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216)
마법은 괜히 배워서-217화(217/502)
# 217
그날이 오면 1
휘이이이잉~
근래 들어 눈폭풍이 더욱 심해진 듯했다.
얼음성벽 너머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도 뱀파이어 군단은 출정을 하려고 한다. 그들의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저벅저벅.
얼음성벽 밖으로 후드를 눌러쓴 여인이 걷고 있었다. 도로는 눈이 쌓여서 보이지 않았다. 그녀의 무릎까지 눈이 찬다.
윈즈데이였다.
그녀는 한참을 걸어갔다.
눈 폭풍 너머로 길게 늘어진 그림자가 보였다.
지평선을 가득 메울 만큼 긴 그림자였다. 긴 그림자의 정체는 근육질의 사내들이었다. 대부분이 검보다는 철퇴, 워 해머, 호스맨즈 플레일, 도끼 등과 같은 타격무기를 들고 있었다.
윈즈데이가 그들의 앞에 섰다.
170센티가 넘는 신장을 가진 그녀였지만 사내들 앞에 서자 어른과 아이만큼이나 차이가 난다.
“아버님, 오랜만에 뵙네요.”
윈즈데이는 가장 선두에 선 사내에게 고개를 숙였다.
자그마치 2미터 30센티에 달하는 거인이었다. 그가 바로 극해 라이컨슬로프의 우두머리인 올킬이었다.
그리고 윈즈데이의 죽은 신랑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오랜만이다. 아가.”
“네, 아버님.”
윈즈데이를 보는 올킬의 눈빛은 담담했다.
며느리가 싫다. 아들과 제대로 빛도 보지 못한 손자, 손녀들을 죽음으로 이끈 인물이다.
하지만 아들이 목숨만큼이나 사랑했던 여인이기도 하다. 해맑게 웃던 손자, 손녀들의 어미이기도 하다.
자신도 심장이 찢어지는 고통을 느꼈다.
차라리 이딴 심장이 없어지기를 바랐다. 너무 고통스러워서 몇 날 며칠을 앓았다. 식음을 전폐했다. 찢어지는 고통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이럴진데. 지아비를 잃고 자식들을 잃은 며느리의 심정은 오죽할까.’
해서 올킬은 윈즈데이를 용서했다.
어느 날, 윈즈데이가 부족을 찾아왔다.
“아버님, 딱 한 번만 저를 도와주세요.”
“내가? 무엇을 말이냐.”
“뱀파이어를 멸족시키겠어요.”
“종족을 멸족시키겠다고?”
“네, 단 한 명도 남김없이. 세상에 남은 진조는 없을 겁니다.”
“진심인가?”
“진심입니다.”
올킬은 윈즈데이의 눈빛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녀의 원한이 너무 깊어서 깊이를 헤아리지 못할 정도였다.
“그래, 내가 무엇을 도와주면 되겠느냐.”
그렇게 며느리와 시아버지는 손을 잡았다.
그리고 오늘 그 결실을 맺을 때였다.
7만의 라이컨슬로프.
전 종족이 동원됐다.
오늘이야말로 라이컨슬로프와 뱀파이어의 오랜 싸움에 종지부를 찍을 때였다.
“언제 시작하느냐.”
“신호가 올 것입니다.”
“어떤 신호?”
“보시면 압니다.”
올킬은 고개를 끄덕였다. 종족을 떠나서 영특한 아이다. 자신을 감출지 아는 아이였다. 머리도 비상하다.
“기다리십시오. 곧 이곳은 다시 아버님의 땅이 될 겁니다.”
윈즈데이는 후드를 눌러쓰고 왔던 길로 되돌아갔다.
* * *
모두가 작전에 투입됐다.
레기온과 드레이져는 눈앞에 펼쳐진 선발대 병력을 보았다.
자그마치 3천.
아무리 둘이라도 저 정도의 숫자에 둘러싸이면 매우 위험하다.
그래도 갈 수밖에 없었다.
이미 작전은 시작됐으니까.
“야, 졸라 떨려. 저 살기를 봐. 으메. 무서운 거.”
“떨리슈?”
“넌?”
“난 하나도 안 떨리는디.”
“하나도?”
“눈곱만큼도.”
“사실 나도 안 떨려.”
“뻥치시네.”
“정말이야.”
“그럼 주인이 먼저 가슈.”
“내가 왜?”
“안 떨린다면서요.”
“안 떨리지만 선공은 양보하지.”
“주인이 솔선수범을 해야 하인이 뒤따르는 것 아니겠소.”
레기온은 물끄러미 드레이져를 보았다. 그동안 지능이 너무 높아진 모양이다. 저 현기가 가득한 눈빛을 봐라.
한 마디도 지지 않는다.
이러다가 머리 꼭대기에서 놀겠다.
“좋아. 내가 먼저 간다. 내 뒤에 바짝 붙어.”
“염려 마슈.”
철컹철컹.
레기온은 사열을 하고 있는 뱀파이어 선발대를 향해서 걸음을 옮겼다.
평상시보다 열 배는 느리다.
레기온의 발밑으로 개미가 지나갔다. 개미는 커다란 레기온을 보면서 바닥에 침을 탁 하고 뱉었다.
“새끼, 겁네 느리네.”
그리고는 레기온보다 훨씬 빨리 지나쳤다.
“뭐합니까?”
“적을 치러 가고 있잖아.”
“어느 세월에?”
“드레이져.”
“말하슈.”
“이건 미친 짓 같아. 아무리 우리가 간이 부었어도 3천 뱀파이어한테 덤비는 짓은 하지 말아야 할 것 같아.”
“그럼 어떡할 거유? 이미 애들은 왕성에 침입을 했을 텐데. 이러고 있으면 걔들 위험합니다.”
“작전을 바꾸자.”
“갑자기 작전을 바꿔요? 왜?”
“양동작전이 나을 것 같아.”
“양동작전? 두 명밖에 없는데?”
“왜 두 명이야.”
레기온이 씨익 웃었다.
“일단 네가 선발대 해. 내가 후발대 할게.”
드레이져는 등줄기가 오싹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본능이 시킨다. 지금 주인의 입을 열게 해서는 안 된다. 매우 위험하다.
드레이져는 주먹으로 레기온의 투구를 후려쳤다.
콰아아앙!
졸지에 당한 레기온이 엉덩방아를 찧고 주저앉았다. 다른 놈도 아니고 드레이져의 주먹이다. 아무런 방어막도 없이 불시에 맞고서 멀쩡할 수는 없었다. 투구를 썼음에도 턱이 돌아가는 줄 알았다.
어이가 없는 레기온은 뺨에 손을 대고 드레이져를 보았다.
“돈데크만이다! 돈데크만이 여기 있다! 또다시 왕을 노리고 돈데크만이 나타났다!”
드레이져가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는 재빨리 자리를 이탈했다. 그는 레기온을 향해서 엄지를 척 하니 쳐들었다.
굿 럭.
저런 미친 새끼!
뭐하는 짓이야!
레기온은 진정 어이가 없었다. 너무도 억울했다. 자신이 하려던 짓을 그대로 당했다. 레기온은 앞선 드레이져의 등을 발로 차려고 했었다.
설마 드레이져가 선수를 칠 줄이야.
철컹.
레기온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철검을 한 손으로 들었다. 처음에 비하면 가뿐하다. 요즘 하도 운동을 했더니, 근력이 상식 밖으로 높아진 모양이다.
요즘 들어서는 철갑을 벗기가 겁이 난다.
종종 근육이 철갑을 찢고 나오지 않을까 걱정이 될 때도 있었다.
나는 마법사인데.
어쩌다가 검을 휘두르게 됐는지 모르겠다.
“저 자식이 돈데크만이라고?”
“행크스 님을 죽이고 도망친 것이 아니었나?”
“간이 부었군. 돈데크만.”
“죽여! 죽여서 행크스 님의 원수를 갚자!”
“왕국 7대 강자라고? 까고 있네. 뒈졌어.”
뱀파이어들이 레기온을 둘러싸기 시작했다.
“할 수 없지. 퇫!”
레기온은 바닥에 침을 뱉었다.
아, 젠장. 평상시에 습관대로 침을 뱉었을 뿐인데. 투구가 앞에 있었다. 코앞에 가래침이 잔뜩 묻었다. 손가락이 두꺼워서 가래침을 빼낼 수도 없었다.
겁나 짜증 난다.
“이건 전부 니들 탓이야. 망할 뱀파이어 새끼들, 한판 붙어 보자.”
* * *
스필버그는 붉은 갑옷을 입었다.
얼마나 물광을 냈는지 갑옷이 번쩍번쩍하다.
뱀파이어 왕국의 국왕만이 입을 수 있는 전설급 아이템이다.
정식으로 물려받은 것은 아니지만 어차피 자신이 왕위 계승 서열 1위다. 누가 자신을 말릴 것인가.
이 갑옷은 이제 내 것이다.
“어때?”
스필버그는 윈즈데이의 앞에서 한 바퀴를 돌았다.
“멋있사옵니다. 폐하.”
“흐흐흐, 그렇지? 멋있을 줄 알았어. 아, 그거 말이야.”
“어떤 것 말씀이십니까?”
“쪼까 껄쩍지근해서리. 걔 있잖아. 결사조직의 남은 아이.”
“리드코프 말씀이십니까?”
“맞아. 걔 하고 샤론즈…… 어찌할 거야?”
이제 ‘흑룡의 혈액’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고 있는 자는 자신과 윈즈데이를 포함해서 네 명뿐이다.
수십 년 동안 결사조직원들을 처리했다.
이제는 대신이나 귀족들도 ‘흑룡의 혈액’에 대해서 알고 있는 자는 극히 드물었다.
리드코프와 샤론즈.
이 둘만 사라지면 ‘흑룡의 혈액’은 오로지 자신의 것이 된다.
“지금 척살대 대원들이 찾고 있습니다.”
“뭐가 그렇게 오래 걸려? 벌써 며칠이나 지났잖아?”
“리드코프도 결사조직원 중에 한 명입니다. 또한 지금까지 살아남은 결사조직원이기도 합니다. 한 번 숨으면 좀처럼 꼬리를 밟기가 쉽지 않습니다.”
“샤론즈는?”
“리드코프가 샤론즈를 데리고 간 모양입니다.”
“리드코프가?”
“네.”
그것만은 윈즈데이도 예상 밖이었다.
윈즈데이는 뱀파이어들 중에서 딱 한 명만 살려 줄 생각이었다. 샤론즈. 인간으로 살아가든, 사도로 살아가든.
그것은 남겨진 샤론즈의 몫이었다.
어차피 그녀가 깨어났을 때는 모든 것이 물거품처럼 사라졌을 테니까.
하지만 그런 그녀가 사라졌다.
간신히 살아남은 흑기사는 엄청난 강자가 샤론즈를 데리고 갔다고 보고했다. 그 엄청난 강자란 빨간머리 앤처럼 양 갈래로 땄다고 한다. 처음에는 잘못 들은 줄 알았다.
머리를 양 갈래로 딴 엄청난 강자가 있을 턱이 없으니까.
변태가 아니고서야…….
나중에 알고 보니 잭 니처의 외모와 무척이나 흡사했다.
연쇄 살인마 잭 니처.
죽음의 도살자 돈데크만.
생각보다 훨씬 강하다. 놈들은 끝까지 자신의 일을 방해하고 있었다.
자신의 일만 방해하는 것이 아니다. 대주교의 계획도 훼방을 놓고 있었다.
뱀파이어들과 함께 척살 1순위에 올라 있는 놈들이다.
놈들의 외모는 무척이나 특이하다. 어디를 가든 눈에 띤다. 하지만 아직까지 놈들을 발견했다는 보고는 들어오지 않았다. 리드코프가 놈들도 숨겨 줬든지 아니면 이미 블러드 시티 밖으로 나갔을 것이다.
느낌상 놈들은 아직 도시 안에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반드시 놈들을 잡아야 해. 알지?”
“알고 있습니다. 본대가 출발하기 전까지는 놈들을 잡아서 화형시킬 것입니다.”
“좋아. 자네를 믿지. 아버지와 큰형, 동생…… 모두 없어져야 해. 그래야 내가 천년 왕국의 왕이 될 수 있어.”
스필버그는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고개를 숙인 윈즈데이도 잔인한 미소를 지었다. 뱀파이어는 아직도 꿈을 꾸고 있다. 자신들이 인간 세상을 정복할 수 있다는 어처군가 없는 꿈을.
이들은 오늘-
인간들이 아닌 라이컨슬로프들에게 도륙이 되리라. 단 한 명도 살아남지 못하고 시체의 십자가를 세우리라.
“가자고.”
스필버그는 앞장서서 걸었다. 문을 양손으로 젖히자 수백 명의 귀족들이 온갖 치장을 하고 복도 양쪽에 나열해 있었다. 복도 끝에는 연설을 하는 단상이 있을 것이다. 성의 높이는 수백 미터에 이른다. 높은 단상에 3천에 달하는 군세를 보는 것은 장관일 터였다.
스필버그는 피가 끓어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