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183)
마법은 괜히 배워서-184화(184/502)
# 184
무적의 무기 1
레기온은 쓰러진 네 명의 노인네들을 보았다.
그는 독에 대해서 해박한 편은 아니다. 하지만 독에 해박한 마크가 있었고, 무엇보다 독에 대해서 잘 알 수밖에 없는 신체가 되고 말았다.
특히 거미에 대한 독은 99퍼센트 본능적으로 알아낼 수가 있었다.
바세라바밥과 수호 마법 3인방의 몸에서 옅은 남부 정글 거미의 독 냄새가 난다.
강제로 단전을 봉인 당한 상태였다.
아마도 마력의 출력을 5할 이하로 제한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러니 저 대단한 노인네들이 힘 한 번 제대도 못 쓰고 쫓기듯이 이곳까지 밀린 것이다.
다행히도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해독이 되는 독이었다.
-기절했음.
알고 있어.
레기온 노인들을 툭툭 건드렸다. 역시 나이는 속일 수 없는 모양이다.
8서클의 대현자건 수호 마법 3인방이건 겨우 그 정도 공격에 이렇게 나자빠질 줄은 몰랐다.
잘못된 생각이다.
이들의 마력은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진 상태였다.
더군다나 이곳까지 오는 동안 쉴 새 없이 전투를 벌였다. 젊은 기사들도 입안에 단내가 날 만큼 악착같이 아수라장을 뚫고 나왔다.
그 상태에서 레기온은 검풍을 맞았다.
그들이 생각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공격이었다.
상대가 가위를 낼 것으로 생각을 했는데 갑자기 주먹을 낸 것과 같았다.
더군다나 방어막도 모두 깨진 상태.
죽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만약 그들의 전력이 온전했다면 레기온은 반대의 입장이 돼서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을 것이다.
-기혈이 막혔음.
기혈이 막혀?
-그렇삼. 충격이 강했나 봄. 시간을 두고 휴식을 취하면 저절로 풀리는 혈임.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잖아.
-그게 문제임. 다들 노인네라서 잘못하면 뇌출혈 혹은 중풍이 올지 모름.
어이 씨, 그럼 큰일인데. 어쩌지?
-간단함. 혈을 풀어 주면 됨.
어떻게?
-저자 A의 ‘드래곤 슬레이어가 되기 가장 쉬었어요’라는 책 기억남?
기억난다.
-거기 보면 인간의 혈에 대해서 아주 잘 나와 있음.
할 줄 모르는데.
-내가 누르라는 곳만 누르셈.
마크가 노인들의 육체를 스캔했다. 뼈와 근육들이 놀라울 만큼 잘 보였다.
레기온의 망막에 혈관들이 세세하게 펼쳐졌다.
몇 군데가 반짝반짝 빛을 낸다. 가슴팍 부분에서 띵띵 소리를 내며 ‘여기를 누르시오’라는 글자가 떴다.
오오! 노인들의 몸을 이렇게 세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놀랍다. 마크, 너의 능력은 끝이 없구나.
-괜히 최첨단 인공지능으로 불리는 것이 아님. 동급 최강이 바로 나임.
인공지능이라서 창피함이 없는 모양이다. 자신의 얼굴에 저렇게 금칠을 하다니.
철컹철컹.
레기온은 노인들에게 다가가 검지로 화살표를 쿡 눌렀다.
-경고! 경고! 노인이 죽을 수 있음. 너님 지금 필요 압력보다 30배의 압력으로 누름.
왜, 왜?
-미친! 살짝 눌러야지! 그렇게 세게 누르면 어떡함! 흐메 어떡함! 혈관이 파열되겠음.
“크허허허헉!”
대현자 바세라바밥의 입에서 각혈이 튀어나왔다.
얼굴이 거무죽죽하게 변했다. 순식간의 전신에서 검은 혈관이 툭툭 튀어나왔다. 금방이라도 죽을 것만 같았다.
“으어어어억!”
바세라바밥은 사지를 뒤틀었다. 입이 돌아간다. 근육이 푸들푸들 떨렸다.
아오! 미치겠네. 어떡해?
-경고! 경고! 주화입마 돌입! 노인 상태가 급격히 나빠짐. 뇌출혈 가능성 36배 증가, 중풍 가능성 77배 증가, 전신마비 가능성 90배 증가.
때마침 바세라바밥의 비명을 들은 수호 마법 3인방이 깨어났다. 그들은 기혈이 막혔기에 기침을 했다.
“콜록콜록.”
기혈이 풀렸다.
답답했던 가슴이 시원해진다. 그들은 바닥에서 몸을 오징어처럼 뒤틀고 있는 바세라바밥을 보았다.
“대, 대현자님!”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뭐야? 당신인가? 당신이 위대한 대현자님을 이렇게 만든 것인가!”
수호 마법 3인방은 적의가 가득한 눈으로 레기온을 바라봤다. 독이 8할 이상 해독이 됐다. 서서히 마력도 돌아오고 있었다. 비록 지쳤다고 하더라도 바세라바밥 한 명 정도는 충분히 탈출시킬 여력이 있었다.
레기온은 고개를 흔들었다.
“저는 적이 아닙니다. 여러분을 도운 겁니다.”
“헛소리! 너는 딱 봐도 아수라 백작이잖아!”
“아니면 악마 군주든지.”
“하아, 자, 여기.”
레기온은 아공간을 열었다. 뼈로 된 손이 쑥 튀어나와 레기온 손에 신분증명서를 쥐어 주었다.
뼈의 손이 나타나자 수호 마법 3인방은 기겁을 했다.
“이, 엄청난 마력? 리치?”
레기온은 철검으로 해골을 내리쳤다. 해골이 ‘끼엑’ 소리를 내지르면서 아공간으로 사라졌다.
“잘못 보셨습니다.”
“리치가 맞는데.”
“잘못 보셨다고요! 여러분은 아직 제정신이 아니십니다.”
“분명…….”
“잘못 봤다고요!”
“아, 알았어.”
“일단 이것부터 보고 확인하십시오.”
레기온은 신분증명서를 그들에게 보여 주었다.
“레기온 남작?”
“그렇습니다.”
어디서 많이 들어 봤던 이름이지만 기억이 나지 않는 모양이다. 그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알렉산더 가문의 레기온이라고 합니다. 제가 지금 철갑을 입고 있는 이유는 콘티넌트 공왕에게 노출되기 않기 위해서입니다.”
“정말인가?”
“정말입니다.”
레기온은 허공에 블랙박스 마법을 펼쳤다.
마크가 개발한 마법으로 적과의 싸움에서 복기를 하기 위해 개발했다. 마법을 개발했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써먹은 적은 없었다.
이런 식으로 써먹게 될 줄이야.
영상은 레기온이 저격수들이 있던 건물들을 부수는 장면이었다.
그제야 수호 마법 3인방은 자신들이 오해했다는 것을 알았다.
“어허, 이럴 수가. 괜한 싸움을 했구만.”
“미안하네.”
“아닙니다. 지금의 외모가 그러하니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면 지금 우리는 어찌해야 하는가?”
상황은 매우 다급했다. 1분 1초가 아까웠다.
레기온 덕분에 적들의 공세가 주춤하다. 그러나 잠깐일 뿐이었다. 곧 그들은 전열을 제정비하고 대대적으로 반격을 가해 올 것이다.
아직 적들은 본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8서클 대현자를 잡을 정도의 자신을 가진 자들!
그게 누구일까?
도대체 누가 이런 함정을 팠을까?
그들의 의문을 레기온이 간단히 풀어 주었다.
“적은 포르세 후작입니다.”
“포, 포르세 후작?”
수호 마법 3인방의 눈매가 파르르 떨렸다. 포르세 후작은 콘티넌트 공왕의 최측근이다. 뱀과 같은 자라 정말이지 어울리고 싶은 마음이 눈곱만큼도 생기지 않는 자이기도 하다.
가장 상대하기 어려운 상대 중에 한 명이었다.
“그라면…… 분명히 덫을 2중, 3중으로 쳤을 게 분명한데……. 빠져나가기가 쉽지 않겠군.”
건프레이크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어쩌면 이게 시작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앞이 깜깜해졌다.
“커커커커컥!”
바세라바밥이 손바닥으로 건프레이크의 종아리를 쳤다. 그의 눈동자의 핏발이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았다.
이 새끼들아, 그딴 얘기 나중에 하고 나부터 어떻게 해 봐!
“아차!”
깜짝 놀란 건프레이크는 힐링 마법을 펼쳤다. 하지만 바세라바밥는 차도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두 눈을 까뒤집고 고통스러워할 뿐이었다.
어쩌지?
레기온도 난감했다.
천만다행으로 수호 마법 3인방은 자신이 혈을 잘못 눌렀다는 것을 보지 못했다.
바세라바밥도 마찬가지였다. 시간이 갈수록 그의 고통이 심해진다.
그렇다고 8서클 대마법사를 안락사시킬 수는 없었다.
-결정을 사용하삼.
결정? 무슨 결정?
-그동안 모아 둔 결정 있지 않으삼?
있지. 하지만 무슨 용도인지도 모르잖아.
-뭐든지 현질하면 캐릭터는 처음으로 되돌아오는 법임.
?????
그게 무슨 소리야?
레기온은 마크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 게 있음. 서두르삼. 저러다 대현자 바세라바밥, 진짜 불구가 될 수도 있음.
레기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가장 잘 나온 결정 3개를 꺼냈다.
“바세라바밥 님을 잡으세요.”
“무슨 방도가 있나?”
“이걸 먹일 겁니다.”
레기온은 결정을 보여 주었다. 굉장히 영롱한 빛을 띠는 결정이었다.
수호 마법 3인방은 그게 무엇인지 몰라서 잠시 망설였다. 독은 아니겠지만 대현자에게 아무것이나 먹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게 아니면 바세라바밥 님을 살릴 수 없습니다.”
“믿을 수밖에 없겠지.”
“믿자고. 우리를 위해서 적들의 심장부에 잠입한 레기온 남작 아닌가. 지금은 그를 믿을 수밖에 없네.”
수호 마법 3인방은 서로를 얼굴을 보면서 의지를 다졌다.
“대현자님을 부탁하네.”
그들은 몸을 뒤틀고 있는 바세라바밥의 어깨와 팔, 다리를 잡았다. 노인네의 힘이 엄청난 모양이다. 그는 ‘아파! 아파!’를 외치면서 격렬하게 저항을 했다.
‘잘 부탁한다.’
레기온은 바세라바밥의 턱을 잡았다. 바세라바밥의 턱이 벌어졌다. 그 사이로 결정 3개를 한꺼번에 털어 넣었다.
“크허허허허헉!”
순간 바세라바밥의 망막에 문자가 쫙 나열되기 시작했다. 그로서는 생전 처음 겪는 일이었다. 마치 동화 속에 나라로 온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레기온 님의 결정을 해체합니다.
위이이이잉!
바세라바밥의 귀에서 뭔가 갈리는 소리가 들렸다.
-당신의 혈관이 복구됩니다. 동맥경화가 고쳐집니다. 뇌졸중 확률이 5퍼센트 이하로 낮아졌습니다. 주화입마가 멈췄습니다. 본래의 몸 상태보다 5년은 젊어집니다. 특히 고환의 상태가 30년 젊어졌습니다. 정자가 새롭게 만들어지기 시작합니다. 늦둥이 계획이 있다면 지금이 기회입니다.
뭐, 뭐야? 이건?
바세라바밥은 너무도 황당한 사태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순식간의 고통이 사라졌다.
-지능이 +1 높아집니다. 당신의 지능을 높여 준 레기온 님에 대한 친밀도가 높아집니다.
-마력이 3퍼센트 높아집니다. 당신의 마력을 높여 준 레기온 님에 대한 친밀도가 더 높아집니다.
레기온의 망막에도 문자가 떠올랐다.
-대현자 바세라바밥과의 친밀도가 급상승합니다. 그는 당신에게 뭐든 것을 주려고 합니다. 수제자로 삼고 싶어 합니다. 수제자가 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그의 제자들이 당신을 무척이나 시기할 것입니다.
뭐, 뭐꼬. 이건.
-친밀도만 유지하시면 당신은 마탑에 호응을 끌어낼 수가 있습니다. 마탑이 가진 힘을 5할 이상 사용가능하게 됩니다. 제자들은 사부를 살려 준 당신에게 친밀함을 느낍니다.
헐! 별게 다 생기네.
그러니까 마탑이 내 편이 돼 준다는 말이잖아?
-맞삼. 결정 3개와 맞바꾼 것 치고는 꽤 괜찮은 소득임.
레기온은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억지로 참았다.
“허억허억.”
바세라바밥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찢어질 듯한 가슴의 통증이 가라앉았다. 그는 고개를 들어서 레기온을 바라봤다. 눈빛이 무척이나 따뜻했다. 철갑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듯했다.
그는 희미한 의식 속에서 분명 기억을 하고 있었다. 레기온이 자신의 소중한 결정을 자신에게 먹인 것을. 그것을 먹고 간신히 살아났다.
생명의 은인이었다.
아흔이 넘은 나이.
언제 죽어도 이상할 나이가 아니었다. 해서 죽음을 초월했다고 믿었다. 아니다. 나를 속인 감정이었다.
이번에 알았다.
바세라바밥은 더 오래 살고 싶었다. 더군다나 정자 활동도 다시 시작했다고 분명 망막에 뜨지 않았던가.
아직-
나는 남자다.
죽지 않았다.
바세라바밥은 레기온의 손을 잡았다. 딱딱한 건틀릿 위였지만 개의치 않았다.
“고맙네. 자네 덕분에 살았네.”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이곳에서 빠져나가면 내 반드시 자네에게 보답을 하겠네.”
“아닙니다. 저는 대현자님께 뭔가를 바란 것이 아닙니다. 오로지 왕국의 안위와 대현자님의 생명만 생각했습니다.”
-가증스러운…….
닥쳐!
-바세라바밥은 감동했습니다. 당신에 대한 친밀도가 더욱 높아집니다.
“지금 이럴 때가 아닙니다. 아직 포르세 후작의 마수가 끝나지 않았습니다. 서둘러 이곳을 벗어나야 합니다.”
“탈출할 수 있겠나?”
“최선을 다 해 보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레기온은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다.
철컹철컹.
겁나 느리다.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지만 그들은 관광을 하듯이 천천히 걸을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