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167)
마법은 괜히 배워서-168화(168/502)
# 168
아만다, 그 남자는 누구니? 2
꽈지지지지지지직!
모두가 눈을 의심했다.
도대체 이걸 믿어야 하는지 아니면 환상을 보고 있는지 헷갈렸다.
기사 최강의 무기 오러 블레이드.
기사의 특성에 맞춰서 오러 블레이드는 진화한다.
왕국 7대 강자 중에 한 명인 ‘크레이지 드레이져’의 오러는 광기라고 알려져 있었다.
인스타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용해 보는 오러의 특색은 ‘혼돈’이었다. 안개처럼 피어나는 묵빛의 기운은 무엇이든 파괴를 시켜야만 안정을 되찾을 것만 같았다.
또 다른 왕국 7대 강자 중에 한 명인 ‘죽음의 도살자 돈데크만’의 오러는 무엇인지 밝혀지지 않았다. 그의 오러를 본 사람은 모두 죽었으니 어떤 오러를 사용하는지 알려지는 것이 더 이상했다.
용병들은 처음으로 목격했다.
뭔지 모르지만-
돈데크만님의 철검은 오러 블레이드를 강제로 파괴시켰다.
인스타가 휘두른 오러 블레이드가 압살을 당하듯이 허공에서 뭉개졌다.
돈데크만의 철검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가슴을 맞은 인스타는 성벽을 뚫고서는 해자까지 날아갔다. 해자에 빠진 인스타는 다시 물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용병들은 희열인지, 두려움인지 모를 흥분에 휩싸였다.
진짜다!
돈데크만 님의 전설은 진짜였어!
-오러 블레이드와 격돌한 철검의 손상율 25퍼센트. 자체수복 시작함.
마크가 친절하게 상태 파악을 해 주었다.
그것밖에 안 돼?
무엇이든 자를 수 있는 오러 블레이드라면서. 아무리 단단하다고 하지만 철검이라고. 철검이 어찌 오러 블레이드를 견디지?
-엄청난 압축 상태가 오러 블레이드를 견딜 수 있게 해 줌. 물론 너님의 마력도 크게 한몫을 했지만.
비결은 무게인가?
-맞삼. 150킬로그램이 넘는 철검의 무게. 단순하게 통짜 철검이 아님. 수백 결로 나눠져서 합판처럼 쌓은 철검임. 또한 일격필살 스킬은 순간적으로 철검의 무게를 두 배로 늘려 줌. 너님의 마력을 동반한 300킬로그램을 무게를 힘으로 막아설 수 있는 인간은 몇 명 없을 듯함.
레기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무리를 하셈.
철컹철컹.
레기온이 걸어간다.
부서지고 무너진 벽에서 바람이 불어왔다. 피비린내가 코를 찌른다.
수백 명의 용병들이 그곳을 가득 채우고 있지만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어떤 이는 어린아이가 영웅을 동경하는 눈빛으로-
어떤 이는 두려움이 떨쳐 내지 못하는 눈빛으로-
레기온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하는 것은 시그널 자작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바지를 축축하게 적셨다.
다크 엘프 마을에서 무시무시한 실력자들을 꽤 많이 봤다. 스톤 헤드교를 제외하고, 자신의 기사들을 압살하던 뚱뚱한 레기온 남작도 엄청나게 강했다.
비록 대주교에게 당하기는 했지만 미즈셋의 동료들도 인정해 줄 법한 상당한 강자들이었다.
하지만 그는 맹세할 수가 있었다.
저 남자-
대주교만큼 무서운 괴물은 처음 봤다.
왕국에서 가장 마주치지 말아야 베스트 쓰리에 들어가는 인물이라더니.
과연 명물허전이다.
너무 무시무시해서 같은 공간에 서 있는 것 자체가 고욕이었다.
“도대체…… 나한테 왜 그래요?”
시그널 자작은 레기온에게 도저히 함부로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존대를 써야 할 것 같았다.
철컹철컹.
레기온은 아무런 말없이 시그널 자작 앞에 섰다.
부들부들.
시그널 자작은 냉동 창고에 갇힌 것처럼 쉴 새 없이 몸을 떨었다. ‘누구도 범접하지 못할 숲의 왕’의 스킬이 시그널 자작의 혼까지 갉아먹고 있었다.
레기온은 시그널 자작의 목을 움켜쥐었다.
“커커커컥!”
시그널 자작은 금방이라도 심장마비에 걸릴 것처럼 격하게 숨을 헐떡거렸다.
레기온은-
시그널 자작을 들어 올려서 눈높이를 맞추려다가 말았다. 들어 올리려고 하니까 이두박근이 끊어질듯이 아팠다. 단 며칠 사이에 이두박근이 얼마나 늘었는지 갑옷에 닿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이러다가 6개월 사이에 근육이 철갑을 뚫고 나오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들어 올리는 건 힘드니깐 그냥 조이자.
레기온은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그의 손가락 힘 역시 상상으로 초월할 정도로 늘어나고 있었다. 살짝 힘을 줬을 뿐인데 시그널 자작의 목이 부러지려고 한다.
“오오오, 잔인해. 우리 전쟁 용병들은 아무것도 아니구만. 손가락 두 개로 시그널 자작의 목젖을 떼어 내려고 해.”
“정말 무자비하군. 나는 저렇게 죽고 싶지 않아. 저렇게 죽고 싶지 않으면 무조건 돈데크만 님 명령에 복종해야 돼.”
조금 떨어진 곳에서 지켜보던 용병들은 두려움에 치를 떨었다.
“도, 도대체 바라는 것이 뭐요?”
시그널 자작은 사력을 다해서 물었다.
“미즈셋 어디 있나?”
“누구?”
“너희가 납치를 해 간 미즈셋! 어디 있느냐!”
“저, 정말 미즈셋만 데리고 가면 되오?”
“멀쩡하다면.”
“데리고 가시오! 당장 데리고 가시오!”
시그널 자작의 눈빛에서 희망이 생겨났다. 그년이 단 며칠 사이에 먹어 치운 음식만 수천 골드가 넘는다.
모두 최고가의 음식들이었다.
하나같이 왕실에서도 쉽사리 먹지 못하는 음식들이었다.
대주교가 ‘그녀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들어줘.’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면 ‘미친년아! 작작 처먹어!’라고 소리쳤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이번 원정에서 엄청난 손해를 봤는데, 그년 때문에 빚더미에 않게 생겼다.
살아만 남으면 이 사태는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왕국 7대 강자인 죽음의 도살자 돈데크만이 600명이 넘는 용병들을 이끌고 영지를 침탈했다. 이미 거의 모든 힘이 빠져 있던 자신이 무슨 수로 그를 막을 수가 있단 말인가.
나는 목숨을 걸고 그들을 막아섰지만 끝내 아름다운 미즈셋 님을 뺏길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말하면 된다.
스톤 헤드교도 말이 통하는 집단이다.
너무도 불리한 상황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한정되어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돈데크만이 사라지면 허벅지를 칼로 찌를 생각이다. 매우 아프겠지. 상처도 심하겠지. 그래도 신관에게 힐링을 받지 말아야지.
레기온은 살짝 미간을 좁혔다.
그가 미간을 좁히자 시그널 자작은 거의 혼절할 지경이었다. 이렇게 무서운 눈빛을 가진 사람이 존재하다니. 솔직히 말하면 대주교보다 레기온의 눈빛이 더욱 무서운 시그널 자작이었다.
레기온은 잠시 생각했다.
시그널 자작의 표정을 보니 뭔가 이상했다. 미즈셋을 납치할 때는 언제고, 왜 이렇게 좋아할까. 제발 데리고 가세요, 라는 티를 팍팍 낸다.
설마!
그렇구나!
레기온은 깨달았다.
어쩌면 미즈셋은 세뇌를 당했다. 분명 만나도 돌아가지 않겠다고 할 것이다. 자신은 대주교와 혼인한 몸이라고, 스톤 헤드교에 마음으로 귀의를 했다고.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었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이냐!”
레기온이 으르렁거렸다.
시그널 자작은 당황했다. 내가 무슨 짓을 해? 제발 그년 좀 데리고 가라는데. 엎드려서 절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데리고 가는 김에 그 싸가지 없는 시녀들도 같이 갔으면 좋겠다.
“제, 제가 뭘요?”
“미즈셋을 세뇌했지!”
분노가 넘실거리는 레기온의 목소리.
그렇지 않아도 무서운 목소리였다. 화가 섞이자 물러나 있는 용병들까지 두려움에 꺾여서 무릎을 꿇었다.
시그널 자작은 환장하겠다. 이러다가 심장이 터져서 죽지 않을까 싶었다.
세뇌는 무슨 세뇌! 그냥 데리고 가라고요!
“아닙니다. 정말입니다. 그녀를 털끝 하나 건들지 않았습니다.”
“내가 그 말을 믿을 것 같나!”
미치겠네. 왜 안 믿는 건데.
“정말입니다. 직접 물어보세요.”
“세뇌가 됐는데 제대로 된 대답을 할 것 같은가.”
“아니라고요!”
답답한 마음을 금치 못한 시그널 자작은 버럭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미쳤나 봐. 시그널 자작. 지금 목이 날아가게 생겼는데…… 돈데크만 님께 소리를 질렀어.”
“어차피 죽는데 마지막 객기라고 부려 볼 셈인 게지.”
“츠츠, 귀족의 최후치고는 처참하구만.”
용병들은 시그널 자작이 불쌍하다는 듯이 혀를 찼다.
“죽고 싶은가 보군.”
레기온은 손에 힘을 줬다.
뿌드드드득-
시그널 자작의 입에서 공기 빠지는 헛바람을 들이켰다. 아주 살짝 힘을 준 것 같은데 목이 빠지는 느낌이었다.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는 레기온은 손등을 탁탁 쳤다.
“정말입니다. 흑흑흑흑, 살려 주세요. 저는 그녀에게 아무런 짓도 하지 않았어요. 제가 한 것은 그녀가 먹고 싶은 음식을 사다 바친 것밖에 없어요.”
“정말인가?”
“정말입니다.”
레기온은 그제야 손가락에서 힘을 풀었다.
* * *
드레이져는 프리티아를 피해서 간신히 뒤셀르프 산맥을 벗어났다.
시원하게 그녀와 묵원을 해결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평상시에 그였다면 이를 박박 갈았을 것이다.
그러나 드레이져는 드래곤 슬레이어가 되는 것을 포기했다.
프리티아는 강하다.
하지만 미친년이다.
미친년한테 한 번 발목 잘못 잡혔다간 두고두고 후회할 일이 생긴다. 동네 미친년한테 돌을 던져서는 안 된다. 그것은 어느 마을에 가도 마찬가지다.
불문율이다.
미친년에게 돌을 던진 몹쓸 사내가 있었다. 그는 미친년이 보일 때마다 괴롭혔다.
미친년은 그 사내를 쫓아다니기 시작했다.
사내가 잠을 잘 때, 그의 이마 위에서 한 시간이건, 두 시간이건 매일 내려다보았다.
사내는 기겁했다.
때려서 쫓아 보냈다. 그래도 미친년은 1년 가까이 사내의 집에 침입해서 매일 노려보았다.
잠을 자는데 이불 밑으로 기어 들어온 적도 있었다.
사내도 미쳤다.
둘은 같이 손잡고 다녔다.
그만큼 미친년은 무섭다. 건드려서는 안 된다.
해서 드레이져는 프리티아와 더 이상 상종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다.
차라리 다른 드래곤을 찾아 나서는 것이 낫다.
영지 근처까지 내려온 드레이져는 숨을 돌렸다. 자꾸 뒤통수가 근질거려서 뒤를 돌아봤다. 아무도 없었다. 프리티아가 자신을 쫓아오지 않은 것은 확실하다. 그럼에도 뒤통수가 따끔따끔 거렸다.
불길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혹시 나 잡으러 오면 어떡하지?
드레이져는 고개를 흔들었다. 드래곤이 그렇게 할 일이 없지는 않겠지.
그는 밤길을 터벅터벅 걸었다.
며칠 동안 쉬지 않고 뛰었더니 정말 힘이 들었다. 물도 마시지 않고 도망쳤다. 미친년이 한 번 헤까닥 하자 쏘아 대는 마법도 상상을 초월했다.
그 지옥 속에서 살아 돌아온 것은 나니까 가능했다. 주인도 프리티아의 마법에 휩쓸렸으면 죽었을 것이다.
“아, 목이 마르군.”
드레이져는 침을 삼켰다.
수통의 물은 화염 공격에 맞아서 사라졌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아나느라 냇물도 찾지 못했다.
입안이 바짝바짝 말랐다.
시원한 물 한 컵만 들이켰으면 소원이 없겠다. 혹은 상큼한 과일이라도.
드레이져가 걸음을 멈췄다.
그의 시야에서 생전 처음 보는 희한한 나무가 잡혔다. 이제껏 저런 형태의 나무는 본 적이 없었다.
반짝반짝-
나무에서 과실이 아닌 결정이 자랐다.
분명 주인의 은총인 결정과 매우 흡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