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186)
마법은 괜히 배워서-187화(187/502)
# 187
죽을 수 없는 남자들 1
대장간을 습격한 용병들은 이탈한 무리들이었다.
목숨을 도외시하기 위해서 마약을 먹었지만, 오히려 그것이 화근이 되어서 그들의 폭주를 만들어 버린 경우였다.
욕망의 그들은 머리를 지배해 버린 것이다.
전열을 이탈한 용병들은 거칠 것이 없었다.
눈앞에 보이는 모든 사람을 공격했다. 장난으로 칼로 찌르고, 웃으면서 때리고, 아이들을 발로 차고, 여자의 머리채를 잡고 희롱했다.
사람들을 괴롭히는 것에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하던 대로 마음이 이끄는 대로 행동을 하고 있을 뿐이다.
닥치는 대로 약탈하고 불을 질렀다.
그들은 발길 닿는 대로 걸었다.
마치 왕이 된 것 같았다. 자신들을 막을 사람들은 없었다. 평상시에는 그토록 무서웠던 기사들도 제 앞가림을 하기에 바빴다.
극한의 혼돈이다.
불길을 점점 치솟아 사람들의 감각을 무디게 만들었다. 어디가 좌측인지 어디가 우측인지, 어디가 하늘이고 땅인지 구분도 가지 않았다.
사람들은 도망을 치면서 서로 짓밟고 무너트렸다.
그런 곳에서 용병들은 물 만난 물고기처럼 날뛰었다. 그들의 손에 쓰러진 시민들이 백 명이 넘는다.
그리고 그들의 발걸음이 비데가 있는 대장간에 다다랐다.
“쓰벌, 여기라면 기사들이 쓰는 졸라 좋은 무기들이 있을 거야.”
“킥킥…… 맞아, 맞아. 전부 다 가져가자.”
“그래도 그런 고가품은 마법 무구 아냐? 마력이 있어야만 사용이 가능하다고. 우리가 사용할 수 없는 거 아냐?”
“멍청하긴. 사용 못하면 팔면 되지. 그리고 갑옷은 입기만 해도 충분히 쓸 만해.”
“헐! 갑옷?”
“그래, 자, 봐.”
용병 한 명이 자신이 입고 있던 싸구려 클로스 아머를 가리켰다. 천에 솜을 넣어서 만든 방어구였다.
언제나 돈이 모자란 용병들이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값싼 방어구 중에 하나였다.
“이런 것 말고 스케일 아머나 체인 메일만 입어도 우리는 훨씬 오래 살아남을 수 있을 거야.”
“맞는 말이군. 가자, 가서 전부 다 쓸어버리자고!”
용병들은 대장간으로 뛰어들었다.
지금까지 해 왔듯이 그들은 눈앞에 있는 프리자의 부하들은 확인도 하지 않고 죽였다.
프리자의 부하들에겐 난데없는 날벼락이었던 셈이다.
“이런 미친 새끼들. 너희는 뭐야?”
프리자는 검을 빼 들었다.
포션을 듬뿍 마셨음에도 부러진 쇄골이 완전히 낫지 않았다. 신관의 말로는 괜찮다고 하는데 그는 계속해서 아픔을 느꼈다.
그렇기에 검을 빼 드는 템포가 한 박자 늦고 말았다.
깡-
프리자의 검이 튕겨졌다. 용병이 휘두른 검을 막지 못했다. 엄청난 힘이었다. 이상했다. 상대의 힘이 비정상적으로 강했다.
프리자는 이 바닥에서 잔뼈가 굵다. 가위바위보에 이겨서 살인 격투장을 운영한 것도 아니었다.
그런 그가 자신보다 체구도 작은 용병이 휘두른 칼을 받아 내지 못한 것이다.
“젠장…… 눈빛이 맛이 갔군. 뽕이라도 맞은 건가.”
뽕은 미친 듯한 쾌락을 선사하며 정력과 체력을 세 배쯤 늘려 주는 마약이다. 그래서 한 번 맛을 보면 좀처럼 끊기도 어렵고 후유증도 상당한 쪽에 속한다.
일단 중독이 되면 하루 정도 약에 푹 절고 난 뒤, 약효가 끊길 때쯤 미칠 듯한 공복에 시달린다. 그 공복은 다시 약을 맞지 않는 한 사라지지 않는다.
반년 동안 뽕에 중독됐던 젊은 기사 하나가 약을 끊겠다고 버티다가 뇌수가 녹아 죽은 일은 유명한 일화 중 하나다.
또한 뽕은 자신이 굉장히 강해졌다는 착각을 일으키기도 한다.
용병들이 그러했다.
평소보다 훨씬 강한 괴력을 사용하고 있었다. 대신 뽕의 약효가 떨어질 때쯤이면 그들은 근육이 찢어진 고통을 고스란히 느낄 것이다.
“카카카카칵! 남자는 뒈져!”
키가 작은 용병이 훌쩍 뛰어서 검을 푹 찔렀다.
곰을 놓친 프리자는 어깨를 찔리고 말았다. 그는 인상을 쓰면서 계속 뒤로 밀려났다.
“남자는 죽으라고!”
다른 용병들도 합세했다.
“젠장.”
프리자는 계속해서 뒤로 밀려났다. 끝내 벽에 그의 등이 닿았다.
푹! 푹! 푹! 푹!
용병들이 프리자의 몸을 마구 찔러 댔다.
프리자는 비명도 지르지 못했다. 입을 열고 고통에 몸부림친다.
“이런 미친 새끼들! 저리 꺼져!”
룰루가 끼어들었다. 그는 옵션 ‘신속’을 펼치면서 망치를 휘둘렀다.
퍼석!
가장 가깝게 있던 용병의 머리통이 깨졌다. 깨진 뒤통수에서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그는 손을 들어서 깨진 뒤통수를 매만졌다. 희죽 웃는다.
“미친 새끼.”
룰루는 용병의 웃는 모습을 보면서 섬뜩함을 느꼈다.
“카하하하, 아프잖아. 이 새끼야!”
용병이 칼을 휘두르면서 룰루에게 달려들었다. 룰루가 망치를 휘두르면서 격렬하게 저항했다.
망치와 검이 허공에서 불꽃을 튀겼다.
다른 용병들이 끼어들었다. 그들은 옆에서 룰루를 공격했다.
푹! 푹!
방어구를 착용하지 못했던 룰루가 그대로 공격을 허용했다. 옆구리와 허벅지에 검이 찔렸다. 입에서 헛바람이 나올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룰루는 비틀거리면서 망치를 계속해 휘둘렀다.
“크흑.”
절망적인 상황이다.
사부는 이 상황이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모양이었다. 쉴 새 없이 망치를 내리치는 소리만 들린다.
까앙-
까아아앙-
까아아아아앙-
뒤통수가 뜨거울 정도로 엄청난 박력이었다.
하지만 혼을 불태우는 작품열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 자신이 쓰러지면 사부도 저 미친놈들한테 죽는다.
“남자 새끼들은 다 뒈져야 돼!”
용병들이 누런 이를 드러내면서 룰루의 심장을 향해서 검을 찔렀다.
“젠장…….”
룰루를 질끈 눈을 감고 말았다.
…….
…….
심장이 아파야 하는데?
아무런 충격이 오지 않는다.
“허헙.”
그 순간 룰루의 안면에 엄청난 풍압을 느꼈다. 눈을 뜨고 싶어도 뜨지 못할 정도의 풍압이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전신을 부르르 떨었다.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살기가 작살처럼 전신을 관통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콰지지지지지직!
동시에 들리는 뭔가 부서지는 소리.
“크아아아아아악!”
비명-
룰루는 두려움을 느끼면서 살며시 눈을 떴다.
역시…….
이런 압도적인 기운을 풍기는 사람은 룰루가 알고 있는 한 단 한 명뿐이었다.
레기온이 돌아왔다.
쾅! 쾅! 쾅!
마약을 해서 정신이 회까닥 돈 용병들이 고양이를 앞에 선 쥐처럼 낑낑 앓았다. 그들은 벽을 뚫고 나타난 철갑 사내가 휘두른 철검에 맞아서 사지가 찢어지고 분쇄됐다.
용병들의 망가진 시체가 대장간의 벽을 뚫고 튕겨져 나갔다. 남은 벽이 와르르 무너졌다.
“히, 히익. 뭐, 뭐야? 너는 뭐야?”
레기온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할 가치도 없는 놈들이 내뱉는 가치도 없는 질문이다.
그는 묵묵하게 철검을 좌우로 휘둘렀다. 철검에 박힌 고유스킬 ‘일격필살’이 연속으로 발동했다.
수 톤이 넘는 파괴력을 지닌 철검이 남은 용병들을 사정없이 강타했다.
용병들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밖으로 튕겨졌다. 그들은 거대한 화마 속에 떨어졌다.
“아아아악! 뜨거워요! 뜨거워!”
용병들은 양팔을 허우적거리다가 잠잠해진다. 육체에 불이 붙었다. 금방 불길이 화르르 치솟으면서 불타올랐다.
철컹철컹.
레기온이 대장간 안으로 들어왔다.
비데가 있는 안쪽을 제외하면 몽땅 무너졌다. 모두의 눈에 공동을 가득 메운 거대한 화마가 똑똑히 보였다.
“레기온…….”
룰루는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괜찮아?”
“그럭저럭.”
레기온은 바세라바밥을 바라봤다. 도와주시겠어요.
바세라바밥은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든지. 그가 주문을 외우자 프리자와 룰루가 동시에 회복했다. 괜히 8서클 대마법사가 아니었다.
광역의 회복마법.
단순하게 피만 멎게 하는 회복마법이 아니었다. 뼈가 부러지고 근육이 찢어진 상태를 완벽하게 회복시켰다.
프리자와 룰루는 어리둥절했다. 칼에 찔렸던 부위를 만져 봤다. 아무리 쿡쿡 찔러도 아프지 않았다.
“이, 이게 가능해?”
너무도 수준이 높은 마법이기에 얼마나 대단한지 감이 오지 않는 것이다.
만약 다른 마법사들이 봤다면 제발 한 수만 가르쳐 달라고 바세라바밥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졌을 것이다.
“저분들은?”
룰루가 물었다.
“바세라바밥과 수호 마법 3인방.”
“바야바와 수호 마법 3인방?”
“바세라바밥.”
“그래, 바야바세밥.”
“바, 세, 라, 바, 밥.”
“이름 되게 어렵네. 바세라바밥. 으음. 어디서 많이 들어 본 이름인데.”
룰루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런 멍청한! 나도 안다. 마탑의 원로 중에 한 명인 8서클의 대현자 바세라바밥이잖소!”
프리자는 경악했다.
바세라바밥은 그가 사는 세상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인물이었다.
마탑의 마법사들.
어찌 보면 왕족보다 더 실감이 나지 않는 존재들이었다. 평생 한 번 볼까 말까 한 인물. 그러고 보니 마탑의 높으신 분이 영지에 행차한다는 소식을 들은 것 같기도 하다.
설마 그 높으신 분이 대현자 바세라바밥이었다니.
“허걱, 그럼 바세라바밥 님께서 나를 살려 주신 건가.”
프리자는 감격했다. 그는 바세라바밥의 앞에서 무릎을 꿇고 발등에 입을 맞췄다.
“비데는?”
레기온이 물었다.
“안쪽에 계셔. 아직……. 네 무구가 만들어지지 않았어.”
“지금 그걸 만들 때가 아니야. 이곳에 있다가는 다 죽는다고.”
“보면 알아.”
룰루는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서 레기온은 대장간 안쪽을 바라봤다.
“저건…….”
레기온은 룰루와 똑같은 생각을 했다. 비데는 무아지경에 빠져 있었다. 도저히 말릴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저 상태에서 만들어진 스태프는 도대체 어떤 것일까 너무도 궁금했다.
사상 최강의 스태프?
정말일까.
레기온은 철갑에서 벗어나는 날, 위대한 스태프를 들고 세상을 질타하는 모습이 떠올랐다.
전마는 백마로.
옆에는 졸라 예쁜 여자가 나를 사랑스럽게 바라보고 있겠지. 당연히 여자는 한 명이 아니다. 되게 많다. 다 나한테 한 번이라도 안겨 보고 싶어 하는…… 아마데우스를 닮은 여자들! 내가 눈 한 번 찡긋거리자 자지러진다.
좋아 죽네. 좋아 죽어.
-이런 상황에서도 그런 정신 나간 상상이라니. 너님의 무신경함에 경의를 표함.
뭐, 뭐야? 이젠 내 상상도 볼 수 있는 거냐?
-꼭 봐야 앎? 투구만 아니었으면 너님 돌 맞았음. 나중에 투구를 벗게 되면 표정 관리 좀 하셈.
젠장, 쪽팔려.
그나저나 화마가 이곳까지 오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알 수 있어?
-대략 20분 내외. 최대 22분으로 예상. 그 이상이 넘어가면 너님도 탈출이 불가능. 저 노인네들도 마찬가지. 8서클 마법사고 뭐고. 그냥 여기서 뼈를 묻어야 됨.
빙결 마법 쏘면서 탈출하면 안 돼?
-연기가 문제. 다섯 번만 들이키면 폐가 탐.
공기순환 마법은?
-너님의 폐부터 연기에 순환됨.
방법이 없어?
-그러기에는 이곳에 너무 넓음. 열이 점점 오르고 있음. 화마가 절정에 이르면 수천 도에 이를 듯함. 장담하는데 이곳의 불은 3일 이상 꺼지지 않을 거임.
3일이나?
-인간이 버틸 수 있는 열기가 아님.
그렇지 않아도 너무 더워서 땀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온도는 겨우 40도 정도다. 그 정도도 정말 버티기 힘든데 수천 도까지 오른다고?
그래도…….
딱 한 번만 기회를 주자.
레기온은 주위를 둘러보면서 말했다.
“10분만 더 기다립시다.”
레기온의 말에 룰루는 안심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바세라바밥과 수호 마법 3인방도 찬성했다.
레기온과 친밀도가 높은 그들이었다.
특히 바세라바밥의 눈에 비친 레기온은 욕심도 없고 애국자였다. 저런 사내야말로 왕국을 지탱하는 감춰진 힘이다. 해서 평생 자신이 연구한 마법서를 그에게 물려줄 생각이었다.
마음을 굳히자 살기를 뿌리는 악마 군주와 같은 그가 귀여운 손자처럼 보였다.
그런 손자와 같은 자가 10분을 기다리자는데 뭐가 대순가. 20분이라도 기다릴 용의가 있었다.
오직 죽을 것만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사람은 프리자였다.
지금도 맨몸으로 불판 위에서 튀겨지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는 힘이 없었다.
돈데크만과 8서클 마법사 바세라바밥 앞에서 됐으니 그냥 가요, 라는 말은 죽었다 깨어나도 할 수가 없었다.
어이구, 내 팔자야.
그때였다.
쿠쿠쿠쿠쿵!
엄청난 힘이 대장간 전체를 반으로 갈라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