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196)
마법은 괜히 배워서-197화(197/502)
# 197
뱀파이어 왕국 3
레기온은 조금 거만하게 말했다.
“네 인생이 걸린 문제야. 잘 생각해 봐.”
“너 보석 좋아하지?”
샤론즈가 물었다. 그녀는 사이클롭스 던전에서 레기온이 보석을 먹는 것을 분명히 보았다.
보석을 먹는 인간이 있을 줄이야?
이렇게 물으면 이놈은 분명히, ‘나도 피 빠는 뱀파이어는 처음 봤어.’라고 대답할 게 뻔하다.
“으음, 뭐.”
“블러드 오리하르콘이라고 알아?”
“허걱, 브, 블러드 오리하르콘?”
잠자코 듣고 있던 드레이져도 놀랐다.
“블러드 오리하르콘?”
세계의 3대 신의 금속은 오리하르콘, 아다만티움, 락토레리움. 그러나 그것은 인간들이 단순하게 나눠 놓은 곳에 지나지 않는다.
좀 더 파고들면 훨씬 더 세분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블러드 오리하르콘-
절대적인 신의 금속.
오리하르콘 중에서도 1퍼센트만 생성된다는 전설 속의 금속이었다.
속성, 능력에 대해서 알려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마지막으로 블러드 오리하르콘이 모습을 드러낸 것은 2천 년 전에 있었던 뱀파이어와 인간들의 전쟁에서였다.
당시에 언데드를 다스리는 뱀파이어가 압도적으로 유리했던 상황이었다. 아군이 죽을수록 언데드의 숫자가 늘어난다. 인간들은 전쟁을 치를수록 심리적으로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때 나타난 자가 바로 일명 블러드 드 나이키였다.
그가 블러드 오리하르콘을 쥐고 있었다는 전설이다. 그는 혼자서 뱀파이어 군단의 지휘부를 쓸어버렸다.
전쟁에서 이긴 결정적인 이유였다.
이후로 뱀파이어 군단은 패배를 해서 북쪽 어딘가에 짱 박혔다고 한다. 하지만 아무도 북쪽으로는 건너가지 못했다. 아일랜드라는 왕국이 있다고, 그들이 북부와 남부의 벽 역할을 한다는 전설이 있었지만 확인된 바는 없었다.
북쪽은 뒤셀르프 산맥 위쪽이다.
레기온도 뒤셀르프 산맥을 넘어서는 가 본 적이 없었다.
이후로 블러드 오리하르콘을 본 사람은 없었다.
그렇게 블러드 오리하르콘은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레기온은 그것에 대해서 안다. 당연하다. 그는 광물 오덕이니까.
“그거랑 교환하자고?”
“아니지. 단순하게 그렇게 생각해서는 안 돼.”
샤론즈도 바보가 아니었다. 블러드 오리하르콘은 뱀파이어 왕국의 보물이다. 그걸 성형마법과 냉큼 바꿔 먹을 수는 없었다. 미치지 않고서야.
“나를 도와줘.”
“너를?”
“응.”
“흥, 성형마법과 블러드 오리하르콘 뭐가 중요할까?”
미친 거 아냐?
“지나가는 사람 붙잡고 물어봐라. 뭐가 중요한지.”
“아니지. 사람들 기준으로 물어본 것이 아니야. 네 기준으로 물어본 거지. 성형마법. 받고 싶지 않아?”
받고 싶다. 받고 싶어서 미치겠다.
그래도 이건 아니지 내가 매국노냐. 성형마법 받겠다고 국보와 바꿔치기 하게?
“도와주기 싫으면 관둬. 그건 엄청나게 중요한 보석이라고. 신의 3대 보석이야. 그것도 최상급.”
“하긴.”
레기온은 습관처럼 턱은 긁적거렸다.
아쉽게도 그곳에는 턱이 없고 얼굴 전체를 가린 투구만 있을 뿐이었다.
전설의 블러드 오리하르콘과 전설의 성형마법.
누가 봐도 블러드 오리하르콘이 훨씬 값어치가 있다.
‘아아, 갖고 싶다. 미치도록.’
신의 3대 금속 락로레리움은 그에게 사상 최고의 마력과 미남 얼굴을 주었다.
철갑을 벗게 되면 마음껏 놀러 다닐 생각이다.
압도적인 강함과 잘생김으로 무장하고, 세상 모든 예쁜 여자들을 다 꼬셔 주겠다. 결혼은 마흔쯤. 그때까지는 연애만 즐겨야지.
그럼 두 번째 신의 보석을 해체시키면 어떤 능력을 갖추게 될까.
투명 능력을 가졌으면 좋겠다.
아무에게도 말을 하지 않았지만 그는 꼭 한 번 여탕에 잠입해 보고 싶었다. 왜냐고? 그냥 순수한 호기심 때문이다.
아니면 하늘을 날 수 있는 능력을 준다든지.
그것도 아니면 차원 이동 포탈 능력이 생긴다든지.
뭐가 됐든 범상치 않은 능력을 가지게 될 것은 확실하다.
“뭘 도우면 되지?”
레기온의 말에 샤론즈는 싱긋 웃었다.
됐다. 이 미친 괴물들을 끌어들였다. 물론 이 둘만으로 왕국내로 침투한 그들을 잡아낸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충분히 눈을 돌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들이라면…….
내 방패막이가 돼 줄 것이다.
대주교를 잡은 자들. 이들은 그만한 능력이 있었다.
“그래서 우리가 도와줄 일이 뭐야?”
레기온의 말에 드레이져가 눈살을 찌푸렸다. 우리라니? 난 그깟 보석 안 가지고 싶다고. 가고 싶으면 주인 혼자 가쇼, 라고 말을 하고 싶었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잘 들어줬으면 좋겠어.”
샤론즈는 자신이 겪은 일과 그들이 해야 할 일을 요점만 정리해서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 * *
레기온은 심각하게 고민했다.
샤론즈의 말인 즉-
500년 전에 최강의 적마법사 스펙스가 뱀파이어 왕가에서 태어났다. 그는 불문율을 깨고 세상으로 나갔다. 그가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그가 돌아오기 한 달 전-
세상은 온통 암흑으로 물든 적이 있었다. 천둥번개가 하루 종일 내리쳤다.
대륙은 두려움에 떨었다.
어둠의 종족인 뱀파이어도 마찬가지였다. 뱀파이어 제사장은 무릎을 꿇고 기도를 올렸다.
거짓말처럼 다음 날 하늘은 맑아졌다.
그리고 얼마 후, 그가 돌아왔다.
피투성이가 되고 왼쪽 팔이 잘린 상태였다. 재생도 되지 않을 만큼 큰 상처였다.
그가 가지고 온 것은 ‘흑룡의 혈액’이었다.
뱀파이어들은 경악을 했다. 그제야 세상이 암흑으로 변했던 이유를 알 수가 있었다.
종족 최강자들이 연합을 하여 흑룡을 쓰러트렸던 것이다. 하지만 완전히 흑룡의 숨통을 끊지 못했던 모양이다.
스펙스는 ‘흑룡의 혈액’을 봉인하면서 친족들에게 부탁을 했다.
“내 힘을 물려주겠습니다. 내 호칭도 물려받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흑룡의 혈액’을 지켜야 할 운명을 가지고 태어날 것입니다. 그는 왕가의 수호가 목적이 아닙니다. ‘흑룡의 혈액’을 지키는 것이 태어남의 목적입니다.”
그렇게 말을 하고 숨졌다.
최강의 적마법사 스펙스의 절대 권능은 피.
피만 있으면 결코 죽지 않는다. 끝없이 부활하며 무한의 마력을 펼칠 수가 있다.
그런 스펙스가 한계를 넘어 죽고 말았다. 그만큼 흑룡의 힘이 강대하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너한테 흑룡의 혈액이 있다고?”
“응.”
“봐 봐.”
“안 돼.”
“한 번만 보자. 닳는 것도 아니고.”
“안 돼. 진짜 위험한 물건이라서 그래.”
“쩨쩨하긴.”
“쩨쩨한 것과 별게 문제다. 뭐.”
“그러니까 그 ‘흑룡의 혈액’을 노리는 자가 누군지 밝혀 달라는 거지?”
“응. 그때까지 나를 보호해 주고.”
“우리는 인간이잖아. 너희 왕가에 막 출입을 해도 괜찮아?”
“너희는…….”
“우리는 뭐?”
“너희가 인간으로 보인다고 생각하냐?”
“…….”
이건 무슨 개 풀 뜯어 먹는 소리냐.
“딱 봐도 인간이잖아.”
“거울 좀 봐라.”
레기온과 드레이져는 서로를 바라봤다. 그들은 싱긋 웃었다. 꽤 개성 있는데, 라고 생각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샤론즈는 그들의 뒤통수를 후려치고 싶은 것을 억지로 참았다.
“흠.”
레기온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바세라바밥과 약속을 지켜야 한다.
아직 열흘 정도 남았지만 북쪽에 갔다 오고 나면 몽땅 물 건너간다.
레기온은 바세라바밥과 수호 마법 3인방이 하는 말을 들었다. 자신에게 평생 연구한 ‘마법서’를 물려준다고 했다. 그건 굉장한 물건이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만큼 값어치가 있을 것이다.
모든 마법사들의 꿈.
팔기만 해도 떼돈!
그렇지만…….
레기온에겐 마법서보다 블러드 오리하르콘에게 더 매력적이었다. 상상초월의 스킬이 잠들어 있을 것이 확실하다.
다만 냉동되어 있는 불쌍한 부하들.
그들을 살려야 하지 않을까?
는 개뿔!
나도 이제 내 인생 좀 살자.
가자!
가서 블러드 오리하르콘을 얻자!
뭐, 약속 한 번 지키지 않는 것 가지고 뭐라고 하겠어? 쫌생이도 아니고.
부하들도 마찬가지. 냉동되어 있으니 나이도 안 먹고 좋잖아.
그래, 가자! 블러드 오리하르콘을 가지러!
“가자! 드레이져!”
“싫수.”
“잉?”
“가자고!”
“싫다고!”
“왜?”
“난 추운 것 딱 질색이유.”
“우리 영지도 춥거든.”
“더 북쪽이라면서? 겁나 추운? 이봐, 샤론즈. 거기 영하 몇 도까지 떨어져?”
“따뜻할 때는 영하 20도.”:
헐~ 따뜻할 때가 영하 20도?
“그럼 추울 때는?”
“50도.”
“……거기 인간이 살 수는 있는 곳이냐?”
“적응되면 다 살 만해.”
“보슈, 영하 50도유. 가고 싶수?”
“가고 싶다. 좋아. 같이 갔다 오면…… 결정 10개 줄게.”
“결정 10개?”
“응, 그거 매우 구하기 어렵다는 것 알고 있지?”
구하기 겁나 쉽다.
매일 아랫배에 힘만 주면 뽕! 하고 생겨난다.
그럼에도 레기온이 결정을 자주 안 만드는 이유는 씻기 싫어서였다. 겉에 묻은 응아, 덩어리를 물에 씻을 때면 내가 왜 이 짓을 해야 하나, 심각한 자괴감을 느낄 때도 많았다.
내가 먹을 것도 아닌데.
“정말 10개?”
“응, 최고급으로 10개.”
“계약서 쓰시유.”
“알았어. 쓸게. 10개 콜?”
“10개 콜.”
그렇게 드레이져도 이번 여정에 동참했다.
그들을 보면서 샤론즈는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결정이라는 것이 뭐지? 어쩐지 굉장히 진귀한 물건인 것 같았다. 뭔지 모르지만 자신도 하나쯤은 가지고 싶은 욕망이 생겨났다.
-살기가 접근하고 있음.
마크가 말했다.
살기? 야생동물이나 몬스터?
-아님. 적임. 전투력 5천 이상. 상당한 실력자들임.
예전이라면 전투력 5천을 듣는 순간, 도망칠 생각부터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전투력 5천은 이제 눈에 차지도 않는다.
몇 명인데?
-열 명. 빠르게 접근 중.
철컹.
레기온은 철검을 빼 들었다.
이미 드레이져는 서서히 마력을 일으키고 있었다.
샤론즈만이 그들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5초 전.
레기온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4초 전.
레기온은 자리를 잡았다.
-3초 전.
레기온은 양손으로 철검을 잡았다.
-2초 전.
레기온은 크게 숨을 들이켰다.
-1초 전.
레기온은 철검을 그대로 휘둘렀다.
-도착!
푸화아아아악!
빠가가가각!
굉장히 잘생긴 뱀파이어가 숲에서 뛰쳐나오자마자 엄청난 충격을 받고 저 숲 너머로 사라졌다.
뻐어어어엉!
다음으로 도착한 뱀파이어도 드레이져의 주먹에 맞아서 숲속으로 사라졌다.
“어?”
“뭐, 뭐야?”
막 도착한 뱀파이어들은 황당하다 못해서 어이가 없었다. 그들의 목적은 왕궁의 다섯 번째 공주 샤론즈가 가지고 있는 ‘흑룡의 혈액’을 회수하는 일이었다.
안타깝지만 샤론즈는 살아서 왕실을 밟아서는 안 된다.
샤론즈는 외모는 압도적이었다. 그녀를 첫사랑을 삼은 뱀파이어 전사들이 많았다.
이번 임무를 맡은 대장도 마찬가지로 샤론즈를 남몰래 좋아했다.
그런 그녀를 죽여야만 한다.
차마 잔인하게 죽일 수는 없었다. 해서 그들은 샤론즈를 최대한 빨리 죽이려고 마음먹었다. 그래야 가슴이 덜 아프니까.
한데-
그곳에 도착하다마자 느닷없이 대장과 부대장이 맞아서 사라졌다.
남은 부하들은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레기온과 드레이져를 보았다.
“아, 악마 군주?”
“아니거든!”
레기온은 뱀파이어들 전사 사이로 뛰어들어서 철검을 무지막지하게 휘둘렀다.
“크아아아악!”
“사, 살려 줘!”
뱀파이어 전사들은 마력을 최대한 동원하여 레기온의 철검을 막았지만 버틸 수가 없었다. 그들의 육체가 장난감처럼 허통으로 튀어 올랐다.
레기온은 떨어지는 뱀파이어 전사들을 향해서 그대로 철검을 휘둘렀다.
뻐어엉!
철검 옆면에 맞은 뱀파이어들이 엄청난 비거리로 날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