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141)
마법은 괜히 배워서-142화(142/502)
# 142
비데의 스태프 3
레기온은 사력을 다해서 삼두 메두사에게 접근을 했다. 접근을 하는 동안 어깨에 한 방, 허벅지에 두 방을 맞았다. 손가락만 한 구멍이 뚫렸다.
젠장, 아파 죽겠다.
만약 타란튤라의 갑옷이 아니었다면 심장만 대여섯 방을 맞아서 죽었을 것이다.
하지만 완벽하게 고통까지 차단을 한 것은 아니었다. 관통은 피했지만 해머로 가슴을 두들기는 충격은 그대로 남았다. 갈비뼈에 금이 갔는지 움직일 때마다 숨을 내쉬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도 어쩔 것인가.
살고 싶으면 무조건 놈에게 접근해서 저 대갈통을 부숴야 했다.
놈의 압축된 열기를 발사하는 초고열의 스킬은 딜레이 시간이 엄청나게 짧았다. 보통은 마나를 마력으로 전환하기 때문에 모든 마법사들은 딜레이 시간을 필연적으로 가진다. 다른 종족들도 비슷했다. 마나에서 곧바로 스킬을 발동할 수 있는 종족은 없으니까.
한데 저 뱀 머리카락은 거의 딜레이 시간을 가지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초고열의 스킬을 난사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접근전이 용이하지 않은 것이다.
물론 같이 원거리 폭격을 시도는 해 봤다.
상대가 되지 않는다.
레기온의 방어막은 삼두 메두사가 쏘아 대는 헬 레이져에 모두 손쉽게 뚫렸다.
그리고 그가 사용하는 마법은 단 하나도 삼두 메두사의 방어막을 뚫지 못했다.
마법적 방어력이 아까와는 비교도 할 수 없게 높아진 것이다.
그렇다고 목을 내놓고 포기할 레기온이 아니었다. 그는 룰루의 망치를 손에 쥐고 삼두 메두사와의 접근전을 선택했다. 분명 놈은 접근전에 취약했다.
그리고-
삼두 메두사의 코앞까지 다다랐다.
“아오, 아파. 이젠 너도 당해 봐.”
레기온은 삼두 메두사의 면상을 향해서 룰루의 망치를 내리쳤다.
쾅!
찌이이이이이잉~
“크헉!”
레기온의 손바닥이 찢어지면서 룰루의 망치가 튕겨졌다. 망치는 빙글빙글 돌면서 석상이 된 하이모의 머리를 때렸다.
-띠링, 사원 하이모의 지능이 –2 떨어졌습니다. 종합전투력이 같이 떨어집니다. 신성력이 약해졌습니다. 다시 능력치를 높이고 싶으면 결정을 먹이세요.
이런 젠장.
이렇게 긴박한 상황에 쓸데없는 정보는 제공하지 않아도 돼! 저 자식의 지능이 떨어지든 말든 나랑 무슨 상관인데. 내 지능만 안 떨어지면 되지!
레기온은 주먹으로 삼두 메두사의 방어막을 내리쳤다.
쾅! 쾅! 쾅! 쾅!
허공에서 얇게 물결무늬가 일어났다. 그러나 레기온의 완력으로도 삼두 메두사의 방어막을 깨지 못했다. 레기온의 주먹은 금방 피투성이가 되었다.
-큭큭큭, 멍청한 인간. 인간의 능력으로 나의 방어막을 깰 수가 있다고 생각했는가!
“쓰벌! 시끄러! 끝까지 간다!”
레기온의 허리를 크게 뒤로 젖혔다. 있는 힘껏 박치기를 먹였다.
쩌어어어어엉~
놀랍게도 어떤 공격도 튕겨 낼 수 있을 것 같던 삼두 메두사의 방어막이 크게 흔들렸다. 희미했던 물결무늬가 파도처럼 일어났다.
확실한 느낌이 왔다.
다시 한 번 더!
레기온은 허리를 있는 힘껏 뒤로 젖혔다. 젖 먹던 힘을 다해서 이마로 방어막을 내리찍었다.
쩌어어어어어어어어어엉~
방어막의 금이 쩍쩍 간다.
-상상 초월의 금강 헤드!
-도, 도대체 너의 머리를 뭘로 되어 있는 것이냐!
마크와 삼두 메두사의 감탄과 경악이 섞인 목소리가 동시에 들려왔다.
이게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모르겠다.
아이언 헤드 스킬은 진짜 사용하기 싫다. 그렇지만 슬프게도 너무 쓸모가 있구나.
좋아. 두어 번만 더 하면 뱀녀의 방어막을 깰 수 있겠다.
-멍청한 인간!
푸식! 소리와 함께 10여 발의 헬 레이져가 레기온의 전신을 강타했다.
충격을 이기지 못한 레기온이 10여 미터 이상 날아서 바닥에 떨어졌다.
“크흐흐흑.”
쓰벌, 졸라게 아파.
가슴에 다섯 방이나 되는 헬 레이져를 맞았다. 뒷짐을 쥐고 있는 상태에서 옆구리를 망치로 세게 내리친 것 같은 충격이었다. 너무 아파서 눈물도 나오지 않는다. 숨이 턱턱 막힌다.
입에서는 고통스러운 비명만 흘러나왔다.
-일어나! 일어나라고!
마크가 외쳤지만 몸이 도저히 말을 듣지 않았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자신이 가진 모든 능력을 동원해도 삼두 메두사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드레이져의 느글느글한 면상이 떠올랐다. 놈이 이 꼴을 봤다면 분명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역시 주인은 내가 없으면 안 되는 것 같우. 그렇게 약해서 언제 내 주인 노릇을 할꼬. 약해. 약해.”
이런 젠장, 열 받아!
레기온은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양쪽 허벅지를 관통 당한 상태에서 몸을 지탱하기도 어려웠다. 그는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젠장…… 젠장.”
정말 간만에 열 받는다.
저 뱀 대가리 때문에 열이 받는 것은 아니었다.
이제껏 자신의 능력치를 너무 높게 잡았다는 것이 바보 같았다.
겨우 뱀 한 마리 잡지도 못할 능력인데.
-어서 몸을 일으키셈! 이대로 누워 있으면 죽어!
안다. 안다고. 나도 죽긴 싫어.
레기온은 어금니를 꽉 깨물고 몸을 일으켰다.
젠장-
그가 몸을 일으키자 뇌리에서 섬광이 번쩍였다.
삼두 메두사는 더 이상 지체할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레기온이 몸을 일으키자마자 세 쌍의 눈에서 헬 레이져는 동시에 쏘아 댔다.
그 순간!
콰콰콰콰콰콰콰쾅!
삼두 메두사의 헬 레이져가 순식간에 소멸되는 것이 아닌가.
레기온도 삼두 메두사도 놀랐다.
레기온은 바닥에 박힌 스태프를 보았다. 이 스태프가 자신의 목숨을 살렸다.
도대체 뭐지? 이건?
* * *
비데는 화장실 공예의 최고 장인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도 궁극적인 화장실을 만드는 것이 그의 목표였다.
화장실은 볼일을 보는 곳만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목욕탕, 샤워실, 세면실도 모두 포함한다.
그가 아주 어렸을 적에 장난삼아서 만들어 줬던 어떤 귀족의 화장실은 영지에 대표 관광지가 되었다는 전설이 남아 있을 정도였다.
그렇기 때문일까.
너무 기고만장했다.
그는 겨우 제자 한 명만 거닐고 삼두 메두사를 찾아왔다. 그는 삼두 메두사에게 말했다.
“나는 대륙 최고의 화장실 공예를 가지고 있소. 보아하니 당신은 이런 곳에서 아무 곳에나 볼일을 보는가 보구려. 매우 위생 상태에 안 좋소. 내가 당신에게 위생적인 화장실을 만들어 주겠소. 대신 당신은 나에게 소울 락티늄을 주시오.”
곧바로 비데의 제자 룰루를 돌이 되었다.
“왜, 왜 이러시오?”
놀란 비데가 삼두 메두사에게 외쳤다.
-나는 너에게 소울 락티늄을 나눠 줄 생각이 없다. 그러나 화장실을 만든다는 것은 매우 좋은 생각이구나. 그 능력, 나를 위해서 평생 사용하거라.
그렇게 비데는 삼두 메두사에게 잡혀서 30년간 화장실을 만들고 있었다.
30년간 단 하루도 빼지 않고 화장실을 만들었다. 당연히 그 규모는 어마어마하다. 지하에 광석이 많아서 그런지 화려하기는 최소한 왕국 내에서는 최고였다.
덕분에 비데는 한층 더 발전된 화장실 공예가로서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하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능력이 되었다. 그저 자기만족을 하면서 살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누군가 자신을 구해 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최소한 자신과 친하게 지냈던 다크 엘프 샌까가 구조대를 보내 주지 않을까 생각했다.
분명 다크 엘프 구조대가 오긴 왔다. 그러나 그들은 모두 돌이 되어서 돌아가지 못했다.
다른 트레져 헌터들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30년간 이곳을 찾은 자들은 모두 100명 정도 된다. 전원이 한 명도 살아 돌아가지 못했다.
그들은 석상이 되어 삼두 메두사가 심심할 때 먹는 음식이 되었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어떤 정신 나간 트레져 헌터들이 삼두 메두사를 해치우고 보물을 얻겠다고 던전에 난입한 모양이다. 보다나마 1시간도 채 되지 않아서 돌이 되고 말겠지.
한데-
콰콰콰콰콰쾅!
생각보다 트레져 헌터가 오래 버티는 모양이다. 에이, 그러다 말겠지.
1시간이 더 지났다.
콰콰콰콰콰콰쾅!
“설마 아직도 싸우고 있는 겐가.”
가슴이 다시 뛴다.
포기했던 삶의 희망이 다시금 생겨났다. 비데는 서둘러 밖으로 나가서 삼두 메두사와 트레져 헌터들의 전투 장면을 보았다.
“저 돼지는 뭐야?”
눈을 의심했다.
말다 안 되게 뚱뚱한 몸으로 저렇게 잘 싸울 수가 있다니. 그는 망치로 삼두 메두사를 개박살 냈다. 거의 압도적인 싸움이었다.
하지만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다.
본게임이 남아 있었다.
저 거대한 몸체는 오픈 게임에 지나지 않았다.
“아아, 역시 안 되는가.”
비데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완전체로 변한 삼두 메두사는 거의 압도적인 역량으로 뚱뚱한 사내를 몰아세웠다.
뚱뚱한 사내는 마법까지 사용했다.
정말 깜짝 놀랐다.
망치로 싸워서 전사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의 본업은 마법사였다. 확실히 망치로 싸울 때보다 마법을 사용할 때가 자유로운 느낌이었다.
한데 그의 마법도 삼두 메두사의 방어막을 뚫지 못했다.
그때였다.
이번에도 정말 놀랐다.
뚱뚱한 사내가 대가리로 삼두 메두사의 방어막을 찢는 것이 아닌가.
멀리서 봐도 삼두 메두사의 방어막이 찢기고 있는 것이 확실하게 보였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런 광경 처음 봤다.
30년간 완전체로 변한 모습을 3번 봤다. 마수 형태와 인간 형태의 마력은 차원이 다르다.
완전체로 변한 삼두 메두사는 상대를 1분도 되지 않아서 짓뭉개 버렸다. 도저히 상대가 되지 않았다.
“아아아아, 아깝네. 아까워.”
뚱뚱한 사내가 삼두 메두사의 방어막을 거의 찢을 뻔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는 치명상에 가까운 타격을 입고 쓰러졌다. 아무래도 더 이상은 대결이 불가능할 듯싶었다.
비데는 자신이 들고 있던 스태프를 보았다. 삼두 메두사에게 걸리지 않기 위해서 화장실 기구로 둔갑을 시켜 두었던 스태프였다.
“좋아. 자네에게 희망을 걸어 봄세.”
비데는 전력을 다해서 스태프를 던졌다. 빙글빙글 돌아가던 스태프를 바닥에 박혔고 삼두 메두사가 쏘아 낸 초고열의 스킬을 한순간에 증발시켰다.
비데는 외쳤다.
“바람처럼 스쳐 가는 정열과 낭만아 아직도 내겐 거친 꿈이 있어 이 세상 속에 남았지.”
* * *
레기온은 스태프를 보았다. 굉장히 이상하게 생긴 스태프였다. 그냥 길다. 특이한 버튼이 몇 개 있고 그다지 무기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무기라는 것은 확실하다. 스태프 끝에 처음 보는 보석이 박혀서 둥둥 더 있으니까. 마법사의 마력을 높여 주는 마력석이 확실했다.
레기온은 절뚝거리면서 스태프에게 다가갔다. 잡고 들었다. 꽤 묵직하다. 중철 스태프 정도의 무게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 손맛은 나쁘지 않았다.
“음.”
손으로 잡았음에도 특이한 모양의 스태프는 어떤 정보도 제공하지 않았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스캔해 봐.
-스캔 불가능.
잉? 왜?
-히든 스태프임.
그게 뭔데?
-어떤 특정 조건이 있어야만 능력이 개방됨.
그럼 지금은 쓸모가 없는 거네.
-맞삼. 때리는 데만 요긴함. 아, 조금 전에 공격을 막아 낸 것 보니깐 화염에 대한 내성력이 뛰어난 것 같음. 아마도 화강석으로 만든 것이 아닐까 유추됨.
화강석?
-불에 대한 내성이 매우 뛰어난 광물임, 또한 화강석을 혼합시킨 무기는 불에 대한 공격력을 추가로 입힐 수가 있게 됨.
꽤 좋은 광물이네.
-그렇삼. 이것 역시 쉽게 구할 수 있는 광물은 아님.
좋아. 이걸로 놈의 공격을 막으면서 다시 접근전을 시도해 보자.
-접근을 할 수만 있다면.
삼두 메두사의 공격이 다시 시작됐다. 놈의 헬 레이져가 쉴 새 없이 레기온을 향해서 쏟아졌다.
뭔지 모르지만 공격을 서두르는 느낌이 들었다. 마력이 부족한 것일까? 하긴 저 정도 위력을 가진 스킬을 계속해서 사용하는 것은 분명 부담이 될 것이다.
어쩌면 기회가 올지도 모르겠다.
레기온은 스태프를 검처럼 휘두르면서 헬 레이져를 막아 냈다.
쿵! 쿵! 쿵!
꽤 충격이 오긴 하지만 그런대로 버틸 만하다. 으윽, 아닌가. 몇 번 막지도 않았는데 스태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 멍청아! 그걸 왜 검처럼 사용해! 스태프란 말이다! 스태프! 초강력 능력을 갖춘 스태프라고!”
비데가 레기온을 향해서 고래고래 외쳤다.
그제야 레기온은 비데를 바라봤다. 무척 어리게 생긴 새끼가 자신에게 반말을 찍찍 한다. 혹시 새끼 메두사인가?
레기온은 비데를 향해서 가운데 손가락을 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