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180)
마법은 괜히 배워서-181화(181/502)
# 181
마탑의 대현자 2
바세라바밥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는 눈앞에서 피를 토하며 쓰러지는 수백 명의 사람들을 보았다.
전원-
바세라바밥을 영접하기 나왔던 사람들이었다.
하나같이 이곳에서 꽤 영향력이 있는 귀족들. 대부분 바세라바밥과 얼굴이라도 익히자고 찾아온 자들이었고, 몇몇은 이전에도 본 적이 있는 자들이었다.
연회가 무르익었을 무렵-
오피스 백작이 피를 토하면서 쓰러졌다.
그의 얼굴에서 검붉은 심줄이 툭툭 튀어나왔다. 칠공에서 검은 피가 왈칵 쏟아졌다.
연회가 열리는 연회장에 깔린 대리석 바닥이 금방 피로 물들었다.
“꺄아아악!”
무희들이 까무러칠 듯이 비명을 질렀고-
“독이다! 각하께서 독에 중독되셨다! 신관! 신관 어디 있나!”
오피스 백작의 가신들이 기겁을 하면서 마구 소리쳤다.
그런데 오피스 백작을 구하려던 가신들마저 피를 토하면서 쓰러진 것이다.
한 명, 두 명.
끝내는 연회장에 있던 대다수의 귀족들이 목을 부여잡고 쓰러졌다.
두 발로 서 있는 자들은 연회장에 있던 하인들과 하녀, 무희들뿐이었다.
그들의 얼굴이 시커멓게 죽었다.
귀족들이 몽땅 피를 흘리면서 쓰러졌다.
“으으으, 살려 줘.”
“커헉, 신관, 신관을 불러 줘.”
고통스럽게 발버둥을 치다가 서서히 움직임이 멈췄다.
살아남은 하인들은 자신들의 인생이 끝장났음을 느꼈다.
진상을 확인하기 위해서 또 다른 귀족들이 올 것이고, 그들은 자신들의 목숨쯤은 벌레보다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 확실했다.
사지를 찢어 내는 한이 있더라도 진상을 알고 싶어 할 것이다.
“도, 도망쳐야 돼!”
하인들이 도망치기 시작했다.
하녀들과 무희들도 마찬가지였다. 무희들은 옷을 챙길 생각도 하지 못했다.
지금 당장 도시에서 벗어나야 한다.
남은 사람은 대현자 바세라바밥과 수호 마법 3인방, 수퍼 시니어의 기사들뿐이었다.
너무 급작스럽게 일어난 일이나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정신 차리게. 우선 회복부터 하세.”
바세라바밥은 눈앞에서 쓰러져 미동도 없는 오피스 백작에게 해독과 힐링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이미 멈춘 심장은 다시 뛰지 않았다.
“시간제약이 걸린 극독입니다.”
독에 대한 일가견이 있는 조인트가 말했다.
“시간제약이 걸린 극독?”
“네, 누군가 이들 전원에게 독을 먹였습니다.”
“누가?”
바세라바밥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백작에게 독을 먹일 수 있는 존재? 이렇게 많은 귀족들, 전원에게 독을 먹일 수 있는 존재가 누구인가?
아니 무엇보다…… 왜 지금 이 자리에서 죽는단 말인가?
“모릅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있습니다.”
“내 앞에서 죽게 한 것?”
“네, 바세라바밥 님의 눈앞에서 죽게 한 이유는…… 아마도…….”
쾅!
연회장의 문이 부서졌다.
그리고 수십 명의 기사들이 완전무장을 한 채 들어섰다. 보아하니 연회장 바깥쪽은 수백 명의 병사로 에워싼 모양이었다.
바세라바밥과 수호 마법 3인방을 노려보는 그들의 눈빛이 매우 사나웠다.
“오피스 백작과 귀족들 살해 혐의로 당신들을 체포하겠소!”
“헛소리! 우리가 그런 것이 아니다!”
조인트가 외쳤다.
“잘잘못은 우리가 판단하겠소! 아무리 대현자라고 하지만! 이런 짓을 저지르고도 무사할 줄 아시오!”
“우리가 그런 것이 아니라니까! 젠장, 가시죠. 바세라바밥님.”
“한 발자국만 움직여 봐. 현행범으로 사살하겠다.”
“뭐? 사살?”
“…….”
“해 봐. 이 새끼들아.”
조인트는 주먹을 말아 쥐었다.
그의 주먹에서 강력한 불길이 생겨났다. 그는 워록. 마법사지만 접근전에서 막강한 위력을 발휘한다.
그렇기에 투신이란 호칭을 얻은 것이다.
하나, 조인트의 명성에 기사들은 추호도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
그들은 주군을 눈앞에서 잃었다.
상대가 국왕만 아니라면 무조건 잡아야 했다. 일단 잡아 놓고 잘잘못을 따져야 한다. 상대가 누구라도 포기할 순 없다.
“전원!”
기사단장이 검에 마나를 불어넣기 시작했다. 그가 마음을 먹은 모양이었다.
“목숨을 걸어라!”
기사단장이 바세라바밥과 수호 마법 3인방을 향해서 달려들기 시작했다.
“와아아아아!”
기사들도 그의 뒤를 쫓았다.
“젠장,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바세라바밥 님을 지켜!”
“막아!”
한창 술을 마시고 즐기던 수퍼 시니어 기사단의 기사들도 급히 검을 빼 들고 오피스 백작 기사들을 막아섰다.
콰콰콰콰쾅!
두 강력한 무력집단이 느닷없이 충돌했다.
* * *
레기온은 해안가에 나와 있었다.
그가 있어야 할 곳은 코너 길에 있는 3층 목조주택이었다. 해안도로를 지나기 위해서는 무조건 이쪽 길을 통과해야만 한다.
그는 주위를 살폈다.
굉장한 인파였다. 어제, 그제보다 훨씬 사람들이 많았다. 노점상들도 배는 늘어난 듯했다. 사람들은 폭죽까지 쏘아 올리면서 분위기를 즐겼다.
-이제 어쩔 거임?
그냥 미친 척하고 도망칠까?
-천 명이 넘는 적을 상대하고 싶음?
저번에 600명이 넘는 용병들을 무릎 꿇렸잖아.
-그런 허접한 무리들과 저들이 같음? 장담하는데 저들은 절대 안 넘어옴. 보수도 엄청날 거임. 그들이 엄청난 보수를 받는 이유는 하나.
뭔데?
-이번 일에서 죽을지도 모른다는 걸 알고 있다는 것임. 그런 저들이 겁을 먹고 내뺄 것 같음? 어차피 죽어야 한다면 장렬하게 산화할 것이라고 예측함.
으으으, 도대체 왜 이렇게 일이 꼬인 거지?
-너님이 돈 욕심을 부린 이후부터.
당연한 욕망이거든.
-덕분에 이런 상황이 됐음.
자꾸 날 까지 말고 대책을 내놓으라고. 대책을.
-두 가지 방식이 있음.
어떤?
-첫 번째, 대현자 바세라바밥을 죽이고 도주. 바세라바밥을 죽이면 매우 혼란스럽게 변할 거임. 그때 성 밖으로 도망치면 됨.
내 느린 발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달려야 함. 잡히면 사형. 투구를 벗겼는데 돈데크만이 아님. 레기온 남작임. 레기온 남작이 대현자 바세라바밥을 죽임. 왜? 그깟 돈 때문에. 선조들은 여자만 탐했지만, 레기온 남작은 겨우 돈 때문에 구국의 영웅을 무참하게 죽임. 사람들이 돌 던짐. 너님은 돌 맞아서 비참하게 죽음.
…….
-왜 말이 없음?
꼭 그렇게 실감나게 얘기를 해야겠냐?
-최악의 사정 중에 하나를 얘기한 것뿐임. 지금 상황이 그토록 안 좋슴.
첫 번째 방식은 너무 위험하다. 대현자를 죽이는 것도 그렇고, 도망치는 것도 그렇고. 막말로 대현자를 죽이지 못할 수도 있잖아.
-맞삼. 8서클 대마법사임. 너님 머리 위로 메테오 떨어지며 게임 끝.
레기온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래저래 너무 위험하다.
두 번째 방식은 뭐야?
-대현자 바세라바밥을 구하는 거임.
그럼? 뭐가 달라져?
-최소한 사람들한테 돌 맞아 죽지는 않음. 운이 좋아서 탈출에 성공한다면…….
성공한다면?
-너님은 대단한 줄을 잡게 되는 거임. 사이비맨과는 비교도 할 수가 없는.
만드라고라도 얻을 수 있겠네?
-당근.
투구 속에 레기온은 씨익 웃었다.
잘만 하면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릴 수도 있겠다.
어차피 로우스쿨 덕분에 계획은 빠삭하게 알고 있다. 이곳에 잠복한 저격수들의 위치도 안다.
일을 뒤틀리게 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이다.
물론 그 뒤에 숨어 있는 50명의 1급 어쌔신들과 1천 명에 달하는 용병들이 남아 있지만.
그들뿐만 아니라 더 많은 실력자들이 몸을 숨기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로우스쿨이 모든 것을 자신에게 얘기했을 것이라 믿지 않는다.
그래도-
레기온은 해안가에 높이 위치한 시계탑을 보았다.
저격수들만 처리하면 바세라바밥을 구하기 훨씬 쉬워질 것이다.
“후. 내가 무슨 영광을 누린다고. 부하들을 위해서 이런 고생을 사서 하누.”
철컹철컹.
레기온은 시계탑을 향해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 * *
저격수 필패.
그는 다른 암살자들에 비해서 체력이 약하다. 표창이나 수리검을 사용하는 법도 동료들에 비해서 소질이 없었다.
그렇다고 그를 무시하는 동료들은 한 명도 없었다.
필패는 다른 암살자들이 가지지 못한 엄청난 집중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석궁으로 400미터 밖에서 동전 크기만 한 표적도 맞춘다. 얼마 전에 독자적으로 개발한 석궁으로는 500미터 밖에서도 맞출 수가 있게 됐다.
또한 한 번 자리를 잡으면 며칠씩 꼼짝도 않고 버틸 수 있는 인내심도 가졌다.
그가 누군가를 저격하기로 마음먹은 이상 상대가 누구든 결코 피해 가지 못한다.
설사 국왕이라고 하더라도 그는 저격할 자신이 있었다.
필패가 시계탑에 자리를 잡은 것은 3일 전이다.
최대한 움직임을 적게 하기 위해서 주먹밥 세 개와 물 한 통만 준비했다.
하루에 한 번 소량의 식사를 한다.
워낙 적게 먹고 움직이지 않으니 단 3일이지만 근육의 양이 빠르게 감소했다.
그래도 상관이 없었다.
석궁을 발사한 손가락만 있으면 된다.
음식과 물을 섭취하지 못하니 신경이 날카로워진다.
이틀째가 되자 음식에 대한 미련은 사라졌다. 오로지 머릿속에는 물에 대한 생각뿐이다.
감각은 칼에 베인 것처럼 날카로워진다.
수백 미터 밖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도 들릴 정도였다. 극한에 다다르면 한 모금씩 물을 마신다.
천국의 맛이다.
필패는 이런 감각이 좋았다.
마치 칼 위에 서 있는 것 같은 이 감각은 어떤 쾌락보다 그를 고양시켰다.
이제 곧 사냥감이 나타난다.
그의 첫 번째 임무는 대현자 바세라바밥의 저격이 아니었다. 먼저 수호 마법 3인방을 무력화시킨 후에 시간이 남으면 바세라바밥을 저격하라였다.
위에서는 자신을 믿지 못하는 모양이다.
바세라바밥까지 잡을 자신이 충분히 있는데.
대현자 바세라바밥을 저격한 자는 자신이다. 아마도 전설적인 암살자 명단에 자신도 오르지 않을까.
필패는 입술을 비틀면서 웃었다.
그런데…….
“저자는?”
필패의 눈에 거구의 철갑을 입은 사내가 나타났다.
그가 누군지는 알고 있었다. 죽음의 도살자 돈데크만. 이번 저격에 핵심적인 역할을 맡은 인물이었다.
딱 봐도 인간 백정이다.
자신들과는 인종 자체가 다르다. 저런 자와 말문도 트기 싫은 필패였다.
그런 그가 시계탑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뭐지?
필패는 물끄러미 돈데크만을 지켜봤다.
돈데크만은 고개를 들어서 필패를 바라봤다.
흠짓!
쓰벌, 저 새끼 눈깔 봐라. 겁나 살벌하네.
돈데크만의 눈빛을 본 필패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돈데크만이 철검을 빼 들었다.
곧 바세라바밥이 나타날 시간인데 도대체 뭐하는 거야? 근처에 누구 없어? 저 새끼 좀 데리고 가!
시간이 시간인 만큼 아무도 레기온을 제지하지 못했다.
모두가 숨을 죽인 채 레기온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것은 로우스쿨도 마찬가지였다. 저 새끼 도대체 뭐하고 자빠져 있는 거야?
아무도 레기온의 의도를 모른다.
레기온은 강하게 철검을 휘둘렀다.
쿠쿠쿠쿠쿠쿵!
철검이 시계탑 하단부를 쓸고 지나갔다.
시계탑이 들썩거렸다. 이내 휘청거리더니 시계탑은 한꺼번에 무너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