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150)
마법은 괜히 배워서-151화(151/502)
# 151
태생적 악의 1
미즈셋은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부님은 매우 인자한 분이다. 다른 고위 마법사들처럼 괴팍한 면이 없지 않지만 최소한 자신에게는 좋은 사부였다.
그런 그가 이곳에서 다크 엘프 노예사냥을 도와주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런 사람이 아니다.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대답을 듣기 위해서 미즈셋은 사이비맨을 끝까지 뒤쫓은 것이다.
“사람마다 다 사정이 있는 법이지. 그러니…… 나는 어떤 말도 하고 싶지 않구나.”
“사부님…… 최소한 이유만이라도.”
“네가 들어서 좋을 것 없는 일이다.”
그 이유조차 치부였다.
잘못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저 망나니 영주를 도왔다는 것 자체가 너무 싫었다.
“나는 가겠다. 마탑으로 돌아오겠느냐? 마탐으로 돌아온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네가 면죄부를 주겠다. 3서클과 4서클은 확연히 다르다. 네 나이에 4서클 마스터가 됐다면 노인네들도 아량을 베풀 것이야.”
“아뇨. 저는 마탑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어요.”
미즈셋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녀에게 마탑에서의 좋은 기억은 별로 없었다.
경쟁!
경쟁!
끝도 보이지 않는 경쟁이 그녀가 기억하고 있는 마탑이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현기증이 밀려온다. 누가 보면 경쟁에서 밀려난 패배자의 변명이라고 말을 할 테지만 상관없었다.
자신은 다신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렇구나.”
사이비맨은 예상을 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동료들을 만난 덕분인 것 같군.”
“좋은 동료요?”
“그렇다. 좋은 동료는 상대를 올바른 길로 인도하지. 자네의 밝아진 기운, 급격하게 늘어난 마나, 빠른 실력 향상, 좋은 동료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지.”
좋은 동료라.
갑자기 단발머리 하이모가 떠올랐다. 그가 깨지고 부서진 단발머리를 잡고서 울부짖는 모습도 떠올랐다.
설사 부모님이 돌아가셔도 그렇게 슬프게는 울지 못하겠다.
그런 동료가 참된 동료일까.
미즈셋은 피식 웃었다.
“나는 가겠다. 무슨 일이 있으면 마탑으로 찾아오너라. 네가 마탑을 나갔다고 해서 나와의 연은 끊어진 것이 아니니.”
“알겠습니다.”
미즈셋은 깊게 고개를 숙였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사부님을 만난 것만으로도 그동안의 고생이 씻겨져 나가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그들의 시야에 한 사내가 잡혔다.
“으음.”
사이비맨은 얕은 신음을 흘렸다. 그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변에 경계 마법을 걸어 놓았다.
그렇다는 말은 저 사내는 경계 마법을 뚫고 들어왔다는 것이다.
경계 마법은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 그 뜻은 하나였다. 자신보다 높은 마력을 보유하고 있다.
갑주는 걸치지 않았다. 검은 무복을 착용했다. 190이상 되는 큰 신장을 가진 사내였지만 워낙 잘 빠져서 그렇게 큰 느낌은 들지 않았다.
칠흑 같은 머리카락과 눈동자를 가졌다. 너무도 차가워서 닿는 순간 얼어 버릴 것만 같았다.
‘도대체 누구지?’
사이비맨은 상대가 누군지 잠작도 가지 않았다.
무복을 입은 것으로 보아 격투가 같기도 하다. 하지만 격투가 특유의 건틀릿을 착용하지 않았다. 마법사의 분위기도 아니었다. 당연히 갑주를 입지 않았으니 기사도 아니었다.
상대의 정체를 알아내기가 눈썰미가 좋은 사이비맨이라고 하더라도 쉽지가 않았다.
저벅저벅.
사내는 거침없이 그들을 향해서 다가왔다.
그는 사이비맨과 미즈셋을 바라봤다. 곧바로 사이비맨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관심도 없다는 듯이. 매우 예의가 없는 행동이었다.
“어이 거기 여자.”
사내는 미즈셋을 불렀다.
“나?”
“그래, 여기에 여자는 너밖에 없잖나.”
“왜 부르지?”
가는 말이 고아야 오는 말이 고운 법이다. 사내의 억압적인 말투가 미즈셋은 무척이나 마음에 들지 않는다.
“예쁘장한 것이 마음에 드는구나. 내 여자가 돼라.”
“뭐?”
“원하는 모든 것을 가지게 해 주마.”
미즈셋은 콧방귀를 끼었다. 갑자기 나타나서 하는 말이 자신의 여자가 되라니.
“난 네가 마음에 안 들어. 그러니까 꺼져.”
“착각하고 있군.”
“뭐가?”
“나는 너에게 요청을 하는 것이 아니다. 명령이다. 이리로 와서 내 발등에 입을 맞춰라.”
어이가 없으면 웃음부터 나온다. 지금 미즈셋이 그러했다. 하도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터졌다.
“왜 웃지? 내 말이 우스운가?”
사내가 천천히 움직였다.
그의 칠흑과 같은 머리카락이 바람에 날린다. 눈매는 더더욱 차가워졌다.
눈빛만으로 숨을 턱턱 막히게 했다.
그러나 미즈셋은 옛날의 3서클 마법사아 아니었다. 그때와 비교하면 몇 배나 강해졌다.
그녀는 윈드를 꺼냈다.
스태프보다 가볍고 예쁜 모양이 많아서 윈드를 선호한다.
윈드를 잡자 마력이 빠르게 솟구쳤다. 공격력이 마구 상승한다.
하지만 사이비맨이 그녀의 앞을 막았다.
왜?
“거기 자네들 어서 나와.”
사이비맨은 뒤쪽 숲속을 보면서 외쳤다.
“어서!”
다급하게 다시 한 번.
“에이, 어떻게 알았지. 역시 저 노인네는 보통이 아니라니까.”
“대장이 방구 껴서 그래. 그 소리가 수십 미터는 퍼졌다니까. 냄새는 얼마나 강한지.”
스틸이 코를 막고 손을 휘휘 저었다.
“아니거든. 먹은 것도 없는데 무슨 방구에서 냄새가 나.”
“나중에 한 번 직접 맡아 봐요. 냄새가 나는지 아닌지.”
스틸의 말에 하이모는 입술을 삐죽거렸다. 너무 배가 고파서 상한 비상식량을 그냥 먹었다.
그 이후로 계속 속이 안 좋았다.
그러나 쉴 새도 없이 움직이는 강행군인 상태에서 ‘나 똥 쌀 동안만 기다려 줘.’라고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미즈셋을 놓치면 사장님한테 어떤 욕을 먹을지 감도 오지 않는다.
“너희들은?”
미즈셋은 의외라는 표정으로 동료들을 바라봤다.
설마 저들이 이곳까지 쫓아올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사장님 곁에서 다크 엘프들을 사로잡고 있는 적들과 싸울 줄 알았는데.
“사장님이 너한테 가라더라.”
스틸이 말했다.
“사장님이?”
“그래, 사장님이 너 손 끝 하나 다치지 못하게 하래.”
“왜?”
“시킬 일이 많다더라. 너와 우리. 월급 값 못한다고 여겨지나 봐.”
“그런가. 큭큭큭.”
돈에 대해서 환장한 사장님의 얼굴이 떠올랐다.
어쩐지 웃음이 터진다. 그래도 고맙다. 그는 쑥스러우면 그런 식으로 돌려서 말을 한다. 그가 부하들에게 은근히 잔정이 많다는 것은 본인을 빼고는 다 알고 있었다.
“자, 그럼 누가 우리 홍일점을 괴롭히는 거야? 저자야?”
스틸은 손가락으로 흑발의 사내를 가리켰다.
순간-
뻥! 소리가 나면서 스틸이 뒤에 있는 나무에 가서 처박혔다.
“어?”
“뭐야?”
사원들이 놀라서 흑발의 사내와 스틸을 번갈아 가면서 쳐다봤다. 조금 전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아무도 보지 못했다. 흑발의 사내가 모종의 수법을 펼친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실력이 늘어난 사원들의 능력으로도 무슨 일이 벌어진지 알지 못했다.
“자네들 미즈셋을 데리고 서둘러 이곳을 벗어나게.”
사이비맨이 말했다. 그리곤-
“창염의 불꽃이여! 그 모습을 드러내라!”
자신의 독문병기인 마젤란 스태프를 소환했다.
순식간에 사이비맨의 기세가 바뀌었다. 조금 전까지는 인자한 할아버지 같았지만 지금은 진노한 호랑이가 앞에 서 있는 듯했다.
“괜찮겠어요? 할아범?”
하이모가 물었다.
할아범이라니.
사이비맨은 저딴 소리를 처음 들어 봤다. 할아범이라는 말 자체가 너무 낯설어서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재밌는 동료들을 뒀구나. 미즈셋.
“지금 내 걱정을 할 때가 아니네. 자네들은 서둘러 미즈셋을 데리고 이곳을 떠나게. 무조건 멀리. 멀리 갈수록 좋네.”
“도대체 무슨 일로…….”
“그냥 가게. 지금은 말로 설명을 할 시간이 없어.”
공기의 밀도가 점점 낮아지고 있었다.
흑발의 사내는 어떤 마력도 보이지 않았다. 폭발적인 스킬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묵묵하게 자신들을 쳐다보고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주위의 자연이 그에게 복종을 취한다.
보통 인간으로 할 수 있는 일은 결코 아니었다.
또한 조금 전의 한 수.
사이비맨은 구멍 뚫린 손바닥을 보았다. 저자의 손가락에서 발사된 어떤 기운이 자신의 3중으로 된 방어막을 부순 후, 손바닥까지 뚫고 키 작은 사내를 박살 냈다.
공을 들인 기술이라면 좋으련만…….
흑발의 사내는 대충 손을 휘두른 것만으로도 이 정도의 파괴력을 냈다.
제아무리 사이비맨이라고 하더라도 상대방의 실력의 깊이를 짐작조차 할 수가 없었다.
나보다 강하다.
저 여유로움은 절대 강자만이 가질 수 있는 자신감이었다.
흑발의 사내가 입술을 뒤틀면서 말했다.
“가긴 어딜 가. 내 허락 없이는 아무도 이곳을 떠나지 못해.”
흑발의 사내가 사이비맨과 사원들을 바라보면서 싸늘하게 웃었다.
* * *
-내가 진짜 못 삶. 지능이 늘면 뭐함. 마법의 실력이 늘면 뭐함? 액티브 스킬을 익히면 뭐함? 길을 못 찾는데.
내가 길치인 것 말하지 않았나?
-매번 알고 당하는 내가 병신임. 앗! 또 거미! 무슨 놈의 숲에 이렇게 많은 거미가 삶. 놈이 독침을 발사. 최대한 많이 맞으셈. 어떤 독이라도 금방 중화시킬 수 있는 내성을 키우셈.
맞으면 아픈데.
레기온은 독거미에 대한 내성 하나만큼은 거의 MAX에 다다랐다. 거미의 왕인지 전갈의 왕인지 뭔지의 잡고서 내단을 먹으면 세상의 거미와 전갈에 독도 중화시킬 수가 있었다.
왜 전갈을 잡는 데 거미도 포함이 되는가? 카악 전갈은 전갈과 거미의 혼혈이란다.
그게 말이 되나?
거미와 전갈이 교미를 맺을 수가 있다고?
정말 막 나가는 세상이다.
덕분에 다른 독에 대한 내성도 조금씩 오르고 있었다.
지금은 5할 이상의 독을 완전 제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하지만 독에 맞아도 멀쩡하다는 것은 아니다. 맞으면 아프다. 특히 강력한 독일수록 더럽게 아프다.
어쩔 때는 몽둥이로 맞은 것처럼 욱신욱신 거리고, 어쩔 때는 불로 지지는 것처럼 뜨거울 때도 있었다.
가장 괴로운 것은 아픈 게 아니다.
가려움증이다. 한 번 발동하면 약 3분간 미친 듯이 가렵다. 그 약간의 시간이 1시간과도 맞먹는 것 같았다.
육체가 독들을 중화시키는 데 걸리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모든 독의 완전내성이 생기면 오히려 시원하다고 한다. 마크의 말에 따르면.
이 자식의 말은 도대체 믿을 수가 있어야지.
인공지능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허풍이 심하다.
그냥 되는 대로 말하는 거 아냐?
푸시시시식!
독침이 레기온의 온몸에 명중했다. 일부러 팔다리를 노출하면서 맞아 줬다.
“으가가가가각!”
이번에는 전기에 감전이 된 것 같은 충격이었다. 누가 그랬더라. 찌릿찌릿 기분이 좋아진다고. 기분이 좋아지긴 개뿔, 더럽게 아프다. 이게 좋다면 그 새끼는 변태가 분명하다.
-독거미에 쏜 독에 대한 내성이 99퍼센트가 되었습니다. 더 이상 거미에 대한 독은 당신에게 통하지 않습니다. MAX가 되기 위해서는 카악 전갈의 내단이 필요합니다.
이제 독거미와 전갈독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됐다.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내는 독충들은 뱀, 전갈, 독거미 등 몇몇 곤충들이었다. 이것들만 막아 내도 독에 의해 목숨을 잃을 위험은 없었다.
독거미들의 공격들을 가뿐히 막아 낸 레기온은 다시 몸을 날려 주변에서 가장 높은 나무 위로 올라섰다. 그는 주위를 살폈다.
“큰일 났네. 이러다가 1만 골드 날리게 생겼어. 마크, 스캔은 안 되겠지?”
-당연. 이미 놈은 스캔 범위를 벗어났음.
레기온은 뒷머리를 벅벅 긁었다.
이럴 때 스캔 능력을 비약적으로 상승시킬 수 있는 스킬이 하나 더 있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
“어라?”
-와이?
“느꼈어?”
-뭘 말임?
“이 지독할 정도의 마력. 정말 엄청나네.”
레기온은 어느 한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상상초월의 마력이 주변의 기운을 몽땅 빨아들이고 있었다.
무엇이든 입에 넣고 보는 포식자처럼.
아마도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그것이 마력인지도 모를 것이다. 멀리서 봐야 그것이 무엇인지. 안다. 누군지 모르지만 아차, 하는 순간 순삭을 당할 위험이 컸다.
그리고 자신의 곁에 없는 사람은 미즈셋과 사원들뿐이었다.
“서둘러야겠네.”
레기온은 주변의 공기를 빨아들이는 곳을 향해서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