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178)
마법은 괜히 배워서-179화(179/502)
# 179
스태프 좀 만들자 2
프리자는 부들부들 떨면서도 입술은 웃었다.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쉴 새 없이 떨어졌다. 안색은 창백하다 못해서 병자 같았다.
웃지만 웃고 있는 것이 아니다, 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야말로 프리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도였다.
저 철검으로 딱 두 대 맞았다.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
전신의 뼈가 탈골되었다가 다시 맞춰졌다. 안 믿기지? 자신도 안 믿기는데 누구 보고 믿으라고 할까.
하지만 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는 알고 있었다. 한 대 더 맞으면 영혼만 따로 분리될 수도 있다는 것을.
그는 안다.
설사 해상도시 씨엠에 군주가 온다고 하더라, 왕족이 눈앞에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죽음의 도살자 돈데크만 님만큼 무섭지 않다는 것을.
이분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이곳 지하 시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쓸어버릴 수 있었다. 그러니 살고 싶으면 무조건 돈데크만님의 비위를 맞추라고 뇌세포가 그렇게 명령을 내렸다.
다른 말은 필요가 없다.
무조건이다.
“형님.”
그래서 나온 말이 형님.
프리자에게 있어서 가장 친근하면서 존경을 뜻하는 단어였다. 레기온은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 같은 프리자를 보았다.
그는 손을 뻗어서 프리자의 어깨를 잡았다.
그래, 잘하고 있어. 너의 마음을 받아 주지. 그런 마음을 담아 살짝 어깨를 마사지 하듯이 주물렀다.
꽈지지지직-
프리자의 어깨뼈가 동강 났다.
-이런 미친. 뭐하는 거임?
허걱, 아임 쏘리. 아직도 힘 조절이 안 돼. 설마 이 정도로 인간의 몸이 부서질지는 몰랐지. 미치겠네.
프리자는 지옥으로 떨어지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한쪽 무릎을 꿇고 바들바들 떨었다. 입을 벌렸지만 얕은 신음소리만 낼 뿐이었다.
비명은 차마 지르지도 못했다.
초인적인 정신력으로 프리자는 정신을 잃지 않았다. 여기서 입을 열면 모든 것이 끝난다.
지금 돈데크만 님께서는 자신을 시험하고 계신 것이다.
‘이곳 지하 시장에서 20년을 넘게 살았지만 저렇게 잔인한 사람은 처음이야.’
‘동감이야. 잔인하기만 할 뿐 아니라 머리 쓰는 것도 아주 비상해. 잘못하면 우리 조직 모두 오늘밤을 넘기기 전에 끝장이 나겠군.’
프리자의 부하들은 식은땀을 줄줄 흘리면서 입도 벙긋하지 못했다.
“고통스러운가?”
레기온은 최대한 자연스럽게 말했다.
그의 공포스러운 목소리가 살인 격투장으로 들어가는 입구 앞에서 낭랑하게 울렸다.
주변 사람들은 모두 걸음을 멈췄다.
한 명도 제대로 숨을 쉬지 못했다. 시장 구경을 왔던 여행자들은 자신들의 재수 없음에 신을 저주했다.
누구 한 명 제대로 움직이지를 못했다.
움직이면 저 철갑 사내가 철검을 휘둘러 자신들의 목과 몸통을 분리시킬 것만 같았다.
그만큼 레기온이 주는 살기와 목소리에 대한 공포는 엄청났다.
“아, 아입니다. 고통이라니요. 천부당만부당 한 소립니다.”
쇄골이 부러진 프리자는 초인적인 인내력을 발휘하면서 웃었다. 웃는 모습이 매우 처참하여 안쓰러웠다.
“이 드워프들을 알고 있지?”
레기온은 비데와 룰루를 가리켰다.
비데와 룰루도 엄청난 살기를 내뿜는 레기온에게 질려서 몸을 떨고 있는 중이었다. 정말 이 남자가 우리가 알고 있던 레기온이 맞나? 라고 몇 번이나 기억을 되돌려 보았다.
결과적으로 그 뚱뚱한 남자가 맞았다.
그런데 철갑 속에 들어가고 나서 완전히 인성이 바뀐 듯했다.
‘역시 인간은 화장실에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군. 힘 좀 생겼다고 이렇게 사람들을 핍박할 줄이야.’
룰루는 그렇게 생각했다.
레기온이 그의 생각을 들었다면 억울해서 ‘아니라고!’ 귀에 대고 외쳤을 것이다.
진실은-
아무도 모른다.
레기온 본인도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짐작도 하지 못했다.
“알고 있습죠.”
“지금부터 너는 모든 힘을 다해서 이들을 서포트한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이자는 전설의 대장장이다.”
사실…… 전설의 대장장이는 아니다. 그냥 그렇게 얘기하면 뽀대가 나서 비데에게 감투 하나 씌어 줬다.
레기온의 호칭을 받은 비데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이제야 내 진가를 알아주는군.
“몰라뵙습니다. 지금껏 무례를 용서해 주십시오.”
프리자는 부러진 쇄골의 고통을 참으면서 억지로 고개를 숙였다. 살짝만 움직여도 뼈가 살갗을 뚫고 튀어나올 것 같은 고통이었다.
“괜찮네. 그럴 수도 있지.”
비데는 짐짓 자비로운 것처럼 행동했다.
“오늘부터 이자는 아이템에 대한 재료를 모을 것이다. 그것을 도와라. 가능하겠나?”
“물론이지요. 최선을 다해서 돕겠습니다.”
레기온은 만족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젠 스태프가 만들어지려나?
* * *
레기온은 눈앞에 있는 엄청난 양의 음식을 보면서 입이 떡 벌어졌다.
도대체 누가 이걸 다 먹으라고?
적어도 100인분 이상은 되는 듯했다.
하지만 식탁 위에 있는 사람은 레기온과 로우스쿨뿐이었다.
“어떠십니까?”
로우스쿨이 희미하게 웃으면서 물었다.
“아주 좋군.”
레기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정말 낭비다. 만약 영지에서 데카르슨 주방장이 나 혼자 먹으라고 이렇게 많은 음식을 했다가는 당장 모가지다.
돈으로 환산하면 이게 다 얼마냐?
“드디어 내일입니다.”
“알고 있어. 선수금은?”
“여기 있습니다. 몇 바퀴 돌리느라 좀 늦었습니다.”
로우스쿨은 품에서 전표 한 장을 꺼내 레기온에게 건넸다. 자그마치 40만 골드가 적힌 전표였다. 로우스쿨 본인도 이렇게 큰 액수를 가진 전표를 본 적이 없었다.
너무 많은 돈을 가졌기 때문일까. 이곳까지 오는 동안 혹시 누가 나를 습격하지 않을까, 매우 불안했었다. 이제 품에서 그 돈이 나가지 속이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레기온은 40만 골드가 적힌 전표를 받았다.
아자자자! 40만 골드다! 40만 골드!
눈 떠보니 벼락부자가 돼 있는 기분이었다. 레기온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식사를 하실 때도 투구를 벗지 않으시네요. 불편하지 않으십니까?”
로우스쿨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얼굴을 한 번 확인하고 싶었는데…….
조금 전 돈데크만의 입이 살짝 움직이면서 싸늘하게 웃었다. 사람을 죽이기 전에 웃는 웃음 같았다.
설마 밥 먹다가 누군가를 죽이지는 않겠지.
“익숙해서 괜찮아.”
레기온은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식사를 했다.
어째 철갑 중에서 팔 부위가 가장 무거운 것 같았다. 식사할 때가 정말 힘들다. 그는 포크를 사용하다 내던졌다. 우아함 찾다가 배고파 죽겠다.
그렇지 않아도 많이 돌아다녀서 배고픈데.
그는 손으로 고기를 잡고서 입안으로 가져갔다. 평상시와 다르게 우악스럽게 고기를 뜯어 먹었다.
레기온은 귀족이다.
뚱뚱한 외모 때문에 지저분할 거라고 오해를 받곤 하지만, 사실 굉장히 깨끗한 편이다. 음식도 우아하게 먹는다. 결코 맨손으로 게걸스럽게 음식을 탐하는 짓 따위는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야만인처럼 먹는 이유는…….
모두 마크의 생각이었다.
-최대한 돈데크만처럼 보이도록 하셈. 절대로 너님이 레기온이라는 것을 들켜서는 안 됨.
알았어. 알았다고.
천박하게 음식을 먹는 레기온을 보면서 로우스클은 내심 손바닥을 마주쳤다.
이 많은 음식들 중에서 몇 가지에는 독이 들어 있었다. 특히 고기 종류. 며칠간의 식성으로 봤을 때 그는 매우 고기를 좋아한다고 판단을 했다.
오늘도 반드시 고기를 먹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독은 모두 세 가지.
남부 정글 거미의 극독.
중부 개미의 극독.
사막 전갈의 극독이었다.
모두 극독이지만 단박에 피를 토하면서 죽는 것은 아니어야 했기에 구하기가 조금 힘들었다.
남부 정글 거미의 극독은 이틀 뒤 뇌세포를 파괴시킨다. 중부 개미의 극독은 3일 뒤 장기를 파괴시킨다. 사막 전갈의 극독은 4일 뒤 신경세포를 파괴시킨다.
이 딜레이를 생각하며 로우스쿨은 지하 시장에서 굉장히 고가로 독을 구입했다.
‘너는 이제 무슨 수를 써도 죽음을 피하지 못한다.’
그것도 모르게 돼지처럼 먹는 꼴 하고는.
그렇지. 그렇지. 잘 먹는구만.
로우스쿨은 희미하게 웃었다. 이제 돈데크만도 죽은 목숨이라고 생각하니 그에 대한 공포도 한층 옅어졌다.
죽은 자는 말이 없는 법이니까.
로우스쿨이 자신을 어떤 눈빛으로 쳐다보든 말든, 레기온은 먹는 음식에 집중했다.
그리고 그는 다시 한 번 데카르슨의 소중함을 느꼈다.
우리 주방장, 겁나 요리 잘해.
이제껏 영지를 나와서 데카르슨보다 더 맛있게 요리를 하는 주방장을 본 적이 없었다.
그 정도 실력이면 어디 가서도 이름을 날렸을 텐데. 도대체 왜 우리 영지처럼 작은 곳에서 주방장을 할까? 월급도 얼마 안 되는데.
데카르슨의 심중일 모르니 추측만 할 뿐이었다.
-띠링, 남부 정글 거미의 독이 해독되었습니다.
-띠링 중부 개미의 독이 해독되었습니다.
-띠링 사막 전갈의 독이 해독되었습니다.
-해독 스킬에 대한 경험치가 +2 상승합니다.
나름 무시무시한 독인 모양이다.
하지만 레기온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는다. 특히 거미의 독은 전 대륙을 뒤져도 99퍼센트 해독이 가능했다.
다른 독들도 어지간하면 다 해독된다. 그것 믿고 마음껏 음식을 먹는 것이다.
레기온은 슬쩍 로우스쿨을 보았다.
그는 미미하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 새끼, 제법 음흉한 구석이 있네. 이것으로 자기 계획이 확실하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겠지.
“식사를 하시고 저격 장소로 안내를 하겠습니다.”
레기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상대는 바세라바밥.
그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수호 마법 3인방도 분명히 따라 붙을 것이다.
자신이 아무리 강해졌다고 하더라도 혼자서 그 넷을 처리할 수는 없다.
물론 처리할 생각도 없었고.
“나 혼자서 불가능하다. 알고는 있겠지?”
“으음. 아마도 그렇겠죠.”
로우스쿨의 눈빛이 살짝 변했다. 그깟 늙은이들 나 혼자서 해치우겠다, 라고 말을 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냉정하다.
하긴 세상 누구도 바세라바밥을 혼자서 처치하겠다고 말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저 무식한 돈데크만도 그 정도는 알고 있는 모양이다.
해서-
“5성급 암살자, 50명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레기온의 입이 떡 벌어졌다.
50명의 암살자들은 얼마든지 구할 수가 있다. 하지만 5성급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5성급이란 암살자들 중에서도 거의 최상급 실력이란 말이다.
그런 자들을 무려 50명이나?
왕국 내에 모든 최고의 실력을 가진 암살자들과 계약이라도 맺은 건가?
“1천 명의 3성급 이상 실력을 가진 용병들도 대기를 하고 있지요.”
“헐~.”
자신도 모르게 평소의 말투가 튀어나왔다.
깜짝 놀라 레기온은 입을 가렸다. 다행히도 로우스쿨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었다.
-5성급의 암살자 50명과 3성급 이상의 용병들 1천 명이라고?
마크도 꽤 놀란 모양이다.
이제야 매우 큰일에 휘말렸다는 것을 느끼는 레기온이었다. 어중간하게 작전을 짰다가는 빼도 박도 못하고 반역자로 몰리게 생겼다.
“아무리 많아 봤자 잔챙이들이지요. 그들로서는 바세라바밥을 잡지 못합니다. 대신 바세라바밥의 수호 마법 3인방은 충분히 물고 늘어질 수는 있습니다.”
“걱정하지 마라. 3인방이 떨어지면 내가 바세라바밥을 저격하지. 하지만…….”
“하지만?”
“상대는 8서클 대마법사야. 아무리 나라고 하더라도 그를 저격하는 것은 쉽지가 않아. 알고는 있겠지?”
“물론 알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을 나에게 알려 줘. 그래야 입체적으로 계획을 세울 수 있다. 무작정 그와 붙는다면 나는 8할의 확률로 뒈질 거야.”
로우스쿨의 눈빛이 변했다.
다시금 돈데크만에 대한 정보를 수정하는 모양이었다. 다시 봤다.
머리는 장식이 아니었다.
저 포악한 성정 때문에 생각보다 뛰어난 지능을 너무 낮춰 잡았다.
“좋습니다. 몇 가지 더 안전장치가 있습니다. 모두 설명을 드리죠.”
마음을 먹은 로우스쿨은 포르세 후작이 짠 작전을 레기온에게 모두 누설했다.
내용을 듣던 레기온의 표정이 점점 심각하게 변했다.
아무것도 몰랐다면-
레기온은 쉽게 그곳에서 빠져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이번 작전이 실행되면 전설의 대마법사 바세라바밥은 반드시 죽는다.
아무리 살펴봐도 그가 빠져나갈 구멍은 보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