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198)
마법은 괜히 배워서-199화(199/502)
# 199
악마군주가 왜 이곳에 2
드래곤의 레어.
정확히는 레기온을 잡기 위해서 레어를 비운 레드 드래곤 프리티아의 레어다.
물론 레기온은 프리티아가 자신을 잡으러 다닌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드래곤이 있으면 튀고, 없으면 장땡이라는 심정으로 온 건데…….
드레이져도 있으니까 뭐 어떻게든 버티겠지 싶은 마음이었다. 거기에 드래곤은 집을 어떻게 꾸미고 살까 하는 궁금증도 조금 있었다.
그는 황금으로 빛나는 레어를 보면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천장과 벽에는 수많은 명작들이 걸려 있었다.
천재 화가들이 그렸다는 명화들 상당수가 이곳에 있었다. 돈으로 치기도 어렵겠지만, 돈으로 치면 수도의 사우스 리버도 절반 이상 사겠다 싶을 정도였다.
다만 레기온이 그림에 문외한이었다.
그가 그림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알았다면 몽땅 털어서 아공간에 집어넣었을 것이다.
만약 아공간에 자리가 없다면?
리치 마몬을 끄집어내어 이곳에 내버려 두는 한이 있더라도 명화를 싹 쓸었을 터였다.
그가 가장 관심이 있는 것은 딱 하나!
드래곤의 아이템과 보석들이었다.
황금의 벽만 다 해체해도…… 마력이 지금의 두 배는 족히 되겠다, 싶을 정도의 양인데, 레기온도 차마 실행하진 못했다.
-저 벽의 황금은 순도가 낮음. 상당히 많은 강철이 포함되어 있음. 정제하지 않으면 너님 마력이 높아지는 것보다 지능이 1 되는 것이 빠를 거임.
마크가 성분 분석을 한 뒤에 겁을 줬기 때문이다.
레기온이 태연하게 이곳저곳을 구경하자 샤론즈가 안절부절 못하다가 기어코 참지 못하고 말을 내뱉었다.
“야, 나가자. 진짜, 너 왜 이래. 이러다가 걸리면 죽는 정도로 안 끝난다고.”
샤론즈가 벌벌 떨면서 레기온의 팔을 잡고 당겼다.
“크흑.”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손톱이 깨졌다.
샤론즈는 어이가 없어서 레기온을 바라봤다. 정말로 뭘 처먹었기에 이렇게 무거운 거냐?
“왜 그렇게 겁을 먹어?”
“넌 안 무섭냐? 드래곤이라고. 드래곤. 중간계 최강의 생명체.”
“뭐 강한 건 알지. 인정해. 그런데 지금은 없잖아. 그렇게 겁먹을 필요가 없다고.”
아아~. 어둠의 신이시여! 저 새끼는 드래곤이 어떤 생명인지 모르나 봅니다. 죽고 싶으면 혼자 죽을 것이지 왜 나까지.
샤론즈는 현기증을 느꼈다.
그녀는 비틀거리면서 벽을 짚었다. 갑자기 벽이 쑥 들어갔다.
-애애애애앵!
사이렌이 격하게 울린다.
-침입자 발생! 침입자 발생!
레기온과 드레이져는 샤론즈를 노려봤다. 도대체 뭘 하는 거니?
“내가 뭘?”
애초에 이곳에 오지 않았으면 된다.
저것들은 간이 부은 게 아니다. 그냥 미친 거다. 미치지 않고서야 드래곤 레어에 와서 관광하듯이 저러지는 못한다.
“어이쿠!”
“저, 저런!”
미친 레기온이 고가의 석상을 잘못 건드렸다.
석상이 휘청거리더니 뒤로 넘어갔다. 드레이져는 받을 수 있었지만 그냥 멀뚱멀뚱 쳐다봤다. 내 거 아니니까. 내 잘못 아님, 이라는 표정이었다.
콰쾅!
석상은 머리만 남은 채 완전히 박살 났다.
“너희는 누구냐!”
사이렌 소리 때문인지 레어를 지키던 가디언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살기등등하게 레기온과 드레이져에게 덤벼들었다.
가디언들은 오거와 트롤로 이뤄져 있었다.
레드 드래곤 프리티아가 마법으로 그들의 지능을 억지로 높여 놓았다. 덕분에 인간의 말을 자유자재로 사용하게 된 그들이었지만…….
빠아악!
빠아아악!
빠아아아아악!
죽지 않을 만큼 맞고 레어에 대해서 모든 것을 알려 줘야만 했다.
가디언은 무릎을 꿇고서 눈물을 줄줄 흘렸다.
“도대체…… 당신들은 누구세요?”
“우리?”
“이곳은 레드 드래곤 프리티아의 레어예요. 그분의 분노가 무섭지 않으세요?”
“흥, 나는 태어나서 누군가에게 겁을 먹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당신이 누구시기에.”
“내 이름을 들으면 너희들은 까무러칠 것이다.”
“말씀해 주세요.”
“난 죽음의 도살자 돈데크만이다.”
가디언들은 이를 부득부득 갈면서 ‘돈데크만’이라는 네 글자를 머릿속에 꽉꽉 박아 넣었다.
반드시 복수하겠다!
“돈데크만의 성질을 건드리다니. 미친놈들.”
드레이져가 한술 더 뜬다.
그는 ‘돈데크만의 분노는 레드 드래곤 프리티아보다 더 무섭다.’라든지, ‘돈데크만은 드래곤 스테이크를 좋아하는데. 아깝군. 레드 드래곤이 없으니.’라는 말을 하면서 가디언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그리고 그는 가디언들의 팔과 다리를 꽁꽁 묶었다.
결국 샤론즈는 그들에게 동참할 수밖에 없었다.
수백 년을 살아온 그녀가 봤던 모든 종족을 통틀어 가장 똘아이들이 저들이었다.
저들과 함께 뱀파이어 왕국에 발을 들여도 되는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을 한다.
국왕 폐하와 무서운 오빠들, 대신들이 저들을 용납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다고 여기까지 함께 했는데 저들을 돌려보낼 수는 없다. 아니 돌려보낸다고 가기나 할까? 보석 이야기를 괜히 한 모양이다. 돌려보냈다간 둘이서 왕국의 보물을 훔치러 갈지도 모르겠다.
내 인생이 꼬이는구나.
샤론즈는 남은 가디언들의 팔과 다리를 묶으면서 드레이져와 똑같은 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돈데크만, 무서운지 모르는 놈들. 나 같으면 그의 이름을 듣는 즉시 도망을 쳤을 텐데.”
“가자고.”
레기온이 말했다.
“어딜 가? 돈! 데! 크! 만! 씨.”
샤론즈는 돈데크만이라는 음절에 힘을 팍팍 주면서 말했다.
“여기 밑에 아이템 창고가 있데.”
“서, 설마…… 너?”
“괜찮아, 괜찮아. 내가 아니고, 돈데크만이 빌려가는 거야. 쉽게 말해서 대여.”
이 미친놈이 지금 뭐라는 거야.
샤론즈는 급히 레기온의 옆에 서서 최대한 자제심을 발휘하면서 말했다.
“야, 그건 건들지 말자. 그거 건드리면 진짜 우리 다 죽는다.”
뱀파이어 왕국에 레드 드래곤이 강림한 모습이 떠올랐다.
레드 드래곤의 9서클 마법과 브레스가 작렬한다. 왕국의 수많은 뱀파이어들이 재가 돼서 사라진다. 탈출을 하는 뱀파이어들도 보였다. 아이를 안고 도망친다. 하나같이 그들은 울고 있었다.
누구 때문에?
이 미친 똘아이들 때문에.
“에이, 왜 그래.”
레기온이 팔꿈치로 샤론즈의 옆구리를 콕 쳤다. 샤론즈는 갈비뼈가 다 나가는 기분이었다.
“일단 가서 보기만 하자. 구경만 하자는 거야.”
미친 새끼, 네가 퍽이나 구경만 하겠다.
* * *
“뭐야. 지가 제일 좋아하네.”
레기온은 어이가 없어서 웃었다.
샤론즈는 눈이 뒤집혔다. 전설상에 나오는 아이템이 하나도 아니고 수백 가지나 눈앞에 가득했다. 그냥 창고가 아니었다. 보물창고였다.
특히 이것.
블러드 4종 세트 아이템.
갑옷, 건틀릿, 목걸이, 반지로 이뤄진 이것은 뱀파이어 전용으로 만들어진 전설급 아이템이었다.
고대 뱀파이어 중에 한 명인 진조 블러드 드 아디다스의 전용 무구였기도 하다. 뱀파이어 역사서에 나온 적은 있지만 오래 전에 사라진 무구였다.
그런 무구가 설마 이곳에 있었을 줄이야.
“이곳에 물건은 결코 건드려서는 안 돼!”라고 외치던 샤론즈는 사라졌다.
그녀는 블러드 4종 세트 아이템을 가장 먼저 걸쳤다.
“우아! 이거 끝내준다!”
아주 희희낙락이다. 레드 드래곤이 뱀파이어 왕국을 침공해서 여자아이 노인 할 것 없이 싹 다 불태울지 모른다는 공포는 싹 사라진 모양이다.
“다른 무기고도 살펴봐.”
“그래도 될까?”
“그럼, 우리는 충분한 대여료를 놓고 갈 거야. 실컷 쓰고 갖다주면 되지.”
“맞아. 그러면 되겠네. 잠깐 쓰도 돌려주는 건데 뭐. 그치?”
샤론즈는 이미 이성을 상실했다.
블러드 4종 세트를 몸에 걸친 다음부터는 아예 눈동자에 황금색이 떠올라 보였다.
그에 비해 레기온은 마땅히 마음에 드는 물건이 없었다.
거의 모든 것이 전설급 아이템이긴 한데…… 그는 이미 스태프도 신화급으로 가지고 있다. 비록 사용은 못하지만, 그 이상 되는 스태프가 있지 않고서야.
얼핏 봐선 훌륭한 스태프도 있긴 한데, 눈에 영 차지 않는다.
그렇다고 타란튤라의 세트 아이템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 세트 아이템은 신축성이 매우 뛰어나다. 방어력도 여느 전설급 아이템을 훌쩍 뛰어넘는다.
그래서 레기온은 보석으로 눈을 돌렸다.
역시 드래곤이다.
보석도 엄청나게 많았다.
그중에서 희귀 보석만 아공간에 싹 쓸어 담았다. 상당수가 해체시켜서 결정으로 만들 보석들이었다. 드레이져와 약속을 했으니 주긴 줘야지. 그렇다고 아무 결정이나 생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나름 좋은 것을 줘야지.
나는 참 기특한 주인이라고 혼자 생각하는 레기온이었다.
드레이져는 어떤 물건 하나는 주었다.
‘신의 샴푸’라고 적힌 물건이었다. 실제로 인간계에는 없는 물건이다.
먼 옛날 레드 드래곤 프리티아가 어렸을 적에 드래곤 로드와 함께 천상계를 방문했다가 마트에서 1+1 세일 때 사온 물건이었다.
비록 1+1 물건이지만 인간계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극상품이었다.
한 번만 이걸로 머리를 감아도 머릿결이 비단결처럼 고와진다. 은은한 향기는 3킬로미터 밖에까지 흐른다. 모든 종족들이 그 냄새에 반하여 무릎을 꿇고 찬양한다.
자그마치 한 번 머리를 감으면 1년이 간다.
절대적 권능을 가진 샴푸다.
갖고 싶다.
예전에 드레이져라면 신의 물건이건 뭐고 결코 관심을 가질 만한 물건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양 갈래 머리를 따고 살아가야만 한다. 평생 이렇게 살아가야 한다면 기왕이면 좋은 머릿결을 가지고 싶었다.
그는 ‘신의 샴푸’을 향해서 손을 뻗었다.
한데 아공간이 열리면서 뼈의 손이 먼저 샴푸를 잡는 것이 아닌가.
리치 마몬이었다.
주인이 가까운 곳에 있는 이상 마음대로 아공간을 빠져나올 수가 있었다. 그는 샴푸를 아공간 속으로 끌어당겼다.
드레이져도 샴푸를 잡았다.
서로가 샴푸를 잡은 채 팽팽하게 대립했다.
“놔라. 해골바가지.”
드레이져가 말했다.
“잡은 사람이 임자지. 내가 먼저 잡았다.”
“웃기고 앉아 있네. 그게 새치기라는 거야. 지금 내가 잡을 거였거든.”
“잡은 사람이 먼저야. 누가 꾸물거리래?”
“헛소리 집어치워. 어서 놔!”
“너나 놔.”
“이 해골바가지가 미쳤나. 나야. 나라고. 드레이져.”
“드레이져고 나발이고. 뭐 어쩌라고. 나는 마몬이야. 리치 마몬.”
샴프를 잡은 둘의 살기가 순식간에 높아졌다.
7서클 마법사와 7성급 전사의 살기였다. 또한 둘 모두 극단의 공격적인 인물들이 아닌가.
동급의 마법사, 전사들과는 차원이 다른 살기였다.
쿠쿠쿠쿠쿵!
레어가 진동을 한다. 치덕치덕 황금을 발랐던 천장이 흔들렸다. 수많은 석상들이 진동을 이기지 못하고 바닥에 떨어지면서 박살이 났다.
그럼에도 드레이져와 마몬은 서로의 살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들은 이 샴푸를 양보할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었다.
자그마치 신의 샴푸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SSS급 아이템이나 다름없었다. 언제 또 신의 샴푸를 만날 기회가 있을 것인가? 이건 평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천우신조의 기회였다.
“정말 뒈진다. 해골바가지.”
“주인 믿고 까부는 모양인데. 나는 너 같은 하룻강아지 안 봐줘.”
하룻강아지? 내가?
드레이져는 기가 찼다. 아무래도 이 해골의 버릇을 고쳐 줘야 할 듯싶었다.
“일단…… 한 대 맞고 시작하자.”
드레이져가 벼락같이 주먹을 내질렀다. 그의 마력을 담은 주먹이 리치 마몬의 면상으로 날아갔다.
쿠쿠쿠쿠쿠쿵!
리치 마몬의 코앞에서 드레이져의 주먹이 멈췄다.
보이지 않는 희미한 방어막이 이미 생성되어 있었다. 아이언 쉴드보다도 훨씬 강력한 방어막이다.
그렇지만 드레이져의 막강한 공격!
쉽게 막을 수는 없었다.
쩌저저저저적-
리치 마몬의 방어막이 유리파편처럼 부서졌다. 동시에 리치 마몬의 입에서 주문이 터졌다.
“다크 썬더! 5연발.”
흑마법이 펼쳐졌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이 갑자기 찢어지면서 검은 벼락이 내리쳤다.
검은 벼락은 드레이져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꽈직! 꽈직! 꽈직! 꽈직! 꽈직!
연속 5연발.
일반 기사였다면 첫 번째 공격에 재가 돼서 사라졌을 것이다. 그만큼 인정사정 봐주지 않는 강력한 일격이었다.
“이 새끼 봐라.”
드레이져의 눈빛이 점점 가라앉았다.
리치 마몬의 해골 속에 있는 흉광도 점점 깊어진다. 그의 긴 생머리가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펄럭펄럭 나부꼈다.
투기와 마력이 뒤섞이면서 한꺼번에 솟구친다.
그 힘이 빠르게 강해졌다. 그것은 회오리처럼 회전을 시작했다. 주변의 전설급 아이템들이 회오리에 휘말려 마구 부딪쳤다.
깨지고 가루가 된다.
깜짝 놀란 샤론즈가 회오리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 벽을 잡았다. 다리가 둥둥 뜬다. 저 회오리에 휘말리면 도저히 살아날 자신이 없었다.
두 눈에 두려움으로 가득 찼다.
도대체 저 정신 나간 괴물들이 왜 싸우는지 모르겠다. 그녀는 힐끗 그들이 맞잡고 있는 물건을 보았다. 시력이 좋은 샤론즈는 그것이 무엇인지 대번에 알아봤다.
샴푸?
진짜 미치겠다.
제정신인가!
지금 고작 샴푸 때문에 드래곤 레어를 박살 내고 있단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