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156)
마법은 괜히 배워서-157화(157/502)
# 157
A의 비밀 3
콰콰콰콰콰쾅!
산맥이 진동한다.
하늘이 울부짖는 것 같았다.
아마겟돈이 시작된 것 같은 굉음이 세상을 가득 뒤엎고 있었다. 천둥이 몰아치고 산사태가 일어난다. 곧 한바탕 엄청난 비가 퍼부을 것 같았다.
그 굉음은 뒤셀르프 산맥 초입에 거주를 하고 있는 아마존 오크 마을에도 들렸다.
쿠쿠쿠쿠쿠쿠쿠쿵!
진동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바닥이 덜덜 떨리는 것이 느껴질 정도였다.
“응애, 응애, 응애.”
아마데우스가 아기를 안고 막사 밖으로 나왔다. 그녀의 뒤를 쫓아서 조나스와 제논이 나왔다. 제논의 손에는 젖병이 들려 있었다.
아직 스무 살도 되지 않는 나이에 첫 아이를 가지게 된 제논이었다. 아빠가 되자 눈빛이 깊어졌다. 책임감이 생긴 모양이다.
그는 불안한 눈빛으로 산맥과 아기를 번갈아 쳐다봤다.
“울지 마. 괜찮아. 엄마가 있잖아.”
아마데우스는 아들의 안고서 살벌한 이빨을 보이며 웃었다.
“으아아아앙! 으아아아앙!”
아이가 더 운다.
“내가 보겠소.”
아마데우스의 품에서 자연스럽게 아이를 안고 가는 제논이었다.
아이는 다행히도 친탁을 한 모양이다.
약간 피부가 푸르스름할 뿐 인간과 매우 흡사했다. 외모에 대해서는 조나스와 제논도 안심을 했다.
불만스러운 것은 아마데우스뿐이다.
모름지기 사내라면 오크를 닮았어야 하는데.
“역시 제논 님이 최고네요. 도대체 나를 어떻게 키웠나 몰라. 엄마는 아이를 울리기만 하고.”
조나스가 아마데우스를 보면서 핀잔을 줬다.
“도대체 왜 나만 보면 울까?”
막사 곳곳에서 애기를 안은 오크들이 튀어나왔다.
단 기간에 많은 인간 수컷들이 영입되면서 마을에 활기가 가득했다. 그건 옆 동네 오크 마을도 마찬가지였다.
레기온이 꾸준히 수컷 보급을 해 준 덕분에 두 마을은 겹경사를 맞았다.
신랑들도 약골이 아니다.
대부분이 용병, 기사 출신이니 당연했다.
“언니, 도대체 무슨 일이래요?”
아마존 오크 부족 NO. 2 여전사 샤론이 쌍둥이를 안고서 아마데우스에게 다가왔다.
그의 곁에는 약혼녀랑 강제로 헤어지고 장가를 오게 된 기사 사이콥이 같이 자리를 하고 있었다. 과거는 잊어버렸는지 쌍둥이 자식들을 보면서 사이콥은 헤벌레 웃었다.
“모르겠어.”
아마데우스는 뒤셀르프 산맥 깊숙한 곳을 바라봤다.
“어엇! 저건 뭐야!”
누군가 소리쳤다.
산사태가 일어났다. 무척이나 멀리 떨어져 있지만 이곳까지 보일 정도였다. 무너지고 있는 산사태 사이로 굉장한 화염이 연속으로 폭발했다.
천둥과 같은 굉음이 다시 오크 여전사들의 귀에 똑똑히 들렸다.
“하늘이 노하셨나?”
오크 여전사들과 인간 신랑들은 몰려오는 두려움을 감추지 못했다.
* * *
퍼퍼퍼퍼펑!
이야, 이거 기가 막히네!
태풍이 몰아치는가 싶더니, 불바다가 되고, 불을 막고 났더니, 비가 쏟아지고, 비를 피했더니, 보이지도 않는 바람의 칼날이 날아온다.
미치고 팔짝 뛸 지경이다.
그래, 드래곤이 마법의 종주라는 거 인정한다. 하지만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하지 않은가? 그래, 만 년 가까이 사니까 무한대에 가까운 마력도 이해하겠다.
그래도 그렇지.
더블 캐스팅에 이어, 트리플 캐스팅, 그것도 속성을 전혀 따르지 않는 저 조합은 뭐란 말인가?
광범위하게 쏟아지는 6서클, 7서클 마법을 막을라 치면, 화염계 단일 최고 마법이라는 헬 파이어가 날아오질 않나, 그걸 간신히 피하고 나면 연이어 풍계 마법들이 작렬하곤 했다.
한 방, 한 방이 산도 날려 버릴 고차원의 마법이었다.
아무리 7성 마스터에 가까워진 드레이져라도 공격은커녕 방어만 집중해도 어려울 정도로 무자비한 공격이다.
그렇다고 고작 한나절도 안 됐는데, ‘이년, 졸라 세구나. 다음에 보자!’라고 꽁무니 칠 수는 없는 노릇이고.
드레이져는 사력을 다해서 마법을 막아 냈다.
“우와, 팔 아파!”
헬 파이어 한 번 잘못 튕겨 냈다가 팔이 떨어져 나가는 줄 알았다. 그가 튕겨 낸 마법이 사방으로 퍼지면서 강렬하게 폭발했다.
이곳저곳에서 산사태가 일어난다.
엄하게 레어 근처에서 살단 몬스터들은 떼죽음을 당하게 생겼다.
아, 이거 슬슬 열 받네.
사실은 아까부터 열 받았지만.
아무래도 안 되겠다. 지금부터 전력을 다해 가야겠다. 지난번 생각하며 마나를 좀 보존하며 싸우려고 했는데, 역시 저 악룡 프리티아는 사정을 두고 상대할 존재가 아니다.
암흑 대장군으로서 진수를 보여 주지!
-고오오오오!
드레이져는 자신의 모든 마력을 끌어 올리기 시작했다. 단전에서 시작된 가공할 기운이 삽시간에 전신으로 퍼졌다.
검게 휘몰아치는 마력의 폭풍!
패황의 이빨이 부르르 떨며 폭발적으로 그 기세를 올리기 시작했다.
“이것 봐라.”
프리티아가 상당히 놀라 지금까지 캐스팅하던 마법을 모두 캔슬했다. 정말이지…… 엄청난 기세였다.
일개 인간이 이 정도의 힘을 한 몸에 담을 수 있다니!
또다시 그때 그 인간이 떠오른다. 프리티아는 마력을 더블 스태프에 번갈아 주입했다.
알아들었다는 듯이 두 쌍의 보석에서 강렬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울어라! 홍염!”
놀랍게도 프리티아의 앞에 거대한 불의 회오리가 생겨났다. 검고 붉은 가공할 화염의 회오리! 이것이야말로 더블 스태프, 홍룡으로서 만드는 최고의 마법이다.
8서클 듀얼 캐스팅!
본체로 돌아가지 않고서 본체 브레스 수준의 열기를 뿜어내는 최강의 마법! 자신 역시도 이 홍룡의 스태프를 이용하지 않고서는 사용할 수 없을 수준의 마법이다.
자신이 왜 이 듀얼 스태프를 만들었던가?
바로 이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서다.
그 자식한테 벗어나기 위해서 만든 최강의 마법 무구!
그 자식은 사라지고 없지만, 그 자식과 비슷한 이 자식을 한 방에 날려 주리라!
“크흐흑!”
드레이져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과연! 이게 진정한 드래곤의 힘인가? 내가 여긴 왜 또 와서, 이런 미친 짓을 하는 거지, 잠시 머릿속에 그런 고민이 스쳤다.
하지만 자신 역시 한계를 뛰어넘었다.
온몸을 가득 채운 이 힘! 이것이야말로 그랜드 마스터, 8성의 힘인가? 이 힘이면 저 빨강 도마뱀 년을 잡을 수 있으리란 확신이 든다.
좋다, 좋아. 할 수 있어!
눈앞에 엄청난 화염의 회오리가 다가오고 있었지만, 드레이져는 조금의 걱정도 되지 않았다. 지금 자신의 몸에 쌓이고 있는 마력을 개방하면, 드래곤 슬레이어의 술법을 최소 3성, 조금 노력하면 4성까지도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까지는 고작 2성이 한계!
빨강 도마뱀아, 내 스킬 맛을 봐라!
-고오오오오오!
드레이져가 패황의 이빨을 하늘 높이 쳐들고 불의 회오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드래곤 슬레이어, 술법 1식! 너의 마음을 나에게 줘!”
패황의 이빨이 강력한 힘을 머금은 채 불의 회오리를 강타했다.
콰앙!
검고 붉은 회오리와 검고 붉은 강력한 기운이 충돌하며 또 한 번 엄청난 충격파를 만들었다.
레드 드래곤 프리티아는 눈 한 번 깜짝이지 못하고 그 광경을 지켜봤다.
“어, 어떻게…….”
화염의 회오리가 사라지고 있었다.
그 뒤로 나타난, 꿈에서도 보기 싫은 엄청난 면상! 그리고 위협적인 도끼! 프리티아는 차마 피할 생각도 하지 못했다.
“네, 네가…….”
순식간에 지척으로 달려든 드레이져가 쿨하게 어금니를 번뜩이며 외쳤다.
“2식! 당신의 노예가 되고 싶어!”
날카롭게 변한 패황의 이빨이, 절대적인 속도로 프리티아의 머리를 향해 쏟아지기 시작했다.
* * *
7서클의 돌입한 흑마법사의 저주와 공격력은 가히 공포의 상징이다.
사람들이 단순하게 서클을 숫자의 선상에 놓고 보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 그건 정말 무지몽매한 짓이다.
계산하기 편하려는 의도는 알겠지만, 그것이야말로 마법에 대해 몰라야 할 수 있는 소리다.
6서클의 마법사는, 성벽을 향해 가공할 공격을 가할 수 있지만, 6서클의 흑마법사는 성벽 안쪽의 수천 사람들을 공포에 질리게 할 수 있다.
6서클 마법사는 마나를 이해하고 세상을 이해하지만, 6서클의 흑마법사는 사람 간의 불신과 거짓을 이해하며 조장한다. 그래서 그 약한 마음을 건드려 부모와 자식 간에 칼부림을 하게 만든다.
그런 맥락에서 리치는 세 단계쯤 위에 있다.
보통의 7서클 흑마법사와 7서클 리치가 맞붙는다? 애초에 상대가 되지 못한다. 흑마력의 고저 차이도 있겠지만, 말 그대로 나쁜 놈과 나쁜 놈인 척하는 놈과의 싸움과도 같기 때문이다.
즉, 사람 수십 명 죽여 본 놈과 아직 한 명도 죽여 보지 못한 놈이 싸우는 것과 같다.
지금은 그것보다 심각한 상황이다.
리치 마몬은 7서클에 도달한 리치.
그가 만약 레기온의 소환수가 아니었다면, 왕국이 발칵 뒤집혔을 정도로 커다란 골칫덩어리였을 것이다.
리치 마몬은 그 존재 자체가 공포다.
평상시에는 찰랑거리던 생머리가 지금은 흑마력에 휘말려 산발이 됐다. 공간을 둥둥 떠서 흩날리는 그의 생머리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저절로 오줌을 지리게 만들었다.
“리, 리치?”
아토피는 마른침을 삼켰다.
궁극의 언데드 삼인방 중 하나.
혹자들은 데스 나이트가 최고다, 뱀파이어가 최고다, 리치가 최고다, 말이 많긴 한데…… 다 개소리다. 전부 다 움직이는 재앙덩어리나 마찬가지이니, 어차피 나쁜 놈이 제일 무섭다.
그런데 그 괴물을-
저 돼지가 소환했다고?
분명히 들었다. ‘소환! 리치 마몬’이라고.
이 세상에 어떤 인간이 리치를 소환수로 키운단 말인가? 이건 거짓말이다. 꿈이다. 말도 안 된다.
아토피는 고개를 흔들었다.
정신이 조금 돌아오는 것 같았다. 가슴이 진정된다. 리치와 너무 흡사해서 놀랐을 뿐이었다.
애초에 리치를 소환수로 키운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데 왜 겁을 먹었을까.
스톤 헤드교의 독실한 신자로서 정말 창피하다.
정신 차리자.
“이놈은 어떻게 할까요?”
그런데 마몬이 돌아보며 눈이 마주치자 아토피는 온몸에 털이 곤두서는 공포를 맛봤다.
이거 정말 환상 맞나? 진짜 리치 같은데?
“시간을 주시면 10분 내로 고분고분하게 만들겠습니다.”
아토피는 눈앞의 해골이 웃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아까 죽을걸…….
“됐어. 그놈 말은 별로 듣고 싶지도 않아. 그냥 대충 박제로 만들까 싶은데, 만드는 법 알아?”
“물론 알고 있습니다. 소싯적에 좀 만들어 봤죠. 흐흐흐-!”
해골이 정말 웃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백골 사이사이로 연분홍의 근육 같은 게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더 무섭다.
“만들까요?”
그의 흑마력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 긴 생머리가 펄럭펄럭 휘날린다.
리치 마몬이 아토피를 향해서 손을 뻗었다.
“포박!”
아토피가 그대로 멈췄다. 사실 마법을 쓰지 않았어도 전혀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긴 했는데, 그래도 리치의 마법에 묶이니 새로운 공포가 찾아왔다.
“영혼 제압!”
“크아아악! 이건 말도 안 돼! 독무여! 독무, 흩날려라!”
아토피가 사력을 다해서 저항했다. 마지막 남은 마력을 짜내서 리치 마몬에게 독을 뿌렸다.
하지만 마몬에게 그따위 것이 통할 리가 없었다.
가볍게 독을 뿌리친 리치 마몬은 손을 뻗어서 아토피의 목을 부여잡았다.
“커커커커컥!”
아토피의 눈이 휘둥그렇게 변했다.
생기가 빠져나간다. 순식간에 마력이 거덜 나고 있었다. 이대로 있다간 죽는다. 어떻게든 리치의 손에서 빠져나가야만 하는데…….
점점 정신이 혼미해지고 있었다.
“아, 안 돼!”
리치 마몬이 다른 손을 뻗어서 아토피를 안았다. 아토피의 거구가 리치 마몬의 가슴에 파묻혔다.
“내 속에 잠들라!”
“아아아아아아아악!”
아토피의 육체가 완전히 아공간으로 사라졌다.
이내-
땡그랑.
아토피가 지니고 있던 아이템만 바닥에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