300은 거뜬히 받을걸.”
나탈리는 정신이 없었다.
30골드도 그녀에겐 너무 큰 액수다. 이번에 정말 열심히 일해서 간신히 모은 돈이 30골드다. 이렇게 죽어라고 일을 해야 겨우 하루치 이자인 것이다.
“자, 이건 당신들 것.”
레기온은 남은 세 명의 다크 엘프들의 앞에도 계약서를 한 장씩 놓았다.
“이, 이건 뭡니까?”
“연대보증.”
“그, 그게 뭡니까?”
“간단히 설명할게. 이 여자가 돈 안 갚고 도망가면 당신들이 대신 갚는다는 보증서야.”
“저, 저희가 왜?”
“같은 종족이잖아. 아니야?”
“그거랑 돈 갚는 거랑 무슨 상관입니까.”
“3만 골드잖아.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있어야지. 안 그래?”
“하, 하지만…….”
한 사내가 나탈리의 계약서를 슬쩍 보았다.
입이 떡 벌어진다. 하루에 이자만 30골드란다. 넷이 허리가 휘어져라 일해도 매일 저 이자 감당도 못한다.
하물며 3만 골드를 갚는다고?
꿈도 꾸지 못할 액수다.
레기온은 빙그레 웃으면서 허리를 낮췄다. 주위를 슬쩍 돌아보고 아무도 듣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
“그럼 거래로 빚을 좀 까 볼까?”
넷의 눈이 반짝였다.
“거래요?”
“그래, 거래. 내가 듣기론, 다크 엘프 중에 신장을 늘려 주는 기술자가 있다고 하던데 말이야.”
“신장을 늘려 주는 기술자요?”
나탈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래, 키를 크게 해 주는 술법이라든지. 마법이라든지. 뭐, 그런 것을 할 줄 아는 다크 엘프가 있다고 분명히 들었거든.”
“그, 글쎄요. 저희는 잘.”
그런 해괴망측한 마법이 있나?
다크 엘프는 흑정령과 흑마법을 동시에 사용한다. 하지만 키를 늘려 주는 흑정령술이나 흑마법이 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남성 다크 엘프는 180센티 이하가 없다.
여성 다크 엘프는 168센티 이하가 없다.
굳이 그런 마법이 없어도 쭉쭉 잘 큰다. 일부러 그런 마법을 배울 필요도, 만들어 낼 이유도 없다. 그렇기에 나탈리도 고개를 갸웃거리는 것이다.
“그래, 그래. 모를 수도 있지 뭐.”
레기온은 빙그레 웃었다.
다크 엘프를 생각보다 쉽게 찾았다. 이들이야 모를 수 있지만, 마을로 들어가면 분명히 아는 사람이 나올 것이다.
그러면 된 거지 뭐.
도시에 감도는 이상한 기운?
도시에 흐르는 기묘한 사기?
계속해서 퍼지는 마약?
내가 알게 뭐야. 심각해지면 하인츠가 나서겠지.
다크 엘프를 만나자 자신의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떠올라 버렸다.
‘멋짐 폭발’ 패시브 스킬의 부활과 새로운 스태프의 구입.
해서 우선순위를 바꿨다.
다크 엘프부터 족치자.
“너희 부족원들 중에서도 그런 기술을 가진 자가 없을까?”
“잘 모르겠습니다.”
“하나도?”
“네.”
나탈리는 고개를 숙였다. 어떻게든 알았으면 좋으련만, 정말 통 기억이 나지 않았다.
“저희가 아직 어려서…….”
“몇 살인데?”
“예순여섯이요.”
“…….”
레기온은 갑자기 마음이 무거워졌다. 이거 계속 반말을 해도 되는 건가? 조금 전 때린 것도 내가 너무 과했던 것 아닐까? 하지만 이제 와서 물릴 수도 없으니, 레기온은 태연하게 다시 물었다.
“그럼 하나 더 물을게. 혹시 비데라는 노인네 알아?”
“비데요?”
“응, 드워프라고 들었어.”
“아…….”
나탈리는 뭔가를 떠올렸다.
30년 전쯤에 마을에 나타났던 그 드워프를 말하는 듯했다. 코흘리개 시절이었기에 자세히 기억은 안 나지만 말이다.
“비데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예전에 드워프를 본 기억은 납니다.”
“30년 전에?”
나탈리의 두 눈을 크게 떴다. 어떻게 알았지?
“맞아요. 30년 전쯤에.”
“오호.”
별로 기대 안 했는데…… 30년 전의 일은 인간에게 너무도 먼 과거의 일이다. 그런데 역시 엘프족에겐 그리 긴 시간이 아닌 모양이다.
“그 드워프 아직 있어?”
드워프 역시 수명이 인간보다 훨씬 길다.
느긋한 성격의 드워프라면 아직 다크 엘프족 마을에 남아 있을 가능성도 있었다.
그가 원하는 광물이 그곳에 잔뜩 있다면 말이지만.
“모릅니다.”
“몰라? 없으면 없는 거고 있으면 있는 거지, 그게 무슨 말이야?”
“아니, 그러니까…… 음…… 마을 외곽에 던전이 하나 있거든요.”
“마을에 던전이?”
“네. 되게 오래된 던전이거든요. 저희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때에도 있었다고 들었어요.”
“오호. 그런데?”
“그 드워프가 그 던전에 들어갔거든요. 그 뒤로 나오질 않았어요.”
“나오질 않아?”
“네. 저희 부족 엘프들도 그렇고, 다른 부족도 그렇고, 인간들도 꽤 많이 그 던전에 들어갔는데…… 전부 사라졌어요. 그래서 장로님들이 던전을 봉쇄했습니다.”
“그러니까…… 네 말은 던전 안에 비데가 있단 거구나?”
“아니요. 던전에서 죽었다는 말인데요.”
“아직 살아 있을 가능성도 있잖아?”
“거의 제로에 가깝습니다.”
“흐흠. 좋아. 안내해.”
“네? 어딜요?”
“그 던전에.”
“절대 안 됩니다. 그곳은 장로들께서 절대 금지구역으로 지정했습니다. 그뿐만이 아니고, 거기까지 가는 길도 굉장히 위험해요. 엄청난 몬스터들이 득실득실 하거든요.”
“길은 알아?”
“아주 어렸을 적에 가 봤던 적은 있는데…….”
“그럼 됐네. 만약 거기까지 나를 안내하면…….”
“안내하면요?”
“2만 골드 까 줄게. 이자도 없고. 원금만 갚아. 네 동생 잡아서 내 돈만 돌려주면 돼. 어때? 이 정도면 엄청나게 양보한 건데?”
나탈리가 간절한 눈빛으로 물었다.
“저, 정말 2만 골드 까 주실 겁니까?”
“나는 한 입으로 두말하는 사람이 아니야. 2만 골드! 어떡할래?”
레기온은 계약서를 흔들었다.
자그마치 다섯 가지의 저주가 걸린 계약서.
저기에 지장을 찍는 순간 그들의 인생은 수렁으로 곤두박질친다. 저 삼중 턱을 흔들면서 웃는 레기온이 악마처럼 보였다.
꼼짝없이 올가미에 걸린 느낌.
벗어나려고 몸을 뒤틀면 더욱더 옭아맨다.
“하, 할게요.”
레기온은 나머지 사내들에게 고개를 돌렸다.
“당신들은?”
“하, 하겠습니다.”
그들도 고개를 푹 숙였다. 그냥 르네를 도와줘서 인사치레를 하러 왔을 뿐인데……. 믿을 만한 인간이라면 마을과 거래라도 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하지만-
망했다.
망할 놈의 르네 때문에.
* * *
“악마의 숲이라고 하더니, 정말 광경이 엄청나네요.”
“그러게. 뒤셀르프 산맥이라고, 같은 뒤셀르프 산맥이 아니네.”
스틸과 하이모가 놀라 연신 고개를 휘저었다.
엄청난 크기의 나무에 깊은 분지와 깎아지른 절벽.
콰콰콰콰콰콰!
엄청난 굉음과 함께 폭포가 드러났다. 언뜻 보니 높이만 500미터에 달할 것 같다. 거대한 물줄기가 쏟아 내는 광경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던 어마어마한 광경이었다.
그것은 하이모를 비롯하여 사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전직 용병이기에 꽤 이곳저곳을 많이 돌아다녔지만 악마의 숲에서 떨어지는 폭포처럼 장대한 광경을 본 적은 없었다.
“진짜 엄청나네.”
“하이 헬 폭로라고 해요. 넓이는 2킬로미터 높이는 500미터에 달하죠. 이곳에서 흐르는 강물은 왕국의 젖줄이죠.”
나탈리는 덜덜 떨면서 말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다크 엘프들은 아예 고개도 들지 못했다.
그들은 힐끗 레기온을 바라봤다.
그는 조금은 허름한 가마에 타고 있었다.
두 마리의 세 개의 뿔을 가진 미노타우로스가 들고 있는 가마에.
거대한 두 마리의 미노타우로스는 레기온 일행이 숲에 들어가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습격했다. 안전한 곳이라고 알려진 곳이었다.
방심했던 나탈리는 일행들을 향해서 소리쳤다.
“모두 도망쳐요! 삼각 뿔 미노타우로스예요!”
이마에 뿔이 하나 더 난 미노타우로스는 보통 놈보다 두 배 이상 강하다고 알려진 놈들이다. 거기다 기습을 당한 상황! 한 대라고 맞았다간…….
그러나-
미노타우로스가 레기온에게 잡혀서 마부가 되는 데 걸린 시간은 10분도 되지 않았다.
나탈리와 다크 엘프들은 확실히 깨달았다.
저 사람의 돈은 절대로 떼먹을 수가 없다는 것을.
“그럴 법하네. 정말 황홀한 광경이야. 이런 곳도 있었구나. 정말 크다.”
“크죠. 사실 이 숲만 해도 반경이 50킬로미터도 더 돼요.”
헐! 정말 크다.
자칫 길을 잃으면 나갈 수도 없겠다.
“지도도 없이, 안내자도 없이 악마의 숲에 들어섰다가는 나가지 못할 뻔했습니다.”
하이모가 작게 말했다.
레기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대로였다. 과신해서 들어왔다가는 정말 큰일 날 뻔했다.
“마을까지는 여기서 얼마나 걸려?”
레기온이 물었다.
“바, 반나절은 가야 할 겁니다.”
“벌써 반나절은 온 것 같은데?”
“아직 초입이에요.”
“알았어. 도착하면 깨워.”
레기온은 품에서 중철 스태프를 꺼내 삼각 뿔 미노타우로스의 뒤통수를 강하게 때렸다.
빠아악!
-음메(아파요)!
“나 잘 테니까 만약 덜컥거려서 깨우기만 해 봐. 소고기 등심을 해 먹어 버릴 테니까.”
-음메(성심성의껏 모시겠습니다).
오거나 미노타우로스나 발성법은 대충 비슷한 모양이다. 대충 말이 통한다.
레기온은 만족한 미소를 짓고는 가마에 누웠다.
이불이 있으면 좋았을 텐데. 그것까지 바라는 것은 무린가. 그는 그대로 잠에 들었다.
그런 레기온을 바라보면서 하이모와 사원들은 혀를 내둘렀다.
“정말 우리 사장님, 볼수록 대단한 것 같아.”
“그러게요. 상상을 초월해요.”
미즈셋도 고개를 흔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