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176)
마법은 괜히 배워서-177화(177/502)
# 177
지하세계의 레기온 2
“이 거짓말쟁이!”
레기온은 분노했다.
믿었던 비데가 자신의 뒤통수를 쳤다는 것만 확인한 꼴이었다.
하지만 비데로서는 억울할 따름이다.
락토레리움에 대해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을 수는 없었다. 세상의 어떤 종족을 데리고 와서 락토레리움을 보여 준다고 생각을 해 봐라.
돈으로 환산조차 불가능한 신비의 광물이다.
이것으로 무구를 만들면 어떤 아이템이 나올지 감히 상상도 하기 어렵다.
누구라도 락토레리움을 보면 욕심을 가진다.
설사 욕심을 끊었다는 대현자 바세라바밥이 이것을 본다고 하더라도 마음이 움직일 것이다.
비데는 대현자가 아니었다.
솜씨가 좋은 대장장이일 뿐이었다.
대장장이가 락토레리움을 보고 욕심이 생기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이렇게 물었어야 정상이다.
“레기온을 배신했느냐, 하지 않았느냐.”
한데 저 혼자서 잘난 척을 다하는 레기온은 이상한 질문을 해서 비데를 난처하게 만든 것이다.
“아니야! 아니라고!”
“거짓말!”
“진짜 아니라고, 환장하겄네!”
“환장은 내가 하지.”
“이상한 질문하지 말고 다시 물어봐. 내가 배신을 했냐, 안했냐로.”
“이번에도 거짓으로 나오면…… 너희들을 이곳에 두고 가겠다.”
레기온은 살벌하게 말했다.
“그래, 마음대로 해.”
비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조금 불안했다. 결코 레기온을 배신한 적이 없다. 그런데 거짓말 탐지 마법이 ‘거짓’으로 판명하면 어쩌지?
레기온은 냉정한 눈빛으로 마법을 펼쳤다.
“저 드워프들은 락토레리움에 눈독을 들였지?”
“야! 단정 지어서 말하지 말라고! 배신했냐! 안 했냐! 그걸 물어보라고. 자꾸 몰아가지 말고.”
참지 못한 비데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거짓말쟁이들이 요구 사항이 많군. 저 드워프들은 나를 배신했나?”
“안 했다고!”
-진실, 진실.
“정말 안 했어?”
“안 했다니까.”
-진실, 진실.
두 번 연속 진실이 나왔다. 그럼 정말로 배신을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았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그건 제가 설명하죠.”
자꾸 언성을 높이는 레기온과 사부를 보면서 한숨을 내쉰 룰루가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쌍두 라이온이 레기온의 살기에 반응했다.
잠시 머뭇거리던 쌍두 라이온은 ‘쿠와아앙!’ 피어를 내뿜으면서 레기온을 향해 덤벼들었다.
레기온은 뒤를 보지도 않고 팔을 휘둘렀다.
쿠쿠쿠쿠쿵!
검은 철갑의 건틀릿이 쌍두 라이온의 면상에 직격했다.
건틀릿을 물어뜯으려고 했던 쌍두 라이온의 이빨이 와장창 부러졌다.
그리고 수십 미터를 일직선으로 날아가 관중석에 처박혔다.
-크르르르르.
쌍두 라이온은 관중석을 뚫고 들어가 박힌 채 꼼짝도 하지 못했다.
“흐이이익!”
“뭐, 뭐야?”
놀란 관중들이 쌍두 라이온의 곁에서 멀어졌다.
피에로 분장을 한 사회자도 어이가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누군가 난입을 하는 경우는 간혹 있다. 없다고 할 수는 없었다. 대부분 사투를 벌이는 선수의 지인들이다. 그리고 경기장에 난입한 그들은 멋지게 외친다.
“내가 대신 싸우겠다.”
박수를 쳐 주고 싶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그들이 먼저 죽고 선수는 나중에 죽는다. 어차피 죽는 것은 매한가지였다.
하지만 저 검은 철갑의 사내는 뭔가 달랐다.
위압감이 엄청났다.
사람의 고기 맛을 아는 쌍두 라이온조차 섣불리 덤비지 못할 정도였다.
아니나 다를까.
쾅!
단 일격에 쌍두 라이온이 경기장 바깥까지 튕겨졌다.
쌍두 라이온은 벽에 박힌 채 한참이나 일어나지 못했다. 이내 쌍두 라이온이 몸을 일으켰다. 잠시 검은 철갑의 사내를 노려보다가 등을 돌렸다. 겁을 먹었다. 대신 놈은 관중석에 남아 있는 사람들을 습격했다.
“으아아아악!”
“경비원들은 어디 있는 거야? 쌍두 라이온이 관중들을 습격하잖아.”
“사, 사람 살려!”
난리가 났다.
피에로 분장의 사회자는 사채업자이지 살인 격투장의 공동 운영자인 프리자를 바라봤다.
어쩔까요?
프리자는 눈살을 찌푸렸다. 게임을 망쳤다. 적어도 이번 한 판에 수천 골드 혹은 수만 골드가 날아갔다. 저 빌어먹을 철갑의 사내 때문이었다. 그나저나 철갑 사내…… 드워프들과 인연이 있는 자인가.
프리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목소리를 높였다.
“이봐, 당신!”
그는 레기온을 불렀다.
레기온은 대답하지 않았다. 짜증이 극에 달했다.
그러니까 저 사채업자한테 당해서 목숨만큼 귀한 락토레리움과 나머지 재료들을 모두 뺏겼던 말이지?
“이봐, 당신!”
프리자가 다시 한 번 레기온을 불렀다.
“뭐, 이 새끼야?”
레기온은 충혈 된 눈빛으로 프리자를 보았다. 프리자는 자신도 모르게 엉덩방아를 찧었다.
저건 살인마의 눈빛이었다.
적어도 수백 명 이상을 죽여 본 자다.
이거…….
그의 머릿속에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무섭지만 굉장한 흥행요소를 갖췄다.
“드워프들을 구하러 온 것인가?”
프리자는 두려움을 억지로 삼키면서 물었다. 최소한 저자가 지금 입은 손실을 만회해 줘야 한다.
“그런데?”
“그럼 알겠군. 드워프들이 나에게 막대한 빚을 졌다는 것을.”
“그래서?”
“그들을 데리고 가고 싶으면 빚을 갚아야 할 것이야.”
“내가 왜 이들의 빚을 갚아야 하지?”
“그거야 저들을 구하러 왔으니까…….”
“됐어. 됐으니까 내 물건 내놔.”
“당신 물건?”
“나는 말이야. 내 물건에 손을 대는 것을 아주 싫어해. 허락 없이 내 물건에 손을 대면 그 새끼를 찢어 죽이고 싶어지지.”
“무슨 헛소리야. 내가 왜 당신 물건에 손을 대?”
“이들이 가지고 있던 가방. 내 물건이 있어.”
“헛소리! 그런 식으로 따지면 네가 들고 있는 커다란 검도 사실은 내 것이야.”
“다섯을 세지.”
“무슨 다섯?”
“다섯을 셀 동안 내 물건 가지고 와.”
“저 미친 새끼. 야, 저 새끼 끌어내!”
프리자는 호위무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기운이 꽤 난폭해서 선수로 써먹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계획을 바꿨다. 일단 놈을 마약 중독자로 만들어야겠다. 그래야 고분고분해지지.
딱 3전만 뛰어라.
그럼 충분히 본전은 뽑을 테니까. 그다음에는 몬스터와 벌이는 살육 게임에 내보내 주지.
그 순간-
프리자의 시야가 번쩍였다.
레기온이 날린 철검이 엄청난 속도로 날아온 것이다.
프리자는 자신도 모르게 양손을 들어서 머리를 감쌌다. 그만큼 철검이 날아오는 속도는 어마어마했다. 날아오는 속도로 인해서 압력으로 인해 얼굴이 일그러진 정도였다.
쿠쿠쿠쿠쿵!
아무도 반응하지 못했다.
철검은 프리자를 지나쳐 관중석을 때렸다.
커다란 돌을 쌓아 올려서 만든, 지진이 나도 무너지지 않을 것만 같았던 관중석이 박살 났다.
벽은 와르르 무너져서 형체를 잃어버렸다.
딸꾹-!
산전수전을 다 겪은 프리자에 입에서 딸꾹질이 나왔다.
그도 오랜 시간 칼밥을 먹고산 인생이었다. 어지간해서는 눈도 깜빡이지 않는다. 실제로 그는 배에 칼을 댄 암살자에게 찌르라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 적도 있었다.
그의 기세에 기가 죽은 암살자는 호위무사들의 검에 목이 날아갔다.
그런 그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지금 저 철갑의 사내가 보인 한 수는 그만큼 강렬했다.
레기온은 손을 뻗었다. 물체이동마법을 펼쳤다. 그다지 어려운 마법은 아니었다. 3서클만 되면 모두 사용이 가능했다. 물론 같은 무게를 움직이는 것이 아니었다. 3서클 마법이지만 150킬로그램에 달하는 철검을 움직이는 마법사는 별로 없을 것이다.
무지막지 늘어나는 마력을 보유한 레기온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와르르르-
무너진 벽돌 사이로 철검이 둥실 떠올랐다.
철검은 주인을 찾는 강아지처럼 얌전하게 돌아와 레기온의 손에 잡혔다.
단순한 물체이동마법이지만 누구도 그것이 마법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딱 봐도 레기온은 전사 혹은 기사였다.
들고 다니는 무기도 철검이었다.
그를 마법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렇기에-
“시, 심검?”
레기온이 철검을 움직이는 것을 본 대다수의 무사가 그렇게 생각했다.
심검은 최고 수준의 깨달음이다.
7성급 마스터만이 어렴풋이 느낄 수 있다고 알려져 있었다.
한 마디로 인간계에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절기나 마찬가지였다.
“도, 도망쳐야 돼. 절대 강자가 우리를 노리고 있어.”
“쓰벌, 내가 이럴 줄 알았어. 프리자 새끼, 너무 오래 해 먹었어. 적당히 했어야지.”
“도망쳐야 돼. 저 정도의 실력자라면 이곳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을 거야.”
사람들은 단단한 착각의 빠졌다.
그것은 프리자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혈색이 급격히 나빠졌다. 핏기가 싹 가셨다. 거금을 주고 고용한 3성급 호위무사들에 비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는 힐끗 호위무사들을 보았다.
그들 역시 사색이 되어서 덜덜 떨고 있었다. 하긴 검으로 먹고사는 자들이 심검을 봤으니 두려움에 떠는 것이 당연하겠지.
“다섯 다 됐다.”
레기온은 차가운 눈빛으로 프리자를 노려봤다.
일단 놈을 잡아야 한다. 만에 하나 가방을 빼돌리기라도 한다면…… 혈압으로 쓰러질지도 모르겠다.
그 귀한 락토레리움은 죽어도 되찾아야 한다.
“죽어! 이 새끼야!”
프리자가 손가락을 딱 부딪치면서 외쳤다.
동시에-
천장에 매달려 있던 거대한 바위가 레기온과 비데, 롤루를 향해서 뚝 하고 떨어졌다. 적어도 수십 톤 이상이 되는 바위였다.
프리자가 만약을 위해서 경기장 천장에 매달아두었던 바위였다.
저 괴물은 방심을 하고 있을 것이다.
제아무리 7성 마스터급의 전사라고 하더라도 머리위에서 떨어진 수십 톤의 바위는 막지 못한다. 깔리면 가차 없이 죽는다.
흐흐흐, 그럼 나야말로 최강의 사나이인가.
7성 마스터를 잡았잖아.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서 프리자는 입술을 뒤틀며 웃었다.
쿠쿠쿠쿠쿠쿵!
프리자는 주먹을 꽉 쥐었다.
바위가 레기온을 깔아뭉갰다.
“개새끼, 지 물건 같은 소리 하고 앉아 있네. 똥개도 자기 집 안마당에서 반은 먹고 들어간다. 어디서 함부로 까불어.”
프리자는 바닥에 침을 탁 하고 내뱉었다.
그 순간-
픽-
뭔가가 프리자의 뺨을 훑고 지나갔다. 뺨이 주욱 찢어지면서 피가 결대로 흘러내렸다.
“어?”
픽-
피피픽-
그 뭔가의 숫자가 점점 많아졌다.
“크아아아악!”
“으허헉!”
그 뭔가에 맞은 호위무사들의 육체가 난도질을 당하면서 쓰러졌다. 호위무사들의 마나 디펜스가 제대로 반응도 하지 못하고 찢겨졌다.
공간을 찢는 그 뭔가가 사방으로 뻗어 나가면서 남아 있는 관중들을 직격했다.
도저히 막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몇몇 중무장한 호위병들이 용감하게 관중석으로 뛰어들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들이 들고 있던 카이트 쉴드는 수십 조각을 나뉘어서 박살이 났다.
“도망쳐!”
“사람 살려!”
관중석은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그 무엇이 휩쓸린 사람들은 큰 상처를 입고 데굴데굴 굴러서 떨어졌다.
“뭐, 뭐야?”
쩌저저적!
쩌저저저저적!
바위가 가라진다. 가운데가 쭉 찢어지더니 이내 거미줄처럼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픽! 픽!
갈라진 틈 사이에서 가공할 마력이 튕겨져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픽! 픽! 픽!
이내 바위는 수십 아니 수백 갈래로 나뉘었다. 쩌정! 소리와 함께 바위는 완전히 박살이 났다.
레기온의 철검에서 검붉은 마력이 넘실거렸다.
그와 비데, 룰루는 상처 하나 입지 않았다.
“오러?”
공포에 질린 프리자는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