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157)
마법은 괜히 배워서-158화(158/502)
# 158
A의 비밀 4
레기온은 근처 바위에 앉았다.
“그건 그렇고, 큰일이네.”
마몬이 인간 셋이나 끌고 가는 극악한 장면을 보고 있었지만, 레기온에겐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사실 세 사람은 그것보다, 저 안에서 당할 일을 더 걱정해야 할 것이다.
“미즈셋을 어떻게 데리고 돌아오지?”
레기온은 허기를 느끼며 아공간을 열어서 손을 넣고 휘휘 저었다. 먹을 만한 것이 하나도 없었다.
포션도 진작 떨어졌으니 기대도 하지 않는다.
혹시나 해서 뒤져 봤지만 역시나다.
배고파 돌아가시겠다.
아, 있긴 있다.
최상급 미스릴.
“아씨, 이거 먹으면 살찌는데.”
지능은 높아지지만 살도 여전히 찐다.
결정을 낳게 된 이후로 예전처럼 말도 안 되는 혹독한 다이어트는 없어졌지만, 그래도 살찌는 것은 싫었다.
하지만 어쩔 것인가.
상위 마법을 쓰려면 지능은 정말 중요하다.
살빼기 싫다고 지능은 계속 저 밑에 언저리에 놔둘 수는 없다. 뭐, 지금도 꽤 좋아지긴 했지만 아직 고대 던전에서의 일을 모두 떠올리기엔 부족하다.
나쁜 마크 자식. 또 생각하니까 열 받네.
레기온은 미스릴을 오도독 오도독, 씹어 먹었다.
무지막지한 흑마력으로 스톤 헤드교의 흑전사를 조지는 마몬을 보면서 레기온은 빙그레 웃었다.
“우리 마몬은 역시 센스가 있어.”
우리 마몬이 주인의 입맛에 맞으라고 미스릴에 버터를 발라 두었다.
숯불에 한 번 구워서 먹으면 맛있겠다.
아니야!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레기온은 양손으로 머리채를 잡았다. 세상 누구도 광물을 숯불에 구워 먹을 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다.
아아! 싫다.
그래도…….
한 번쯤 해 보고 싶긴 하다.
잠시 뒤 ‘해체되었습니다’라는 문구가 떴다.
-띠링! 지능이 3올랐습니다.
인공지능도 광물을 씹어 먹은 레기온에게 당황한 모양이었다.
-그만 드시길 권장합니다. 15킬로그램이 불어납니다. 과거를 생각하세요. 돼지라고 또 놀림 받고 싶습니까? 당신은 손가락질을 견딜 자신이 있습니까? 아직도 오줌 쌀 때 고추가 안 보이십니까? 모두 비만이 원인입니다.
…….
이 자식이 돌았나?
-이렇게 드시면 당신은 40대에 뇌졸중에 걸릴 확률이 10퍼센트나 증가합니다.
졸라 겁주네.
됐어. 배고파.
* * *
“후읍.”
리치 마몬은 가볍게 숨을 쉬면서 아토피가 떨어트린 아이템을 주었다.
“무엇을 그리 맛있게 드십니까?”
그것을 레기온에게 건네며 물었다.
레기온은 미스릴을 흔들면서 말했다.
“최상급 미스릴. 역시 넌 좋은 수하야. 이렇게 나를 생각해 주다니.”
“제가요?”
언제? 라고는 묻지 않았다. 주인의 기분이 나쁘지 않은 듯했다.
“미스릴에 버터 발라 놨더라.”
“……제가요?”
“응, 버터 맛 나는데?”
“……그, 그렇습니까?”
그건 최상급 미스릴로 만든 빗이다.
미스릴로 만든 빗으로 두피를 탁탁 치면 탈모에 좋다고 해서 만들었다. 미스릴 끝에는 해골에서 나온 기름이 잔뜩 묻어 있었다.
그게 버터 맛이 나는 모양이다. 번들번들 거리는 것이 정말 버터를 묻힌 듯했다.
혼자만의 비밀이었는데.
이 사실은 무덤까지 가져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미스릴의 정체를 말하지 않을 것이다.
레기온은 남은 미스릴을 모두 씹어 먹고는 트림까지 했다. 그리고 리치 마몬이 건넨 아이템을 살폈다. 모두 두 개였다.
하나는 건틀릿.
다른 하나는 목걸이.
마크, 스캔해 줘.
-포이즌 건틀릿.
공격력 25퍼센트 상승.
물리 방어력 20퍼센트 상승.
마법 방어력 15퍼센트 상승.
독에 대한 내성 80퍼센트 상승.
스킬 독무.
스킬 독우.
스킬 독해.
스킬 독운. 사용가능.
오옷! 옵션 스킬이 네 개나?
-사용방법만 다르고 능력치는 모두 같은 스킬임. 뿌리고, 날리고, 흩날리고.
으음, 뭐야. 이름만 다른 거야?
-그렇삼.
나쁘지 않은 아이템이니까 일단 킵. 목걸이는?
-포이즌 목걸이.
어떤 독이든 해독능력이 98퍼센트.
체력 10퍼센트 하락.
아내 혹은 애인과 있을 때 착용금지.
정력 하락.
최대 10초.
뭐꼬. 이건?
토끼도 이것보다 오래 가겠다.
-해독 아이템임. 다른 것 다 빼고 자그마치 해독율이 98퍼센트에 달함.
이것 역시 킵을 해 두었다.
그다지 변변찮은 아이템이지만 98퍼센트에 달하는 해독율은 꽤 쓸 만할 것이다. 레기온이 알기에 독에 대한 내성을 키워 주는 아이템은 많아도 해독을 해 주는 물건은 거의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만일에 사태에 대비해서 이런 아이템 하나쯤은 있는 것이 좋을 듯했다.
그리고-
가볍게 숨을 내쉬면서 레기온을 바라봤다.
“누군지 알아냈어?”
레기온이 물었다.
“그렇사옵니다. 상대는 스톤 헤드교의 흑전사. 대주교의 다섯 호위 중에 한 명이옵니다.”
“스톤 헤드교, 이놈들 정말 나 하고 악연이네.”
레기온은 턱살을 문질렀다.
“일단 다크 엘프 마을로 돌아가 볼까?”
* * *
됐어!
완벽해!
패황의 이빨이 만들어 낸 이 아름다운 곡선을 보라!
한 치의 군더더기도 없는 완벽한 라인이다. 그렇게 오랜 시간 수련을 하고, 수천 번의 실전을 통해 실력을 갈고닦아 온 드레이져로서도 처음 느껴 보는, 황홀경에 가까운 움직임이다.
세상이 느리게 보인다.
패황의 이빨은 대기를 가르며 빨강 도마뱀의 머리를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이제 네가 빨강 도마뱀 할아버지라고 해도 패황의 이빨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런데 프리티아 저년은 갑자기 왜 마법을 멈췄을까?
아직도 프리티아의 눈동자는 멍한 상태 그대로다. 무언가 입술이 움찔움찔……. 뭐라고 하는 거지?
드레이져는 문득 궁금해져 프리티아의 입술을 읽었다.
“네, 네가, 그, 그…… 술, 법…… 을…… 어, 떻, 게…… 아, 는, 거…… 지?”
엥? 어떤 술법?
드래곤 슬레이어의 술법? 내가 이걸 어떻게 아냐고? 그거야 배웠으니까 알지! 넌 이제 뒈졌어!
그런데 문득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네가 그 술법을 어떻게 아는 거지? 그 말은…… 너도 알고 있다는 건가?
너는 어떻게 알고 있지?
드레이져는 그 말이 목구멍 끝까지 치미는 것을 느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패황의 이빨은 어느새 프리티아의 머리의 지척까지 당도한 상태였다.
하지만-!
그 순간 프리티아의 왼손에 들린 홍룡의 왼쪽 눈이 번뜩였다. 그녀가 오른손에 들고 있는 홍룡의 오른 눈에는 인간계의 지속성 마법이 담겼고, 왼손에 들고 있는 왼쪽 눈에는 드래곤들이 본체로 형상화 되었을 때만 쓸 수 있는 언령의 마법 중 세 가지를 담았다.
그중에 하나.
“멈춰라!”
잠시간 시간과 공간을 지배하는 마법이 터졌다.
프리티아의 입에서 언령의 마법이 흘러나오는 순간, 뒤셀르프 산맥의 전체 시간이 3초간 멈췄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드레이져는 자신과 프리티아의 전력 차이가 상상했던 수준을 까마득히 넘어선다는 것을 깨달았다.
도대체!
드래곤 슬레이어가 존재할 수는 있는 건가? 저런 괴물을 무슨 수로 이긴단 말인가?
까마득한 3초의 시간 동안 프리티아는 뒤로 물러섰고, 곧이어 폭격이 시전 됐다.
쿠쿠쿠쿠쿵!
평상시라면 회심의 일격이지만-
역시나-
6서클 마법인 폭격이 프리티아에게 닿진 못했다.
땅에 발을 대기 무섭게, 드레이져는 준비했던 세 번째의 수를 떠올렸다. 7성의 힘으로는 이루기 어려웠던 드래곤 슬레이어의 술법 3식, 사랑의 불시착!
드레이져는 모든 암흑 마력을 패황의 이빨에 집중했다.
“사랑의 불시착!”
푸화화화화화확!
암흑 마력의 불꽃이 한순간 패황의 이빨에 머물더니, 단번에 프리티아를 향해 튀어 나갔다.
콰콰콰콰콰콰쾅!
사랑의 불시착은 곧장 프리티아와 명중했다.
“허억허억.”
드레이져는 폭발에 휘말린 프리티아를 보면서 희죽 웃었다.
“어떠냐, 이년아! 이게 바로 네년을 잡기 위한 내 비장의 한 수다.”
드레이져는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드래곤 슬레이어의 술식. 그다지 믿음이 가지 않는 술식 이름이지만 내용물만큼은 알차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과연 정말 드래곤에게 통할까 싶긴 했는데…….
이번에 확실히 알았다.
이건 확실히 드래곤을 잡을 수 있는 기술이다.
화염의 연기가 사라졌다. 그런데 허공에 뜬 프리티아는 아무런 상처를 입지 않았다.
그러나 표정은 지금까지와 매우 달랐다.
조금 전까지는 드레이져를 무조건 치워 버리겠다는 차가운 눈빛만 가지고 있었다.
지금은?
격렬한 불꽃과 같은 표정이었다.
도대체 왜?
“너는…….”
전투기 시작된 이후로 처음으로 프리티아가 입을 열었다.
“나는 뭐?”
“이름이 무엇이냐?”
“이제 와서 그게 궁금해?”
드레이져는 콧방귀를 끼었다.
“물었다. 이름이 무엇이냐.”
아무리 겉으로는 아름답게 생겨도 드래곤은 드래곤이다. 진하게 묻자 그 위압감은 장난이 아니었다.
굳이 자존심을 세울 필요가 있는 질문도 아니었다. 해서 대답을 해 주었다.
“드레이져.”
“드레이져?”
“그래, 난 드레이져야.”
“알렉산더의 후예인가?”
“알렉산더?”
“그래, 알렉산더.”
알렉산더란 성을 쓰는 가문은 주인뿐이다. 왜 갑자기 그녀의 입에서 알렉산더라는 성이 나왔을까. 알렉산더란 단어가 나오자마자 프리티아가 더욱 타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어쩐지…….
드래곤 슬레이어의 술식을 괜히 보여 준 기분이다. 대답을 어떻게 해야 하지? 드레이져는 잠시 고민하다가 주인의 행세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 가문의 후예다.”
“알렉산더 드 레코디언의 후예라고?”
알렉산더 드 레코디언인지 캐스터네츠인지 전혀 모르지만, 뭐 주인놈이라면 알고 있겠지.
어, 잠깐만…….
문득 드래곤 슬레이어 책자에 A라고 적힌 이니셜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때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겼다.
그 A가…… 알렉산더의 A?
“그래, 그렇구나…… 네가 그 자식에 의해서 후예였어. 그 자식의 후예까지 날 농락하러 온 것이었구나.”
프리티아의 마력이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높아지고 있었다.
더블 스태프를 사용할 때보다 더 강해진다.
어라? 이거 뭔가 잘못된 것 같은데.
“그 유부남 개잡놈! 이번에야말로 그놈의 썩은 정신머리를 뿌리째 뽑아 주마!”
자, 잠깐만.
이거 뭔가 잘못된 것 같은데.
유부남이라니?
누가?
내가?
아니면 알렉산더 드 레코디언이…….
설마…….
“아니, 아니, 나는 그 후예가…….”
“입 닥쳐라! 헬 파이어!”
으아아악!
이런 미친 년! 난 아니라고! 레코디언인지, 뭔지가 아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