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212)
마법은 괜히 배워서-213화(213/502)
# 213
달빛 아래서 1
윈즈데이 주교를 모시는 10인의 흑마법사.
각각의 주교에게는 열 명의 흑마법사와 열 명의 흑기사가 친위대로 붙는다.
친위대는 주교의 성격에 따라서 만들어진다.
레기온을 둘러싼 열 명의 흑마법사들은 윈즈데이를 따라서 개종을 선택한 뱀파이어들이었다.
진작 선을 넘은 자들이다.
인간의 피를 마음껏 섭취하고 대신에 막대한 양의 마력을 손에 넣었다.
지금 그들의 눈에 인간은 한 끼의 식사거리 이상 의미가 되지 못한다. 만약 상대가 마력을 사용할 줄 안다면 그들의 힘도 더욱 강해질 것이다.
그들의 눈에 레기온과 헌터들은 상당한 마력을 가진 먹음직한 먹잇감이었다.
자신도 모르게 붉은 혀를 내밀어 입술을 닦았다.
“사지를 찢어서 먹어 주마!”
뱀파이어 흑마법사의 마력이 점점 높아지기 시작했다.
리드코프는 레기온에게 다가갔다.
“돈데크만 님.”
“응.”
윽, 제길 바로 대답이 나온다. 요즘 돈데크만으로 살았더니 자꾸 돈데크만이 된 것 같다.
“저희가 놈들을 막겠습니다. 돈데크만 님은 헌터들을 데리고 자리를 피하십시오.”
리드코프가 비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결사조직의 마지막 멤버 리드코프.
그녀는 다른 또래에 비해 적마법에 상당한 능력을 보이고 있는 인물이었다. 그래서 국왕이 심혈을 기울여 가르쳤고, 그 가르침을 그대로 흡수했다.
다만 아직 어리다.
50년만 더 있었더라면 그녀는 왕국에서도 손에 꼽히는 최강의 적마법사가 되었을 테지만, 지금은 고작 4서클 워커에 불과하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흑룡의 혈액’을 가진 샤론즈를 구하는 것이다.
자신과 신 결사조직은 샤론즈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을 듯했다. 자신보다 이 철갑 사내가 더 도움이 된다.
분하지만 인정을 해야 했다.
그녀는 자신을 희생하여 샤론즈를 구하기로 마음먹었다. 자신과 부하들이 전력을 다하면 어느 정도 시간을 벌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레기온은 비장한 표정을 짓고 있는 리드코프를 보았다.
“어이, 꼬마.”
리드코프는 150살이다.
“네?”
레기온은 19살이다.
“건방 떨지 말고 뒤로 빠져 있어.”
리드코프는 엄마가 어렸을 적부터 조기교육을 시켜서 예의가 바르다.
“제가 막겠습니다. 부디 샤론즈 님을 도와주세요.”
레기온은 부모님 앞에서 얌전한 척 했지만 밖에 나가서는 싸가지가 없었다.
“도와줄 테니까 뒤에 가 있으라고.”
19살짜리가 150살한테 반말이 찍찍거렸다. 다행히 리드코프가 어려 보여서 이상하게 여기는 자들은 없었다.
“그럼 저희가 돕겠습니다.”
“아, 글쎄, 거치적거리니까 뒤로 가 있으라고.”
“적들은 흑마법사입니다. 그것도 상당한 실력을 가진 자들이에요.”
“알아. 전부 기본전투력이 1만이 넘네. 마법 쓰면 2만도 넘겠어.”
“전투력이요?”
“뭐, 그런 것 있어. 어쨌든 뒤로 빠져 있어.”
“하, 하지만.”
그때 한 명의 흑마법사가 사신의 낫을 크게 휘둘렀다.
까아아앙!
레기온은 철검을 들어서 흑마법사의 낫을 막았다. 강렬한 불꽃이 튀었다.
워록의 사신에 낫에서 악령이 튀어나왔다.
-호오! 저님도 대단함. 종합전투력 27,000임.
마크가 씨부렸다.
흉광을 번쩍이면서 날카로운 이빨이 아가리 속에 가득 박힌 악령이었다.
악령은 레기온을 향해서 곧장 날아왔다.
악령을 본 리드코프가 재빨리 마법으로 펼쳤다. 유령계, 정령계에 가장 강한 위력을 발휘한다는 전격마법이 펼쳐졌다.
“꼴사납다. 그따위 수준 낮은 마법은 보이지도 마라!”
흑마법사는 한 손으로 디스펠을 펼쳤다.
리드코프의 전격 마법은 공격다운 공격도 해 보지 못하고 중간에서 소멸당했다. 리드코프는 탄식에 가까운 탄성을 내뱉었다.
악령이 크게 입을 벌리면서 레기온을 삼키기 직전이었다.
레기온은 다가오는 악령을 보면서도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뒈져라! 방해꾼!”
흑마법사의 외침과 함께-
꽈직!
악령이 사라졌다.
아니 정확히는 뭔가에 먹혔다.
-스르르르륵.
레기온의 어깨에서 뼈로 된 손이 나타났다.
아공간이 열리면서 악령을 으적으적 씹어 먹고 있는 리치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마어마한 마기가 사방으로 쭉쭉 뻗어 나왔다.
리치는 긴 생머리가 사방팔방으로 나부꼈다.
긴 생머리 사이로 언뜻 언뜻 보이는 리치의 흉광은 뱀피아어 흑마법사들을 얼어붙게 하기에 충분했다.
“소개하지. 마몬이라고 해. 보다시피 리치지.”
레기온은 철검을 길게 늘어트리면서 말했다.
“전력을 다해서 도망치도록. 잡히면…… 뒈질걸.”
그와 함께 리치가 사신의 낫을 휘두르던 흑마법사의 머리를 움켜쥐었다.
“사, 살려…….”
그리고 천천히 입으로 삼키기 시작했다. 그는 발만 거꾸로 매달려서 파르르 떨며 비명도 지르지 못했다. 발목까지 리치의 배 속으로 꿀꺽 삼켜졌다.
리치 마몬은 천천히 고개를 내렸다.
그가 주위를 천천히 둘러봤다. 흑마법사들뿐만 아니라 리드코프와 결사조직원들, 헌터들까지도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덜덜 떨 정도였다.
“어, 언니. 저, 저, 저게 뭐야?”
탄도는 사시나무 떨듯이 바들바들 떨면서 리치 마몬을 가리켰다.
“리치잖아. 아무리 봐도 리치인데?”
“리치라고? 언데드의 제왕 리치가 왜 여기에 있는 거야.”
“방금 들었잖아. 레기온 님이 소환했다고.”
네이팜의 말에 탄도는 입을 떨 벌린 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녀는 태어나서 리치를 소환수로 키우는 사람은 처음 봤다. 아니 애당초 그런 인간이 있다는 것 자체가 믿기지 않았다.
“마, 말도 안 돼. 저게 믿겨져?”
“안 믿겨지지만, 레기온 님이면 가능하지 않을까?”
순간-
“카아아아아악!”
리치 마몬의 날카로운 피어가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그의 앞에 서 있던 흑마법사들이 정면으로 피어와 맞부딪쳤다. 놀랍게도 흑마법사들의 후드가 모조리 찢어졌다.
흑마법사들은 가공할 마력을 발산하고 있는 리치를 보면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자신들이 상대할 존재가 아니었다.
이런 괴물이 숨어 있다는 사실조차 꿈에도 알지 못했다.
“셋을 세지. 꿇어.”
레기온이 말했다.
“셋.”
레기온은 곧바로 셋을 셌다.
흑마법사들이 잠깐을 외칠 시간도 없었다.
셋을 셈과 동시에 리치 마몬의 입에서 불길은 음성이 흘러나왔다.
“나와라, 지옥문어!”
순간 마몬의 입에서 흡판이 달린 수백 개의 다리가 흘러나왔다. 흡판의 마수들은 빠른 속도로 흑마법사들을 향해서 뻗어 나갔다.
* * *
드레이져는 근처 가장 높은 첨탑에 올랐다.
블러드 시티의 모든 것이 한눈에 보였다. 왕성을 중심으로 큰 도로가 십자 모양으로 쭉 뻗어 있었다.
뱀파이어들이 작정을 했는지 엄청난 전장 물자를 쏟아 내고 있었다.
개개인은 인간보다 월등히 강하다.
하지만 그들은 인간과의 전쟁에서 패했다. 단순하게 머릿수에 밀려서 패한 전쟁이 아니었다.
수많은 복합적인 이유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은으로 만든 병기들이었다. 뱀파이어는 정말 엄청나게 강하지만, 고작 은으로 된 화살 한 방에 한 줌 재가 되기에 당시에도 처참하게 패할 수밖에 없었다.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그 사실을 잊었다.
하지만 뱀파이어들도 또한 차근차근 준비를 해 왔던 모양이다. 공성전에 필요한 무기들이 끊임없이 튀어나왔다. 또한 뱀파이어들을 전원 무장시킬 무기 역시 계속해서 보급이 되었다.
대장간은 쉴 새 없이 돌아갔다.
딱 봐도 상황은 매우 심각해 보였다.
“새끼들, 정말 해 볼 생각인가 보네.”
드레이져는 살짝 미간을 좁혔다. 그는 마력을 높여서 샤론즈를 찾았다.
보인다.
샤론즈는 기절한 듯했다.
길게 늘어져서 흑기사들 등에 업혀 빠르게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 놈들이 가는 곳은 얼음성벽 밖이었다.
드레이져가 그들을 향해 거구를 움직였다.
허공을 퉁퉁 찬다. 마치 허공을 걷는 것처럼 보였다.
드래곤 슬레이어가 되기 가장 쉬웠어요. 책자에 적혀 있던 경공술이었다.
“당신에게 조금 더 가까이” 경공술.
프리티아에게 조금 더 빨리 가기 위해서 만들어 낸 경공술이었다.
이 무예를 만든 알렉산더 드 레코디언은 미친놈이든가, 천재이든가 둘 중에 하나일 것이다.
아니 천재지만 미친놈이라고 봐야 하나?
드래곤에게 구애를 하기 위해서 만든 보법이라니.
다 좋은데…… 이 무예의 단점은 반드시 술식을 외쳐야 한다는 것이다.
멋진 이름은 하나도 없었다.
남사스러워서 도저히 못하겠다. 지금도 그렇다.
“당신에게 조금 더 가까이!”를 외친 후에야 마력이 보법으로 펼쳐졌다.
아무도 보지 않기에 천만다행이다.
쿠우웅!
드레이져는 허공을 뛰어서 흑기사들 앞에 나타났다.
샤론즈를 어깨에 짐짝처럼 엎고 뛰던 흑기사들은 거대한 힘이 자신들을 향해서 덮쳐 오는 것을 느꼈다. 마치 아가리를 벌린 백상아리가 등 뒤에 붙은 느낌이 들었다.
그들을 윈즈데이에게 ‘무조건 이 아이를 얼음성벽 밖에 내다버려라. 버리고 곧바로 복귀하라.’라는 명령을 받았다.
명령을 이행하기 전까지는 결코 다리를 놀릴 생각이 없었다.
하나, 이 위험한 기운은 확인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들은 뛰던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봤다.
흑기사들은 처음에 아무 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언제나 붉게 물들어 있던 거리는 한산했다. 거의 모든 뱀파이어들이 전쟁 준비를 하느라 중앙 광장에 모여 있었다.
덕분에 그들의 눈에 띠는 뭔가는 없었다.
“저, 저것?”
하늘을 바라볼 때까지.
쐐애애애애액!
거구의 사내가 그들을 향해서 날아오고 있었다.
아니 날아온다는 말은 맞지 않는다. 뛰어오고 있었다. 아무 것도 없는 허공을 밟으면서.
“저, 저게 말이 돼?”
어지간해서 놀라지 않는 흑기사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저것은 전설로만 전해지는 허공 걷기 아닌가?
허공걷기란 마력이 충만하여 중력을 이겨낼 수 있는 소드 마스터급의 기사들만이 펼칠 수 있는 기술로 알려져 있었다.
양 갈래로 묶은 머리카락을 휘날리는 상대는 분명히 허공을 뛰고 있었다.
“저, 저, 저, 말도 안 돼!”
꽈지지직!
흑기사는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드레이져의 무릎차기가 작렬했다.
블러드 시티에서 가장 높은 첨탑에서 뛰어내려 날린 무릎차기였다. 바위도 반으로 쪼개 버릴 위력이 있었다. 그것을 안면에 정통으로 맞은 흑기사는 피를 뿌리면서 뒤로 넘어갔다.
안면이 완전히 뭉개졌다.
하지만 그 흑기사 역시 뱀파이어.
신음을 흘리면서 상체를 일으켰다. 맷집이 인간 기사보다 월등히 좋다. 깨진 안면도 빠르게 재생이 된다.
드레이져는 발끝으로 상체를 일으킨 뱀파이어의 면상을 돼지 염통 차듯이 날려버렸다.
꽈직!
엄청난 소리와 함께 턱이 으스러졌다.
뱀파이어 흑기사는 양팔을 대자로 뻗고서는 그대로 넘어갔다. 얼굴의 반이 날아갔다. 흑기사는 더 이상 재생하지 못했다.
“누구냐?”
흑기사들이 검을 빼 들었다.
그들의 검에서 마나 블레이드가 줄기줄기 뻗어 나왔다. 인간의 전유물이라 할 수 있는 마나 블레이드를 뱀파이어도 사용할 수가 있게 된 것이다.
“잭 니처.”
아아~ 미쳤다. 미쳤어. 이젠 나도 드레이져란 이름보다 잭 니처란 이름이 편해졌구나. 큰일이야.
“잭 니처?”
“그래, 잭 니처. 한 번쯤은 내 이름을 들어 봤겠지.”
흑기사들이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당연히 들어 봤다.
왕국 7대 강자 돈데크만의 수족이 아니던가. 돈데크만과 잭 니처는 실과 바늘 같은 관계다.
또한 무지막지한 돈데크만에 의해서 가려졌지만 잭 니처도 6성급 마스터라고 한다.
그것을 제외하고라도 최근 왕국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라고 한다면 단연 돈데크만이었다.
왕국뿐만이 아니었다.
본교에서도 ‘돈데크만과 잭 니처’ 발견 즉시 사살이라는 지침이 내려왔다.
왜인지는 모른다.
하나 그가 상식초월의 강자라는 사실은 이미 스톤 헤드교에서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 잭 니처가 눈앞에 나타났다.
도대체 왜?
설마…….
샤론즈를 노리고?
“잭 니처! 너희들은 도대체 뭐냐? 갑자기 나타나서 왜 본교의 앞길을 방해하느냐!”
“헛소리 말고 그 여자 내려놔.”
“잭 니처! 너는 결코 용서받지 못하리…… 커헉!”
흑기사의 투구가 반으로 쪼개졌다. 부러진 코에서 피가 줄줄 흘러나왔다.
언제 주먹이 날아왔는지 아무도 보지 못했다.
흑기사들은 모르고 있었다.
드레이져의 성격이 얼마나 급한지를. 샴푸 때문에 드래곤 레어를 망가뜨릴 정도로 미친놈이라는 사실을. 사실 드레이져는 따지고 보면 죽음의 도살자 돈데크만보다 더 미친놈인데, 사람들이 가끔 까먹곤 하는 것 같다.
크레이지 드레이져.
그의 가공할 폭력이 흑기사들을 한꺼번에 쓸어버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