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144)
마법은 괜히 배워서-145화(145/502)
# 145
아이템은 너를 이롭게 하리라 1
쩌저저저저저적-
석상들이 갈라졌다. 그리고 안쪽에서 생존해 있던 다크 엘프와 룰루, 사원들이 튀어나왔다. 상당시간 석상에 갇혀 있던 자들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하나같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들의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꼬집어 보기도 했다. 꿈이 아니었다. 진짜로 메두사의 저주에서 풀려났다.
“아하하하! 살았어! 살았다고!”
다크 엘프들은 서로를 감싸 안았다. 다른 트레져 헌터들도 마찬가지였다.
사원들도 믿기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누워있던 그들은 상체를 일으켜 손바닥으로 몸을 탁탁 쳤다. 어디 망가진 곳도 없었다.
“우, 우리 살았나 봐.”
미즈셋의 얼굴이 무척이나 밝았다.
“그러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어떻게 되긴…… 사장님이 이긴 거지.”
하이모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레기온이 강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삼두 메두사는 차원이 다를 만큼 강했다.
제아무리 레기온이라고 하더라도 삼두 메두사를 혼자서 이겼단 말인가?
“사장님 말고 우리를 풀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어?”
“음, 없지.”
“우리는 또 사장님께 목숨을 빚졌어. 나 참 쪽팔리다. 월급 받고 일은 제대로 못하고. 매번 목숨을 구해지고.”
“그러게 창피하네.”
하이모는 씁쓸하게 웃으면서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어라? 뭔가 만져져야 하는데 아무것도 만져지지가 않았다. 깜짝 놀란 그는 양손으로 단발머리를 찾았다.
없다!
있긴 있지만 단발머리 형태가 아니었다.
그는 주위를 살폈다. 돌이 돼서 부서진 단발머리가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이, 이런…….”
하이모는 무릎을 꿇고 단발머리를 양손에 얹었다. 손가락 사이로 머리카락이 흐물흐물 흘러내렸다.
“아아아아~ 내 머리카락!”
하이모는 절규했다.
그런 하이모를 보면서 동료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솔직히 그들은 속이 다 시원했다. 더 이상 하이모의 단발머리를 보지 않아도 되니까. 리치 마몬님과 둘이서 저런 꼴로 돌아다니는 것은 정말이지……. 말로 표현하기가 참 그렇다. 자신도 모르게 달려가서 뒤통수를 후려치고 싶은 생각이었다.
실제로 미즈셋은 자던 하이모의 흘러내린 단발머리를 보면서 뒤통수를 쳤던 기억이 있다.
나머지 동료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냥 빡! 빡! 빡!
하이모는 자다가 일어나서 흐릿한 눈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모기가 물었나.
미친 모기는 무슨.
정말 대단한 머리통이다.
만약 사장님만 아니었다면 최강의 머리통을 가진 사람은 하이모로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는 자다 일어나서 거시기를 북북 긁더니 다시 잔다.
아! 더러워!
여자 앞에서 제발 그러지 말라고.
미즈셋은 심호흡을 한다. 그래, 저 징글징글한 머리카락이 사라진 것만 해도 다행이야.
사장님께 몰래 부탁을 해야겠다.
-사장님, 제가 주실 결정을 하이모에게 주세요. 저 단발머리가 없어지는 머리카락이요.
그녀는 레기온을 진심으로 존경한다. 우리 사장님만큼 대단한 사람을 본 적이 없으니까.
고개를 돌려서 레기온을 바라봤다. 이상하다. 잘못 봤나? 그녀는 눈을 씻고 다시 바라봤다.
뚱뚱한 단발머리가 머리를 휘날리고 있었다.
갑자기 울화가 치밀었다. 달려가서 그의 뒤통수를 날리고 싶었다.
빠아아악!
다행이다.
자신이 하지 않아도 똑같은 생각을 한 동료가 있었다. 버팔로가 그 육중한 육체를 일으켜서 사장님께 달려간 것이다. 그는 있는 힘껏 사장님의 뒤통수를 날렸다.
나이스.
그리고 버팔로는 뇌격에 감전됐다.
지지지지지지지지직!
“아아아아악! 사장님, 죄송해요.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에요. 살려 주세요.”
과묵한 버팔로가 눈알을 뒤집으면서 외쳤다.
다행이다.
자신이 먼저 뒤통수를 날렸으면 저 꼴이 됐다. 하늘이 도왔다.
사장님은 절대 건들면 안 된다는 것을 또 깨달았다. 시비를 거는 것이 아니다. 그냥 건들면 안 된다. 머리통을 친 것만으로도 뇌격 마법이 발동하다니.
“이아아아악, 살려 주세요. 살려 주세요.”
“개소리 하지 마. 지금 내 머리통을 쳐? 이런 미친 새끼가.”
저런-
스틸로 사장님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똑같은 뇌격 마법이 그를 강타했다.
“갸갸갸갸갸갸각! 졸라 아파! 이건 뭐여!”
“뭐긴 뭐야? 이 호로 새끼들아. 이 새끼들이 미쳤나. 지금 오너의 머리통을 쳐? 사표 쓰고 싶어? 쓰고 싶으면 말로 해. 이 새끼들아!
“그, 그게 아니고. 사장님 머리 스타일이…….”
“사장님 머리 스타일이 뭐?”
“너, 너무. 멋지세요.”
스틸을 살기 위해서 눈물을 머금고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왜 머리를 쳐! 이 새끼야!”
“너무 가지고 싶어서…….”
“뭐?”
“정말입니다. 너무 부러워서.”
“호오, 그래?”
“네.”
“좋아, 그럼 너희들도 모두 나와 같은 단발머리가 되는 거야. 어때?”
사장님과 동료들을 보면서 미즈셋은 기가 막혔다. 저것들과는 상관하지 말자.
그냥 이성적으로 생각하자.
“나탈리. 넌 괜찮아?”
마즈셋은 벽에 등을 기대고 숨을 고르던 나탈리에게 시선을 돌렸다.
“네, 아직은요.”
“사장님과 삼두 메두사의 싸움은 봤어?”
“보지 못했어요. 무서워서.”
“음, 그럼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겠네.”
“네, 그게 저도 잘.”
나탈리는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 * *
레기온과 직원들, 다크 엘프들은 비데의 뒤를 쫓았다. 비데는 꽤나 자신이 만든 화장실을 자랑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대부분이 생각했다.
화장실이 화장실이지 별게 있겠어? 어차피 먹고 싸는 곳에 불과한 곳인데.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생각이 짧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
화장실 바닥만 해도 그렇다. 너무 반들반들해서 신발을 신고 들어가기가 미안했다. 천장은 유리와 수정으로 인해서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웠다.
“여기는 세면대.”
“세, 세면대?”
“그렇다네. 그냥 간단히 손발만 닦는 곳이지. 이빨을 닦을 때도 이곳을 이용하네.”
비데는 넋이 빠진 일행들을 보면서 피식 웃었다. 제자인 룰루조차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지난 30년간 이런 위대한 건축물을 지은 비데가 존경스럽기만 한 모양이다.
“여긴 입구야. 자, 이리 오시게.”
비데는 30년에 걸친 자신의 창작물을 보여 주고 싶어서 안달이 나 있었다.
* * *
샌까는 믿을 수가 없었다.
도대체 언제 어디서 인간들이 침입을 했는지 모르겠다.
악마의 숲은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다. 자연을 사랑하는 않는 인간들은 결코 통과를 할 수가 없었다.
사실 악마의 숲이란 인간들이 붙인 말이다.
숲에서 사는 종족에게는 그야말로 황금의 땅이나 마찬가지였다. 자연을 정복하려던 인간들이 끝내 숲에서 버티지를 못하자, 악마의 숲이란 칭호를 멋대로 붙여 버린 것이다.
숲은 경건하지 못한 인간들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런 숲을 도대체 어떻게 뚫고 마을까지 왔을까.
샌까는 악마의 숲만 믿고 있지 않았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마을 곳곳에 알람 마법을 걸어 두었다. 일정한 시간이 되면 알람 마법은 자동으로 발동한다.
만약 야심한 밤에 누군가 마을에 침입을 해 오면 알람 마법은 맹렬하게 울린다.
마을이 생겨난 이후로 인간 혹은 그 외의 종족들이 접근해서 알람을 울릴 횟수는 열 번이 넘지 않았다. 그만큼 악마의 숲을 뚫고 마을까지 오는 것은 쉬운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오늘은 알람 마법이 울리지 않았다.
누군가 알람 마법을 무력화 시켰다.
더군다나 저녁을 먹고 잠든 다크 엘프들은 깨어나지를 못했다.
전원이 중독됐다.
중독된 것은 샌까도 마찬가지였다. 저절로 눈이 감기는 것을 억지로 참는다. 그의 옆에는 겨우 열 명 정도의 다크 엘프들만 남았다. 마을에서 가장 강력한 마력을 보유한 다크 엘프들이었다.
“마력으로 전환이 되지 않습니다.”
“가만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힘이 딸립니다.”
다크 엘프들은 힘겹게 말했다.
샌까는 어금니를 물었다.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어떤 힘이 전신을 옭아매고 있었다.
디버프 마법이었다.
몇 번이나 디버프 마법을 해제하기 위해서 역마법을 펼쳤지만 도리어 반격을 당했다.
상대는 자신보다 한 차원 높은 수준의 마법사였다.
“내 아이들을 내버려 둬!”
다크 엘프 한 명이 어린아이들을 강제로 끌어내는 기사들에게 덤벼들었다. 인간들의 기준으로 말하면 4성급의 실력을 가진 전사였다. 하지만 디버프를 당한 그는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기사들 세 명이 쇠몽둥이를 들고 다크 엘프를 때려서 기절시켰다. 다크 엘프는 제대로 반항도 하지 못하고 의식을 잃었다.
곳곳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
1시간도 채 되지 않아서 마을 엘프들 대부분이 납치가 됐다.
남은 다크 엘프들은 채 열 명이 남지 않았다.
“도대체…… 저들은 누구지?”
샌까는 어금니를 깨물며 말했다.
그와 계약을 맺은 상급 정령을 소환했지만 어떤 대답도 없었다. 마을 전체를 가둬 버린 모양이었다.
누군지 모르지만 상당한 실력자다.
특히 싸움에 대해서 잘 아는 자였다. 기습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안다.
검은 갑주를 입은 사내가 나타났다. 딱 봐도 나는 이들의 두목이다, 라는 포스를 내뿜고 있었다.
시그널 자작이었다. 그는 샌까를 보면서 피식 웃었다.
“뭐야, 아직도 두 발로 멀쩡하게 서 있는 엘프가 있네.”
“너는 누구냐!”
샌까가 물었다.
“알아서 뭐하게. 노예 따위가.”
“뭐?”
“말 그대로야. 노예 따위가 인간의 말을 들어서 뭐하게.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은 듣기만 해. 묻지도 말고 궁금증을 가지지도 마. 그게 너희 신상에 이로우니까.”
“노예…… 상인인가…….”
샌까는 눈살을 찌푸렸다.
도대체 인간들의 탐욕은 어디가 끝인지 모르겠다. 같은 종족을 노예로 만드는 것도 모자라, 다른 종족까지 다스리려고 하는가.
죽고 죽이는 전투는 너희들끼리 하란 말이다.
“알 것 없고 더 다치기 싫으면 여기 와서 무릎 꿇어. 그럼 더 이상 맞지는 않을 거야. 내가 이거 하나는 약속하지. 덤비지 않으면 손을 대지 않을 거야. 너희는 꽤 높은 가치를 창출하는 상품이거든. 큭큭큭.”
“나쁜 놈들…….”
“오호, 엘프가 욕도 할 줄 아네. 누가 그러던데. 엘프는 입도 착해서 욕 같은 것은 할 줄 모른다고.”
“너희 같은 쓰레기들한테는 욕도 아깝지.”
“그래, 알았어. 쓰레기 해 줄 테니까 어여 이리 와서 무릎 꿇어.”
“개소리 하지 마라!”
샌까가 주문을 외우면서 앞으로 달려 나갔다. 그의 뒤를 다크 엘프 전사들이 뒤쫓았다.
뿌드드드드득-
바닥이 갈라지면서 수십 개의 거대한 나무뿌리가 튀어나왔다. 그것은 살아있는 생명처럼 시그널 자작과 기사들을 덮쳤다.
순간-
퍼퍼퍼퍼퍼펑!
나무뿌리가 박살이 나면서 흩어졌다.
강력한 전격계 마법이었다.
사이비맨이 라이징 썬더 공격 마법으로 나무뿌리들을 찢어 버린 것이다.
그래도 샌까와 다크 엘프들은 멈추지 않았다. 그들은 태생적으로 마법과 정령을 동시에 사용할 수가 있다. 더해서 레인져보다 빠른 몸놀림을 자랑한다.
인간과 기본적인 능력치를 비교하자면 사기에 가까웠다.
하지만 신은 공평하다.
신은 인간에게 ‘술수’라는 야비함을 줬고 다크 엘프들에게는 ‘정직함’이라는 마음을 줬다.
엘프도 다크 엘프들도 누군가를 의심하며 살지 않는다.
너무 정직하기 때문에 그런 사기적인 능력치를 가지고도 이런 상황에 쉽게 빠지는 것이다.
쾅!
샌까의 눈앞에 크게 번쩍였다.
기사들이 갑자기 튀어나와 달려가던 그의 정면을 방패로 밀어 버렸다. 육중한 방패와 정면으로 충돌한 샌까는 제대로 된 힘을 쓰지 못하고 쓰러졌다. 기사들이 쇠몽둥이를 들고 샌까의 전신을 마구 두드렸다.
의식이 점차 사라진다.
“능력을 모두 봉인당한 너희들한테 깨지면 우리는 병신이게. 그냥 잠자코 쓰러져 잠이나 자라.”
젠장…….
샌까는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점차 의식을 손에서 놓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