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195)
마법은 괜히 배워서-196화(196/502)
# 196
뱀파이어의 왕국 2
“껄껄껄걸.”
실컷이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하하!”
“호호호호!”
베이컨과 헤이즐러도 웃었다.
-크렁크렁(웃기는 놈들이군).
세피아도 웃었다. 용병들은 그들이 왜 웃는지 몰랐다.
“저들은 제가 황태자로 보이나 봐요. 이것 참. 쑥스럽게.”
황태자 라우젤은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그러게 말입니다. 이보시게. 용병 여러분. 이분은 우리 영지에서 가장 박식하신 라우젤 선생이시라네.”
“서, 선생이요?”
“그렇지. 본래 약초꾼이었지만 굉장히 박식하여, 선생님을 하고 있지.”
…….
용병들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약초꾼이 박식할 수가 있는 거지? 그리고 약초꾼이 박식해서 어떻게 선생이 되지?
둘 사이에 우리가 모르는 직업적 연관관계가 있는 건가?
“우리 영지에서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지. 마법학, 군사학, 경제학, 제왕학. 모르는 것이 없을 정도네.”
…….
용병들은 더더욱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전직 약초꾼이 마법학, 군사학, 경제학, 제왕학을 가르친다고? 그게 말이 돼?
“자네들도 열심히 하면 여기 라우젤 선생처럼 될 수 있을 게야.”
뭘 열심히 해?
약초 공부를? 그럼 저절로 제왕학을 알게 된다고?
-크르르릉(이 자식들이 안 믿는 표정이네).
세피아가 말했다. 그는 실컷을 보면서 침을 줄줄 흘렀다. 한 번 맛을 봐도 돼? 라는 표정이었다.
“어이쿠, 세피아 님. 안 됩니다. 아직 면접이 끝나지 않았어요. 맛을 보는 것은 나중에.”
용병들은 자신도 모르게 사지를 부르르르 떨었다.
세피아가 맛을 본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모르겠지만, 자신들한테는 굉장히 안 좋다는 것쯤은 본능으로 느꼈다.
“저, 정말 황태자 전하가 아닙니까?”
“하하하, 제가 어딜 봐서 황태자로 보입니까.”
황태자로 보인다.
뽀얀 피부, 그윽한 눈빛, 예절이 철철 넘치는 태도와 기품어린 말투, 누구도 따를 수 없는 궁중예절, 우아한 몸짓, 하나하나 품격 있는 기운.
누가 봐도 ‘아, 고위귀족이구나.’라고 생각할 법했다.
하지만 여기선 누구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다.
약초꾼이었지만 개안을 해서 선생이 되었다. 혹은 약초꾼이었지만 원래 똑똑해서 선생이 되었다, 로 통했다.
용병들은 자신들의 머리가 어떻게 된 것 아닐까, 라는 생각하게 됐다. 그래, 오거의 말을 알아듣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잖아.
그들은 심각한 혼란을 느꼈다. 마치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았다.
“눈빛이 마음에 듭니다. 저는 합격!”
라우젤이 합격이라고 적힌 팻말을 들었다.
“선생님의 눈은 정확하겠지요. 저도 합격.”
실컷도 팻말을 들었다. 헤이즐러와 세피아도 합격에 찬성했다.
하지만 용병들의 마음은 반대였다.
여기 있다가는 정신이 어떻게 될 것 같았다. 그들은 서로의 눈빛을 바라봤다. 여기서 나가는 즉시 튀자. 그들은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서로의 마음이 처음으로 일치단결했다.
“좋아요. 좌측으로 가셔서 계약서에 도장 찍고 연무장으로 나가시면 됩니다. 곧바로 체력 테스트가 시작됩니다.”
일단 하는 척만 하자. 그리고 짐 싸서 도망치자.
용병들은 베이컨이 말한 대로 좌측의 문을 열고 새로운 문으로 들어섰다.
들어서는 순간 그들은 그대로 굳어져 버리고 말았다.
아마존 오크 마을의 주술사가 빌려줬던 저주의 정령이 새끼를 낳아서 수백 마리로 불어났다.
그 저주 정령들이 방 안에 가득 있었다.
저주의 정령이 용병들의 손가락을 잡고 계약서로 이끌었다.
-오호호호, 어서 찍어. 연봉은 200골드. 상여금은 200프로야. 다른 애들은 무기 계약직이지만 당신들은 정규직이야. 꽤 실력이 좋은가 봐. 일단 사인하고 계약서를 잘 읽어 봐.
“자, 잠깐! 사인을 하더라도 계약서는 읽어 봐야지!”
-주인님께서 보낸 편지를 봤어. 그분께서 말씀하셨지. 쓸 만한 애들이니까 정신교육 단디 시켜서 훈련을 시키라고. 혹시 훈련을 받다가 뒤처지는 애들이 있을지 모르지만, 전우애로 감싸 주라고. 한 명도 탈락하지 않게.
“주, 주인님? 훈련? 우리가 왜?”
-레기온 남작. 몰라? 너희들을 이곳에 보낸 사람이 레기온 남작이잖아. 전능하신 분이지.
뭐라는 거야. 인간이 왜 전능해? 신이야?
-레기온 남작은 신과 동급이야.
쓰, 쓰벌 어쩐지 이상하더니. 엿 됐다. 여긴 사이비 종교 단체야!
다급해진 용병들은 서로의 눈빛을 다시 쳐다봤다.
도망치자.
그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용병들은 곧바로 문을 열고 달아났다. 저주의 정령들이 그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래 봤자 계약서만 늘어날 텐데…….
왜 이곳에 온 용병들은 전부 다 저렇게 달아나는지 모르겠다.
용병들이 문을 열자 먼저 면접을 보러 갔던 부하들이 PT 체조를 받고 있었다.
조교는 세피아가 모은 오거들과 전속하인들이었다. 그들은 라이스, 비프, 압둘 자바를 보면서 눈살을 찌푸렸다.
“또야?”
조교들의 인상이 일그러졌다.
“왜들 사인을 안 하고 다들 도망치려고 하는 거야. 야, 너희들 이리 와 봐.”
로또가 그들을 향해서 손짓했다.
라이스와 비프, 압둘 자바는 분노했다. 감히 용병 대장인 우리들을 보고!
“이 사이비 새끼들! 다 뒈졌어!”
그들은 로또에게 덤벼들었고-
5분도 되지 않아서 계약서에 사인을 하러 질질 끌려갔다.
끌려가는 그들의 귓가에 끔찍한 재앙과 같은 소리가 들렸다.
“주인님 말로는 쓸 만하다고 했는데…… 영 별로인걸. 아무래도 유격훈련을 실시해야겠어.”
유격훈련이 뭔지는 모른다.
그러나 자신들은 곧 지옥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본능이 속삭이고 있었다.
그들의 몸에 저주의 정령들이 ‘호호호’ 웃으면서 하나씩 붙기 시작했다.
* * *
“그러니까 너는 뱀파이어 왕국의 다섯 번째 공주 블러드 드 샤론즈라는 거지?”
“맞아.”
“정말 공주야?”
“딱 봐도 공주잖아.”
“공주가 왜 그렇게 생겼어?”
“…….”
울컥 오르는 샤론즈였다.
이 새끼 정말 나쁜 놈이다. 여자한테 외모 지적질을 하면 얼마나 상처를 입는지 잘 모르는 모양이다. 그래도 부러웠다.
성형마법을 받는 레기온이.
“그러는 너는 그 갑옷을 벗으면 잘생겨지냐?”
“졸라.”
“귀족이라면서.”
“근데.”
“귀족이 품위 떨어지게 졸라가 뭐냐. 졸라가.”
“우리 영지는 다 그래.”
“영지 사람들이 다 그렇게 험하게 말을 사용한다고?”
“응. 막 나한테 욕도 해.”
헤이즐러를 생각하면 두렵다는 몸을 부르르 떠는 레기온이었다.
예전에는 한 겨울에 방 청소를 한다면서 영하 20도에 창문을 열기도 했다. 나는 자는데. 나는 영주이기도 한데. 뭐, 월급이 몇 달 밀리기는 했지만 너무한 것 아닌가.
“너 되게 불쌍하다.”
“음, 내가 생각해도 좀 그런 것 같다.”
자신을 위해서 몸 받쳐 뛰는 것도 아니다.
따지고 보면 다 남 일을 하다가 이런 지경에 이르렀다. 이젠 나도 나의 행복을 찾아서 떠나고 싶다.
“어쨌든 내가 누군지 말을 했으니까 성형마법 시술자 꼭 소개시켜 줘.”
“딱 보니까 너도 전신 성형을 해야 돼. 돈 많이 들 텐데. 지금까지 주변 사람들이 너 예쁘다고 했지? 다 공주이기 때문이야. 만약 네가 평범한 뱀파이어 가정에서 자랐다면 다들 손가락질을 했을 거야. 너무 못생겼다고. 아마 왕따도 당했겠지. 어쩌면 자살을 했을지도 몰라. 너는 부모님께 감사해야 돼. 일단 금수저잖아.”
샤론즈는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다.
그녀는 지금껏 자신이 예쁜지 알았다. 한데 레기온의 말을 들어 보니 아니었다. 공주이기 때문에 주변에서 맞춰 준 것뿐이라는 말, 정말이지, 설득력이 있는 말이었다.
“전신 성형마법을 받으면 예뻐질까?”
“그럼.”
“너도 아직 결과는 모르잖아.”
“여기.”
레기온은 아공간을 열어서 왕국 최고의 연극배우 초상화를 꺼냈다. 뼈로 된 손이 쑥 튀어나오면서 초상화를 건네주었다.
“허걱! 저, 저, 저거 리치 아니야?”
상상을 초월하는 마력이었다.
샤론즈는 자신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마법의 주문을 외웠다.
리치와 뱀파이어는 사이가 그다지 좋지 않다. 서로가 언데드의 왕좌를 놓고 다투기 때문이었다.
어렸을 적부터 샤론즈는 부모님으로부터 ‘리치는 씨를 말려야 돼!’라는 말을 듣고 자랐다. 당연히 리치에 대한 감정이 좋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리치는 너무 강력하다.
한 마리의 전투력이 최상급 뱀파이어의 능력을 가볍게 넘어선다. 리치 한 마리를 잡기 위해서는 뱀파이어 일개 부대가 몽땅 투입돼야 할 정도였다.
리치가 호랑이라면 뱀파이어는 늑대인 셈이다.
그런 리치가 아무런 예고도 없이 나타났다.
샤론즈가 기겁할 정도로 놀라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아, 인사해. 얘는 리치 마몬이라고 해.”
레기온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하이, 방가.”
리치 마몬은 긴 생머리를 휘날리면서 섬뜩한 안광을 빛냈다. 그는 일부러 생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향기가 수십 미터 밖까지 휘날렸다.
“리치인데…….”
“사이좋게 지내. 우리 편이니까. 성형마법 받고 싶지 않아?”
성형마법이라는 말에 샤론즈는 마법을 거둬들였다.
그래도 그녀의 눈빛에서는 활활 타오르는 분노가 가라앉지 않았다.
드레이져가 벌떡 일어나 마몬에게 다가갔다.
마몬도 드레이져를 안다. 서로가 엄청난 강자라는 것을 꿰뚫어 봤다. 서로 안 보는 사이에 상상도 못할 만큼 실력이 늘었다.
대련을 청할 셈인가?
드레이져가 먼저 물었다.
“머릿결 관리 어떻게 하나?”
“머릿결?”
드레이져는 양 갈래로 딴 자신의 머리띠를 풀었다. 금발이 푸석푸석하다. 머리 끝자락이 갈라지기도 했다.
“염색한 것도 아닌데 끝이 갈라져. 자고 일어나면 상당히 빠지기도 하고.”
“아하, 그건 창포물로 감으면 돼.”
“창포물?”
“응, 어떻게 만드느냐 하면…… 쿠엑!”
면상을 철검에 맞은 리치가 아공간으로 되돌아갔다.
“남자 새끼들이 쓸데없는 얘기를 하고 앉아 있어.”
레기온은 자신도 단발머리가 됐다는 것을 까먹고 있었다.
샤론즈는 살짝 아쉬웠다. 그녀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만져 봤다. 그리고 리치 마몬의 머릿결을 떠올렸다. 역대급 머리카락이었다.
한 번만 저런 머릿결을 가졌으면 소원이 없겠다.
그녀는 마음을 굳혔다.
당분간 레기온 곁에서 떨어지지 않기로.
이 남자는 성형 마스터다. 곁에 붙어 있으면 수많은 성형에 대한 노하우를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아, 미안. 자꾸 말이 샛길로 새네. 아, 이거.”
레기온은 초상화를 샤론즈에게 보여 줬다. 엄청난 미남이 그 속에 있었다.
“누구야?”
“왕국에서 유명한 연극배우래. 근데 이것보다 내가 더 잘생겼다.”
자기가 자기 입으로 잘생겼다고 하다니. 정말 대단한 자신감이다.
“성형마법이 끝나면 그렇게 잘생겨진다고?”
“응.”
“대박. 그럼 나도?”
“그래, 너도 예뻐질 수 있어.”
다시 말 하지만 샤론즈는 사상 최고의 미모를 가지고 태어났다.
그러나 그녀는 이제 자신이 추녀라고 생각한다. 성형마법이 아니면 이 악몽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여겼다.
긴 세월-
즐겁게 살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성형마법뿐이다.
“대신 맨입으로는 안 되지. 알지?”
레기온은 양손을 흔들었다. 봉투, 봉투 열렸네.
하마터면 드레이져가 주인의 면상을 날릴 뻔했다. 정말 얄미운 주인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