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147)
마법은 괜히 배워서-148화(148/502)
# 148
마탑의 사이비맨 2
“사부님?”
“으음.”
사이비맨도 신음을 삼켰다.
그가 가장 아끼던 제자 중에 한 명이 바로 미즈셋이었다. 천재는 아니었지만 수재라는 것은 확실했다. 그가 키웠던 제자들 중에서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
더군다나 예뻤다. 애교도 있고.
키우는 재미가 있었다.
세월이 지나면 최소 자신의 수준까지 오를 것이라 확신했다.
하지만 조급함이 그녀를 망쳤다.
생체실험이라니.
소식을 들은 사이비맨은 급히 미즈셋의 실험실로 향했다.
미즈셋의 실험실은 지옥을 방불케 했다. 고자가 된 강간범들이 제발 그것을 살려 달라고 울부짖고 있었다.
아무리 사이비맨이라고 하더라도 막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단전을 폐쇄당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일까.
그녀는 마탑을 상징하는 배지를 빼고 사라졌다.
그리고 수년이 지난 지금, 결코 만나서는 안 될 자리에서 조우를 하고 만 것이다.
사이비맨은 그녀의 생체실험보다 자신이 이런 일에 가담한 것이 더 창피했다.
치욕이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나,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요.”
사이비맨은 등을 돌리고 자리를 이탈했다. 시그널 자작이 그를 몇 번이나 불렀지만 돌아보지 않았다.
“사부님! 사이비맨 사부님!”
사이비맨은 대답도 하지 않은 채 빠른 걸음으로 마을을 벗어났다.
미즈셋이 그를 뒤쫓았다.
하이모와 동료들이 그녀의 뒤를 따랐다.
“따라오지 마. 이건 내 개인적인 문제야.”
미즈셋은 동료들의 호의를 단칼에 거절했다. 표정이 단호하여 동료들은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내버려 둬.”
레기온이 그들을 말렸다.
“네?”
“내버려 두라고.”
“하지만…….”
“괜찮아. 그러니까 내버려 둬.”
모두가 그 말에 걸음을 멈췄고, 미즈셋은 사부님을 부르면서 숲속으로 사라졌다.
“자, 이제 쫓아가 봐.”
레기온은 하이모에게 말했다.
“네?”
레기온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하이모였다. 그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여자 혼자 악마의 숲에 들어갔다. 얼마나 위험하냐.”
“하지만 사장님께서 혼자 두라고…….”
“말만.”
“말만요?”
“그래, 말만. 지금 미즈셋은 꽤 격앙되어 있어. 앞이 보이지 않아서 저 이상한 남자를 뒤쫓아간 거야. 하지만 악마의 숲에 혼자 돌아다니기에는 너무 위험해. 얼른 가서 보살펴 줘.”
“알겠습니다.”
그제야 레기온의 말뜻을 이해한 하이모와 부하직원들은 환히 웃었다. 역시 우리 레기온 님은 부하의 마음까지도 잘 살핀다.
우리는 최고의 사장님을 모셨어.
목숨 걸고 충성하세.
그들은 레기온에게 고개를 꾸벅이고는 미즈셋이 사라진 숲을 향해서 뛰어갔다.
부하직원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레기온은 혀를 찼다.
“꽤 나이 차이가 나는 신랑 같던데…….”
“누가요?”
나탈리가 물었다.
“미즈셋이 쫓아간 남자 말이야. 몰골도 초췌한 것이 집 나간 지 꽤 오래되어 보이지?”
“그러니까 아까 그 중년 남자랑 미즈셋 언니랑 부부라고요?”
“응.”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이 남자의 정신세계가 어떤지 확인을 해 보고 싶었다. 아까 미즈셋 언니가 사부님이라고 부르는 것을 듣지 못했나?
* * *
기사들은 느닷없이 나타난 레기온을 막기 위해서 무차별적으로 공격을 가했다. 다크 엘프를 제외하고는 모두 죽이라는 척살령이 떨어졌다.
명령을 내리지 않아도 그럴 생각이었다.
한 놈도 자신들이 저지른 짓을 목격해서는 안 된다.
쐐애애애애액!
공간을 뚫고 마나 블레이드가 날아갔다.
하지만-
레기온은 마나 블레이드를 피하지도 않았다. 이미 타란튤라의 갑주가 얼마나 대단한 방어력을 지니고 있는지 메두사와의 사투에서 확인을 했다.
타란튤라의 세트 아이템은 모두 다섯 가지였다.
하나씩 아이템을 맞출 때마다 옵션이 따라붙는다. 다섯 가지의 아이템을 모두 모으면 4가지의 옵션이 붙는다.
레기온은 두 손을 잡고 빈다.
최초의 액티브 스킬은 개똥이 되었다.
계속해서 액티브 스킬을 사용하면 머리카락이 점점 길어질 것이다. 리치 마몬과 함께 ‘그 언제가 나를 위해 꽃다발을 전해 주던 그 소녀’라는 노래를 부르게 되면 혀 깨물고 죽어 버린다.
진짜 그 짓만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니!
제발 타란튤라의 세트 아이템아! 너만이라도 좋은 옵션을 다오!
이렇게 빈다.
퍼퍼퍼퍼퍼펑!
마나 블레이드가 폭발했다.
레기온은 배를 내밀고 마나 블레이드를 몸으로 막아 냈다.
시그널 자작의 기사들과 노예 헌터들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배, 배로 마나 블레이드를 막았어!”
“이, 이럴 수가!”
“저건 말이 안 돼. 블레이드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없어!”
“서, 설마?”
“설마 뭐?”
“전설의 돼진가.”
“…….”
이 미친 것들이!
배가 아니고 타란튤라의 갑주라고. 안 보여?
그건 그거고.
레기온은 한 발자국 앞으로 나서며 물었다.
“여기서 누가 대가리냐?”
“뭐?”
기사 중에 한 명이 되물었다. 돼지가 말도 하네, 라는 표정이었다.
저 새끼들이 뒈지려고.
“귀가 먹었어? 너희들 중에 대가리가 있을 것 아냐. 누구냐고?”
기사들과 노예 헌터들이 시그널 자작을 바라봤다. 그는 피식 웃으면서 엄지를 들었다.
“돼지…….”
“듣는 돼지 기분 나쁘다.”
“죽어라.”
시그널 자작인 엄지를 아래로 꺾었다.
동시에 기사들이 연속으로 마나 블레이드를 날렸다. 한 발은 우연찮게 피했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저 돼지의 근처에서 힘을 다해 소멸을 했을지도 모르고. 하지만 수십 발의 마나 블레이드를 막아 낼 수는 없었다.
“대답을 하지 않으면 내가 대신 판결을 해 주지. 너희들은 악당. 고로 사형.”
레기온은 룰루의 망치를 꺼냈다.
방어력만큼은 동급 최강이다.
마법사가 탱커의 역할을 할 수가 있는 것이다.
레기온은 빗발치듯이 날아오는 마나 블레이드를 몸으로 버텨 내면서 기사들 사이로 뛰어들었다.
모조리 튕겨 낸다. 설사 정면으로 충돌을 한다고 해도 끄덕하지 않는다.
“저, 저건 도대체 뭐야?
기사들이 경악을 했다.
“뭐긴 뭐야. 새끼들아. 다크 엘프들을 구하러 온 정의의 사도다!”
빠각!
룰루의 망치가 그들이 이마에 작렬하기 시작했다.
* * *
레기온 영지.
오후 훈련까지 모두 마친 베이컨은 뒷짐을 쥐고 하늘에 뜬 달을 바라보고 있었다.
“후, 주인님은 안녕히 계시려나.”
하인들 중에서 레기온에 대한 충성도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였다.
얼마 전에 사귀었던 애인과 헤어졌다.
헤어진 이유는 간단했다. 만나서 헤어질 때까지 레기온 얘기만 주구장창 해 댄 것이다.
“우리 주인님은 새끼손가락을 들고 식사를 하시지.”
“우리 주인님은 잠을 자면서 움직일 수가 있지.”
“우리 주인님은 신비한 분 그 자체야.”
어느 여자가 짜증 나지 않을까.
전 애인은 식사 중에 벌떡 일어나서 베이컨에게 외쳤다.
“주인님 하고 살아. 나랑 왜 사귀는데!”
“이건 사랑이 아니야. 경외심이지.”
“경외심이든 사랑이든. 변태처럼 보이거든.”
“헤어져. 내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군.”
“그래, 헤어져. 어떤 미친년이 당신을 이해할까. 그 존경하는 주인님 하고 천 년 만 년 잘 살아 봐. 미친 변태 새끼.”
전 애인은 바닥에 침을 뱉고는 식당을 나가 버렸다.
베이컨은 깨끗하게 그 여자를 마음에서 잘라 냈다.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여자는 필요가 없었다.
그는 오늘도 달을 보면서 주인님의 안녕을 기원한다.
“베이컨! 베이컨!”
로또가 급히 베이컨을 불렀다.
“왜?”
주인님과 새로운 직원들, 드레이져가 영지에서 나간 이후로 크게 떠들썩한 일들이 없었다. 그렇기에 로또가 저렇게 다급하게 부르는 것은 의외였다.
“주인님의 저택 뒤에…….”
“저택 뒤에?”
“뭔가 이상한 것이 있네.”
“이상한 것? 그게 뭔데.”
“그게…… 참말로 하기가 거시기 하네. 아무래도 직접 봐야 할 듯싶네.”
베이컨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렇게 호들갑을 떨 친구가 아닌데.
“가 보세.”
베이컨은 로또의 뒤를 쫓아서 주인님의 저택 뒤로 자리를 옮겼다.
“으음.”
그곳에는 이미 십여 명의 전속하인들이 몰려 있었다. 모두가 웅성거리면서 그것을 보고 있었다.
베이컨도 그것을 보았다.
“도대체 이게 뭐지?”
“모르니까 자네를 부른 것 아닌가.”
베이컨이 보고 있는 것은 그의 키만큼 자란 나무였다.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나무는 결코 아니었다. 일단 두께가 엄청나다. 성인 두 명이 양팔을 벌려야 안을 수 있을 정도로 두꺼웠다.
2미터도 되지 않는 나무가 이렇게 두꺼운 것은 처음 봤다.
그리고 나뭇잎.
황금색을 빛난다.
당연한 말이지만 황금색으로 빛나는 나뭇잎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가장 중요한 것이 남아 있었다.
황금색 가지에서 몇 개의 열매가 폈다.
아니 열매가 아니다.
이건 분명히 주인님이 주신 ‘결정’이었다.
황금색 나뭇잎과 주인님의 결정. 제아무리 간이 큰 전속하인들이라도 그것을 함부로 건들 수는 없었다.
“도대체 이 나무는 뭐지?”
“아무도 몰라. 본 적도 없어.”
“실컷 할아범에게 물어봤어?”
“지금 조낸이 실컷 할아범을 데리러 갔어.”
잠시 후, 실컷이 도착했다.
하지만 그 역시 이런 나무는 본 적이 없었던 모양이다.
“오오오오, 알렉산더 가문의 조상님께서 우리 영주님을 보호하려는 징조야.”
“무슨 나무인지는 모르고요?”
“본 적은 없어. 하지만 자네도 느끼지 않나.”
“뭘요?”
“영주님의 기운이 느껴져.”
“그러고 보니…….”
희한했다.
이 나무에서 주인님의 느낌이 났다. 등을 돌리고 있으면 주인님의 기척이 느껴질 정도였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베이컨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도 그 나무가 무엇인지, 어디서 나타났는지 알 수가 없었다.
주인님이 돌아올 때까지는 저 나무의 정체가 무엇인지 아무도 알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저 결정…….”
조낸이 결정을 가리켰다.
“분명 주인님이 저희에게 주신 그것 맞죠?”
영롱하게 빛나고 있는 세 개의 결정.
그것을 보자 전속하인들의 눈빛이 빛났다. 레기온에 대한 충성심이 높은 것과 결정을 복용하고 싶은 마음은 별개였다.
저 결정이 얼마나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는 복용했던 전속하인이면 모를 수가 없었다.
단 한 개만 해체를 시켜도 능력은 대폭 상승한다.
“맞는 것 같아.”
“주인이 없는 나무라면…… 저희가 결정을 따도 괜찮은 것 아닐까요?”
베이컨은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주인님의 기운이 느껴지는 나무야. 주인이 없는 나무가 아니야.”
“그럼 왜 이런 외진 곳에 이런 나무가 있을까요?”
“그것 역시 주인님의 안배. 우리의 욕심을 테스트 하려는 것이겠지.”
“아~ 그럴 수도 있군요.”
“여기 있는 모두 저 결정을 본 순간 미치도록 해체시키고 싶은 생각이 있을 거야. 하지만 참아. 만약 저 결정을 먹는 건 우리가 주인님의 테스트를 넘지 못하는 거야. 이럴 때일수록 우리의 의지를 보여 줘야 돼.”
베이컨의 단호한 말에 전속하인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레기온은 그 나무 존체 자체에 대해서 모르고 있다는 것을 전속하인들은 알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