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174)
마법은 괜히 배워서-175화(175/502)
# 175
우리는 그곳으로 간다 2
로우스쿨은 크게 심호흡을 했다.
오랫동안 모셔 온 주군이지만 여전히 긴장된다. 무섭고 두려운 마음은 처음 만났을 때 이후로 지금도 변함이 없었다.
포르세 후작은 손속의 자비가 없다.
로우스쿨과 같이 포르세 후작의 수하로 들어갔던 세 명의 동기들은 모두 죽음을 당했다. 임무에 실패해서 죽은 것은 맞는데, 죽인 것은 모두 포르세 후작이다.
명령을 받았으면 반드시 완수해야 한다.
실패하면 가차 없이 버림을 받는다.
포르세 후작 밑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지옥을 견뎌 내야 했다.
물론 지옥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성공하면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후한 상을 받는다. 다른 귀족들 밑에서는 결코 맛볼 수 없는 성취감이었다.
포르세 후작은 오피스 백작 성에 머물렀다.
오피스 백작의 입장에서는 그다지 달가운 방문이 아니었다. 별장도 사용하지 못하고 껄끄러운 포르세 후박의 얼굴을 매일 봐야 하니까. 금방 떠날 줄 알았던 포르세 후작은 벌써 보름이 넘게 이곳에서 자리를 잡고 있었다.
똑똑-
로우스쿨은 포르세 후작의 임시 집무실 문을 살짝 두드렸다. 꽤 비싼 나무로 문을 만들었는지 울림이 무척이나 깊었다.
-들어와.
포르세 후작의 목소리가 들렸다.
로우스쿨은 다시 긴장을 하면서 집무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포르세 후작의 방에는 언제나 연한 아카시아 향기가 난다. 이곳에서도 후작의 본성에서도.
본래 기사들은 자신의 몸에서 향이 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당연하다. 냄새에 민감한 적에게 발각돼서는 좋을 것이 없으니까.
포르세 후작은 그것을 감내하고서라도 향이 나는 초를 태웠다.
콘티넌트 공왕이 그런 포르세 후작에게 ‘이보게, 친구, 자네의 실력을 믿지만 너무 과신하지 말게. 그 고상한 취미 때문에 크게 고생을 할 수도 있어.’라는 말을 했을 정도였다.
포르세 후작은 부드럽게 웃고 넘겼다.
그가 자신의 웃음을 보여 주는 사람은 자식과 아내, 콘티넌트 공왕뿐일 것이다. 그만큼 그가 웃는 모습을 보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
서류를 보던 포르세 후작이 고개를 들고 로우스쿨을 바라봤다.
역시나 전혀 마력을 일으키지 않음에도 엄청난 위압감이 느껴졌다.
죽음의 도살자 돈데크만이 분노, 살육을 상징한다면 포르세 후작은 고요한 대지 같았다.
“그래, 만나 봤는가?”
“그렇사옵니다. 후작각하.”
“어떻던가? 자네의 눈으로 보기에.”
“그자는…… 참으로 포악한 맹수와 같사옵니다.”
“맹수와 같다라. 칭찬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군.”
“맞사옵니다. 머리는 장식으로 달려 있으나, 그가 가진 전투력만큼은 진짜였사옵니다.”
“큭, 최악의 평가로군. 머리는 장식으로 달려 있어?”
“최악 중에 최악입니다.”
“그 정도로 쓸모가 없나?”
“그 반대입니다. 너무 강해서 다루기가 어렵다는 말이옵니다.”
“너무 강해?”
“그렇사옵니다. 제가 봤던 모든 기사들을 통틀어서 가장 강한 것으로 보입니다.”
“모든 기사들을 통틀어?”
“실수했습니다. 후작 각하를 제외하고 입니다.”
“흐흠.”
포르세 후작은 들고 있던 펜을 놓았다. 돈데크만에 대해서 흥미가 생긴 모양이었다.
“자세히 얘기를 해 보지 않겠나.”
“그자는…….”
고개를 끄덕인 로우스쿨은 대현자 바세라바밥 저격 이후, 돈데크만을 어찌 처리해야 하는지 자신이 알고 있는 한에서 최대한 피력을 하기 시작했다.
* * *
레기온은 쉴 때는 무조건 잔다.
철갑을 입고 있는 자체만으로도 체력을 갉아먹는다. 체력을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무조건 먹고 자는 것뿐이었다.
포션으로 체력을 회복할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자는 것만큼 체력을 완벽하게 채워 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또한 깊은 잠만이 그의 정신을 맑게 한다.
한숨 늘어지게 잔 레기온은 침대에 앉은 채 의식을 집중했다.
그가 의식을 집중하는 이유는 수련을 쌓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이 빌어먹을 비데가 항구도시 어딘가에서 몸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었다.
락토레리움이 나타났다가 사라졌다를 반복한다. 지하로 내려갔을 때 락토레리움의 반응은 사라진다.
즉, 비데는 이 도시 어딘가에서 지하를 자꾸 들락날락거리고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그 지역이 일정하지 않다는 것이다.
지금의 레기온은 느리다. 다리 짧은 드워프도보다도 느리다. 뛰어 봤자 동네 아이들에게 따라잡혀서 놀림감이 되고도 남을 속도다.
당연히 레기온은 비데와 룰루를 잡지 못한다.
눈앞에서 도망쳐도 마찬가지였다. 그렇다고 마법으로 도망가는 놈들을 태워 죽일 수는 없는 노릇. 만약 그들이 락토레리움을 어딘가에 숨겨 놓고 있다면 절대 찾지 못할 테니까.
해서 레기온은 꾸준히 비데로 추정되는 인물을 감시하고 있었다.
한곳에 정착하는 순간-
레기온이 잠입하여 놈을 잡을 것이다.
단박에 잡아야 한다. 놓치면 다시는 찾지 못할 수가 있었다.
-잡았음.
마크의 목소리가 들렸다.
레기온인 한 옥타브 높은 음성이라면 마크는 화통하게 울리는 듯한 목소리였다.
하지만 지금 마크의 목소리는 매우 싸늘했다.
레기온의 몸이 아니고 오토 형태였다면, 비데와 룰루는 결코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그만큼 믿었던 자에 대한 배신감은 컸다.
왜 그런지 이들만큼은 계약서에 저주를 넣지 않았다. 순하게 보이는 외모 탓이었다.
이후로 레기온은 어떤 계약서든 ‘저주’를 넣기로 마음먹었다. 계약대로 안 하는 것들은 죽든 말든 내버려 둘 것이다.
철컹.
레기온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근력의 피로도도 어느 정도 회복이 됐다. 그는 벽에 기대어 놓았던 철검을 들어서 등에 메고 밖으로 나갔다.
밖으로 나가니-
“젠장.”
입구까지 더럽게 멀었다.
아- 걷기 싫다.
* * *
항구도시 씨엠에는 공공연한 비밀이 있다.
바로 지하 시장이었다.
지하 시장이 언제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혹자는 항구도시 씨엠이 생겨나기 전부터 지하 시장이 있었다고 말을 한다.
또 다른 자는 그 지하 시장이 있었기에 항구도시 씨엠이 생겼다고 말을 하기도 한다.
그만큼 이곳에 지하 시장은 근원을 찾기 어려울 만큼 오래되었다.
그 크기와 규모는 항구 도시 씨엠의 절반이나 된다. 왕국 최대의 지하 시장이었다.
이곳에서는 없는 것 빼고 다 있다는 말이 있다. 비록 일반 시장보다 값이 조금 비싸지만, 워낙 희귀한 물건들이 많으니 언제나 문전성시였다.
비데와 룰루의 위치가 계속해서 바뀐 이유였다.
빠각!
비데와 룰루가 동시에 나뒹굴었다.
“이런 썅! 당장 그거 안 돌려줘?”
룰루가 벌떡 일어나서 룰루의 망치를 꺼내 들었다. 당장이라도 신속을 발동하여 눈앞에 건달들을 내리칠 기세였다.
하지만 건달들은 전혀 겁을 먹지 않고 콧방귀를 끼었다.
“이런 호로새끼들을 봤나! 돈을 빌렸으면 갚아야 할 것 아냐! 그냥 입을 싹 닦으려고! 이 새끼들아! 이곳에 너희 같은 놈들이 한두 명인 줄 알아? 노예로 안 팔린 것을 행운으로 알아.”
건달들은 비데에게서 뺏은 커다란 가방을 흔들면서 외쳤다.
비데와 룰루의 얼굴이 새까맣게 죽었다.
저 가방을 뺏기면 끝장이다. 저 속에는 돈을 환산할 수 없는 락토레리움과 삼두 메두사의 삼지창이 들어 있다. 모두 레기온의 스태프를 만들기 위한 재료였다.
그들이 왜 이곳에 있느냐.
그것은 사상 최강의 스태프를 만들고 싶은 비데의 욕심 때문이었다.
스태프를 만들기 위해서는 적당한 광물과 적당한 대장장이가 있으면 된다.
좋은 스태프를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광물과 솜씨 좋은 대장장이가 있으면 된다.
아주 좋은 스태프를 만들기 위해서는 아주의 좋은 광물과 최고의 솜씨를 가진 대장장이가 있으면 된다.
사상 최강의 스태프를 만들기 위해서는 엄청나게 좋은 광물들과 최고 중에 최고의 솜씨를 가진 대장장이가 필요했다.
비데는 자신이 최고 중에 최고의 대장장이라는 자부심이 있었다.
하지만 사상 최강의 스태프를 만들기 위해서는 재료가 부족했다.
신이 광물 락토레리움과 전설급 아이템 메두사의 삼지창.
이 두 가지를 가지고 허투루 만들 수는 없다. 도저히 그건 드워프로서 자존심이 납득하지 못한다.
사실 두 가지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한 스태프를 만들고도 남는다. 그러나 그게 사상 최강의 스태프는 아니다.
해서 비데와 룰루는 스태프에 들어간 재료를 구하기 위해서 이곳까지 온 것이다.
왜 모든 짐을 싸서 다크 엘프 마을을 떠났냐고?
비데와 룰루는 드워프다. 천성적으로 엘프들과는 잘 맞지 않는다. 비록 샌까와는 나름 인연이 있다고 하지만 다른 다크 엘프들과는 언성을 높이기가 일쑤였다.
그렇기에 아예 짐을 싸서 나온 것이다.
나중에 레기온이 돌아올 때쯤 맞춰서 재료를 구해 돌아갈 생각이었다.
그들이 구하려는 재료는-
불사조의 재, 자동 재생에 쓰이는 재료였다. 부러져도, 망가져도, 설사 압축되어서 뭉개져도 핵만 살아 있으면 곧바로 재생이 가능하다.
가격은 상상을 초월하지만…… 비데와 룰루는 상당한 현금을 보유했다. 비데가 삼두 메두사의 비자금 관리를 한 덕분이었다. 그곳을 빠져나올 때 레기온 몰래 상당 부분 슬쩍했다.
영수증을 받아서 레기온에게 청구할 생각이었다.
사막 드래곤의 혀, 마력을 높이는 데 쓰이는 재료.
거의 모든 스태프는 마력을 높일 수가 있다. 저급한 스태프도 10퍼센트 정도의 마력 증가가 가능하다. 상당히 좋은 물건이라면 30퍼센트까지 마력을 높일 수가 있었다.
하지만 비데가 바라는 것은 겨우 30~50퍼센트 수준의 마력 상승이 아니었다.
사막 드래곤의 혀가 있으면 200퍼센트 이상의 마력 증강이 가능했다.
200퍼센트.
상식 초월의 아이템이다.
진실로 그것이 가능하다면 마법사들은 눈이 뒤집혀서 스태르 쟁탈전이 벌어지고 말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글 파랑새의 노래.
노래가 무슨 재료냐 하겠지만 그런 것이 진짜로 있다.
정글 파랑새의 노래는 물질의 변형을 가능하게 한다.
정글 파랑새의 노래가 일정한 음정을 유지한다면 레기온의 스태프는 변신이 가능해진다.
목걸이나 반지와 같이 휴대가 편한 아이템이나 갑옷과 같은 형태로 만들 수도 있었다.
그 누구도 스태프가 변신을 하고 있을지 상상하지 못할 것이다.
이 외에도 몇 가지 재료가 더 있지만 그것들이 핵심이었다.
락토레리움과 삼두 메두사의 삼지창, 피닉스의 재, 사막 드래곤의 혀, 정글 파랑새의 노래가 있다면 사상 최강의 스태프를 만드는 것이 가능해진다.
그런 진귀한 물건을 얻을 수 있는 곳은 왕국 내에서 이곳이 유일했다.
문제는-
30년 만에 던전에서 풀려난 비데와 룰루가 세상에 대해서 너무 무지했다는 것이다.
사기꾼들이 그들에게 접근을 했고, 마약과 여자를 붙어서 현금을 싹 털어 갔다. 그나마 꽁꽁 싸맨 락토레리움과 삼두 메두사의 삼지창은 간신히 건졌다.
하지만 그것도 사채업자들에게 뺏기게 생겼다.
그녀들은 단 며칠 사이에 수만 골드를 잃어버리고 빈털터리가 된 것이다.
드워프들은 인간들을 너무 얕봤다.
“제발 그 가방을 돌려주게.”
비데가 무릎을 꿇었다.
자존심 높은 드워프는 결코 누군가에게 무릎을 꿇지 않는다. 그들이 무릎을 꿇는 것은 오로지 자신들이 인정한 드워프 킹뿐이었다.
그런 비데가 한낱 사채업자에게 무릎을 꿇고 애원하는 것이다.
“사부님.”
룰루는 그런 비데를 보면서 억장이 무너졌다. 눈물이 앞을 가린다. 우리가 바보였다. 작정하고 들러붙는 그 아름다운 여자들을 떼어내지 못했다.
아무래 그래도 그렇지.
하룻밤 사이에 수만 골드씩을 뜯어내는 것은 너무 했다. 자고 일어나니 ‘손님, 계산하시죠.’라고 종업원이 계산서를 들고 들어왔다.
술과 마약을 너무 해서 머리가 아팠던 룰루는 계산서를 보고 기절하는 줄 알았다.
1만 골드.
보통 지상의 술집이 진창 마시면 2골드 내외라는 것을 생각하면 상상도 할 수 없는 바가지였다.
“사장 나오라고 해! 어디서 이런 말도 안 되는!”
룰루는 따졌고-
개처럼 구타를 당한 다음에 모든 돈을 뺏기고 말았다.
“제발 그것만은 돌려주세요.”
비데가 눈물까지 흘리면서 말했다. 저것을 뺏기면 혀 깨물고 죽어야 한다. 결코 그럴 수는 없었다.
“돌려줘?”
“제발.”
“그럼 너희들 시합에 나가 볼래?”
“시합이요?”
“그래, 매우 위험한 시합이지. 대신 큰돈을 쥘 수가 있어. 쌍으로 싸우든, 단독으로 싸우든 다섯 번만 이기면 이 가방 돌려주지.”
“정말입니까?”
“정말이고말고. 내가 왜 거짓말을 하겠어.”
사채업자들은 누런 이를 드러내면서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