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160)
마법은 괜히 배워서-161화(161/502)
# 161
방랑의 전사 1
덜크럭, 덜크럭.
레기온은 아직도 적응이 되지 않는다.
‘멋짐 폭발’ 패시브 스킬이 시전 했을 때와 비슷한 눈높이였다.
그때는 당연한 눈높이였는데…….
무척 자연스러웠는데…….
그러나 지금은 발밑에 뭔가를 깔고 올라가서 주위를 쳐다보는 느낌이었다.
시야를 확보하기도 불편했다.
흑색의 풀 플레이트 갑옷. 눈을 제외하고는 완벽하게 밀폐가 된 갑옷이었다.
당연히 얼굴을 확인할 수도 없었다.
레기온의 육체는 억지로 풀 플레이트 갑옷에 맞추진 상태였다.
‘으으윽, 속은 것 같아. 망했어. 완전히 망했어!’
레기온은 마취에서 깨어났을 때를 떠올렸다. 그가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자신의 육체가 남의 것 같은 느낌이었다.
풀 플레이트 갑옷 안으로 억지로 끼워 맞추기를 했으니까.
풀 플레이트 갑옷 옆으로 망치와 정, 송곳 등이 피에 묻은 채 놓여 있었다.
성형마법이라면서 도대체 무엇을 할 것일까.
“1차적으로 성형마법은 무사히 끝났네.”
“1차적이라니요?”
“2차 수술도, 3차 수술도 남아 있네.”
여기서 레기온은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
“뭐라고요?”
“아아, 그렇게 걱정하지는 말게. 자네의 육신이 틀에 잘 맞으면 가볍게 끝날 수술이니까.”
“그게 뭔데요?”
“조금 어긋난 부위를 새롭게 교정하면 되는 것일세. 쉽게 말해서 어깨가 어긋났다? 그럼 어깨만 교정하고. 엉덩이가 짝짝이다? 그럼 엉덩이만 다시 교정하고. 이러면 되는 것일세.”
십 년 감수했다.
“한 번에 몸이 제대로 형을 갖추면 2차, 3차 수술은 없는 거네요?”
“아마도 그럴 걸세.”
“그런데…….”
레기온은 상체를 일으키려고 했다. 몸이 흐물흐물하게 변해서 그런가. 힘이 잘 안 들어간다. 갑옷의 무게가 너무 무거운 느낌이었다.
몇 번이나 해도 그는 상체를 일으킬 수가 없었다.
“아, 잠시만.”
샌까는 레기온을 잡고 일으켜 주었다. 일어나다가 몇 번이가 뒤로 넘어갔다. 수술대 위에 부딪칠 때 ‘쾅!’ 소리가 날 정도로 묵직한 느낌이었다.
“다시.”
샌까는 간신히 레기온을 일으켜 세웠다.
“좀 무겁지?”
“좀이 아닌데요? 제 몸이 약해져서 그런가요?”
“며칠 간 근력이 조금 부족할 걸세. 그것 말고는 괜찮네. 단지 자네의 육체를 꽉 조이기 위해서는 갑옷의 무게가 무거울 수밖에 없었네.”
“얼마나요?”
“250킬로그램.”
“…….”
잘못 들었나?
“얼마요?”
“250킬로그램.”
“…….”
레기온은 잠시 할 말을 잊고 말았다. 250킬로그램을 몸에 걸치고 다니라고?
“이, 이봐요. 아저씨.”
“촌장님.”
“그래요. 촌장님.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사람이 250킬로그램이나 메고 어떻게 살아요? 이거 계속 입고 다녀야 하는 거죠? 그죠?”
“맞네.”
“얼마나요?”
“6개월.”
“…….”
레기온은 기절하는 줄 알았다.
그는 2~3일이면 성형수술이 완료되는 줄 알았다. 며칠 고생하면 되겠지, 라는 생각에 과감히 이번 수술에 몸을 바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6개월이면 얘기는 달라진다. 꼬박 이 철갑 속에서 6개월간 나오지 않고 버텨야 한단 말이었다.
“밥은 어디로 먹어요?”
“여기.”
샌까는 투구의 입을 벌렸다. 입술만 보인다.
“화장실은?”
“서서.”
서서?
“큰 것도?”
“큰 것도…….”
이젠 반쯤 자포자기하는 레기온이었다.
“어떻게 싸요?”
“여기 입구가 있네.”
샌까는 하체 갑옷의 앞뒤 노출구를 가리켰다. 닫았다가 열었다가 할 수 있는 구조였다.
레기온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그놈의 마법 하나 배우겠다고!
멋짐 폭발인지 뭔지 스킬 하나 배우겠다고!
6개월간 갑옷도 벗지 못하고 서서 똥을 싸야 돼?
잠깐만 그럼 6개월 동안 씻지도 못하잖아.
아아아악! 망했어. 망했다고!
레기온 갑옷의 무게가 무거워서 양팔을 들어 올리지도 못했다. 예전의 근력이라면 분명히 들어 올렸다. 하지만 슬라임처럼 되어 버린 육체 때문인지 근력이 좀처럼 돌아오지 않았다.
“마취에서 풀리면 괜찮아질 걸세.”
샌까의 말은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다.
약 2시간 뒤에 레기온은 마취에서 깨어났다.
마취에서 깨어나고도 개고생을 했다.
250킬로그램의 갑옷을 입고 움직이는 것이다. 결코 쉽지 않았다.
밥 먹기 위해서 손가락 들다가 부러질 뻔했다. 진짜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그냥 서 있기만 해도 땀이 비 오듯이 흘렀다. 그렇지 않아도 이쪽 지역은 날씨가 더운데. 이러다가 병으로 쓰러지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다고 6개월간 이곳에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더 시간이 지나면 부하직원들은 중독된 독을 해독시키지 못하고 죽는다.
불쌍한 미즈셋은 스톤 헤드교에서 구박이나 당하고 있겠지.
그들을 구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직접 움직여야 했다. 누군가를 시켜서 될 일이 아니었다.
딱 하루 휴식을 취한 레기온은 마을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화장실 공예의 최고장인 비데를 찾았다.
레기온이 산 채로 갑주에 들어가서 나오지 못한다는 소문이 동네방네 퍼진 모양이었다. 레기온을 보고 조금 놀라기는 했지만 금방 안정을 되찾는다.
“무기 때문에 왔겠지?”
비데가 단도입적으로 물었다.
“맞아. 자, 이거.”
레기온은 아공간을 열어서 팔을 집어넣었다.
부들부들.
팔을 드는 것 자체가 고역이다. 엄청난 근력이 필요했다. 이두박근이 갑옷 안에서 불끈불끈 튀어나왔다.
장담하건만~
갑주를 벗는 날이면 나는 마법사보다 전사로 이름을 날리게 될 거야.
레기온은 아공간에서 삼지창을 꺼냈다.
“그건?”
비데의 눈이 반짝였다. 단번에 명품을 알아본 모양이다.
“뭔지 알지?”
“알다마다. 빌어먹을 삼두 메두사의 전용무기가 아닌가.”
“괜찮은 물건인가?”
레기온은 삼지창을 비데에게 건넸다. 삼지창을 받은 비데의 표정이 흐뭇하게 변했다. 장인은 장인이다. 좋은 물건을 보면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최상급일세.”
“최상급?”
“마법 무기 중에서는 엄청난 가치가 있지. 아, 물론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네.”
“뭔데?”
“일단 경도가 약한 편일세. 자체수복이 가능하기는 하지만 오러 블레이드를 휘두르는 기사와 맞부딪치는 것은 삼가야 하네.”
레기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세트 아이템이 아닐세.”
“아니야?”
“그렇다네.”
그건 좀 아쉽다. 세트 아이템의 값어치는 단일 아이템보다 훨씬 높은 가치가 있는데. 뭐, 이제는 상관이 없나.
“그리고 이거.”
레기온은 큰마음을 먹고 락토레리움을 꺼냈다. 최상급 락토레리움. 제아무리 화장실 공예의 최고 장인인 비데라고 하더라도 쉽게 볼 수 없는 광물이다.
“그건?”
역시나 비데의 두 눈은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안 되게 휘둥그렇게 변했다.
“락토레리움.”
“라, 락토레리움? 정말인가? 정말로 그런 광물이 존재하기는 하는 것인가?”
“확인해 봐.”
락토레리움을 받은 비데는 연신 감탄사를 흘렸다.
“놀라워. 정말로 놀라워. 이 촘촘한 결정을 보세. 이럴 수가. 이 광물은 생명체네. 내가 보기에 생명체나 다름없어. 환상의 금속! 환상의 금속 하더니 결코 헛말이 아니었어! 허허허! 도대체 락토레리움을 어디서 얻은 겐가.”
비데는 락토레리움을 꼭 껴안았다. 마치 자기 것처럼.
혹시 이것 가지고 도망치는 것은 아니겠지?
문득 레기온은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비데의 눈동자를 봐라. 세상을 달관한 도사처럼 굴더니 지금은 태양처럼 이글이글거렸다. 순식간의 욕망의 화신으로 변했다.
“그 두 가지 아이템이면 스태프 만들 수 있지?”
“몇 가지 재료가 더 필요하긴 하지만……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뼈대라면 이것만으로 충분할 것이라고 생각하네. 아니, 락토레리움 이것만 있으면 월등한 스태프를 만들 수가 있네.”
“장담해?”
“장담하네.”
“좋아. 약속대로 그걸로 내 스태프를 만들어 줘.”
“어떤 식을 원하나? 마력강화? 멀티 캐스팅? 캐스팅 감속? 락토레리움이 있는 이상 어떤 형태로든 완성할 수 있을 것 같네.”
“으음.”
레기온은 습관적으로 턱을 매만졌다. 그러다가 관뒀다. 팔 올리다가 탈골될 뻔했다.
“손맛이 나게.”
“손맛?”
비데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손맛에 맞게라니. 지가 귀족 집 큰 며느리야. 뭐야.
“이거 보고 참고해.”
레기온은 비데에게 중철 스태프를 꺼내서 주었다.
마법을 배우고 나서 그와 가장 오랫동안 함께한 무기였다. 아무런 옵션 없이 무작정 패기만 하는 무기였지만 그래도 꽤 정이 들었다.
그러나 이런 몰골을 하고서 저런 무기를 들고 다닐 수는 없었다.
이제는 보내 줘야 할 때였다.
“허~ 무지막지한 파괴력을 지닌 무기라고 생각했는데…… 그냥 몽둥이잖아?”
비데도 놀란 모양이다.
“그냥 몽둥이가 아니고. 스태프야.”
그래, 모양은 스태프가 맞는데…… 이건 몽둥이잖아.
“이걸 참고해서 만들라고?”
“응, 부탁해. 그게 내 손맛에 가장 잘 맞거든.”
그제야 비데는 고개를 끄덕였다. 레기온이 무슨 뜻으로 하는지 알아들었다.
처음 봤을 때부터 알아봤어야 하는데…….
레기온은 그쪽 계통이다. 때리는 것을 좋아하는구나.
“그리고 얘기는 들어서 알고 있겠지만 잠시 어딘가 좀 갔다 와야 할 것 같아.”
“만드라고라를 구하러 간다지.”
“으음. 그것도 있고.”
“무기가 필요하지? 그 모양을 해서 스태프나 몽둥이를 들고 다닐 수는 없으니까.”
“맞아.”
“혹시나 해서 준비해 봤네.”
비데는 창고에서 2미터는 될 법한 거대한 철검을 가지고 나왔다. 혼자 들기 힘들었는지 옆에서 룰루가 같이 들었다. 그들은 낑낑대면서 철검을 가지고 와 레기온의 앞에 두었다.
쿠웅~
역시나 무게가 장난 아니다.
나는 마법사라고!
왜 자꾸 이런 것만 나한테 안기는 거야!
“새로 만든 것이 아니야. 본래 이곳에 보관되어 있던 무기일세. 내가 조금 손을 봤지. 꽤 무게가 나가지만…… 자네 손맛에는 맞을 걸세.”
레기온은 허리를 간신히 숙여서 철검을 잡았다.
쓰벌, 팔 빠지겠다.
어금니를 꽉 깨물고 얼굴이 시뻘겋게 변할 때까지 힘을 주고 나서야 철검을 들 수가 있었다.
“자체수복이 가능한 철검일세. 검에서 이빨 빠지는 것 걱정하지 말고 마음껏 휘두르게.”
“그건 그렇고 도대체 이건 무게가 얼마나 되는 거야?”
레기온은 헥헥거리면서 물었다.
“150킬로그램.”
“…….”
그냥, 날 죽여라.
살면 얼마나 더 산다고 400킬로그램이나 몸에 이고 살아야 하나. 그게 가능하긴 한 거야?
“중량 경량화 마법을 걸게. 그럼 훨씬 가벼워질 걸세.”
아하!
-수련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들고 다니셈. 이때가 아니면 언제 수련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셈?
그, 그건 맞지만. 너무 무겁잖아. 이러다가 허리 나간다고!
-철갑 속에 있는 한, 뼈 나갈 일 없음. 그러니까 그냥 이 악물고 들고 다니셈.
아오! 이 악마!
-다 너님 잘 되라고 하는 말임.
“자네를 위해서 몇 가지 기능을 첨가했네.”
“어떤?”
“스킬 일격필살!”
오옷! 뭔지 모르지만 되게 멋있어 보인다.
“주문을 외우면 순간적으로 철검의 무게가 2배로 늘어난다네.”
철검의 무게가 2배로? 300킬로그램? 아니, 왜 그래야 하는데?
“늘어난 중량으로 한 번에 적을 치게. 훨씬 타격력이 높아질 걸세.”
“…….”
300킬로그램 무기 휘두르다가 내 팔 빠지면? 그건 누가 책임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