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219)
마법은 괜히 배워서-220화(220/502)
# 220
절망의 밤 2
베이컨은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나무를 보았다.
이제는 마을의 명물이다. 반짝반짝 결정이 달리는 나무라니. 울타리도 쳐 뒀더니 아무도 나무 근처까지 다가가지 않는다.
사실 도둑이라도 들까 봐 지뢰와 감지 폭발 마법을 잔뜩 걸어 뒀는데 지금까지 한 번도 그런 일이 없었다.
영지 사람들은 이 나무를 레기온 나무라고 부르며 그만큼이나 신성하게 여기고 있었다.
“자네는 저 결정이 탐나지 않는가.”
로또가 베이컨의 옆으로 다가왔다.
로또도 어느새 완숙한 경지에 이르렀다. 눈빛에서는 현기가 가득했다. 조금은 경망스럽던 말투도 부드럽게 바뀌었다.
다른 전속하인들도 마찬가지였다.
벽을 하나씩 깰 때마다 성격이 많이 바뀌는 듯했다.
“아니.”
베이컨은 고개를 흔들었다.
“정말? 허허, 대단하군. 저게 어떤 능력이 있는지 자네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저것은 우리 것이 아니야.”
“그건 그렇지.”
“주인님의 것이지.”
“그것도 그렇지.”
“그럴 리도 없겠지만. 저것을 몽땅 먹어 7성이 된다고 해도 나는 그러지 않을 걸세. 아니, 누구도 그럴 생각을 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하네. 모든 것은 주인님의 뜻. 그 아래에서 만들어지는 것이지.”
로또는 고개를 끄덕였다.
누구도 저 나무의 결정을 탐하는 사람이 없었다.
때가 되면 위대하신 레기온 님께서, 때에 이른 사람에게 알아서 줄 것이다.
“우리가 해야 할 것은 꾸준한 수련, 영지의 안전과 평화, 저 나무의 보호일세.”
“역시 자네의 충성심은 최고야. 부러울 정도군.”
“별말을 다 하는군. 자네도 하루에 한 번씩 주인님을 생각하면서 기도를 하게. 이상하게도 육체의 회복능력이 빨라지더군.”
“그게 정말인가?”
“정말이네. 그러니 내가 주인님에 대한 충성심이 없을 수가 없지 않겠나.”
“호, 나도 한번 해 봐야겠군. 매일 주인님을 생각하면서 기도를 하란 말이지?”
“그렇다네.”
그때였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뚝 떨어졌다.
날벼락은 결정이 달린 나무를 반으로 쪼개 버렸다. 쪼개진 나무가 좌우로 흔들리면서 넘어졌다. 나무는 지뢰와 폭뢰를 건드리고 말았다.
콰콰콰콰콰쾅!
수백 발의 지뢰와 폭뢰가 동시에 폭발했다.
놀란 베이컨과 로또가 양손으로 보호막을 펼치면서 뒤로 물러났다. 그들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다.
“이, 이게 도대체…….”
그들은 엄청난 불길함을 느꼈다.
“서, 설마…… 주인님께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니겠지.”
* * *
번쩍!
루카스가 눈을 떴다.
“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그는 손바닥으로 자신의 가슴을 탁탁 쳐 보았다.
“내, 내가 아직 살아 있어? 아니면 죽은 건가.”
루카스는 실감이 나지 않았다.
“레기온이라고 했던가? 그 남자…….”
루카스는 양손을 두 손으로 모으고 레기온 앞에 섰다.
철갑을 입고 있어서 나이가 얼마나 되는지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인간이니 자신보다는 어릴 것이다. 하지만 나이가 많고 적고는 문제가 아니다.
인간 됨됨이의 문제다.
“그대가 지켜 준 신의와 이 목숨에 감사를 드립니다.”
레기온은 내심 찔끔거린다. 기억을 잃기 바랐는데 생각보다 멀쩡하다.
이놈 갑자기 보석 달라고 하진 않겠지?
레기온이 속으로 전전긍긍하고 있는데, 루카스가 고개를 푹 숙이며 말했다.
“갑자기 이런 말을 하긴 뭣하지만…… 저와 의형제를 맺지 않으시겠습니까?”
엥? 이건 뭔 개풀 뜯어 먹는 소리야?
“저는 뱀파이어 왕국 엘사의 3남 루카스라고 합니다. 제 위로는 행크스 형님과 스필버그 형님, 캐리 누님이 계시죠. 제 동생은 샤론입니다. 혹시 들어 보셨습니까? 왕국 최고의 미녀라고 소문이 났습니다만.”
“왕국 최고의 추녀겠지.”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아닙니다. 그러니까 왕족이라는 거군요.”
“오랜 시간 왕국을 떠나 있기는 했습니다만…… 일단 태어나긴 그렇게 태어났습니다.”
오호라!
투구 속에 레기온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왕자정도가 된다면 떨어트린 보석들을 쩨쩨하게 찾지는 않겠지. 음, 혹시 목숨을 구해 준 대가로 더 많은 보석을 주지 않을까.
블러드 오리하르콘과 비견될 정도로 대단한 보석을!
그런 생각이 들자 레기온은 급격하게 기분이 좋아졌다.
어차피!
다시는 보지 못할 면상. 그깟 의형제, 맺으면 되지.
“저는 당신께 큰 은혜를 맺었습니다. 형님으로 모시게 해 주십시오.”
“허허허허.”
19세의 레기온은 노인과 같은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살기를 동반한 그의 웃음이 터지자 치열하게 사투를 벌이고 있던 뱀파이어와 라이컨슬로프들이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알았네. 그렇게 하도록 하게. 내 이름은 레기온일세.”
“고맙습니다. 레기온 형님.”
150살이 넘는 루카스가 19살의 레기온을 형님으로 모시는 희한한 사태가 벌어졌다.
덕분에 족보가 꼬이게 됐다.
샤론즈는 레기온을 오빠로 평생 모시게 될 수밖에 없는 운명에 빠진 것이다.
“본래 의형제결의는 벚나무 아래서 술을 마시며 해야 하지만…… 때가 때인 만큼 악수로 대신하지.”
“아아, 영광입니다. 형님.”
레기온은 거만하게 손을 내밀었다. 루카스는 그의 양손을 붙잡고 허리를 90도로 숙였다.
그러자 루카스의 머릿속에 문구 하나가 떠올랐다.
-신체능력이 본래대로 돌아옵니다. 마나가 2퍼센트 증가합니다. 부러진 거시기가 복구됩니다. 거시가 근육이 찢어졌기에 2주간의 회복 시간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당신의 인생에 거대한 불행이 닥쳤고, 그건 이제 결코 피할 수 없습니다.
허걱! 이건 또 뭔 소리지?
그러고 보니 아랫도리가 겁나 아프다. 혈관이 뒤틀린 고통 때문에 그것까지는 신경을 쓰지 못했다.
그런데 마나가 2퍼센트나 늘어?
루카스의 입이 떡 벌어졌다.
그는 적마법의 대가.
혼합 마법을 연구하는 특이한 마법사이기도 하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더 이상 마나의 양은 늘어나지 않았다.
6서클의 벽을 깨야 그것도 늘어날 텐데 그는 몇 십 년째 그 상태에서 정체가 되어 있었다.
마나의 양은 그대로이고 그것을 이용한 마력의 숙련도만 높아졌다.
그런데 2퍼센트의 마력이 늘었다.
잠잠했던 호수의 작은 울림이었다. 어쩌면 이것으로 인해 6서클의 마스터, 혹은 그 이상으로 오를지도 모를 일이다.
실제로 벌써부터 마나의 질이 조금씩 달라지는 느낌이었다.
너무 기뻤기 때문일까.
그는 잠시 ‘거대한 불행’이라는 단어를 놓치고 말았다. 그게 자신에게 어떤 재앙을 가져올 것인지도…….
“하하하. 동생, 우리 한번 잘 해 보세.”
거대한 재앙이 루카스의 등을 툭툭 쳤다.
* * *
둘은 싸움터 중간에서 걸음을 옮겼다.
너무 태연하게 걸어가니 라이컨슬로프도 뱀파이어도 감히 둘을 공격하지 못했다.
이런 기묘한 상황에 루카스가 먼저 입을 뗐다.
“그런데 지금 무슨 일어 벌어지고 있는 겁니까? 저는 이제 막 이곳에 도착해서 어리둥절합니다. 도착하자마자 누군가 저에게 전격 마법을 펼쳤습니다. 악독한 놈입니다. 살수가 분명했어요. 왕국의 3왕자인 저를 죽이려고 하다니.”
레기온은 찔끔했다.
찔끔은 하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안 죽었으면 됐지. 뭐.
그는 상황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을 해 주었다.
“전쟁이 났네.”
“전쟁이요?”
“그렇다네. 모든 뱀파이어가 속고 있어. 자네 동생이 자네 형을 막기 위해서 목숨을 걸고 있지.”
“서, 설마 그런 일이…….”
루카스는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골육상쟁과 전쟁이라니! 더군다나 작은 형이 뱀파이어 종족을 멸족으로 이끌고 있다니!
진조들은 너무 오랫동안 이곳에 갇혀 있었다.
그들이 분노하는 바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지 않은가? 무엇보다 지금은 인간 세계를 침략해 승리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오랜 시간 대륙을 여행했던 루카스는 인간들의 세상이 어떤지 잘 알고 있었다.
그 엄청난 문명.
이건 정말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그럼 이제 어찌 해야 할까요? 우둔한 제가 형님께 조언을 구합니다.”
루카스는 철갑을 뒤집어쓴 레기온이 최소 마흔은 넘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19살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혀 깨물고 머리를 박을지도 모른다.
“스필버그에게 가야지.”
“가서?”
“일단 잡아 놓고 생각하세. 잡아서 일단 이 미친 짓을 멈추게 해야지.”
“그렇군요. 그게 가장 손쉬운 방법이겠네요.”
고개를 끄덕인 루카스가 허공에 대고 외쳤다
“나와라! 캣걸!”
순간 고양이를 소녀가 허공에서 나타났다. 여성형으로 열 살 내외의 아이 정도의 크기였다. 검은 옷에 얼룩의 딱 붙는 옷차림. 날렵한 몸매의 캣걸이 사르르 움직여서 루카스의 팔을 휘어 감았다.
“그건 뭐야?”
레기온이 놀라서 물었다.
“제 스태프입니다.”
“……뭐라고?”
상식 파괴였다.
어지간해서 놀라지 않는 레기온이 놀라서 캣걸과 루카스를 번갈아 가면서 바라봤다.
“제 인간형 스태프입니다. 약간의 락토레리움과 고양이 정령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변신형 스태프죠.”
“스태프가 저렇게 된다고?”
“네. 좀 특이하죠?”
“좀이 아닌데.”
순간-
레기온의 머릿속에 비데가 만들어 준 스태프의 능력이 떠올랐다. 그것 역시 변신 능력이 있었다.
커다란 골렘을 만들까 생각했던 레기온이었는데, 캣걸을 보니 생각이 싹 바뀌었다.
정령!
정령을 구해야 한다.
변신형 스태프라니!
더군다나 영혼이 들어가 있는 스태프라니!
레기온은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아무래도 이번 일이 끝나자마자 다크 엘프 마을에 가 봐야겠다. 다크 엘프들은 정령과 매우 친하다.
그들을 갈구면 뭔가가 나오겠지.
우아하하하하!
갑옷을 벗는 날!
스태프에게 변신 능력을 부여할 수 있게 된다. 저렇게 못 생긴 캣걸이 아니라! 훨씬 아름다운 아마데우스와 같은 스태프를 변신시켜야겠다.
레기온의 생각을 안 마크가 기겁을 했다.
아니 사상 최대의 스태프를 얻어 놓고 뭐가 어쩌고 저째? 아마데우스와 같은 외형을 가진 스태프를 만든다고? 아니? 도대체 왜!
큰일 났다.
레기온의 여자 보는 눈을 최대한 빨리 정상으로 되돌려놓지 않으면 뭔가 일이 터질 것만 같았다.
“캣걸의 능력은 단순하게 마법에 도움만 주는 게 아닙니다.”
“그럼?”
“직접적 판단과 공격도 가능하지요.”
“호오! 직접적 판단?”
“네, 각각! 1+1의 능력입니다.”
오오오! 겁나게 좋다.
루카스가 앞으로 나섰다. 캣걸이 그의 팔에 딱 달라붙어서 정면을 응시했다.
“울어라! 캣걸!”
순간 캣걸의 조그만 입이 열렸다. 그녀의 입에서-
콰콰콰콰콰콰콰쾅!
5서클 공격마법 ‘파이어 둠!’이 터졌다.
캣걸과 루카스의 합동 공격이다. 마법을 캐스팅 하는 것은 캣걸의 고유 능력! 거기다 정령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힘이 더해져 파괴력은 2배 이상이다.
정면의 일정 부분이 면도칼로 도려낸 것처럼 움푹 파였다. 동시에 그 자리는 엄청난 고열로 증발했다.
순식간에 수십 명이 넘는 라이컨슬로프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뭐, 뭐야?
레기온은 깜짝 놀랐다.
우와! 위력 쩐다!
갖고 싶다. 나도 저런 변신형 스태프 가지고 싶다.
-마하반야바라빌다 신경관자제 보살.
뭐하는 거야?
-너님의 눈이 제발 원래대로 돌아오기를 바라는 거임.
내 눈이 어때서?
-그런 게 있음.
“레기온 형님.”
“그래, 아우여.”
“혹시 형님도 느꼈습니까?”
“뭘?”
루카스는 뱀파이어 왕국의 상징과 같은 아름다운 궁전을 가리켰다.
“궁전 아래에서…….”
“아래에서?”
“굉장히 사악한 힘이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레기온은 뱀파이어의 성을 바라봤다. 전장 한복판에 있어서 그런지 살기에 휘둘려 암흑의 힘을 미처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분명히 느껴진다.
암흑의 힘이 조금씩 늘어나더니 지금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급격하게 불어나고 있었다.
어라? 뭐여, 저거.
“캣걸! 포격!”
캣걸의 주변으로 푸른빛이 일렁거렸다. 푸른빛은 하나가 아닌 수십 개였다.
푸른빛이 번쩍인다.
수십 발의 푸른빛이 성을 향해서 쏟아져 들어갔다.