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146)
마법은 괜히 배워서-147화(147/502)
# 147
마탑의 사이비맨 1
시그널 자작의 오른팔이자 4성급 마스터인 기사 멘탈은, 부하 다섯 명과 함께 레기온의 앞을 가로막았다.
전원이 4성급 워커.
어리숙한 3성급들과는 차원이 다른 무력을 갖추고 있다.
그에게 떨어진 명령은 누구도 마을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할 것.
단 여섯 명으로 이 넓은 마을을 다 커버할 수는 없다.
하지만 차단막에서 발생하는 마력 덕분인지 그토록 득실득실 하다던 몬스터들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한참의 시간이 지났지만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농담 따먹기나 하면서 시간을 죽였다.
다른 기사들은 신나게 다크 엘프들을 잡으며 놀고 있을 텐데……. 조금 짜증이 나지만 자리를 비울 수는 없다.
그런 일을 벌였다가 나중에 성격 더러운 영주에게 어떤 벌을 받을지 감히 삼상하기도 어렵다.
그때 차단막에서 신호가 들어왔다.
북서쪽에서 차단막을 파괴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처음엔 노루나 멧돼지일 가능성을 생각했지만, 곧 그게 아님을 깨달았다.
“누군지 모르지만 지루하지 않게 해 주는군.”
멘탈과 다섯 명의 기사들은 재빨리 움직여 레기온의 앞을 가로막았다.
“오호, 아직 다크 엘프들이 남아 있었네.”
멘탈의 눈이 반짝였다.
뚱뚱한 인간의 뒤로 15명의 다크 엘프가 서 있었다. 굉장히 초췌한 모습이었다.
스르렁.
멘탈과 기사들이 검을 빼 들었다.
멘탈은 레기온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어이, 돼지. 노예 상인인가? 저 다크 엘프들을 놔두고 꺼져라. 그럼 목숨은 살려 주지.”
레기온은 주위를 둘러봤다.
노예 상인? 혹시 나보고 하는 소리인가? 에이, 아니겠지. 어딜 봐서 나처럼 친근감 있는 얼굴이 노예 상인처럼 보여.
“나?”
“그래, 너, 뚱땡이.”
레기온은 피어오르는 분노를 입안으로 삼켰다.
정말 외모 때문에 손해를 많이 본다. 돼지에 뚱땡이라니! 그것만으로도 열이 받아 죽겠는데, 노예 상인?
“나는 노예 상인 아니야.”
“노예 상인이든 아니든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야. 나는 설사 네가 왕족이라도 하더라도 전혀 궁금하지 않으니까. 이대로 돌아가서 입 닥치고 살아라. 그럼 목숨은 부지할 테니까.”
“싫다면.”
“목이 날아가겠지.”
“누구 목이 날아갈까?”
“큭큭……. 이 돼지, 정말 세상을 모르는군. 이 정도면 충분히 호의를 배풀었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멘탈과 기사들의 검에서 블레이드가 생성되었다.
그는 자랑스럽게 검을 흔들었다.
“이런 멋진 블레이드…… 본 적 없지?”
레기온은 미간을 좁혔다. 저 덜 떨어진 자식이 뭐라는 거지? 오러도 아니고 블레이드 정도 가지고.
“다크 엘프를 넘겨주는 조건으로 고통 없이 보내 주마. 목이 날아가는 것도 느끼지 못할 것이야.”
멘탈과 다섯 명의 기사들이 동시에 움직였다.
레기온은 어이가 없어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들이 생각하기에는 저 뚱땡이가 겁을 먹어서 움직이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기사들은 자신들이 펼칠 수 있는 가장 화려한 스킬을 펼쳤다.
레기온은 짜증이 나서-
“뇌격!”
을 외치고 말았다.
아아, 이 기술을 쓰면 안 되는데.
푸화하하하하학!
섬광이 번쩍이고-
믿을 수 없게도 멘탈과 다섯 명의 기사들은 자신들이 펼친 기술에 카운터를 당하여 난자가 되고 말았다.
그들은 눈을 감지도 못했다.
자신들이 왜 그런 몰골이 됐는지 이해하지 못한 모양이다. 입만 붕어처럼 뻐끔뻐끔 거렸다.
단 일격.
비데와 룰루도, 직원들도, 다크 엘프들도 조금 전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두 눈으로는 확인하지 못했다. 그저 가공할 스킬이 터졌다는 것만 느낌으로 알아차렸을 뿐이었다.
그들은 입을 벌린 채 레기온을 바라봤다.
머리카락이 조금 길어진 것 같기도 하고.
“사장님.”
“응.”
레기온은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귀로 넘기며 미즈셋을 바라봤다.
튀겨진 상대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 머리카락…… 조금 전 스킬을 쓸 때마다 길어지는 건가요?”
“잘 모르겠어. 왜?”
“길어진 것 같아요.”
“뭐?”
“머리카락이…… 요만큼.”
미즈셋은 손가락 두 개로 사이를 만들었다. 약 1센티 정도였다.
레기온은 털썩 무릎을 꿇었다.
이놈의 마법 지긋지긋하다.
리치 마몬, 하이모와 함께 트리블 머저리가 되게 생겼다.
자신이 그들의 단발머리를 보면서 얼마나 욕을 했던가.
“아아아아아! 신이시여!”
레기온은 하늘을 향해서 울부짖었다.
-그렇게 싫삼?
싫어! 진짜 싫어! ‘멋짐 폭발’을 사용해도 단발머리라면 인기가 다 떨어질 것이 분명해.
-그건 확실하지 않음. 내가 알고 있는 한 ‘멋짐 폭발’은 현재 최고의 스킬임. 단발머리라도 색다르게 보일 수 있음.
그래?
-다시 말하지만 확실하지 않음. 어쩌면 너님의 단발머리가 유행이 될지도 모름.
유행이 된다고?
그게 말이 되나. 이 창피스러운 머리 스타일이 유행이 된다고?
-영지민 전체가 아닌…… 백작령까지 퍼질지도.
배, 백장령까지?
-너님이 더 유명해지면…… 왕국 전체에 단발머리 스타일이 유행할지도 모름.
왕국 전체에?
-단 조건이 있음.
무슨 조건?
-너님이 유명해져야 함. 왕국에서 레기온이라는 남자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그럼 처음에 보기에는 부담스러워도 점점 따라하는 사람이 많아질 거임.
정말?
-정말!
레기온은 슬쩍 웃었다.
역시 마크다.
발상이 평범하지 않다. 그래, 내가 굳이 바꿀 필요가 없다. 주변 사람들을 바꾸면 된다.
귀족들이 모두 단발머리가 된다?
왕국민들이 모두 단발머리가 된다?
심지어 왕족들도 모두 단발머리가 된다?
대박이다!
레기온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 * *
“살려 줘.”
“도대체 우리 부족이 너희에게 무슨 잘못을 했느냐! 당장 이것을 풀어라!”
“제 아이만이라도 놔두세요. 제발요.”
아비규환.
사로잡힌 다크 엘프들은 전신을 포박당한 채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3성급 이상의 실력을 가진 자들은 마력석으로 마력을 봉인시켰다.
그들은 분노와 적의가 가득 담긴 눈빛으로 사이비맨과 기사들을 노려봤다.
사이비맨은 입 안이 썼다.
이 자리가 굉장히 불편했다.
그 역시 마탑의 일원답게 인간제일주의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신의 형상을 본 딴 인간이 대륙을 지배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해서 이종족을 노예로 삼는 것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쪽이지만.
직접 노예사냥에 참가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생각보다 훨씬 잔인하고 불편했다. 저 많은 다크 엘프들이 증오에 가득한 눈으로 자신과 기사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어서 빨리 이 자리를 끝내고 싶었다.
이곳에 있어 봤자 좋을 것은 하나도 없었다. 느는 것은 원한 관계뿐이었다.
“시그널.”
사이비맨은 한껏 기분이 고양되어 있는 시그널 자작을 불렀다.
“아, 네. 말씀하세요.”
“이제 끝난 것 같은데 나는 이만 가 봐도 되겠나?”
“가긴 어딜 가십니까. 축제를 열 겁니다. 참석하셔야죠.”
“됐네. 나는 이만 가 보겠네.”
“아하, 제가 입 싹 닦을까 봐 그러십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마음에 드는 다크 엘프 한 마디를 드리죠. 꽤 구하기 어려운 종족인 것 아시죠? 어떤 다크 엘프가 좋으십니까? 어린 소년? 소녀? 다 큰 처녀? 남성체도 괜찮습니다.”
시그널 자작은 한껏 웃으면서 말했다.
그를 보고 있자니 속이 뒤틀렸다. 금방이라도 오바이트가 쏟아질 것 같았다.
어찌 성군인 아버지 밑에서 저런 패륜아가 나왔을꼬.
도저히 남은 두 번의 도움을 주기란 힘들 것 같았다. 무슨 수를 써도 시그널 자작의 요청을 거절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만약 통하지 않는다면 죽는 날까지 은거를 할 생각도 가졌다.
본의 아니게 이번 일에 도움을 줬지만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악몽이었다.
“거절하겠네.”
마음을 먹은 사이비맨은 등을 돌렸다.
순간-
그곳에 있던 모두가 깜짝 놀랄 만큼 강력한 마력이 솟구쳤다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뭐, 뭐지?”
조금 전의 마력은 극히 짧고 강렬했다.
마을 외곽에서 솟구친 마력이었다.
사이비맨은 걸음을 멈췄다. 그뿐만 아니라 마력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멈출 수밖에 없었다.
무자비하게 다크 엘프들을 구타하던 노예 길드의 길드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엄청나게 불길함을 느낀 그들은 몽둥이질을 멈추고 허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 * *
“서, 설마.”
미즈셋이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사부였다.
사부는 꽤 엄격한 사람이다. 마탑에서도 무섭기로 소문이 났다. 하지만 의외로 따뜻한 분이었다.
누구도 차별하지 않고 신분을 따지지도 않는다.
덕분에 미즈셋은 많은 동료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으면서 단 몇 년 만에 3서클 마스터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너무 기고만장을 했기 때문일까.
그녀는 수년간 3서클 마스터에서 정체가 되어 있었다. 물론 그런 마법사들은 부지기수다. 2서클에서 막힌 마법사들이 어디 한둘인가? 상당수가 3서클에 이르지도 못하고 평생 2서클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사부님은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면서 말했다.
“누구나 겪는 일이다. 결코 조급해서는 안 된다. 마법은 본래 한 번의 깨달음이 중요하다. 그걸 위해 천천히 정도를 걸어야 해. 잘못된 길을 선택하면 다시는 본래의 길을 돌아오지 못한다.”
당시의 미즈셋은 사부님이 무슨 뜻으로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 알지 못했다.
그녀는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고 말았다.
현상범들을 잡아서 생체실험을 한 것이다.
마탑의 마법사들은 자신의 마법을 위해서는 무엇이든 한다. 법을 위반하는 것은 비일비재했다.
많은 귀족들도 그 사실을 알면서도 눈을 감았다.
왕족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마탑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훨씬 유리했다.
하층민 몇 명이 아무도 모르게 죽어 간다고 해서 신경을 쓸 필요도 없고.
하지만 생체실험에 대하여는 강한 반발이 있다.
그럼에도 미즈셋은 그 강을 건넌 것이다. 나쁜 놈들, 죽으면 어떨까? 하는 마음도 없지 않았다.
그래서-
생체실험을 당한 강간범들 중에서 다섯 명이나 고자가 됐다.
생체실험을 당한 사기꾼들 중에서 세 명이나 혀가 굳어 버렸다.
생체실험을 당한 강도들은 앉은뱅이가 되고 말았다.
모든 실험을 실패했다.
그녀는 좌절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녀가 생체실험을 했다는 사실이 상부에 알려지고 말았다.
그녀의 라이벌이라고 자칭하는 마닐라가 일러바친 것이 틀림없었다.
그렇게 미즈셋은 마탑에서 도망치듯 나올 수밖에 없었다. 스승님께는 작별 인사도 하지 못했다.
스승님의 존함은 사이비맨.
다시는 만나지 못할 것이라고 여겼던 스승님을 설마 이곳에서 만날 줄이야.
미즈셋은 딱딱하게 굳은 채 사이비맨과 조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