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206)
마법은 괜히 배워서-207화(207/502)
# 207
탁 하고 치니 억 하고 죽었다 1
샤론즈는 더러운 상상의 나래를 껐다.
그녀는 머리를 흔들고서는 레기온에게 물었다. 안면 투구가 턱 밑까지 내려와 있어서 그의 얼굴은 확인하기 어려웠다.
다행이다.
그 고운 턱 선과 어느 여자보다 고운 피부를 봤으면 다시 가슴이 떨렸을 텐데.
“저격한다면서?”
샤론즈는 최대한 목소리를 차갑게 해서 물었다.
“응.”
“저격을 한다면서 이렇게 대로변에 나와 있어도 돼? 숨어 있어야 되는 것 아냐?”
“우리가 이곳에서 숨는다면 그게 더 이상하게 보이지 않겠냐? 어차피 지리로 모르고.”
샤론즈는 레기온과 드레이져를 번갈아 바라봤다.
저 둘은 확실히 눈에 띤다. 저들이 어느 건물에 숨어서 바닥에 엎드린 채 숨어 있다고 가정을 해 보자.
그 동네는 패닉에 빠진다.
간첩 신고만 엄청나게 올 것이 확실하다.
차라리 그냥 이렇게 서 있는 편이 나을 듯했다. 뱀파이어들의 시선은 끌지만 간첩으로 오해 받지는 않을 테니까.
간첩이란 뱀파이어 왕국과 오랜 시간 적을 지고 있는 윈터 라이컨슬로프 족을 말한다. 본래 그들이 극해의 지배자였으나 뱀파이어들에게 밀려서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그들 입장에서는 밖에서 날아온 돌이 박혀 있는 돌을 빼낸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하지만 뱀파이어 입장에서도 어쩔 수가 없었다.
이곳에 자리를 잡지 않으면 진조가 멸족할 위기였기 때문이다.
해서 오랜 시간 동안 윈터 라이컨슬로프들과 뱀파이어들은 끊임없이 반목을 하고 있었다.
만약 그들의 귀에 왕국이 처한 상황이 들어간다면, 놈들은 반드시 저 높은 성벽을 넘기 위해서 개떼처럼 달려들 것이다. 그들이 날카로운 손톱은 얼음 성벽을 어렵지 않게 넘을 수가 있다.
“그냥 여기서 친다.”
“치고?”
“도망친다.”
“어디로?”
“저 성문 밖으로.”
“뱀파이어가 우습게 보이냐? 드레이져는 몰라도 너처럼 느린 놈을 뱀파이어가 못 잡을 것 같냐?”
“드레이져가 다른 곳으로 뱀파이어들을 유인할 거야.”
“드레이져가 아무리 강해도 뱀파이어 전사는 엄청나게 많아. 인간들과는 달라. 뱀파이어 국민들 전체가 마력을 사용할 수 있다고.”
“호, 정말?”
“정말이지. 저기 시장에서 푸줏간을 하는 아저씨도 인간으로 치면 3서클 마법사 수준은 돼. 저기 신문 배달 소년도 최소 2서클. 청소하는 아저씨들도 3서클이야.”
“흐흠.”
“흐흠이 아니라고. 저 사람들이 한꺼번에 드레이져를 덮치면 어쩔 건데? 수만 명의 뱀파이어들을 막아 낼 수가 있어?”
“못 막지.”
“그럼 어쩌려고?”
“왜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도망친다니까.”
“그러니까…….”
“수만 명과 맞서 싸우지 못할지는 모르지만 도망치는 것은 가능해.”
“그러니까 그냥 줄행랑?”
“응, 그렇게 들쑤시면 되잖아. 이다음 문제는 네가 해결해야지.”
맞는 말이다.
“그거 도와주고 ‘블러드 오리하르콘’을 받으시겠다?”
“처리해 줄게.”
“누굴?”
“너를 위협하는 놈들을.”
“말은 고마운데. 지금 작전은 영 아니야.”
“그래? 난 괜찮은데.”
“다시 짜. 시간은 있으니까. 비욘드를 끼워 넣는 것이 좋겠어.”
“그 약해 빠진 뱀파이어?”
“네 눈에는 그렇게 보일지 몰라도 결코 약하지 않아. 추살조의 조장급인걸. 머리도 좋아. 그러니까 단 한 번도 나를 놓치지 않고 인간 세상까지 쫓아왔지.”
레기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쉽네. 쉽게 끝날 일인데.”
레기온은 입맛을 다시며 물러났고-
그 사실을 모르는 대전자포 트레져 현터들은 레기온보다 빨리 ‘블러드 오리하르콘’을 얻기 위해서 무모한 작전을 실행에 옮겼다.
* * *
대전자포 트레져 헌터 단원들은 며칠 전에 작전을 짜고 시뮬레이션까지 끝마친 상태였다.
그녀가 엿들은 상대는-
죽음의 도살자 돈데크만.
연쇄 살인마 잭 니처.
뱀파이어 왕국의 배신녀 샤론즈의 대화였다.
그들은 왕국의 보물 ‘블러드 오리하르콘’을 빼돌리려고 한다.
블러드 오리하르콘을 가지고 있는 자는 국왕 대신 왕국을 다스리고 있는 행크스였다.
블러드 오리하르콘은 국왕의 권위를 상징한다.
충분히 그가 가지고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대전자포 트레져 헌터들의 특성은 ‘아무도 모르게’였다. 즉, 뱀파이어 성에 몰래 들어가서 물건을 훔쳐 나오는 것이다. 그래야 아무도 다치지 않으니까.
하자 이번만은 작전을 변경했다.
죽음의 도살자 돈데크만과 연쇄 살인마 잭 니처가 끼어들었다.
왕국에서 가장 유명한 7인 중에 한 명이었다.
왕국 7대 강자.
결코 딱지치기로 딸 수 있는 호칭이 아니었다. 왕국에서 공식적으로 너희들 일곱 명이 짱 세, 라고 공인을 해 주었으니까.
대전자포 트레져 헌터들은 자신들의 실력에 자신이 있었다.
괜히 SS급 헌터로 불리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돈데크만과 맞붙는 것은 거절하고 싶었다.
워낙 그에 대한 소문이 좋지 않았다.
얼마 전에는 아예 반란의 수괴 중에 한 명으로 지목이 되기도 했다. 같이 엮였다가는 크게 낭패를 볼 수가 있었다.
해서 그들이 작전을 펼치기 전에 자신들이 먼저 손을 쓸 생각이었다.
블러드 오리하르콘-
세계 3대 보석 중에 하나.
단순하게 아름답기만 한 것이 아니다.
그쯤 되면 하나의 권능을 가지고 태어난다. 모르긴 몰라도 뱀파이어의 국왕은 블러드 오리하르콘 덕분에 우리가 모르는 어떤 능력을 부여받고 있을 것이다.
그곳이 무엇이든 대전자포 트레져 헌터들은 상관이 없었다. 자그마치 130만 골드를 받기로 계약이 되어 있었다.
상상초월의 액수다.
설사 블러드 오리하르콘에 상상초월에 저주가 붙어 있다고 하더라도 훔쳐야만 한다.
130만 골드는 3대가 부자로 살 수 있는 돈이 아니었다.
10대는 부자가 살 수 있는 돈이다.
보증 서서 날려 먹지 않거나, 도박을 하거나, 사기를 당하지 않는 한.
네이팜이 후드를 눌러쓴 채 마차에 앉아서 동료들의 위치를 확인했다.
“1번 위치 도착.”
-하푼, 2번 위치 도착.
-람, 3번 위치 도착.
-탄도, 4번 위치 도착.
-토마호크, 5번 위치 도착.
동료들의 목소리가 단거리 통신 마법 무구에서 귓가로 들려왔다.
고개를 끄덕인 네이팜은 주위를 돌아보았다. 아직 자신들을 눈여겨보는 사람은 없었다. 이런 눈에 띄는 작전은 정말 오랜만이다.
매우 위험한 작전이기도 했다.
어지간해서는 이런 작전을 하지 않았을 텐데…… 돈데크만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선 할 수 없다.
-행크스의 마차가 나타났습니다.
가장 후미에서 망을 보던 토마호크가 말했다.
네이팜은 도로를 보았다. 토마호크의 말대로 마차 한 대가 빠르게 질주를 하고 있었다.
워낙 추운 날씨의 블러드 시티다.
매일 눈을 쓸지만 바닥이 어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비싼 소금을 바닥에 마구 뿌려서 얼음을 녹일 미친놈도 없었다.
그렇기에 마차가 저렇듯 무식하게 달리는 일은 좀처럼 없었다.
굉장히 빠르다.
“이럇!”
네이팜은 마차를 출발시켰다. 다 늙어 가는 말과 겨우 굴러가는 마차였다.
네이팜의 마차는 도로를 가로막았다.
그리고는 일부러 늙은 말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듯이 쇼를 했다. 아직까지도 주위의 뱀파이어들은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했다.
네이팜은 이곳을 향해서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고 있는 행크스가 탄 마차를 보았다.
작전을 이렇다.
네이팜이 마차를 도로 중간에 세운다.
행크스가 탄 마치가 어쩔 수 없이 선다.
하푼과 람이 돌입하여 행크스와 호위기사들은 제압한다.
행크스가 가지고 있는 블러드 오리하르콘을 얼른 빼앗아서 튄다.
영원히 블러드 시티로는 돌아오지 않는다.
우리는 부자가 된다.
얼마나 효율적이고 간략한 작전인가.
동료들은 콧방귀를 끼었지만 네이팜의 작전에 따랐다. 어이가 없어도 성공은 보장이 된다. 작전보다는 개개인의 능력치가 월등히 높아서 가능한 성공률이었다.
두두두두-
행크스의 마차가 빠르게 다가왔다.
“모두 준비.”
-라져!
전원이 비슷하게 대답을 했다.
네이팜은 연극을 할 준비를 했다.
마부가 마차를 세우고 ‘어서 그 꼬진 마차를 치우지 못할까.’라고 소리치겠지.
그럼 나는 ‘죄송합니다. 높으신 분들. 마차의 바퀴가 틈새에 끼었나 봅니다. 제 힘으로 어쩔 수가 없습니다. 좀 도와주십시오.’라고 말을 하면 된다.
그러면서 후드를 벗는다.
내 외모에 저들은 뻑이 간다.
당연히 도와주겠다고 말한다. 아마도 연락처도 주겠지. 저들이 나를 도와줄 때 동료들이 재빠르게 행크스를 제압하고 ‘블러드 오리하르콘’을 손에 넣는다.
완벽하다.
하지만-
-어라? 뭔가 이상함.
-그러게.
-마차가 속도를 줄이지 않아요.
-혹시 단장의 마차를 보지 못한 것 아냐?
-그럴 리가.
네이팜은 눈살을 찌푸리면서 마부의 얼굴을 보았다. 마부의 눈빛이 이상하다.
살짝 맛이 갔다.
하하하, 웃고 있었다. 수많은 뾰족한 삼각 이빨이 소름 돋았다.
마부를 보는 순간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어? 어어어? 저, 저 자식들 뭐하는 거야? 어어어어!”
네이팜은 마차에서 뛰어내렸다.
행크스의 마차는 네이팜이 타고 있던 마차를 그대로 들이받았다. 동시에 행크스의 최고급 마차가 기우뚱거리면서 한쪽으로 휘청거렸다.
이내-
쿠쿠쿠쿠쿵!
마차가 쓰러진다. 그보다 먼저 마부가 바닥에 떨어졌고 마차가 그 위를 짓뭉갰다.
쿠쿠쿠쿠쿵!
달리는 속도가 워낙 빨라서 넘어진 행크스의 마차는 한참이나 앞으로 미끄러진 후에야 멈췄다.
“이, 이게…….”
저 뒤에서 말을 탄 뱀파이어 호위전사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갑자기 마차가 미친 질주를 해서 놓친 모양이었다.
네이팜은 결정을 해야 했다.
애초에 작전이 어긋났다.
이대로 물러나야 할까. 아니면 작전을 진행해야 할까.
-대장! 어떡할 거야?
-빨리 정해야 돼!
단원들의 다급한 목소리가 귓가에서 울렸다.
네이팜은 말을 타고 달려오는 뱀파이어 호위전사들을 보았다. 1분이면 충분하다.
“시행해!”
-오케바리!
-간다!
어디선가 날아온 화살이 마차에 박혔다. 그리고 복면을 한 하푼과 람이 줄을 타고 마차로 뛰어들었다.
저격수인 탄도는 멀리서 주위를 훑어봤다. 만약 동료들이 위험하다 싶으면 가차 없이 화살을 날릴 것이다.
쿠쿠쿠쿠쿵!
커다란 나무가 부러지면서 뱀파이어 호위 전사들의 앞을 막았다. 가장 후미에 있던 토마호크가 위력을 발휘했다. 그는 몇 그루의 두꺼운 나무를 더 부러트려서 뱀파이어 호위 전사들의 앞을 막아서 시간을 끈 후에 철수했다.
하푼은 마차의 문을 벌컥 열었다.
“내 블러드 오리하르콘 내놔!”
문을 열자마자 하푼의 고운 미간이 찡그러졌다.
막상 문을 열자 마차 안에는 아무도 없는 것이 아닌가. 있는 것은 뭔가 타 버린 재와 행크스의 독문병기인 달의 요정, 열 개의 반지, 다섯 개의 팔찌, 두 개의 발찌, 한 개의 목걸이였다.
이것이 뜻하는 바는 하나였다.
이 안에서 왕국을 다스리는 황태자 행크스가 죽었다.
그런 생각이 하푼의 머리에 미치자 얼굴이 점점 하얗게 변했다.
“언니!”
하푼이 다급하게 네이팜을 불렀다.
“일하는 도중에 언니라고 부르지 말라고 했잖아. 단장님이라고 불러.”
“지금 그걸 따질 때가 아니야.”
“그럼?”
“언니…… 우리 엿 된 것 같아.”
“그러니까 왜?”
“해, 행크스가…….”
“행크스가 뭐?”
“죽었나 봐.”
“뭐? 이런 미친 년! 엘사의 황태자를 죽이면 어떡해?”
“아니, 내가 아니고!”
“그럼? 람! 네가 죽였냐?”
“아니야!”
“그럼 무슨 소리야?”
“우리가 마차 문을 여니까 그가 이미 죽어 있었다고?”
“그게 말이 돼?”
“나도 몰라.”
하푼은 다급하게 고개를 저었다.
네이팜의 얼굴이 점점 굳어졌다. 정보에 의하면 행크스는 6서클 마스터다.
맞상대를 하면 행크스의 수준이 조금 더 높다.
하지만 그는 기습을 당한 상태였다. 람이 가지고 있는 언데드 전용 마취약이라면 어렵지 않게 제압할 수 있으리라 여겼다.
그런데 느닷없이 그가 왜 죽어?
-뿌우우우우!
곳곳에서 나팔이 울렸다. 적의 침입을 알리는 나팔소리였다.
“황태자께서 변을 당하셨다.”
누군가 외치면서 대전자포 트레져 헌터들을 가리켰다.
“흉수는 저자들이다!”
순식간에 수백, 수천 명의 뱀파이어들이 대전자포 트레져 헌터들을 둘러싸기 시작했다. 시민들까지도 합세하여 그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이런 망할!”
네이팜은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