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185)
마법은 괜히 배워서-186화(186/502)
# 186
무적의 무기 3
화르르르르르!
불길이 점점 심해진다.
레기온이 지하 시장에서 버티는 이유는 마크 때문이었다.
비데나 룰루는 그냥 대장장이다. 포르세 후작에게 의심 받을 이유가 하나도 없다. 그들은 시간을 두고 만들어진 스태프를 들고 성 밖으로 나오면 된다.
급한 것은 오로지 바세라바밥이다.
마크가 이곳의 지형지물을 스캔하기 시작한 것이다. 쉽게 말해서 지도 제작이다. 마크가 지형지물의 스캔을 완성하면 도주하기가 훨씬 쉬워진다.
문제는 생각보다 지하 시장의 규모가 훨씬 크다는 것이다. 적어도 10시간 이상은 이곳에서 버텨야만 했다.
버티지 못하고 그냥 밖으로 나갔다가는 결국 포르세 후작이 풀어놓은 사냥개와 딱 마주칠 확률이 높았다.
기껏 여기까지 살아남았는데 그렇게 쉽게 잡힐 수는 없다.
처음에는 가능할까 싶었는데, 하다 보니 버틸 만했다. 저 대단한 마법사 양반들이 돌아가면서 보조 마법을 걸어 주어서 싸우기가 훨씬 편했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저들이 초경량화 마법을 걸어 줘도 마크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다른 때라면 수련을 위해서 얍삽한 짓은 하지 마, 라고 외쳤을 텐데.
“과연 대단하군. 죽음의 도살자 돈데크만.”
손과 발이 긴 기사가 레기온의 앞을 가로막았다.
매우 아름다운 남자였다. 금발을 휘날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수하들이 입고 있는 갑주도 모두 상당히 고가로 보였다. 분위기로 보아서 꽤 지체가 높은 양반 같았다.
신분 좋고, 잘생기고, 타고난 재능도 뛰어난 자들이 있긴 있다.
레기온은 그런 자들을 싫어한다.
저 중에서 하나만 빼서 나 주라.
“나는 석양 너머에서 온 금빛 물결의…… 크악!”
뭐라고 주절주절 대는 금수저의 면상을 날려 버렸다.
안면이 깨진 금수저는 피를 토하면서 쓰러졌다. 쓰러진 금수저의 면상을 발로 밟아 버렸다.
꽈드드득-
안면이 골절된 것은 당연하고, 목도 부러지지 않았나 싶다.
“도, 도련님!”
“이 잔혹한 새끼!”
“너는 기사도도 없느냐! 쓰러진 상대는 일어날 때까지 기다려 주는 것이 예의 아니던가!”
금수저의 뒤편에 서 있던 중년의 기사들이 외쳤다.
레기온은 두 눈을 껌벅껌벅 거렸다. 하도 어이가 없어서 할 말이 없었다. 지금 저 자식들이 전쟁터에서 뭐라고 하는 거지?
“네 이놈 당장 도련님께 사과하라! 기사도를 갖춰서!”
“아, 예.”
레기온은 간신히 몸을 일으키고 있는 금수저를 보았다.
와득 소리가 났는데 목뼈는 부러지지 않은 모양이다. 할 수 없지. 직접 부러트려 줘야겠다.
레기온은 일어서던 금수저의 하체를 발로 찼다. 철갑의 무게까지 더한 하단차기였다.
뻐걱-!
엄청난 소리와 함께 금수저의 하체가 힘없이 꺾였다. 그가 입고 있던 눈이 부시도록 하얀 갑주는 와그작 일그러졌다.
레기온은 금수저의 면상에 주먹을 꽂았다.
꽈지지직-
금수저의 이빨이 모조리 부러졌다. 그는 대 자로 쓰러져서 일어서지 못했다.
“이런 금수만도 못한 놈!”
“뭐라는 거야. 이 멍청한 새끼들이.”
레기온은 훌쩍 점프를 해서 기사들 사이로 뛰어들었다. 초경령화 마법과 각력 향상, 중력 반발 마법이 전신에 걸려 있어서 그런지 몸이 무척이나 가벼웠다.
그는 철검을 360도로 회전시켰다.
빠가가가가각!
도련님을 외치던 기사들의 투구가 박살이 났다. 머리가 깨져서 죽지 않은 것만으로 다행이었다. 그들은 피를 토하면서 바닥에 쓰러졌다.
금수저와 멍청한 기사들이 쓰러졌다고 해서 끝이 아니었다.
마치 줄을 서듯이 수많은 기사들이 그의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해도 해도 끝이 없었다.
마크, 스캔은 언제 끝나냐?
-60퍼센트 완료.
아직도 40퍼센트나 남았냐?
-최선을 다하고 있음. 이곳이 너무 넓음. 크기는 우리 영지보다 작지만 너무 인구밀도가 높음.
그래서 얼마나 더 걸리는데?
-3시간만 버티셈. 반드시 탈출로는 확보해 보이겠음.
그래, 3시간. 열 시간도 넘게 버텼는데 그깟 3시간을 못 버틸까.
“후우, 그래, 계속 가 보자.”
레기온은 철검을 양손으로 움켜쥐었다. 아무리 보조 마법으로 전신의 능력을 향상시킨다고 하더라도 체력이 점점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는지 눈이 따끔따끔 거렸다. 아무리 물을 마셔도 입안이 마른다.
-어라!
마크의 목소리가 굳어졌다.
왜?
-지하 시장의 전체 온도가 오르고 있음. 대량의 이산화탄소 발생!
그게 무슨 소리야?
-누군가 이곳에 불을 질렀음.
뭐?
-어떤 미친 새끼가 지하 시장을 깡그리 불태우려고 함! 3시간 뒤에는 살아남는 생명체는 없을 것으로 판단. 지금 당장 탈출로를 확보해야 함!
마크는 경악에 차서 외쳤다.
그제야 레기온도 주위를 둘러봤다. 어둠 속에서 붉은 뭔가가 일렁거리고 있었다. 그것은 점점 빠르게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귀를 기울였다.
-아아아악! 사람 살려!
-불이야! 불, 커허헉. 당신들…… 뭐하는 짓이야! 다 죽일 셈이야!
-도대체 당신들은 누구야! 왜 이런 짓을 벌이는 거야!
아비규환이다.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었다.
레기온은 난처한 눈빛으로 바세라바밥을 바라봤다.
“보이세요?”
“느꼈네.”
바세라바밥은 고개를 끄덕였다.
“포르세 후작…… 미친놈이네요.”
“나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네. 정말 어이가 없구만. 이건 대량학살이야. 내 이곳에서 살아나면 놈을 반드시 사형대에 세울 것이야.”
바세라바밥의 눈빛에서 증오가 이글이글 타올랐다.
지금까지는 자신이 살아야 국왕파가 무너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런 일념으로 버텼다.
이제 하나 더 추가됐다. 지금까지는 신의와 의리였다면 지금은 상대에 대한 적나라한 증오였다. 왕국을 위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짓을 해서는 안 된다.
백성 알기를 뭐라고 아는 것이냐!
그깟 권력이 뭐라고!
사람의 목숨을 벌레만큼도 취급하지 않는 포르세 후작이 증오스러웠다.
“꼭 부탁드립니다. 바세라바밥 님.”
레기온은 선과 악의 대한 기준이 없는 편이다. 그냥 자신에게 유리하면 누구와도 손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 여정을 통해서 꼭 그렇지 많은 안다는 것을 느꼈다.
세상에는 살아서 도움이 되지 않는 것들도 있다는 것을.
특히 포르세 후작.
어차피 그나 콘티넌트 공왕이나 그 밥에 그 나물이겠지.
레기온은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는 마음을 굳혔다.
포르세 후작 새끼, 가만 안 둬!
-시간이 없음. 비데를 찾으셈.
마크가 말했다.
“헐! 그러고 보니 비데를 잊고 있었네.”
독한 연기가 사방에서 피어올랐다.
사람들이 수건으로 입을 막고 메뚜기처럼 뛰어다녔다. 앞에서 칼질을 하든, 마법을 난사하든 신경을 쓸 여력이 없었다. 무조건 도망치기 위해서 레기온과 기사들 사이로 뛰어들었다.
몇 명은 칼에 맞아 쓰러졌지만 개의치 않았다.
연기가 점점 자욱해졌다. 레기온도 숨을 쉬기가 어려워졌다.
-내가 안내하겠음. 서두르셈.
레기온의 망막에 야광으로 된 화살표가 생겨났다. 화살표만 쫓아가면 된다.
정말 이럴 때는 마크가 고마웠다. 그가 아니었다면 자신은 이곳에서 꼼짝도 못하고 죽을 확률이 매우 높았을 것이다.
“저를 따라오세요.”
레기온은 바세라바밥과 수호 마법 3인방을 향해서 소리치고는 앞장서서 달리기 시작했다.
* * *
비데의 눈이 아이처럼 빛났다.
지금 그의 손에는 역사상 최고의 걸작이 탄생하려고 하고 있었다.
오랜 시간을 들인다고 해서 신의 작품은 탄생하지 않는다.
이것은 영감이다.
어느 순간 뇌를 번쩍 스치면서 그의 머릿속에서 듣도 보도 못했던 스태프가 떠올랐다.
그것은 레기온과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스태프였다.
그 감각을 잊어서는 안 된다.
비데는 망치를 잡고 쉴 새 없이 내리쳤다.
이것은 생명을 가진 새로운 생명체다. 결코 무구 혹은 아이템 따위로 낮춰 잡아서는 안 된다.
아직 세상을 모르는 아이가 눈앞에서 웅크리고 있었다.
아아아~
나는 눈물이 나는구나.
그래, 아직이다. 내가 너의 알을 깨 주겠다.
비록 너의 짝은 레기온이 되겠지만, 너를 낳아 준 아비는 나라는 것을 명심해다오.
그러니 너의 알은 내가 깨 주겠다.
클라이막스였다.
비데는 목숨을 걸겠다는 듯이 더 빨리 망치를 휘둘렀다.
그런 사부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룰루를 차마 말을 걸 수가 없었다.
“지금 뭐하는 거요. 어서 당신 사부를 부르시오.”
프리자가 룰루를 재촉했다. 화마가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아직 수백 미터 밖에 있지만 언제 여기까지 치고 올지 알 수가 없었다. 그는 무조건 이들을 지켜야 한다. 만약 이들이 죽고 자신이 살아남는다면 돈데크만의 손에서 결코 살아남지 못할 테니까.
해서 그는 똥줄이 타는 상황에서도 자리를 뜰 수가 없었다.
“잠시만 기다려 보세요.”
“아까부터 잠시만, 잠시만. 지금 이럴 때가 아니라도 그러네.”
“알고 있어요.”
룰루도 마음이 급했다. 당장 사부의 허리를 잡고 끌어내고 싶었다.
그렇지만 그도 대장장이다. 지금 사부가 어떤 상태인지 짐작을 하고 있었다.
무아지경.
기사들의 수준으로 말하면 심검합일 상태였다.
일생일대의 기회다. 다시는 손에 잡히지도 잡지도 못할 것이다. 무조건 끝나길 기다려야 한다. 여기서 누군가 무아지경을 깬다면 사부는 혀를 깨물고 자살할지도 모른다.
도저히…….
도저히 손을 대지 못하겠다.
“도대체 뭐하는 거야!”
발을 동동 구르면서 밖을 살피던 프리자가 부하들을 데리고 대장간 안으로 들어섰다. 그는 비데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룰루가 그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들어가지 마세요.”
“지금 시간이 없다고 말했지 않소.”
“알아요. 안다고 대답을 했잖아요.”
“당신 지금 밖의 상황 모르지? 지금 바로 코앞까지 불이 번졌다고! 그래, 당신들이 대단한 일을 하는 것 알아. 안다고. 하지만 목숨이 먼저 아니야? 그거 끝마치기 전에 죽는다고.”
프리자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압니다. 그것도 안다고요.”
룰루는 답답했다. 무엇이 맞다고 자신이 판단할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무엇을 하든 후회가 남는 결정이다.
사부를 구한다.
과연 사부가 좋아할까?
아니다. 사부는 절대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여기서 불에 타 죽으면?
모든 것은 물거품이 된다. 죽으면 끝이다. 기회란 다시 오지 않는다.
“딱 다섯을 세겠소. 만약 당신이 사부를 데리고 나오지 못하면 내가 강제로 데리고 나오겠소. 다섯, 넷, 셋…….”
프리자는 손바닥을 펴고서 손가락을 하나씩 접었다.
그래도 혼자 도망가지는 않는 모양이다.
“알았습니다. 제가 사부님을 모셔 오겠습니다.”
룰루는 마음을 먹었다. 그는 길게 숨을 내쉬고는 등을 돌렸다. 아니 돌리려고 했다.
“크허허헉!”
프리자의 부하들이 피를 토하면서 쓰러졌다. 갑자기 나타난 용병들이 가차 없이 그들의 심장을 등 뒤에서 찌른 것이다.
놀란 프리자가 한 발 훌쩍 뛰면서 뒤를 돌아봤다.
십여 명의 용병들이 무더기로 난입을 하고 있었다.
“카하하학! 대장간이다. 쓰벌! 몽땅 다 약탈을 해 버려!”
눈빛이 반쯤 맛이 간 용병들의 웃음소리가 대장간 안을 가득 메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