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173)
마법은 괜히 배워서-174화(174/502)
# 174
우리는 그곳으로 간다 1
대현자 바세라바밥.
아흔이 넘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그의 나이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에 대해서 알려진 것만 추려보자면…….
첫 번째, 늙었다.
두 번째, 엄청나게 강하다.
세 번째, 아는 것이 무진장 많다.
일단 왕국 공식 8서클 대마법사는 바세라바밥 한 명뿐이다. 두 명의 8서클 대마법사가 더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들은 왕국에서 선별하는 인증서를 받지 못했다.
그렇기에 공식적인 8서클 대마법사는 오직 바세라바밥 한 명뿐이긴 한데, 8서클씩이나 오른 사람에게 그 인증서가 얼마나 의미가 있는지는 모를 일이다.
어쨌든 그 두 명이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바세라바밥은 아흔이 넘은 나이에도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그는 라우젤 황태자를 지지했다.
하지만 그 황태자가 반년 전,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지자, 구심점을 잃은 황태자 파는 차기 왕권을 노리는 공왕파에게 서서히 밀려나기 시작했다.
그나마 황태자 파가 아직까지 건재할 수 있었던 유일한 이유가, 바로 대현자 바세라바밥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었다.
레기온은 머릿속에 지금 상황이 쭉 그려졌다.
도대체 황태자인지 뭔지는 어디로 간 것일까. 그 멍청한 새끼가 사라졌기 때문에 왕국은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화산 같았다.
그 멍청한 황태자가 자신의 영지에서 약초꾼이자 선생이 되어 아이들에게 언어와 군사학을 가르치고 있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10명의 암살자 접근. 각각의 전투력 1,000 이상. 꽤 능숙한 암살자로 보임.
이제 마크가 일 좀 하려는 모양이다.
아까는 로우스쿨을 놓치더니 열 명이나 되는 암살자들을 단박에 잡아냈다.
어쩌지.
레기온은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는 황태자파도 공왕파도 아니다. 지들끼리 치고받건 지지고 볶건 사실 별로 상관도 없다.
그러나 백작령에 속한 귀족이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페르시몬 백작이 누구 편에 서느냐에 따라, 자신의 운명도 결정될 확률이 높았다.
나 참, 더러워서.
페르시몬 백작에게 지능 높여 주는 결정을 몇 개 더 주고 작위 좀 올려 달라고 해야겠다. 예전에는 몰랐는데 작위가 낮으니까 자꾸 시비 거는 놈들이 생긴다.
-백작은 돼야 뽀대가 나지 않겠음?
마크가 거들었다.
그래, 결심했어.
두터운 건틀릿을 낀 레기온의 주먹이 꽉 쥐어졌다. 간만에 목표가 생겼다. 5개월 하고 며칠 뒤에 살도 빠지니 다음 목표는 작위 상승이다.
더불어 여친도 생기면 더 좋고.
-열 명의 암살자들 5초 뒤에 도착. 누구 편을 들 거임?
레기온은 철검을 꽉 쥐었다.
내가 갈 길은 정해졌잖아.
나는 돈을 믿어.
-그 마음 변치 않길…….
푸화하아아아악!
복면을 한 암살자들이 일시에 숲속을 빠져나왔다. 그들의 양 손목에서 3개씩의 갈고리가 튀어나왔다.
살기도 없고, 은밀했으며,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눈동자에도 어떤 감장이 담기지 않았다. 살수로서 상당히 단련된 자들임이 분명했다.
하지만 상대를 잘못 만났다.
레기온이 철검을 휘둘렀다. 엄청난 풍압과 함께 철검이 살벌하게 곡선을 그었다.
뭐, 뭐야?
뒤쪽에 서 있던 로우스쿨은 갑자기 나타난 암살자들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도 기사지만 성취는 높지 않았다.
공왕파 포르세 후작에게 높이 쓰이는 것은, 수준 높은 어휘구사능력과 뛰어난 두뇌 때문이지 무력 때문이 아니다.
그렇기에 그는 항상 두 명의 4성급 호위기사와 같이 다닌다. 산 밑으로 내려가면 그들이 대기를 하고 있다. 그들을 떼어 놓고 온 것은 상대가 7성급의 무력을 지닌 죽음의 도살자 돈데크만이기 때문이었다.
그의 심기를 거슬려서는 안 된다. 성격 나쁘기로는 왕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자니까.
하지만 그것이 약점이 되고 말았다.
암살자들은 레기온보다 포르세 후작의 오른팔인 로우스쿨을 노렸다.
로울스쿨은 검을 빼 들며 뒤로 물러났고-
엄청난 풍압을 코앞에서 맞았다. 누군가 그의 멱살을 잡고 귀싸대기를 연속으로 갈기는 느낌이었다.
죽음의 도살자 돈데크만이 검을 휘두르는 것뿐이었는데.
퍼퍼퍼퍼퍼퍼퍽!
기가 막힌 일이 벌어졌다.
너무 황당해서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
단 일격에 서너 명의 암살자들이 왔던 곳으로 되돌아갔다.
“어? 어어어어? 이게 뭐야?”
암살자들도 어이가 없는 모양이다.
검에 맞은 몇몇은 아예 팔다리가 부러져서 하늘을 날아간다. 철검을 갈고리로 막은 자들은 팔꿈치가 부서졌다.
괴력을 넘어선 힘이었다.
도대체 이 말도 안 되는 힘을 뭐라고 설명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레기온은 허리를 뒤틀었다.
풍차처럼 철검을 몇 바퀴 더 돌렸다. 마력까지 동반하자 주위의 공기가 순식간에 그에게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았다.
지형지물이 바위에 짓눌린 것처럼 와그작, 와그작 부서졌다.
“흐아압!”
광포한 짐승의 소리가 터지고-
꽈지지지직!
남은 암살자들은 모조리 튕겨져서 날아갔다.
인간과 인간의 싸움이라고 볼 수 있는 수준의 것이 아니었다.
아예 상대조차 되지 않았다.
갑옷을 입기 전에도 레기온은 마전사였다.
5성급 마스터. 5서클 마스터의 힘을 지니고 있었다. 두 가지 힘을 한꺼번에 개방하면 상대가 누구든 쉽게 지지 않는다.
그런 그가 상상을 초월하는 근력을 손에 넣었다.
단순하게 근력만으로 따지자면 드레이져와 비견해도 꿀리지 않을 지경이다.
더 무서운 것은-!
철갑을 벗기 전까지 이 힘이 얼마나 늘어날지 모른다는 사실이다.
-띠링! 근력이 5늘었습니다. 종합전투력이 30 상승합니다.
-띠링! 민첩이 3늘었습니다. 종합전투력이 15 상승합니다.
“아…… 짜증 난다. 지능은 언제 오르는 거야.”
아무래도 오늘 저녁엔 미스릴을 몇 개 더 먹어야 할 모양이다.
레기온이 인상을 찌푸리자 주위 분위기가 바뀌었다.
덜덜덜덜-
로우스쿨은 사지가 바들바들 떨려 오는 것을 느꼈다.
그는 콘티넌트 공왕의 압도적인 강함이나, 같은 왕국 7대 강자 중에 한 명인 포르세 후작의 날카로움에도 익숙했다.
그렇기에 죽음의 도살자 돈데크만 앞에서 겁을 먹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건 뭔가 애초에 다른 느낌이다.
마력을 사용하고, 마나 블레이드를 날리고, 오러로 바위를 가르고, 마법으로 들판을 불태우는 그런 아름다움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힘으로 그냥 압살하는 것 아닌가?
이런 싸움은 처음 보는 로우스쿨이었다. 정말이지…… 무식하고 무자비하게 보였다.
“왜…… 죽음의 도살자…… 죽음의 도살자…… 하는가 했더니…… 과연 이유가 있었어. 정말 강하구나.”
로우스쿨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사실 같은 시간.
본래 그가 만났어야 할 진짜 죽음의 도살자 돈데크만은, 근처 산속 어딘가에서 분노한 스톤 헤드교의 신자들에게 쫓겨 악전고투를 벌이고 있었다.
* * *
레기온은 항구도시 씨엠에 도착했다.
이곳은 실컷과 로하스가 미스릴을 팔기 위해서 종종 오는 도시다. 중철 스태프도 이곳에서 구했다고 들었다.
스태프를 생각하지 다시금 화가 치밀어 오르는 레기온이었다.
비데 이 새끼가 중철 스태프도 가지고 갔다.
버렸으면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룰루와 함께 노예 시장에 팔아 버려야지. 놈들은 당해도 싸다.
감히 내 락토레리움을 훔쳐서 달아나?
레기온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로우스쿨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도저히 옆에서 걷지를 못하겠다.
‘아, 무서워서 환장하겠네.’
로우스쿨이 지금까지 살펴본 돈데크만이라는 자는 약간 제정신이 아니었다.
일단 혼잣말을 너무 자주한다.
갑자기 길을 걷다가 ‘마크, 이 악마 같은 새끼.’라는 말을 하지 않나 ‘내 락토레리움, 없어지기만 해 봐.’라는 말을 하지 않나.
평범한 놈이 저렇게 중얼거려도 충분히 무서울 판에, 죽음의 도살자 돈데크만이 저러고 있으니 이건 아예 무서워서 미칠 지경이다.
‘이러다가 갑자기 칼을 휘둘러 내 목을 치고, 어? 너 왜 거기 있냐? 아임 쏘리, 라고 말하는 거 아냐?’
자신이 죽는다고 해도 주군인 포르세 후작이 나설 것 같지도 않다.
포르세 후작이 질 것 같진 않지만, 이 죽음의 도살자는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아무리 포르세 후작이라고 해도 팔 하나는 각오해야 할 것이다.
로우스쿨은 거대한 저택으로 들어섰다.
“여깁니다.”
본래 이곳은 항구도시 씨엠의 성주, 오피스 백작의 별장과 같은 곳이었다. 사실 그는 중도파에 가까운데 포르세 후작에게 눌려 지금은 공왕파 쪽에 붙은 인물이다.
싫든 좋든 공왕파가 된 이상 오피스 백작은 협력할 수밖에 없었다.
오피스 백작의 별장은 거대했다.
입구에서부터 저택이 보이는 곳까지 적어도 수백 미터 이상 되는 듯했다.
수백 종의 꽃들이 반듯한 네모 형태의 정원에서 꽃을 피웠고, 중간중간 고추를 내민 석상이 오줌을 누고 있었다.
특이한 모양의 분수대도 있었다.
이런 것에 별로 관심이 없는 레기온조차 아름답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레기온과 로우스쿨이 번개를 든 신들의 석상을 지나치자 하인들이 마차를 끌고 달려왔다.
오픈 형 마차였다.
“타시죠.”
힘들었는데 잘 됐다.
걷는 것 자체가 고욕이다. 걷을 때마다 허벅지가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다.
레기온은 다리를 들어서 마차에 올랐다.
와지끈-
마차의 바닥에 깨지면서 레기온이 앞으로 고꾸라지고 말았다. 그는 쿵 소리를 내면서 최고급 마차가 작살났다.
“아이고, 이걸 어째.”
적어도 천 골드 이상 나가는 마차.
주인님이 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해서 특별하게 만들었다. 그런 마차를 레기온이 박살 내고 만 것이다. 그 죄는 고스란히 마부가 받게 될 것이다.
해서 마부의 얼굴은 일그러졌고, 바닥에 엎어진 레기온의 얼굴은 쪽팔려서 일그러졌다.
도대체 되는 일이 없다.
그렇지 않아도 제대로 닦지 못한 엉덩이가 따끔따끔한데, 이런 일까지 당할 줄이야.
너무도 창피해서 일어나기가 싫었다.
“어서 돈데크만 님을 일으켜라.”
로우스쿨은 하인들에게 명령했다.
하인들은 급히 레기온의 팔을 잡고 일으켰다. 아니 일으키려고 했다. 하지만 꼼짝도 하지 않는다. 건장한 하인들의 얼굴이 시뻘겋게 변했다.
그들은 젖 먹던 힘을 다해서 허리를 폈다.
뚜둑-
너무 힘을 썼던 모양이다. 하인들은 허리를 부여잡고 바닥에 쓰러졌다.
“이, 이럴 수가.”
로우스쿨은 다른 의미로 놀랐다.
돈데크만의 압도적인 강함을 조금 이해했다. 인간이 저렇게 무거울 리는 없었다. 아마도 입고 있는 갑주가 엄청나게 무거운 것이겠지.
“돈데크만 님을 일으켜라.”
로우스쿨은 호위 기사들에게 말했다.
호위 기사들은 처음부터 마력을 사용해서 레기온을 일으켰다.
그럼에도-
‘뭐, 뭐야. 도대체 왜 이렇게 무거워?’
‘이 괴물 같은 인간. 이걸 입고 돌아다닐 수 있는 거야?’
호위 기사들은 레기온이 입고 다니는 철갑의 무게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간신히 레기온을 일으키는 두 호위 기사들은 보면서 로우스쿨은 확신을 했다.
‘이번 작전은 반드시 성공한다. 죽음의 도살자 돈데크만. 보통내기가 아니야.’
하지만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돈데크만이 너무 강하다는 것이 문제였다.
대현자 바세라바밥은 반드시 죽을 것만 같은데…… 그러면 바세라바밥을 죽인 돈데크만을 죽여야 한다. 그래야만 모든 의문이 수면 깊숙한 곳에서 잠들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 정도로 강하다면 문제가 어긋날 수도 있었다.
함부로 죽어 줄 자가 아니었다.
‘아무래도…….’
독을 써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아직 바세라바밥을 습격할 때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다. 조심하면서 천천히, 약한 독부터 점차 강한 독으로 늘려 가며 돈데크만을 중독시켜야 할 것 같았다.
가만-!
뭔가 하나 잊은 것 같은데.
로우스쿨은 뺨을 긁적거렸다. 아주 중요한 뭔가를 까먹은 느낌이었다.
생각났다.
그는 손바닥을 마주쳤다.
죽음의 도살자 돈데크만과 연쇄 살인마 잭 니처.
둘은 실과 바늘 같은 사이라고 들었는데? 언제나 둘은 함께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절대 떨어지는 일이 없다고.
그런데 지금 잭 니처가 보이지 않았다.
“저…… 돈데크만 님.”
로우스쿨은 레기온을 불렀다.
간신히 몸을 일으킨 레기온은 로우스쿨을 바라봤다. 너무 창피해서 눈빛이 충혈 됐다.
허걱!
혹시 내 마음을 읽힌 건가.
레기온의 충혈 된 눈을 본 로우스쿨은 심한 공포를 느꼈다.
“뭐지?”
쪽팔려서 레기온은 최대한 작게 말했다.
젠장, 화가 났어. 저 괴물이 화가 난 것 같아.
로우스쿨과 호위 기사들은 숨이 멎는 공포를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