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193)
마법은 괜히 배워서-194화(194/502)
# 194
나, 집에는 갈 수 있니? 2
포르세 후작은 양손으로 깍지를 끼고 이마에 댔다.
언제나 냉정했던 그의 얼굴에 근심 걱정이 가득했다. 일이 꼬여도 단단히 꼬였다.
설마 이렇게까지 일이 꼬일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젠장, 젠장. 빌어먹을.”
욕설이 절로 나온다.
울화가 치밀어 올라 벌떡 일어나 술잔을 벽에 내던졌다. 은잔은 벽에 부딪친 후 술을 흩뿌리며 바닥에 떨어졌다.
왕도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다 끝난 줄 알았다.
돈데크만, 그 자식의 배신은 예상 밖이었지만 결과는 좋게 끝났다. 그는 콘티넌트 공왕에게 보고를 했고 공왕 역시 매우 만족해했다.
“빠르게 날짜를 잡아야겠군. 그때까지 만반의 준비를 갖추도록.”
그가 포르세 후작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공작의 작위란 하늘이 허락해야만 얻을 수 있는 자리지. 그 자리. 탐나지 않나?”
포르세 후작은 공왕의 발밑에 넙죽 엎드려서 외쳤다.
“오직 공왕 전하의 뒤만 쫓겠습니다.”
그러했는데!
모든 것이 뒤틀렸다.
그 빌어먹을 바세라바밥과 수호 마법 3인방이 멀쩡하게 돌아온 것이다.
이곳은 왕도.
모든 귀족들의 눈과 귀가 있는 곳.
왕국의 귀족들만 있는 것도 아니다. 타국의 첩자들도 득실거린다. 그들 중 몇몇은 이쪽의 정세를 판단해 어느 쪽과 손을 잡아야 이익을 얻을 수 있는지 주판을 튕기는 사람들도 존재했다.
차마 이곳에서까지 일을 벌이기는 어렵다.
더더군다나 상대는 8서클 대마법사 바세라바밥. 이미 잔뜩 준비하고 있을 그를 암살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콘티넌트 공왕은 매우 노했다.
“왕을 알현하고 오겠네. 자네의 처분은 이후로 미루지.”
그는 나직한 어투로 말했다. 항상 차분하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서늘함이었다.
바세라바밥이 어떤 말을 하느냐의 따라서 자신의 입지가 좌지우지 된다.
증거가 명백하다면 아무리 강성의 콘티넌트 공왕이라도 하더라도 자신을 보호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일 것이다.
“후우……. 대책을 마련해야 하려나?”
그렇더라도 자신을 내치진 못할 것이란 자신이 있었다.
왕국 7대 강자, 7성의 검사.
사실 검 실력만이라면 공왕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는 포르세 후작이다. 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제 한 몸 빼낼 자신이 있는 실력자였다.
다만 2인자가 될 상황에서 갑자기 불편해진 상황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젠장! 작전은 완벽했는데…….”
사흘 뒤, 또 다른 비보가 찾아왔다.
아우디 백작이 죽은 채 발견이 된 것이다. 그는 땅에 파묻힌 채 머리만 내놓고 죽었다. 처음에는 야생동물들 때문에 훼손이 심해서 그인지 몰랐다. 땅에서 파내고 품에 있던 신분증명서를 보고서야 아우디 백작인지 알았다.
정말 미스테리였다.
그가 왜 땅에 박혀서 죽었을까.
상황을 보니 조금 이해가 간다.
항구도시 씨엠에서 시민 혁명이 일어났다. 그것 때문에 수도가 다시 한 번 발칵 뒤집혔다.
아직 어떻게 일이 처리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것 역시 바세라바밥과 연관되지 않았을까 추측을 할 뿐이다.
문득 아내의 말이 떠올랐다.
“근처에 점을 잘 보는 신관이 있습니다. 성력이 매우 높은 신관이라고 합니다. 백발백중 다 맞춘다고 하더군요.”
포르세 후작은 점을 믿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부하 기사들이 차렷 자세를 취했다.
“모실까요?”
“아니다. 혼자 갔다 오지.”
포르세 후작은 점을 잘 보는 신관이 있는 신전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신관의 이름은 링패였다.
본래 과거가 있는 인물이나 큰 고통을 겪은 후에 주신께 귀의했다. 늦은 나이에 신관이 되었음에도 강력한 신성력을 얻은 인물이었다.
“그래, 내 미래 좀 봐 주겠나.”
포르세 후작이 말했다.
링패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손에 뭔가를 쥐고는 흔들었다. 이내 눈을 까뒤집었다.
“고오오오! 온다, 온다아!”
포르세 후작은 팔짱을 끼고서 링패를 바라봤다. 처음에는 에이, 설마 사람의 미래를 정말 알 수 있겠어, 라는 마음으로 링패를 찾았다.
신성력이 있으면 약간의 미래를 알 수 있겠지만, 없다면 사기꾼이다.
한데 링패의 몸에 깃드는 기운은 매우 독특했다. 실제로 신이 그의 몸에 깃드는 듯한 착각을 일으켰다.
링패의 상체가 마구 흔들렸다.
“둘째 아들은 당신 씨가 아니야. 마누라 뒷조사 좀 해 봐.”
“헐! 네 이놈, 지금 뭐라고 했느냐!”
하지만 아직도 신관은 눈을 까뒤집은 채였다.
섬뜩했다. 나한테 한 말이 아닌 건가? 포르세 후작의 마누라는 귀족들 중에서도 가장 참하기로 유명하다. 모든 귀족들이 그에게 ‘마누라 잘 얻었어.’라는 말을 건넸다.
콘티넌트 공왕도 마누라 잘 얻었다면서 부러워할 정도였다.
그런 그녀가 외도를 했을 리가 없다.
“허억허헉.”
흰자만 보였던 링패의 표정이 본래대로 돌아왔다. 그는 매우 거칠게 숨을 쉬었다.
“뭔가? 내 미래가 보였나?”
“그, 그것이…….”
“왜 나쁜가?”
“잘 모르겠습니다. 이게 좋은 징조인지. 아닌지.”
“무슨 신탁을 받았기에 그런가?”
“돼지가…….”
“돼지?”
“네.”
“거대한 검은 돼지가 왕국 상공을 가득 뒤덮고 있는…… 그런, 미래가 보였습니다.”
“거대한 검은 돼지가 왕국 상공을 가득 뒤덮어? 그게 무슨 말인가? 드래곤도 아니고? 검은 돼지가?”
“제가 왜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저는 그저 제가 본 미래의 영상을 말한 것뿐입니다.”
“뜻을 알 수 있겠나?”
링패는 고개를 흔들었다.
“너무 광범위합니다. 이런 점괘는 저도 처음인지라. 죄송합니다. 각하께서 뜻하는 바를 얻지 못하셨으니 복비는 받지 않겠습니다.”
“아닐세. 신탁을 받았으니 낼 것은 내야지.”
포르세 후작은 품에서 5골드를 꺼내 링패의 앞에 놓았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허걱.”
링패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분명 보였다. 그의 등 뒤에 붙어 있는 거대한 돼지의 그림자가…….
* * *
“으아아아악!”
레기온은 팔짝팔짝 뛰었다.
머리 뒤쪽으로 불씨가 들어가서 미치도록 뜨거웠다. 그래도 투구를 벗지 못하니 정말 환장하겠다.
“드레이져!”
레기온은 드레이져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드레이져가 벌떡 일어나 레기온의 투구를 두툼한 양손으로 잡았다. 엄청난 완력! 레기온의 몸짓이 한순간 딱 멈췄다.
레기온과 드레이져의 두 눈이 마주쳤다.
갑자기 마크가 노래를 불렀다.
-샤르리, 샤르리, 베이비.
아, 이 새끼 정말…… 하마터면 분위기에 넘어갈 뻔했다.
“머리에 불똥이 튀었어. 후, 불어 줘.”
레기온이 다급하게 말했다.
“잠시만 참으슈.”
드레이져는 폐에 바람을 빵빵하게 불어넣은 후에 훅 하고 불었다.
레기온은 숨을 참았다. 머리에 잠깐 머물렀던 불똥이-
“으아아아악!”
등으로 넘어갔다.
레기온은 기겁을 하면서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아주 작은 불씨지만 더럽게 안 꺼진다. 그는 한참이나 바닥을 굴렀다.
잠시 뒤에야 불꽃이 죽었고…….
레기온의 정신은 번쩍 돌아왔다.
꾸벅꾸벅 졸고 있었는데 잠이 다 달아났다.
레기온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지 않아도 충혈 된 눈빛이 화염처럼 지글지글 타올랐다.
“방금 모닥불 발로 찬 새끼 누구야?”
드레이져는 고개를 흔들었다.
“못 봤어?”
“못 봤수.”
“7성급 전사라면서?”
“7성급 전사와 그게 뭔 상관이유. 나도 자고 있었수다. 살기도 느껴지지 않았고, 느닷없이 뭔가가 나타날 줄은 생각하지 못했소.”
너는?
마크에게 물었다.
-나는 다른 자료를 찾느라.
이 새끼는 꼭 이럴 때만 무슨 자료를 찾더라. 도대체 믿을 만한 놈들이 하나도 없네. 차라리 리치 마몬을 소환해서 불침번을 서라고 하는 것이 낫겠다.
그러다가 고개를 흔드는 레기온이었다.
리치 마몬은 7서클의 마법사. 한마디로 엄청난 존재다. 그런 리치 마몬을 소환해서 불침번을 세워? 걔도 자존심이 있을 것이다.
그런 일까지는 차마 시키지 못하겠다.
사실 레기온은 모르고 있었지만, 별 상관없다고 마몬은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근래 들어서 수련을 안 하고 머릿결을 관리하는 일에만 신경을 쓰고 있었다.
긴 생머리를 휘날리면서.
최종목적은 비단결과 같은 머릿결이다.
그의 마음을 알았다면 레기온은 지체 없이 소환하여 일단 굴리고 봤을 것이다.
“그 새끼 흔적 찾아.”
레기온이 명령을 내렸다.
드레이져는 툴툴대면서 전신을 날렸다. 잔상만을 남기고 그가 사라졌다.
* * *
어두운 숲속을 달리고 있는 자는 뱀파이어 샤론즈였다.
그는 품속에 붉은 병을 품고는 미친 듯이 달리고 있었다. 얼굴이 매우 창백했다. 너무 빠르게 달리고 있어서인지 거친 숨소리가 멈추지 않았다.
“하악, 하악.”
그녀는 달리면서도 연신 뒤를 돌아봤다.
놈들은 집요하게 그녀를 따라붙고 있었다. 그들을 생각하자 샤론즈는 온몸의 솜털이 곤두서는 것 같았다.
샤론즈.
풀네임은 블러드 드 샤론즈.
진조의 후예 중에 하나였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뱀파이어가 있다.
진짜 뱀파이어의 후예들. 이들을 진조라 부른다. 귀족 중의 귀족. 왕족으로 치면 순수혈통이다. 그들은 태양빛에 타지도 않고 마늘도 씹어 먹으면서 성수로 세수를 한다. 어떤 진조는 신성력을 가진 성기사와 사귀기도 한다. 한 마디로 인간과 별 차이가 없는 뱀파이어가 진조다.
이외는 모두 사도다.
사람들이 가리키는 뱀파이어란 바로 사도를 뜻한다.
진조는 매우 귀한 존재로, 사도들은 본능적으로 진조를 보호하려고 한다.
진조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사도들 위에 군림한다.
하지만 50년 전 그날 샤론즈의 운명이 바뀌고 말았다.
그녀는 NPC 라일락이라는 여자의 꾐에 넘어가고 만 것이다.
“나를 도와주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피를 맛보여 주지. 순결하고 고결한. 그런 피…… 맛본 적 있어? 뱀파이어가 그런 피를 마신다면 인간이 될 수 있다면서?”
뱀파이어는 불사의 존재다. 심장에 말뚝이 박히지 않는 한은 죽지 않는다.
그들은 인간을 경멸한다. 몇몇 귀족들은 인간들을 사육하기도 한다. 월화수목금토일를 정해 놓고 날짜별로 인간의 피를 마신다.
월요일은 달콤한 피, 화요일은 매운 피, 수요일은 신선한 피, 목요일은 MSG가 들어간 피, 금요일은 숯불 맛이 나는 피 등등.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처럼 살다가 죽고 싶다, 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는 진조들이 많았다.
그에 비해 사도는 완전히 다르다.
사도는 인간이 뱀파이어가 되는 경우지만, 진조는 암흑신 장남의 축복을 받고 태어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샤론즈는 라일락의 꾀임에 넘어갔다.
그렇게 그녀는 사이클롭스가 만든 던전 2층에 수호신이 되었다.
라일락은 언제나 말했다.
10년만 더 일을 해 줘, 그럼 꼭 줄게.
10년만 더.
10년만 더.
그러다가 50년 동안 라일락에게 잡혀 있었던 것이다.
만약 레기온이 아니었다면 아직도 던전에서 수호수 노릇이나 하고 있었을 터였다.
그런 그가 숲속을 달리고 있는 이유는 품 안에 있는 물건 때문이었다.
‘흑룡의 혈액.’
사상 최악의 마수. 혹은 리얼 암흑의 신이라고 불리는 흑룡이 피가 그녀의 손에 들려 있었다.
사사사사삭-
어느새 바로 뒤에서 추격자의 기척이 느껴졌다.
엄청나게 빠르다. 진조로서 나름대로 실력을 가진 샤론즈로서도 도저히 떼어 버리지 못할 정도로 엄청난 속도였다.
“젠장. 이걸…… 부숴 버려야 하나.”
유리관 속에 들어 있는 흑룡의 혈액을 부숴 버릴까 생각도 해 보았다. 하지만 이것을 부순다고 해서 혈액이 사라지리란 보장이 없었다. 어쩌면 흑룡의 혈액이 이곳을 전염시켜 지옥으로 만들어 버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대로 잡혀 흑룡의 혈액을 넘겨줄 수는 없다.
“설마 소문이 사실이었을 줄이야.”
언젠가부터 누군가가 흑룡을 부활시키려 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샤론즈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흑룡이 부활하면 인간계는 끝장이다.
미치지 않고서야 누가 그런 짓을 저지르겠는가?
하지만 요 며칠 쫓기는 것을 보면 꼭 그런 것만도 아닌 모양이다.
누군가 인간계의 멸망을 바라고 있다.
어쩌지? 난 어떡해야 하지?
그렇게 고민을 하면서 달릴 때-
쐐애애애액!
뭔가가 날아와 샤론즈의 뒤통수를 갈겼다. 그녀는 악! 단발마를 지르고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지고 말았다.
쓰러진 그녀의 등 뒤로 살며시 드레이져가 내려앉았다.
“어라?”
샤론즈를 본 드레이져는 잠시 멈칫했다.
낯이 익은 인물이었다.
그런데 누군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