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200)
마법은 괜히 배워서-201화(201/502)
# 201
밤의 왕국 1
뱀파이어 왕국.
세상에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아는 자들은 그곳을 이렇게 부른다.
블러드 시티.
얼어붙은 곳곳에 자리 잡은 피의 향기와 진득한 죽음의 냄세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처음 이곳에 자리를 잡은 진조의 이름은 엘사.
왜 이곳에 자리를 잡았는지 이유도 모르고, 그 강한 힘으로 영생을 살고도 남을 그가 어디로 사라졌는지 아는 뱀파이어 또한 아무도 없었다.
엘사는 사라지기 전, 다섯의 핏줄을 남겼다.
장남 행크스. 남자답고 잘생겼다. 머리도 똑똑해서 차기 국왕으로 지목을 받았다.
둘째 차남 스필버그. 잘생겼지만 왕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기에 방황을 하고 있다. 정치가 아닌 예술 쪽에 관심이 많다.
셋째 장녀 캐리. 돌연변이 뱀파이어.
적마법이 아닌 다른 힘을 쓴다. 본래 돌연변이는 스스로의 능력을 개방하면 광장에서 돌에 맞아 죽는다는 규칙이 있다.
하지만 캐리는 죽음을 면했다.
공주라는 이유와 누구도 따라오기 힘은 예쁜 외모 덕분이었다. 예쁜 공주는 모든 걸 용서 받는다.
넷째 3남 루카스.
어렸을 적부터 둘째인 스필버그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 그는 뱀파이어 왕국에서 가장 강력한 적마법사다.
그리고 막내 샤론즈.
천상이 내린 외모를 보유했다.
뱀파이어 왕국에 존재하는 많은 수컷들이 그녀를 흠모했다. 그녀도 자신이 예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요사이 그 생각이 흔들렸다. 그래서 삶의 목적을 바꿨다.
성형마법.
이미 레기온과 합의를 다 봤다.
블러드 오리하르콘을 레기온에게 넘기는 조건으로 그녀는 전신성형을 받게 될 것이다.
왕국에는 비밀 하나가 있다.
바로 ‘흑룡의 혈액’을 봉인하고 있다는 것.
다섯 개로 나눠진 흑룡의 조각은 하나로 합쳐질 경우 중간계에 상상을 초월하는 재앙이 될 것이다.
대체 누가 흑룡을 막을 것인가?
그렇기에 흑룡의 육신을 봉인하는 개인 혹은 단체들은 목숨을 걸고서 그것을 지키겠다고 영원의 맹세를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왕국에 은밀한 어둠이 감돌기 시작했다.
‘흑룡의 혈액’은 블러드 시티의 귀족들 사이에서도 1급에 해당하는 기밀로, 그 내용을 아는 자는 진조 중에서도 백 명이 채 되지 않는다.
그들은 ‘흑룡의 혈액’을 지키는 결사조직이다.
한 명, 한 명이 4서클 이상의 적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대단한 강자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한 명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젠 결사조직원들 중 남은 사람이 고작 다섯에 불과하다. 그나마 샤론즈 역시 라일락의 농간에 50년을 붙잡혀 있었던 덕에 살아남은 것이지, 아니었다면 벌써 죽었을지도 모른다.
남은 녀석 중 크롤드를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공주님…… 이곳에서 공주님을 만나다니. 이걸 꼭 국왕 폐하께 전해 주셔야 합니다.”
그는 그대로 죽었고, 샤론즈는 간신히 도망치던 중에 둘을 만났던 것이다.
결사조직이 샤론즈에게 ‘흑룡의 혈액’을 맡길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샤론즈를 제외하고는 누구도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결사조직의 수장이 국왕인 에드였다.
“누가 대리를 한다고요?”
놀란 샤론즈가 물었다.
“행크스 님께서…….”
“아버지는요?”
“갑자기 쓰러지셨습니다.”
“왜요?”
“병명은 알 수가 없습니다. 궁중의 모든 힐러들과 신관, 의사들이 진찰을 했지만 병명을 알 수가 없었습니다.”
비욘드는 송구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숙였다.
본래 비욘드와 뱀파이어 추적자들은 왕실 관청 중에 하나인 ‘척살대’ 소속이었다.
척살대는 큰 오빠인 행크스가 수장이다.
샤론즈 입장에서는 자신의 목숨을 노린 인물이 큰오빠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을 아버지께 고할 생각이었다.
지금껏 결사조직이 속수무책을 당했던 이유는 상대가 누군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적이 누군지 알게 되면 상대하기는 어렵지 않다.
아버지가 국왕이니까.
인간들의 세상처럼 뱀파이어의 왕국의 국왕도 권한이 막강하다.
그런데 이 모든 일을 해결할 아버지가 쓰러졌다고?
샤론즈는 전신이 빳빳하게 굳어지는 것을 느꼈다.
“궁으로 갈까요?”
“아니요.”
샤론즈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럼 어디로 뫼실까요?”
“하루에 한 번씩 제가 연락을 드릴게요. 은밀하게.”
“은밀하게…… 알겠습니다.”
“그러니 ‘흑룡의 혈액’을 노리는 조직에 대해서 상세하게 조사를 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그녀는 비욘드를 믿지 않았다.
하지만 레기온과 드레이져, 그리고 그녀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리치 마몬은 믿는다.
미친놈들이지만 실력은 진짜였다.
특히 같은 마법사인 리치 마몬에게서는 경외감까지 느꼈다. 긴 생머리 휘날리며 펼치는 마법은 결코 그녀가 따라잡을 수 있는 수준의 것이 아니었다.
그런 그가 장담해서 말했다.
“세뇌는 완벽해. 그들은 너를 엄마처럼 느낄 거야.”
“애인도 아니고 엄마요?”
“애인은 변심하지만 엄마는 변심하지 않거든.”
맞는 말인데 기분은 더러웠다. 척살자 뱀파이어 추적자들이 자신을 엄마처럼 느끼다니.
그렇기에 샤론즈는 망설임 없이 비욘드에게 명령을 내릴 수가 있는 것이다.
그래도 혹시 몰라서 자신이 가야 할 곳을 밝히지 않았다.
그녀가 찾아갈 곳은 결사조직의 두 번째 우두머리. 둘째 오빠 스필버그였다.
* * *
레기온과 드레이져는 각기 다른 방을 배정받았다.
설사 다른 건물에 배정을 받았어도 전혀 상관없었다. 드레이져가 누군가에게 잡혀서 고문을 받거나, 싸움에 지는 모습은 볼 수 있다면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될 것이다.
그것은 드레이져도 마찬가지였다.
누군가가 레기온을 기습한다? 모르긴 몰라도 그놈은 인생에서 가장 큰 후회를 하게 될 것이다. 또 하나 장담하건데 레기온이 누군가에게 속는 일은 없을 것이다.
“저게 인간이야? 탈을 쓴 악마지.”
드레이져는 그렇게 생각했다.
혼자 남은 레기온은 물에 적신 손수건을 투구 안으로 밀어 넣어서 간신히 얼굴만 닦았다. 그 외에는 손이 닿지 않아서 막대기 끝에 걸쳐서 닦았다.
“앗!”
레기온의 입에서 탄식이 터졌다. 막대기에서 수건이 떨어졌다. 수건은 몸속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레기온은 육중한 몸을 뒤집었다.
수건이 나오지 않는다. 옆으로도 뒤집어 보고 반대로도 뒤집어 보고, 물구나무도 서 봤는데…… 무슨 수를 써도 수건은 몸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도리어 수건이 슬금슬금 내려간다.
아오, 짜증나 미치겠네.
손이 닿지 않으니 도저히 꺼낼 수가 없었다.
“신이시여! 제가 더 받아야 할 시험이 있습니까? 도대체 나한테 왜 그러십니까?”
신은 대답하지 않았다.
레기온은 짜증이 솟구쳤고-
수건은 엉덩이 출입구가 있는 방향으로 쑥 튀어나왔다. 긴 꼬리처럼 보였다. 레기온은 엉덩이에 수건이 달려 있다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침대에 앉아서 한참 동안 한숨을 푹푹 쉬던 레기온은 아공간을 열었다.
그리고 드래곤 레어에서 빌린(?) 미스릴들을 꺼냈다. 반짝반짝한 미스릴이 레기온의 손바닥에서 반짝였다.
-평범한 미스릴이 아님.
레기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보는 순간부터 범상치 않은 미스릴이 아님을 알아봤다. 보통 미스릴이었다면 드래곤이 유리관에 넣어서 보관하지 않았을 것이다.
분명 특별한 기능이 있는 미스릴이다.
-이거 해체시키면 지능이 100은 오를 것 같음.
헐! 지능이 100?
-왠지 느낌이 그렇삼.
지능이 100 오르면 천재가 된다.
그럼 가물가물한 고대 마법이 8서클까지 모두 생각이 날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사용했던 고대 마법은 멋짐 폭발을 쓰던 때에 3서클, 지금은 2서클이 고작이다.
요즘은 지능이 올라서 다시 3서클을 사용할 수 있긴 한데, 마력이 부족해 사용하면 좀 곤란해진다.
5서클의 고대마법은 7서클 수준의 위력을 발휘한다.
그런데 기억이 나야 말이지…….
하지만-
200이 넘는 지능이라면?
고대 마법도 능히 사용할 수 있으리라.
사상 최강의 스태프로 고대 마법을 펼친다고 생각해 보았다.
아아아~ 졸라 멋져.
어쩌면 여자 친구도 골라서 사귈 수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지능 200 이상에 도전해 봐?”
-도전!
마크가 바람을 불어넣었다.
레기온은 특별한 미스릴을 잡고 신께 기도를 드렸다.
“신이시여! 천상계에 계시다면 진짜 이번만은 제 편을 들어주세요. 저 진짜 개처럼 굴렀습니다. 이 말도 안 되는 갑옷 때문에 씻지도 못하겠어요. 갑옷 밑에서 스멀스멀 오징어 냄새가 올라온다고요. 그러니까 제발 이번 한 번만 제 소원을 들어주세요. 지능 200. 콜?”
레기온은 특별한 미스릴을 한 개만 꿀꺽 삼켰다.
혹시 모르니까. 좋은 스킬이 뜨면 나중에 하나씩 더 섭취할 생각이다.
간만에 심장이 두근두근 뛰기 시작했다.
제발! 제발! 지능 200.
고대 마법 좀 사용하게 해 주세요.
-특별한 미스릴의 해체를 시작합니다. 위이이이이잉!
특별한 미스릴이 해체되는 소리가 레기온의 귓가에 들렸다.
소리가 점점 적어질수록 심장은 더욱 심하게 요동치듯이 뛰었다.
지능 200이면 무서울 것이 없게 된다.
까놓고 말해서 지능 200이면 드레이져와 맞짱을 뜨는 것도 전혀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
아니, 육체까지 이 정도니, 이젠 자신이 유리하다고 봐야 한다.
-특별한 미스릴이 해체되었습니다.
왔다! 왔어!
* * *
“으음.”
레기온은 신음을 삼켰다.
정말 애매하다. 망막에서 계속 빨간 불이 켜지면서 레기온을 재촉했다.
알았어, 알았다고. 잠깐만 기다려봐.
1회용 스페셜 스텝 업? 어감은 좋은데, 스페셜이라서 그런가? 이게 참 애매한 것 같기도 하고…….
레기온의 망막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지능이 10높아집니다. 이것으로 당신의 지능은 132가 되었습니다.
“이건 쓸 만한데 말이야…….”
-쓸 만한 정도가 아님. 완전 짱임.
“그러게? 갑자기 고대 마법 5서클이 떠오르는 걸 보면, 내 머리가 좋아지긴 했나 봐.”
거기에-
-옵션이 하나 있습니다.
“옵션도 괜찮아.”
-얼굴이 지금보다 잘생겨집니다. 반짝반짝 후광이 비칩니다.
“지금 어떻게 생겼는지 투구를 벗어 봤어야 알지.”
어쨌든 좋아. 여기까지는.
어차피 갑옷을 벗으면 성형마법으로 인해 ‘멋짐 폭발’ 패시브 스킬이 발동된다. 그러면 어차피 엄청난 미남이겠지만, 비록 투구속이라도 지금도 잘생기면 좋지 뭐.
지금까지 여자 손 한 번 제대로 못 잡아 봤다.
수술까지 당해서 씨 없는 수박이 됐다. 이번 기회에 손은 잡아보자.
정관 수술은 그다음에 어떻게든 하고.
나도 이제 자손을 봐야 할 나이가 되지 않았는가?
그런데 그 다음에 불안한 문구가 하나 떴다.
-특별한 미스릴이기 때문에 살은 찌지 않습니다.
“살도 안 찐다고?”
-와! 이거 정말 최고임! 더 이상 살이 찌지 않아도 되면 할 수 있는 게 너무 많잖삼.
그래서 더 불안하다.
대체 어떤 패널티를 주려고…….
-결정의 순도가 10퍼센트 높아집니다.
알았어, 알았어. 그래서? 그다음은 뭔데?
-다만…….
바로 이 아래 문구가 레기온을 심란하게 만들었다. 지금까진 좀 많이 큰 똥을 싸는 느낌이었는데…….
-결정을 낳을 때마다 당신은 산고의 고통과 출산의 희열을 느끼게 됩니다. 이것은 결정의 등급에 따라 고통이 올라감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내가 이럴 줄 알았다.
앞에다 실컷 좋은 것 깔 때 다 알았다고. 젠장!
하루에 몇 번씩 출산의 고통을 느껴야 한다면?
그게 사람이 할 짓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