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197)
마법은 괜히 배워서-198화(198/502)
# 198
악마군주가 왜 이곳에 1
드레이져는 마력을 거두고 물끄러미 레기온을 바라봤다.
레기온은 마법을 사용하지도 않은 채 뱀파이어들을 저 멀리 날려 버리고 있었다.
주인은 마법사다.
마력의 운영이 기사들과는 완전히 다르다.
하지만 누가 주인을 보고 마법사라고 생각할까. 본래 알고 지내던 사이가 아니라면 그가 마법사라는 것을 누구도 느끼지 못할 것이다.
더군다나 육체의 능력조차 어지간한 기사의 수준을 월등하게 넘어서고 있었다.
아이템 빨도 조금은 도움이 되겠지만-
그것이 아니라도 충분히 강하다.
도대체 어떤 식으로 수련을 하면 저렇게 빨리 강해질 수가 있을까.
한 번 물어볼까?
주인이 전력을 다한 수준은 어느 정도가 될까?
내가 전력을 다하면 주인은 몇 합이나 버틸 수가 있을까?
레기온이 드레이져의 마음을 알았더라면 이렇게 말을 했을 것이다.
왜? 나랑 바꿀래?
“너 이 새끼.”
뱀파이어 추적자들을 모두 쓰러트린 레기온은 철검으로 드레이져를 가리켰다.
음, 들켰나?
“왜 내 뒷모습을 그런 눈빛으로 쳐다보는 거야?”
“내가 뭘 말이유?”
드레이져가 되물었다.
“그윽하게 봤잖아.”
“그윽?”
“그윽.”
“아닌데.”
“맞는데.”
“아니라고!”
“맞다고! 이 새꺄. 너 날 그윽하게 봤다고. 눈빛이 촉촉했어.”
주인이 또 발광한다.
“됐수다.”
“뭘 됐어. 너 이상한 생각했지?”
“무슨 이상한 생각?”
“등짝을 보자!”
“…….”
진짜 미친 거 아냐? 도대체 왜 저런 생각을 하는 거지? 어이가 없어서 웃음도 나오지 않는 드레이져였다.
“그것보다 뭐야. 분명 놈들의 기척은 열이었는데. 왜 셋이 없수?”
“네 몫 남겨 뒀다.”
“내 몫?”
“그냥 두 손 놓고 너무 놀기만 하는 거 아냐? 너도 일 좀 하라고. 그동안 일 안 했잖아. 월급은 꼬박꼬박 받으면서. 따지고 보면 휴직계 낸 거야. 알지? 원래 월급에 50퍼센트만 받아야 돼.”
겨우 몇 십 골드 주면서!
진짜 너무한다고 생각 안 드나? 주인!
나야! 나 왕국 7대 강자! 드레이져를 겨우 몇 십 골드에 수십 년이나 부려 먹으면서 그것도 깎으려고 해?
주인과 한판 붙고 싶다는 생각이 대화 몇 마디로 머릿속에서 싹 사라졌다.
“잡아 와.”
“누굴?”
“남은 세 놈. 시간 잰다. 5분.”
“젠장.”
“1초, 2초, 3초 지났어.”
“그깟 놈들. 1분이면 되지.”
팡!
드레이져가 순식간에 레기온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 * *
드레이져의 전신이 불꽃처럼 타올랐다.
흥분을 해서 열이 오른다. 지금이야 잠잠하지만 그는 크레이지 드레이져라 불리는 몸이다.
단순하게 술 먹고 행패를 부려서 ‘크레이지’란 단어가 붙지는 않는다.
말 그대로 상식초월의 괴인이니까 그런 별명이 붙는 것이다.
주인 때문에 열이 오른다.
식히는 방법은-
피를 보는 수밖에 없었다.
그의 눈빛이 점점 광기에 젖기 시작했다. 투기가 발동했다. 거대한 사자가 아가리를 벌리고 포효하듯, 드레이져의 기운도 사방으로 뻗어 가기 시작했다.
“쿠아아아앙!”
그의 사자후는 넓게 퍼지면서 저 멀리 전력을 다해서 도망치고 있는 뱀파이어 추적대를 강타했다.
뱀파이어들이 흠칫 놀라 돌아봤다.
달빛이 비치지 않아서 시커먼 밤이지만 그들의 표정이 똑똑히 잡혔다.
하얗게 질려 있었다.
“크하하하하!”
드레이져가 화살보다 빠르게 튀어 나갔다.
그의 거구가 나뭇가지를 밟을 때마다 십수 미터씩 쑥쑥 앞으로 나아갔다. 놀랍게도 나뭇가지는 약간의 흔들림만 있을 뿐이다.
뱀파이어 추적대가 드레이져를 바라보는 횟수가 늘었다.
“말도 안 돼!”
뱀파이어 추적대 중 하나가 크게 소리쳤다.
“피해!”
한 놈이 푸드드득 거리면서 박쥐로 변신했다.
“어딜 가려고?”
드레이져의 권풍을 내질렀다.
어마어마한 풍압이 나뭇가지를 거스르고 지나쳐 박쥐로 변한 뱀파이어를 강타했다. 폭풍과 같은 힘이었다. 강력한 회오리와 같은 힘에 휘말린 박쥐들이 날갯짓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추락했다.
드레이져는 박쥐로 변한 뱀파이어를 지나쳤다.
다른 뱀파이어이 이를 악물면서 등을 돌렸다. 아예 드레이져를 정면으로 노려봤다.
“너도 죽음을 각오해야 할…….”
그는 뱀파이어 특유의 마력을 끌어 올렸다.
하지만-
퍽! 소리와 함께 뱀파이어의 목이 뒤로 꺾였다. 목이 부러진 듯 뒤로 홱 젖혀졌다. 뱀파이어의 입에서 피 가래가 끓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뱀파이어는 지상으로 추락했다.
남은 뱀파이어의 얼굴은 사색으로 변했다.
“뭐야? 넌 뭐냐고?”
“나 몰라?”
“몰라!”
“모르면 시집가, 새끼야.”
드레이져의 주먹이 정통으로 뱀파이어 면상의 직격했다. 뱀파이어는 의식을 잃고 휘청거렸다. 그가 중심을 잃고 나뭇가지에서 추락하기 시작했다.
드레이져가 떨어지는 뱀파이어의 머리채를 낚아챘다.
“54초.”
그는 입술을 뒤틀면서 웃었다.
* * *
오도독, 오도독-
레기온은 미스릴을 꺼내서 씹었다.
짜증이 나니 식욕이 땡긴다. 식욕은 땡기는데 먹을 게 별로 없으니, 미스리를 해체하고 있었다.
-띠링! 지능이 1 올랐습니다. 이제 지능이 127이 되었습니다.
마크, 나쁜 놈. 인공지능의 다른 이름이 거짓말쟁이냐? 110되면 보조장치니 보조 연산이니 어쩌구저쩌구 실컷 말해 놓고, 막상 110이 됐더니, 지가 언제 그랬냔다.
정말 이 새끼, 레드 지르콘 생기면 형상화를 한 번 해야겠다. 형상화해서 겁네 뚜드려 패야지.
어쨌든 요즘은 미스릴 5개는 먹어야 지능이 하나 오를까 말까다.
다행인 건, 던전에서의 고대 마법 기억이 떠오르고 있다는 거고, 나빠진 것은 지능 하나 올리는 데 25킬로그램이 오른다.
정말 미치겠다.
요사이 6개의 지능을 올렸더니, 갑옷이 좀 끼는 느낌이 들긴 한다. 내가 이 갑옷 안에서 살이 찌면 어떻게 되는 걸까?
-어떻게 되긴 뭘 어떻게 됨. 신체가 더 튼튼해지지 않겠삼?
그래서 어지간하면 먹지 않기로 했다.
앞으로 마크 이 새끼 말은 안 믿어야지.
-그러지 마삼. 다 너님 잘 되라고 하는 말임.
아유, 이 꼰대 같은 새끼.
“그래서 이놈들에겐 뭘 심었는데?”
리치 마몬이 비단결 같은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싱그럽게 웃었다.
“미리 알면 재미없지 않겠습니까?”
“그래도 알고 싶은데?”
“조금만 기다리시면 금방 아시게 될 겁니다. 흐흐흐-!”
리치 마몬은 섬뜩하게 웃었다.
아씨, 뭔데? 도대체 저 자식들한테 뭔 기억을 심어 준 거야?
레기온은 리치 마몬의 형용할 수 없는 미소를 보면서 심각한 불안감을 느꼈다.
마몬이 손짓을 하자 뱀파이어들이 휘리릭, 사라졌다. 다들 박쥐가 돼서 하늘을 날아갔다.
“아 부럽네.”
레기온은 그들은 부러움이 가득한 눈빛으로 보았다.
나도 이놈의 갑옷 벗고 날아다녔으면 좋겠다. 이놈의 갑옷, 정말 미치도록 짜증난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갑옷을 벗기가 조금 겁이 나기도 한다.
이거 설마 뭐 잘못된 거 아니겠지?
* * *
-그럴 리 없삼. 데이터를 분석해 본 결과, 이 갑옷을 벗으면 너님은 최소 185센티미터의 키를 가지게 됨. 즉, 무조건 멋짐 폭발임.
마크가 한 말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말이다.
그래서 마음을 놓게 되긴 했는데…… 뒤셀르프 산맥을 넘던 레기온은 희한한 광고판을 발견했다. 이 험한 깊은 산속에서 발견된 광고판.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
레기온은 광고판에 적힌 글자를 또박또박 읽었다.
-임대 가능.
매매 가능.
주인 직접 거래.
임대의 경우, 애완동물 불가.
소수의 가디언은 가능.
풀 옵션 완비.
어린 분들은 사양. 중후하고 매너 좋은 분들만.
위치 뒤셀르프 산맥 험한길로 35 17.
330,000m²의 넓이를 가지고 있으며, 내부에 히든 공간 127개 완비.
전 주인이 병적으로 깔끔하게 관리한 최고급품임.
관심 있으신 분은 공인중개사 다팔아에게 연락주세요.
“이게 뭐냐?”
레기온은 일행들을 보면서 물었다.
산맥을 넘을 때부터 드레이져는 뭔가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급격히 말수가 적어지고 자꾸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아무것도 아니란 대답만 했다.
지금도 그렇다.
“임대, 매매 광고잖수.”
“그러니까 이게 왜 이런 산속에 있냐고?”
“낸들 아우.”
“너는?”
레기온은 샤론즈를 바라봤다.
샤론즈도 어이가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정말 해괴하다. 유령들이 자신들을 홀리기 위해서 만든 장난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지경이다.
샤론즈도 어깨를 으쓱거렸다.
“이런 산속에 집이라. 특이하네. 한 번 보고 가자.”
특이해?
뭐가 특이해?
이건 그냥 이상한 거라고!
몬스터가 득실득실 거리는 산속에서 집을 매매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가능키나 해?
“그냥 가자.”
샤론즈가 뜯어말렸다.
“그게 좋겠수.”
드레이져도 샤론즈의 말에 동의했다.
분명 이 근처 어딘가에서 프리티아와 사투를 벌였다. 예전에는 자신이 그녀를 찾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미친년이었다. 지금 마주치면 어떤 꼴을 당하게 될 지도 모른다.
무서워서 피하는 것이 아니라, 더러워서 피하는 것이다.
“됐어. 궁금해.”
“그냥 가자고.”
“샤론즈 말 들읍시다.”
“싸게 나온 집일 수도 있잖아.”
정말 어이가 없는 드레이져와 샤론즈였다.
설사 싸게 나온 집이 있다고 치자.
그래서 뭐 어쩔 건데.
몬스터들이 득실거리는 이런 산속에서 뭘 하려고?
“그러니까 이런 산속에 집을 사서 뭐하냐고. 아무리 봐도 이상하잖아.”
“응? 뭐가? 난 괜찮은 것 같은데? 공기도 좋고, 조용하고. 이런 곳에 집이 있으면 훈련하기도 좋잖아. 몸이 아픈 대마법사가 도시에 미세먼지 피해서 공기 맑은 이곳에 자리를 잡았을 수도 있고.”
샤론즈는 어이가 없는 눈빛으로 레기온을 바라봤다.
미안하다.
내가 널 너무 과소평가 했구나.
넌 말이 안 통할 뿐만 아니라 상식도 안 통한다. 도대체 마법은 어떻게 배운 거니?
레기온은 앞장서서 광고판에 적힌 화살표를 따라서 걸음을 옮겼다.
드레이져와 샤론즈는 진짜 싫다는 표정으로 그의 뒤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그가 팀의 리더니까.
“와! 입구가 장난 아니게 크네.”
레기온은 적어도 50미터 이상 높은 거대한 철문을 보면서 혀를 내둘렀다. 어마어마한 크기에 정말 최상급의 중철이 분명했다.
이거 분해했다간 순식간에 지능이 1로 떨어지겠다.
레기온은 공포감에 부르르 떨었다.
이거 실수로라도 문에 입을 대선 안 되겠다.
“야이 씨! 미친! 이리 와!”
기겁한 샤론즈가 레기온의 팔을 잡고 철문 바깥으로 당겼다. 드레이져는 이미 피신했다.
“아오, 왜 이리 무거워.”
레기온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샤론즈는 그가 500킬로그램이 넘는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당겼다가 팔이 빠지는 줄 알았다.
“왜 그래?”
레기온은 의아한 얼굴로 샤론즈를 바라봤다. 샤론즈가 손각으로 입을 가리면서 ‘쉿! 쉿!’거렸다.
그러니까 왜 그러냐고?
샤론즈는 어이가 없었다. 이 새끼 정말 지능이 없는 건가?
“야! 딱 봐도 드래곤 레어잖아!”
“드래곤 레어?”
“그래, 빨리 이리 와. 레어 안에 드래곤 있으면 우린 다 죽는다고!”
“안 죽어.”
“뭔 헛소리야!”
“안에 아무도 없어.”
“네가 어떻게 알아? 보아하니까 방어마법이 엄청 걸려 있는데.”
“스캔 해 봤어.”
“스캔?”
“응. 스캔. 쉽게 말해서 주위에 누가 있는지 알아보는 마법.”
“드래곤이 없어?”
“응.”
샤론즈는 상체를 일으키면서 레어의 거대한 문을 바라봤다. 자신의 능력으로는 드래곤을 도저히 감지할 수가 없었다. 역시 레기온은 대단하다.
물론 대단한 것과 상식 밖이라는 것은 별개다.
“그런데 너 말이야.”
“나, 뭐?”
“그렇게 얼굴 드러내도 괜찮겠어?”
“얼굴이 왜?”
“저기.”
레기온은 곳곳에 걸린 기묘한 기계를 가리켰다.
“CCTV 마법이 걸린 마법 기계야. 주인이 없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녹화를 해 주지. 네 얼굴 찍혔다.”
샤론즈의 얼굴에서 핏기가 싹 사라졌다.
망했다. 드래곤의 기억력은 사상최고라고 들었다. 한 번 보고 들은 것은 절대 안 잊어버린다고.
그럼 나는?
보나마나 드래곤이 저 마법으로 자신을 확인할 것이 뻔하다. 이후로는 자신의 인생에 대한 결말이 보인다. 드래곤에게 잡혀서 온갖 고초를 당한 후에 세상을 하직하겠지.
망했어, 망했다고!
뱀파이어 왕국의 공주고 나발이고 끝났다.
더 화가 나는 것은!
저 뻔뻔한 새끼의 태도였다.
“흥, 너도 걸렸겠네!”
“아니.”
“뭐가 아니야?”
“난 투구로 얼굴 가렸잖아. 드래곤이 날 봐도 몰라. 나를 찾아다닐 때쯤이면 투구를 벗었을걸.”
와, 이런 얍삽한.
“그럼 드레이져라도…… 이런 쓰벌.”
드레이져는 자신의 정체를 알아보지 못하게 변장을 했다.
여자로.
수염은 잔뜩 나서 양 갈래로 머리만 흔들면 여자냐? 치마는 왜 입은 건데. 도대체 저건 어디서 난 거야? 설마 내 가방에서? 에라이, 이 변태 새끼!
샤론즈를 부글부글 끓는 속을 억지로 가라앉혔다.
말이 되진 않지만 드래곤이 저들을 찾아낼 확률은 0.1퍼센트도 되지 않을 것 같았다.
즉, 나만 엿 됐다.
“아아아아아악!”
샤론즈는 머리를 잡고 흔들었다.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
“그만 주접떨고 얼른 이리 와, 들어가자.”
“드래곤 레어를 어떻게 들어가!”
“어떻게 들어가긴.”
레기온은 도어락을 연 다음 번호를 쿡쿡 눌렀다.
1, 1, 1, 1.
-잘못 누르셨습니다.
“다시.”
1, 2, 3, 4.
-띠릭, 해제되었습니다.
순간 드래곤 레어를 감싸고 있던 수십 가지의 방어마법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거대한 철문이 스르릉 거리면서 자동으로 열렸다. 레기온과 드레이져가 지네 집인 것처럼 드래곤 레어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샤론즈는 정신이 혼미해졌다.
뭐, 이런 새끼들이 다 있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