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166)
마법은 괜히 배워서-167화(167/502)
# 167
아만다, 그 남자는 누구니? 1
시그널 자작은 기가 차서 말로 나오지 않았다. 도대체 어떡하면 이런 말로 안 되는 사태가 벌어지는지 이해를 하기 어려웠다.
다크 엘프를 잡기 위해서 모집한 용병들이 지들끼리 치고받더니, 갑자기 성안으로 물밀 듯이 몰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평상시에 성문은 언제나 열려 있었다.
성문이 닫히는 시간은 오후 6시.
동이 트면 다시 내성의 문이 열린다. 즉, 지금은 성문이 열려 있을 시간이었다.
성문을 지키는 병사들도 몇 명 없었다.
이번 사태로 인해서 고용했던 대부분의 사병들이 도망쳤다. 개자식들, 어디로 갔는지 잡히기만 해 봐라.
남은 병사는 간신히 50명 정도만 머릿수를 맞췄다. 그래서 반드시 용병들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런데!
용병들이 성문으로 뛰어들면서 외쳤다.
“시그널 자작을 잡아라!”
기가 막혔다.
아니 왜 나를 잡아?
성문을 지키던 병사들이 기겁을 하고 도망쳤다. 그나마 시그널 자작에게 녹을 먹는 기사들이 검을 빼 들고 막아섰지만 마약한 사자 눈깔을 한 용병들을 막아 낼 수는 없었다.
기사들은 그리 오랜 시간 버티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다.
용병들은 칼을 맞고 쓰러진 기사들을 해자에 던져 버렸다. 그들은 칼을 머리 위로 흔들면서 ‘돈데크만 님이 우리를 보고 계신다! 더욱 용감하게 싸워라!’라고 외쳤다.
성벽에서 용병들이 외치던 모습을 본 시그널 자작이 인스타에게 물었다.
“도대체 저들이 왜 저러는 거야? 나한테 무슨 원한이 있다고?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내 부하가 될 놈들 아니었어?”
“그, 그게.”
“무슨 일을 이따위로 해!”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원인은 저자 같습니다.”
“누구?”
기사 인스타는 이곳을 향해서 걸어오고 있는 철갑 전사를 가리켰다.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철갑 전사와 눈이 딱 마주쳤다. 놀란 인스타가 자신도 모르게 삿대질을 한 손가락을 오므렸다.
놈의 흉광은 진짜였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이면 저런 무시무시한 눈깔을 할까.
산전수전을 다 겪은 인스타도 찔끔할 지경이다.
“쓰벌, 나 쌀 뻔했어. 뭐야? 저 괴물은?”
안하무인인 시그널이지만 사리판단을 할 정도는 되는 모양이다. 철갑 전사가 보통 인물이 아니라는 것쯤을 알아본다.
“용병들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여 보십시오.”
“용병들이 하는 말?”
“네.”
시그널 자작은 짜증을 억지로 참으면서 용병들이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
대부분이-
“죽음의 도살자를 위하여!”
“돈데크만 님을 위하여!”
라는 말들이었다.
죽음의 도살자 돈데크만. 왕국에 속한 귀족이 왕국 7대 강자에 대해서 모를 수가 없었다.
그중에서 가장 무자비한 인물을 뽑으라면 드레이져와 돈데크만이었다. 하도 악랄한 소문들이 많아서 시그널 자작도 어지간하면 그들과 마주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용병들이 돈데크만을 외친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용병들이 죽음의 도살자 돈데크만에게 제압을 당한 것 같습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왕국 7대 강자라는 명성을 딱지치기로 딴 것은 아니니까요.”
“좋아. 다 좋다 치고 저들이 왜 나를 노리는 건데?”
“모릅니다.”
“아는 게 뭐야? 이 새꺄!”
“제가 아는 것은 단 하나…… 돈데크만이 영주님의 목숨을 노린다는 것입니다.”
“나는 쟤와 일면식도 없다고. 왜 쟤가 나를 노려?”
“직접 물어보시겠습니까?”
시그널 자작은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거 물어보자고 목숨을 걸 수는 없다.
그는 고개를 급히 흔들었다.
“가시죠. 서둘러 성을 빠져나가야 합니다. 빠져나가서…… 그곳에서 도움을 요청하십시오.”
그곳이란 스톤 헤드교 지부를 뜻한다.
지부장이라면 최소한 4서클 이상의 마법사나 4성급 이상의 흑기사일 것이다. 단순하게 강할 뿐만 아니라 본교와 연락이 닿는다. 포탈석을 이용하면 단숨에 최정예 신도들을 이곳으로 소환할 수가 있다.
‘그들만 데려오면!’
제아무리 위명을 떨치는 돈데크만이라고 하더라도 함부로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
고개를 끄덕인 시그널 자작과 기사 인스타는 서둘러 자리를 옮겼다.
* * *
“잡았습니다!”
“돈데크만 님 저희가 먼저 발견했습니다. 저는 압둘 자바라고 합니다. 부디 제 이름을 기억해 주십시오.”
“발견한 것은 저자이지만 포위를 한 것은 저희 먼데이 치킨 용병단입니다. 그것을 부디 고려해 주십시오.”
수십 명의 용병들이 레기온의 주위를 둘러싼 채 목에 핏대를 세웠다. 목에서 피를 토하면서 소리치는 용병도 있었다.
정말 이해가 안 간다.
왜 저렇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지. 목이 안 아프나?
“놈은 어디 있느냐.”
레기온이 물었다.
시그널 자작을 ‘놈’이라고 칭했다. 상대는 귀족이다. 역시 물불 가리지 않고 상대를 쓸어버리는 돈데크만 님이셨다.
“저를 따라오십시오.”
“아닙니다. 제게 안내하겠습니다.”
이 바닥에서 꽤 이름이 알려져 있는 전쟁 용병들은 레기온의 눈에 들기 위해서 사력을 다했다. 그들은 레기온과 눈을 마주치지 못한 채 허리를 90도로 굽히고 시그널 자작을 포위한 곳까지 안내했다.
시그널 자작은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에서 막혔다.
앞뒤로 수백 명의 용병들이 가로막고 있었다. 벽에 비밀통로가 있지 않는 한 그와 인스타가 빠져나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의 아버지 때부터 가문을 모셔 왔던 기사들이 사력을 다해 벽을 뚫으려고 했지만, 그러기에는 용병들의 숫자가 너무 많았다.
시그널 자작은 참담함을 느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일이 잘못된 것인지 모르겠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 재수 없는 다크 엘프 마을로 원정을 떠났을 때부터 일이 꼬였다.
만약 신이 자신에게 한 번만 기회를 주신다면 다크 엘프들을 반드시 노예로 팔아 치우고 싶었다.
설사 손해를 보더라도.
“방도가 있겠는가?”
시그널 자작이 물었다.
“죄송합니다.”
기사 인스타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영주가 스톤 헤드교와 연관이 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유일한 기사다. 물론 그도 스톤 헤드에 귀의를 했다.
서로의 비밀을 알고 있는 매우 가까운 사이였는데…….
“멍청한 새끼.”
“죄, 죄송합니다.”
“내가 죽으면 너도 끝장이야. 알지? 네가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나? 본교에서 나를 잃은 너를 내버려 둘 것 같아?”
“…….”
“내가 죽으면 너와 네 가족들도 결코 살아남지 못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살고 네가 죽으면…… 너는 순교자가 되지.”
“그 말씀은?”
“네 가족은 돌봐 주겠다. 떵떵거리면서 살게 해 주지.”
“…….”
“네 아들 둘 모두 왕국 기사 학교에 입학할 수 있도록 추천서도 써 주지.”
“정말입니까?”
“정말이다.”
인스타는 어금니를 깨물었다. 지금 시그널 자작은 자신의 목숨을 대가로 길을 뚫라, 말하고 있었다. 기회는 있다.
단 한 번.
그는 품 안에 있던 묵갑을 열었다.
언젠가 영지를 방문한 선데이 주교께서 그에게 주신 한 알의 극독이었다.
“이건 마계의 약초로 만든 극독일세. 먹으면 10분 안에 사망하지.”
“이걸 왜 제게?”
“최후의 보루일세.”
“최후의 보루라 하시면?”
“절체절명의 상황이 오면 이것을 먹게. 그냥 죽는 것보다 상대도 같이 지옥으로 끌고 들어가야 하지 않겠는가. 이것은 자네가 살아야 할 나머지 인생의 힘을 10분에 요약해서 사용할 수 있는 것일세. 단 10분이지만 자네는 경험할 수 없는 최강의 육체를 가지게 될 걸세.”
선데이 주교는 그렇게 말했다.
묵묵한 회색빛으로 빛나는 엄지 크기의 알약.
매우 향기로운 향이 난다. 향을 맡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번쩍 든다. 전신의 세포가 하나씩 깨어나는 느낌이었다.
“제가 이걸 먹으면 도망치십시오. 길을 열겠습니다.”
말을 마친 인스타는 알약을 꿀꺽 삼켰다.
알약을 삼켰을 뿐인데-
“크으으으윽! 이거구나! 이거야!”
인스타의 눈빛에서 혈관이 툭툭 터졌다. 팔뚝과 목, 팔목에서 시커먼 혈관이 마구 튀어나왔다. 본래 그가 가지고 있던 마나가 미친 듯이 불어나고 있었다. 마나는 마력으로 전환이 돼서 주위의 기운을 강제로 억눌렀다.
“크아아아아악!”
인스타가 가볍게 검을 휘둘렀다.
꽈지지지지지지직!
성의 벽이 깨지면서 정면에서 길을 막고 있던 다섯 명의 용병들이 제대로 방어도 하지 못하고 날아갔다.
“다 죽여 버릴 테다!”
어떤 기술도 필요가 없었다.
단순하게 마력을 블레이드로 전환시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가 검을 휘두를 때마다 엄청난 양의 블레이드가 튀어나왔다.
아차 하는 사이에 수십 명의 용병들이 블레이드에 맞아서 쓰러졌다.
바닥은 숨이 끊어진 용병들이 흘린 피로 금방 물들었다.
“저, 저, 저, 오러다! 저 자식이 오러 블레이드를 사용한다! 모두 피해!”
누군가 외쳤다.
그의 말대로였다.
오로지 5성급 마스터 이상의 기사들만이 사용할 수 있다는 오러 블레이드를 저자가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어정쩡한 오러가 아니었다.
검에서 붉은 안개가 흘러나왔다. 그 기운을 용병들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막아 낼 수가 없었다.
검을 한 번 휘두르자-
콰콰콰콰콰쾅!
정면에 있던 모든 것들이 완전히 박살 났다.
가공할 위력이었다.
용병들이 자물쇠처럼 채워 놨던 포위망이 순식간에 허물어졌다.
“젠장, 무슨 계단이 이렇게 많아. 계단이 없는 곳에서 살고 싶어!”
때마침 레기온이 시그널 자작과 마계의 약초로 만든 약을 복용한 기사 인스타의 앞에 나타났다.
“너어어어어! 돈데크만!”
거의 이성을 상실한 인스타가 레기온에게 덤벼들었다.
그사이 진열이 무너진 계단 밑으로 시그널 자작은 슬금슬금 걸음을 옮겼다. 자신이 이곳에서 도망칠 수 있다고 확신하는 얼굴이었다.
“돈데크만 님, 위험합니다. 뒤로 물러나십시오. 제가 저자의 힘을 빼겠습니다. 목을 치는 것은 돈데크만 님이 하십시오.”
라이스가 외쳤다.
“아닙니다. 저희가 놈의 목을 치겠습니다. 돈데크만 님은 지켜만 보십시오.”
압둘 자바도 외쳤다.
“시끄러.”
레기온은 눈살을 찌푸리면서 말했다.
저것들이 하도 목청껏 떠들어서 귀가 아파 죽겠다. 그냥 저들이 입을 다물었으면 하는 것이 레기온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다행히도 저들은 자신의 말을 매우 잘 듣는다.
“하, 하오나.”
“물러나 있어라.”
“오, 오러 블레이드를 사용하는 자입니다. 옥체가 상할까 심히 두렵습니다. 차륜전을 펼치시는 것이…….”
“됐고. 부탁이니 물러나 있어.”
지옥에서 돌아온 김 상사의 목소리로 ‘부탁이니’라는 문장을 선택했다.
용병들의 입장에서 ‘부탁이니’라는 말로 들리지 않았다.
‘뒈지고 싶지 않으면 물러나 있어. 내 실력을 구경이나 해.’라는 말로 들렸다.
암, 우리가 미쳤지.
왕국 7대 강자의 실력을 의심하다니.
“죄, 죄송합니다.”
그제야 용병들은 한 발 뒤로 물러났다. 그들은 번뜩이는 눈으로 레기온을 바라봤다. 뒤에서 보니 더 무섭다. 정말 어마어마한 살기였다.
하지만 오러 블레이드를 사용하는 상대도 만만치 않았다.
도대체 돈데크만 님은 저렇게 강력한 상대를 어떤 식으로 요리할 생각인 거지?
그들의 의문은 곧장 풀렸다.
“크아아아악! 죽여 버릴 테다!”
눈이 뒤집힌 인스타는 필생의 마력을 모아서 레기온에게 덤벼들었고-
레기온은 양손으로 철검을 잡고 휘둘렀다.
“일격필살!”
철검에 달린 옵션 스킬이 발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