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177)
마법은 괜히 배워서-178화(178/502)
# 178
스태프 좀 만들자 1
“너 때문에 자꾸 내 가슴이~ 너 때문에 자꾸 내 몸이~ 네가 날 볼 때마다, 네 생각을 할 때마다~.”
오피스 자작의 별장으로 돌아온 레기온은 노래를 흥얼거렸다.
기분이 좋았다. 자신도 모르게 흥이 산다.
프리자인지 파자마인지에게 뜯은 돈이 자그마치 2만 골드다. 그는 1만 골드를 비데에게 돌려주고 나머지 1만 골드를 꿀꺽했다.
비데와 룰루가 옆에 없었다면 춤이라도 췄을지 모른다.
잠깐만…….
그런데 이건 무슨 노래지?
생전 처음 불러 보는 노래다. 분명히 왕국의 노래는 아닌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마크가 흥얼거렸던 노랫말이었다.
미래의 노래인가. 중독성이 엄청나다. 자신도 모르게 계속해서 흥얼거리게 된다.
철갑을 입고 있는 레기온이 노래를 흥얼거리자, 그의 시중을 드는 하인과 하녀들이 무서워서 덜덜 떨었다.
그들은 오피스 백작에게 가서 말했다.
“그 남자 죽음의 의식을 치르고 있어요. 저희를 산 제물로 바칠 모양이에요.”
놀란 오피스 백작이 그들에게 물었다.
“죽음의 의식? 무슨 짓을 하고 있는데?”
“이, 이상한 노래를 흥얼거려요. 뭐라더라. 아, 너 때문에 자꾸 내 가슴이, 이라고 합니다. 이 뜻은 심장을 이교도 신께 바친다는 뜻 아닐까요?”
“그렇지. 무시무시하구만. 그리고?”
“자꾸 몸을 먹겠다고도 하는 것 같아요. 식인을 하는 걸까요?”
“헐! 역시 식인까지 할 정도로 나쁜 놈이었나?”
“정말 무서워서 미치겠어요. 도대체 왜 이 도시에 온 걸까요? 당장 잡아야 해요. 아니면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질 거라고요.”
하인과 하녀들은 울면서 오피스 백작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졌다.
오피스 백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들에게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누군가는 희생을 해야만 했다. 그는 하인과 하녀들에게 2배로 돈을 더 주기로 하고 돌려보냈다.
그리고 로우스쿨을 불러서 말했다.
“그 남자는 보통 살인마가 아니야. 별장에 있는 모든 하인들이 겁에 질려 있네.”
로우스쿨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남자…… 그런 자인 거 알고 있었나?”
“죽음의 도살자라 괜히 불리는 것이 아니지요.”
“혹시…….”
“혹시…… 뭐요?”
“식인도 하나?”
“아닌 것으로 압니다만.”
“그자가 이런 노래를 불렀다고 했네.”
오피스 백작은 하녀들이 들려줬던 노래를 반복했다.
“굉장히 어두운 내용의 가사군요.”
“그렇네. 인신공양과 심장을 어둠의 신께 바친다는 내용이지.”
“역시 무섭네요. 하지만 식인마는 아닐 겁니다. 그에게서는 식인마 특유의 냄새가 없었습니다.”
“갑옷으로 감춘 것은 아니고?”
“그럴 수도 있지요. 하지만 그 정도의 강자가 자신이 식인마라는 것을 굳이 감추겠습니까. 그러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도 그렇군.”
오피스 백작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곧 일이 끝납니다. 그때까지만 참으시면 됩니다. 절대 이번 일을 그르쳐서는 안 되는 것 아시지 않습니까.”
“후, 하인과 하녀들의 목숨이 달린 일이라.”
“천한 것들입니다.”
“천해도 생명일세.”
“나중에 그들보다 능력 있는 자들로 보충해 드리죠.”
“아님세. 내가 알아서 하지.”
로우스쿨은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가 마차를 타고 저택을 나섰다.
오피스 백작은 저택을 나서는 로우스쿨이 탄 마차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중얼거렸다.
“너 때문에 자꾸 내 가슴이~ 너 때문에 자꾸 내 몸이~ 네가 날 볼 때마다, 네 생각을 할 때마다~.”
깜짝 놀란 그는 고개를 흔들었다. 자신도 모르게 가사를 따라 했다.
“이럴 수가. 악마의 가사야. 악마의 가사. 나도 모르게 같은 주문을 외우고 있군. 주신에게 기도를 해야 돼.”
오피스 백작은 심장이 벌렁거렸다. 그는 무릎을 꿇고 주신에게 자신의 죄를 고백하기 시작했다.
“다시는 바람피우지 않겠습니다.”
* * *
드레이져는 서둘러 영지를 빠져나왔다. 그는 자신의 모습을 차마 누군가에게 보여 줄 수가 없었다.
머리를 양 갈래로 딴 포식자 드레이져!
주인은 키가 작고 살이 쪄서 사람들이 얕본다. 그것과 이게 뭐가 다를까.
어떡하든 머리스타일을 바꾸기 위해서 이리도 해 보고 저리도 해 봤다. 하지만 10분도 채 되지 않아서 양 갈래를 딴 머리스타일로 돌아왔다.
“왓 더 뻑! 도대체 나한테 왜 이래?”
드레이져는 영지를 빠져나오기 전에 전속하인들 숙소에 침입했다.
베이컨의 뒤를 덮쳤다.
베이컨의 실력 향상은 굉장히 빠르다. 무예를 배우는 여느 귀족들의 자제들이 봤다면 기절초풍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실력 차이는 어쩔 수가 없었다. 일단 마음가짐부터 달랐다.
전속하인들은 반드시 강해져야만 했다.
못 강해지면 세피아한테 맞아 죽는다.
월급도 깎인다.
리치 마몬한테 정력 감퇴라는 저주도 받는다.
전속하인들은 지옥과 같은 환경에서 싸워 이겨야만 했다. 부잣집 도련님들과 출발선상이 다른 것이다.
그런 베이컨도 드레이져 앞에서는 성인과 아이만큼이나 실력 차이가 난다.
순식간에 목을 잡힌 베이컨은 드레이져의 두꺼운 팔목을 탁탁 쳤다.
“뭐하시는 겁니까? 드레이져 님.”
같은 하인이다. 신분상의 차이는 없었다.
그렇다고 드레이져에게 ‘우리 계급 같으니까 편하게 말 놓자.’라고 말을 할 만한 전속하인들은 아무도 없었다.
왕국 7대 강자와 탈영병이 어찌 같을 수가 있을까.
“주인, 어디로 갔지?”
“레기온 님이요?”
“우리 주인이 그 외에 따로 있나?”
“다크 엘프 마을에 갔잖아요. 죽음의 숲이던가.”
“아직 연락이 없지?”
“네, 없습니다.”
“알았어.”
드레이져는 레기온에게 가기로 마음먹었다. 그 인간이라면 남은 인생 내내 자신을 놀릴 것이다. 그럼 그는 이렇게 말을 해 줄 것이다. 주인님, 거울 좀 보고 얘기하세요.
카카칵!
주인과 함께라면 나도 그다지 불행해 보이지 않는다.
드레이져는 베이컨의 목을 풀었다. 그의 전신이 텔레포트를 하는 것처럼 순식간에 사라졌다.
베이컨은 목을 주무르면서 드레이져가 사라진 방향을 보았다.
“아오, 아파, 무식하게 힘만 강해서리. 도대체 왜 이런 짓을 하는 거야.”
베이컨의 눈에 양 갈래 머리 스타일, 좋게 말해서 보헤미안 스타일의 거인이 후다닥 달아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설마……?”
베이컨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닐 거야. 설마 아니겠지. 이 영지는 사내에게 어떤 저주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죄다 머리 스타일이 이상하다.
리치 마몬과 하이모의 단발머리 스타일에 이어서…… 보헤미안 스타일이라고?
“영지가 점점 미쳐 가는군.”
그의 주인인 레기온도 단발머리가 됐다는 것을 꿈에도 모르고 있는 베이컨이었다.
* * *
철컹철컹.
레기온은 비데와 룰루를 데리고 지하 시장에 다시 되돌아갔다. 그가 이곳을 찾은 이유는 간단했다.
비데가 아직 스태프에 들어갈 재료를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물었다.
“다른 곳에서 못 구해?”
“구해.”
“그럼 그쪽으로 가자. 여기 있으면 곤란한 일이 생기거든.”
“피닉스가 어디 있는지 알아?”
“피닉스?”
“응.”
“몰라.”
본 적도 없다. 그런 전설의 존재가 실존한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사막 드래곤을 잡을 수 있어?”
“잘 모르겠는데.”
“힘만 따지면 드래곤보다 더 강해.”
헐! 그걸 어떻게 잡냐?
“정글의 파랑새는 오직 선택된 자만이 볼 수가 있지.”
“궁금해서 그런데 그런 것들은 도대체 어떻게 구하는 거야?”
“나도 모르지. SS급 트레져 헌터만이 구할 수 있을걸.”
“되게 비싸지?”
“당연히 비싸지. 모르긴 몰라도 최소 락토레리움의 1/3 정도는 할 거야. 대략 소울 락티늄 정도 할 거야.”
레기온은 최상급 락토레리움의 가격을 대략 80~100만 골들쯤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가 가진 현금보다 월등히 많았다.
그런데 3개의 가격을 합하면 그것과 비슷하다고? 정말 엄청나게 비싸다.
근데 소울 락티늄이 그렇게 비싼 거였어?
“넌 1만 골드밖에 없잖아. 도대체 그걸 어떻게 구하려고 그랬어?”
“물물교환.”
“물물교환?”
“응, 내가 누군지 몰라?”
“화장실 공예의 대가.”
“그것 말고 다른 수식어 없어?”
“모르겠는데.”
“최고의 대장장이.”
듣다 못한 룰루가 슬쩍 끼어들어서 사부를 치켜세워 주었다.
“네가 만든 물건을 아직 보지 못해서 최고인지 아닌지는 나중에 판단할게.”
“흥, 꼭 보여 주고 말 테다. 어쨌든 그들은 나에게 재료를 주고. 나는 그들에게 최고의 물건을 만들어 주려고 그랬다. 만약 정 안 되면 이번에 얻은 소울 락티늄과 바꿔도 되고. 그런데 다 물거품이 됐어. 누구 때문에? 다 너 때문에. 그런데 나를 도둑으로 몰아?”
“흠, 그건 좀 미안하게 됐다. 하지만 상황이 그랬잖아. 아무런 말도 없이 락토레리움을 들고 사라졌으니 가지고 도망간 줄 알았지.”
“됐고. 지금은 이곳을 못 떠나. 그 재료들부터 찾아야 돼.”
“없으면?”
“발도 뛰어야지. 혹여 급하면 말해. 그냥 가진 재료로 만들어 줄게.”
“성능 차이가 많이 나?”
“그냥 만들면 최고급 스태프고.”
“모든 재료를 합쳐서 만들면?”
“역사상 다시없을 최강의 스태프가 되는 거고.”
역사상- 이란 말이 레기온의 마음을 심하게 움직였다. 그대로 마법사라고 좋은 스태프를 가지고 싶은 열망이 대단했다.
꼭 가지고 싶습니다! 그 사상 최강의 스태프!
-너님, 여기서 더 버티다간 진짜 바세라바밥을 저격해야 하는 사태가 벌어짐. 온 왕국의 헌터들이 너님을 쫓을지도 모름. 백만 골드 써먹지도 못하고 골로 갈 수도 있음.
안다.
그래도 도저히 지금은 못 떠나겠다.
어쩔 수 없지. 최대한-
-최대한 뭐?
돈데크만인 척하자. 사람들이 모두 나를 돈데크만인 줄 알잖아.
-하긴 그 수밖에 없음.
마크는 돈데크만인지 뭔지 조금 불쌍하다고 여겨졌다. 이번 일이 끝나면-
장담하건만 그의 인생은 끝장난다.
뭐, 들리는 소문으로 보아하니 꽤 나쁜 놈이던데. 이 정도면 오래 살았지.
마크는 전력을 다해서 레기온이 돈데크만으로 보이기 위한 전략구상을 했다.
레기온은 살인 경기장에 도착했다. 어제 그런 난리가 났었음에도 오늘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경기가 진행 중이었다.
레기온은 경비를 서던 사내들에게 다가갔다.
“어이.”
레기온은 사내들을 불렀다.
레기온을 본 사내들은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화들짝 놀랐다.
철컹철컹.
레기온은 그들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의 충혈 된 붉은 안광이 사내들을 노려봤다.
“히, 히이익.”
레기온의 눈빛을 이겨 내지 못한 사내 한 명은 정신줄을 놓고 쓰러졌다.
남은 사내도 오줌을 지리고 말았다.
쌍두 라이온이 레기온에서 한 대 맞고 도망을 쳤고, 수십 톤에 달하는 바위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 대가로 두목인 프리자는 죽다 살아났다.
몇 대 맞지도 않았다.
엎드려뻗친 상태에서 철검을 두 대 정도 맞았다.
와드드득-
허리 접히는 소리가 살인 격투장 안에 똑똑히 들렸다.
프리자는 지금 자신이 살아 있는 것은 오로지 신의 보살핌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철갑전사 아니 죽음의 도살자 돈데크만이 다시 찾아왔다.
“나, 알지?”
“알고 있습니다.”
사내는 고개를 힘차게 위아래로 마구 흔들었다.
“여기서 기다리지. 프리자 데리고 와.”
“다, 당장 데리고 오겠습니다.”
사내는 꽁지가 불이 난 것처럼 건물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프리자는 1분도 되지 않아서 레기온에게 달려왔다.
“형님!”
언제부터 레기온이 프리자의 형님이 됐는지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